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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 회


백성의 힘은 하늘을 이긴다


단군왕검이 이 땅에 조선이라는 첫 나라를 세우고 다스린지 30년이 되는 해였다.

수도 부루나에 례년에 없는 대홍수가 덮쳐들었다.

대줄기같은 장마비가 연 한달동안 퍼부어대더니 너르개가 넘쳐나 온 부루나엔 물란리가 났다.

아사달에 자리잡은 궁궐로는 말을 탄 파발들이 급보를 안고 연해연방 들이닥쳤다.

《어제 밤 물란리에 아사달 남쪽마을의 백십여호가 몽땅 떠내려갔다 하옵니다.》

《부루나 아래쪽의 벌이 몽땅 물에 잠겨 풋바심할 낟알도 건지기 어렵게 되였소이다.》

타는 마음에 재가 앉는것 같아 단군은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한고?》

그의 시선은 제일 가까이 서있는 세자 부루에게 가닿았다.

말없이 서있던 세자는 한걸음 앞에 나섰다.

《하늘의 뜻은 이 땅을 버리라는것인줄 아뢰옵니다. 지난해 제천을 지낼 때 소발굽으로 점을 쳐서 나온 점괘는 이 땅에 흉이 내렸다는 점괘였소이다.

소자는 이 나라의 호가(임금의 아래에서 정사를 총괄하는 벼슬)로서 나라의 앞날에 대해 진정으로 생각하고 아뢰는 말이옵니다.

우리 겨레가 생존하려면 이 땅을 버리고 도읍을 옮겨야 함이 좋은줄로 아뢰옵니다.》

룡상에 앉아있는 단군의 웅장한 체구가 갑자기 졸아드는것 같아보였다.

작년 10월 단군이 나라를 순행할 때 아달산아래에서 지낸 제천행사에서 그도 목격한 사실인것이다.

그후 단군은 아들과 신하들의 한결같은 청원을 물리칠수가 없어 아들들을 시켜 나라를 돌아보며 마땅한 땅을 두루 살피게 했던것이다.

부루는 구월산아래가 그중 적합하다고 점을 찍어놓았다.

그곳은 큰강이 없고 물줄기는 동쪽으로 빠지며 들이 높고 메말라 쉽게 서쪽에서 오는 물을 피할수 있는 곳이였다.

더우기 그곳은 아버지 단군이 홍안의 젊은 시절 무술을 닦던곳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단군의 마음을 돌려세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였다.

부루나는 단군의 조상들의 뼈가 묻힌 곳이고 그가 나라를 세우느라 한생을 바친 땅이였다.

이 땅을 떠나자는 말을 꺼낼 때마다 노여움과 아픔이 서리는 아버지의 얼굴을 그는 마주보기가 괴로왔다.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며 단군은 말했다.

《그래, 정녕 이 땅을 뜨잔 말인고?

내가 이 땅에 나라를 세울 때 부디 이 나라가 자자손손 번성하고 흥하기를 바라서 흰 소를 잡아 하늘에 제사지내고 조상의 뜻에 어긋남이 없이 온넋과 힘을 다해 나라의 기틀을 일떠세웠는데 늘그막에 이 땅을 버리다니… 좀더 깊이 생각해볼 일이로다.》

룡상을 차고 일어나는 아버지의 시름겨운 모습을 보며 부루는 가늘게 한숨을 내쉬였다.

《도읍을 한번 돌아보자.》

부루는 도포와 관을 벗어던지고 간편한 무술복차림으로 전각을 나섰다.

어디선가 공후의 선률이 들려온다.

악공들이 있는 천막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나라에 재앙이 들이닥친 이때 공후의 선률을 타고 들려오는 녀인의 은근한 노래소리는 유난스러웠다.


님아 가람 건느지 마소


(하랑이로구나.)

궁중에 노래 잘하고 공후 잘 타기로 소문난 처녀악공이였다.

막을 제치고 처녀가 달려나와 무릎을 꿇었다.

《어딘가 귀에 익은 노래로다.》

부루는 말잔등에 힝 올라앉으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세자마마, 죄송하오이다. 저와 한마을에 살던 녀인에게서 배운 곡을 공후에 익혀보고있었사옵니다.》

부루의 얼굴에 너그러운 웃음이 비꼈다.

《그 녀인도 악공인가?》

《아니옵니다. 너르개에서 배를 다루는 사공의 안해옵니다.》

《사공의 안해?》

부루는 말고삐를 채려다말고 하랑을 내려다보았다.

피끗 머리속에 스쳐지나가는 실마리를 잡으려 애쓰며 물었다.

《그의 이름이 뭔가?》

《부용이라 하옵니다.》

가슴속에 피줄이 핑 울리는듯 한 환각에 부루는 잠시 눈을 감았다.

《이랴-》

갑자기 걷어차는 주인의 발길에 말이 닁큼 달아내뛰였다.

연 한달간 멈춤모르고 쏟아져내리던 비가 숨을 잠시 돌리는지 검은 구름장 한구석이 희붐히 트인다.

진창을 뿌리며 반나절을 달려 언덕에 오르니 기막힌 광경이 펼쳐졌다.

들판의 가녁을 따라 고요히 흐르던 너르개가 넘쳐나 부루나들판은 온통 바다처럼 변했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아침저녁 몽당연기를 뿜어올리던 아담한 초가마을들과 오곡이 푸르게 넘실거리던 전야는 간 곳없고 길길이 파도치는 물갈기우에 초가이영들과 옹기들, 온갖 잡동사니들이 둥둥 떠가고있었다.

물살에 잠겼다떴다 밀려내려가면서도 기슭을 바라고 음매음매 마지막작별을 고하는 황소대가리도 보였다.

인간에게 너무도 횡포한 자연의 광란앞에서 부루는 자기의 존재가 너무도 왜소하게 느껴져 등골이 오싹했다.

《하늘의 힘은 무서운것이로다.》

그는 너르개강기슭을 따라 천천히 말을 몰았다.

아버지를 따라 열살 그 시절부터 말을 달리고 무술을 익히며 달려다니던 함박메가 다가온다.

(그를 처음 만난 곳이 이 기슭 나루가였지.)

유년의 잊지 못할 추억끝에 묻어오는 계집애의 쨍쨍한 노래소리…


님아 가람 건느지 마소

그예 님이 거느시네


《얘, 한번 더 하렴.》

웅소가 소리지르자 개암덤불속에서 볕에 탄 계집애의 노랑머리가 담쑥 솟아올랐다가 다시 까드라든다.

《숨긴, 까투리처럼. 그래, 님이 어디로 간다구?》

《얘, 너무 으르지 말아. 어린애로구나.》

부루가 웅소를 말리며 말에서 뛰여내렸다.

《얘, 무서워 마. 우린 지나가던 길에 네 노래가 너무 좋아 몰래 들었던거다.》

날씬한 몸에 착 붙는 잘 이긴 사슴가죽으로 지은 저고리를 입고 허리띠에 검을 찬 소년의 웃는 얼굴을 보자 소녀는 마음이 놓였는지 쌩긋 웃었다.

옥같이 흰 이가 가쯘한 열둬살쯤 먹어보이는 소녀였다.

《노랠 잘하는구나. 어느 마을에 사느냐?》

《요 너머 나루마을에 살고있사와요.》

빨간물이 바래인 치마폭에 자그마한 와공후를 감싸안으며 대답하는 소녀의 목소리는 쨍쨍 여물었다.

《이름이 뭐지?》

《부용이라고 부르옵니다.》

《그래, 늘 여기 나와 노래부르던 애가 너였구나. 그 노랠 누가 배워주더냐?》

《우리 엄마가 배워주셨사와요. 이전에 우리 아버님처럼 배를 다루는 사공의 안해가 지은 노래라 했사와요.》

소녀는 자랑스레 노래에 깃든 사연을 이야기했다.

《우리 너르개에 곽리자고라는 사공이 살고있었사와요.

곽리자고에게는 려옥이라고 부르는 노래 잘하고 공후 잘 타는 예쁜 안해가 있었사와요.

어느날 새벽에 곽리자고가 강에 나갔었는데 하얀 머리를 풀어헤친 늙은이가 항아리를 들고 달려나와 물에 뛰여들었사와요. 그의 안해가 따라나와서 가지 말라고 말리고말렸대요.

그러나 그 늙은이는 말을 듣지 않고 끝내 강을 건느다가 물에 떠내려갔사와요. 그의 안해는 너무 슬퍼서 목놓아울다가 자기도 물에 몸을 던졌사와요.

곽리자고는 집에 돌아와서 자기가 본 슬픈 사연을 안해에게 이야기했사와요.

려옥은 두 늙은이의 슬픈 사연을 공후의 곡에 맞추어 노래를 지어불렀사와요.

그때부터 우리 너르개사람들은 누구나 눈물을 흘리며 이 노래를 불렀사와요.》

부루의 얼굴에 진심으로부터 감동의 빛이 어렸다.

《참 애달픈 사연이 깃든 노래로구나.》

나이에 비해 너무도 의젓한 소년의 훤한 모습을 올려다보는 소녀의 눈에 선망의 빛이 어렸다.

그러나 소녀는 자기앞에 앉아 주의깊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 소년이 이 나라의 대를 이을 세자라는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다.

소녀는 그때부터 무술을 닦는 소년들과 친숙해졌다.

하루종일 산을 치달으고 검을 휘두르느라 지친 소년들은 저녁이면 너르개기슭의 나루막에 찾아와 노을이 불타는 강물우에 울려가는 소녀의 노래를 들으며 아름다운 무지개꿈이 아롱진 유년시절을 바래웠다.

소녀의 노래는 부루에게 여직껏 알지 못했던 백성들의 기쁨과 슬픔이 엇섞인 생활을 깨우쳐주었으며 백성들의 정서에 대한 첫 련민의 정을 심어주었다.

어느덧 3년세월이 흘렀다.

살같이 내달리는 너르개 강물과 함께 흘러간 세월속에서 소년들은 뛰여난 무술을 갖춘 헌헌장부로 자랐고 여윈 참새같던 소녀는 예쁘장한 처녀로 자랐다.

린근마을의 자랑인 그의 노래소리는 점점 더 아름답고 우아한 선률로 무르익어갔다.

무술련마를 끝내고 궁궐로 돌아갈 때가 된 어느날 부루는 처녀에게 물었다.

《우리 궁안에 들어오는게 어떠냐?》

부용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손톱눈만 뜯었다.

《우리 궁엔 노래 잘하는 아시들도 있고 공후랑 피리랑 잘 다루는 악공선생들이 많단다.

부용이도 가면 훌륭한 악공이 될수 있을거다.》

《비천한 소녀의 몸으로 제가 어찌 감히 그런 행운을 바랄수 있겠나이까.》

《아니다. 여기에 묻혀두기엔 너의 재주가 너무도 귀한것이구나.》

애젊은 세자는 진정으로 처녀에게 청했다.

부용이 항상 곁에 있어 그의 노래를 아침저녁 들으며 지낼수 있다면…

그러나 부용은 당돌하게도 세자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궁궐안에 돌아와 호가의 벼슬을 지니고 아버지 단군의 오른팔로 일하기 시작했으나 부루는 나루마을의 부용이 자꾸 머리속에 떠오르는것을 어찌할수 없었다.

하루는 그의 부탁으로 나루마을에 다녀온 웅소가 하는 말이 그 처녀가 시집을 갔다는것이였다.

《신랑은 어떤 사람이라더냐?》

《나루에서 갓 배를 다루기 시작한 젊은 사공인데 이름은 아무신이라 부르옵니다.》

한동안 허전한 마음을 달랠수가 없었다.

그 아까운 재주를 그렇게 묻히고만단 말인가.

낯익은 산길을 따라 나루마을에 접어들었다.

새둥지같던 나루막이며 옛 나루터는 흔적도 없다.

넘실거리는 물파도에 허리까지 잠긴 소소리높은 오리나무우듬지가 그곳이 옛 나루터라는것을 가리켜주고있었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말머리를 돌리는데 웅소가 소리쳤다.

《세자마마, 저길 보시오이다.》

아람산봉우리에 사람들이 하얗게 덮여있었다.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님아 가람 건느지 마소


가슴이 후두두 뛰였다.

어느새 산봉우리에 달려올라갔던 웅소가 다시 달려내려오며 웨친다.

《세자마마, 나루마을사람들이오이다. 옳소이다. 옳았소이다.》

《뭐가 말이냐?》

《하랑에게 노래를 배워주었다는 그 녀인이 그때 그 부용이 옳았소이다.》

몇순간이 흐른 뒤 부루는 앞에 소곳이 서있는 녀인을 보았다.

십여년의 세월도 녀인에게서 야무지고 명랑하던 소녀시절의 흔적은 앗아가지 못하였다.

《부용, 그대는 나를 알아볼수 있느뇨?》

《세자마마, 다시 뵈옵는 소녀 황공한 마음뿐이오이다.》

《이번 란리에 용케 몸을 건졌소그려. 그래 무엇을 하고있느뇨?》

《제를 지내고있소이다.》

높은 소나무아래 제상을 차려놓고 물에 떠내려간 사람들의 명복을 비는 시신도 없는 장례였다.

닥쳐드는 재난과 불행에 거멓게 그슬린 얼굴들이 소용돌이치며 흘러가는 강물결과 그우에 드리운 침침한 하늘아래 설음을 토하며 통곡하고있었다.

부루는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너무 슬퍼 말라. 살아서 이 땅의 목숨을 이어가야 할 일이 그대들에게 맡겨져있다. 저 아사달산아래 새땅이 그대들을 기다리고있으니 마음을 굳게 먹고 그곳으로 가서 새 도읍을 일떠세워보자.》

《세자마마, 부디 이 천한 백성들의 소원을 들어주시옵소서.》

한 사나이가 부루앞에 나선다.

《무슨 소원인고?》

《사공 아무신이라 하옵니다.》

강바람과 고된 일에 그을린 검붉은 얼굴에 순하게 생긴 눈이 어글어글한 삼십대의 건장한 사나이였다.

《그대가 아무신인고.》

부루는 새삼스런 마음으로 사나이를 여겨보았다.

아무신은 이번 물란리에 마을이 겪은 참상을 부루에게 이야기했다.

마을이 몽땅 떠내려가 수십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사랑하는 안해와 아이들을 잃은 사람들도 있고 온 가족이 물을 피해 지붕우에 올라앉아있다가 통채로 떠내려간 집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지 않고 무너진 집재목들과 가산들을 물속에서 건져내여 산기슭에 움막집들을 지으면서 마을을 다시 일떠세울 의논들을 하였다.

《세자마마, 이 땅은 하늘이 우리의 첫 임금님을 내려보내준 신령스런 땅이오이다. 우리 백성들은 나라님을 받들어 조상대대로 이 땅을 뚜지고 씨를 뿌려서 오곡을 가꾸며 살아왔소이다.

우리가 이 땅에 눈물인들 흘리지 않았겠소이까. 피땀인들 묻지 않았겠소이까. 그런데 이 땅을 버리다니…》

《마음을 가다듬으라. 그대들의 아픈 마음을 내 모르는바 아니다. 그래 수마가 휩쓸고 간 이 빈터우에 맨주먹뿐인 그대들이 장차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고. 하늘이 흉을 점지해준 이 땅에 다시 재앙이 들이닥치지 않을는지 그대들이 어찌 알겠느뇨.》

《세자마마, 날새와 짐승만 울부짖던 이 땅에 보금자리를 꾸리고 첫 나라를 일떠세운 조상들의 후손인 우리들이옵니다.

조상들의 뼈와 넋이 묻힌 이 땅을 버리고 가느니 차라리 저 너르개물에 몸을 던지고마는것이 낫다고 생각하오이다.》

부루의 눈섭이 곤두섰다.

《무엄한지고. 저 미쳐날뛰는 수마를 그대들이 길들일수 있단 말인고.》

《길들일수 있소이다. 세자마마.》

《어떻게?》

《소인이 십수년간 너르개에서 배를 다루었기에 이 주변의 지세며 물의 흐름새와 성깔을 손금보듯 잘 알고있사옵니다.

아람산 맞은편 저 기슭에서부터 두루섬 남쪽기슭까지 뚝을 쌓고 물길을 다스리면 능히 큰물도 가둘수가 있소이다.》

확신에 찬 사나이의 말에 부루는 미처 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

《부용, 그대의 생각도 그러한고!》

부용의 사려깊은 눈빛이 세자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헤아려보는듯싶었다.

《세자마마, 부디 이 땅의 백성들의 힘을 믿어주시옵소서.》

궁궐로 돌아오는 부루의 마음속에는 그 노래가 울리고있었다.


님아 가람 건느지 마소

그예 님이 거느시네

물에 들어 싀오시니

어저 님아 어이하리


유년시절 그에게 백성들의 한과 설음을 깨우쳐준 노래의 구절구절은 그에게 이 땅을 버리고 가지 말라고, 이 땅을 버리지 않겠노라고 웨치는 이 나라 겨레의 부르짖음으로 들려왔다.

그렇다. 이 땅은 그의 선조들이 동방에 첫 나라를 세운 건국의 위업이 깃든 땅이며 자랑스런 단군의 장손으로 그를 낳아준 땅이였다.

나라와 겨레의 생존을 잇게 하며 이 땅을 가꾸어온 백성들의 기쁨과 설음이 깊이 얽힌 땅이였다.

조상과 백성의 얼이 뿌리박힌 이 땅을 버리고 어디로 가서 새 나라를 일떠세운단 말인가.

궁궐로 돌아온 부루는 단군에게 낮에 보고 들은 그 모든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단군은 아들의 말을 깊이 새겨들으며 감동깊은 어조로 말했다.

《얼마나 갸륵한지고. 조상의 뼈가 묻힌 이 땅을 버릴수 없다는 겨레의 마음이 얼마나 귀한것이뇨. 그 마음이 이 나라의 주추돌이 되고 기둥이 되여 조선을 받들어 세운것이다. 우리 조상들도 나에게 이 땅을 물려주실 때 백성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이라 하셨거늘 백성의 뜻을 저버리는것은 곧 하늘의 뜻을 저버리는것이니라. 부디 세자는 그것을 잊지 말지어다.》

부루는 아버지에게 깊이 머리숙여 아뢰였다.

《소자 깊이 깨달았사오니 백성의 힘을 믿고 물을 다스리겠나이다.》

《잘 생각했다. 기어이 그 뜻을 이루어보도록 하라.》

그날부터 부루는 치수사업에 달라붙었다.

우선 물이 미치지 못하는 산기슭에 움막들을 짓고 한지에 나앉은 백성들을 옮겨다 살게 했다.

그리고 강기슭에 뚝을 쌓고 물길을 다스리는 일에 온 도읍사람들을 일떠세웠다.

어려운 일이였다.

련이어 덮쳐드는 굶주림과 병마에 사람들이 무리로 쓰러져갔으나 치수사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간고한 노력끝에 드디여 5년만에 치수사업이 완성되게 되였다.

그해에 다시 대홍수가 덮쳐들었으나 부루나는 재난을 겪지 않았다.

함박메마루에 올라 해빛이 쏟아져내리는 푸른 하늘아래 싱싱히 살아오르는 전야와 고요한 마을들을 굽어보며 부루는 감개무량함을 어찌할수 없었다.

《백성의 힘은 하늘을 이기는구나.》

동방에 첫 국가를 세운 선조들이 물려준 존엄높은 땅, 자기와 후손들이 대를 두고 지켜갈 이 땅에 슴배인 진리를 깨우쳐준 백성들에게 그는 진심으로부터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싶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민족의 첫 뿌리가 내린 부루나를 지키고 찬란한 문화를 창조하여온 백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자손손 전하여온다.


김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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