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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 회


돌아온 용사


7


다루는 말등에서 무거운 가죽부대를 끌러 단군의 발밑에 가져다놓고 엎드리였다.

《환웅의 아들로 태여나시여 박달땅의 나라님이 되신 단군왕검이시여. 북방의 한피줄 추장들이 삼가 드리는 흙과 물을 받으시오이다.》

단군은 두손을 땅바닥에 꽉 댄채 일어나지 못하고 흐느끼는 다루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일으키였다. 그리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로 엄숙히 입을 열었다.

《그대들의 무훈을 하늘에 알리여 삼신의 영원한 축복을 받게 하라. 오, 나라를 사랑하는 삼백용사들의 죽음은 박달누리에 영광을 가져왔나니 그대들의 이름은 늙은이들의 옛말속에 깃들어 길이 전해지고 아이들의 노래속에 길이 빛나리라.》

《단군왕검님, 삼신의 은총을 입어 태여난 이몸 돌아오지 못한 삼백용사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려니 저의 령혼을 축복해주소서.》

《음?!…》

단군은 번개같이 팔을 움직여 옆구리를 더듬으며 청동단검을 찾는 다루의 손을 꽉 붙들었다.

《젊은 용사여, 이 무슨 허망하고 부질없는짓인가. 죽음도 초월하여 돌아온 그대가 어인 일로 비수를 잡으려 하는고?》

다루는 단군의 억센 손아귀에 잡혀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애원하는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

《단군왕검님, 저의 소원을 풀어주소서. 하늘나라에서 삼백용사들이 저를 기다리오이다. 돌아오는 길이 멀고 험해 때로는 죽음의 기로에도 들어섰으나 삼백용사들의 무훈과 나라의 영광인 흙과 물을 박달사람들에게 전하지 않고서는 죽을수 없어 돌아온 이 몸 이제는 그들의 곁으로 돌아가야 하나이다.

몸은 비록 박달누리에 있으나 저의 령혼은 이미 삼백용사들과 함께 있소이다.》

《오, 삼신이시여,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고.》

《단군님, 길이 축복을 받으소서.》

다루는 청동단검을 뽑아 자기의 가슴부위에 힘껏 박았다.

그리고 입가에 소리없는 웃음을 띠우며 제단우에 천천히 쓰러졌다.

이때였다.

가슴을 찢는듯 한 비명을 울리며 한 처녀가 달려나왔다. 처녀는 쓰러진 젊은이의 몸우에 엎어져 피타는 목소리로 통곡하였다.

《다루, 기다렸어요. 일일천추 당신의 귀로만을 빌며 세월을 보냈는데… 돌아와서 쓰러지면 전 어찌하란 말이오이까. 아, 다루!》

아시내였다. 다루를 껴안은 아시내의 온몸은 뜨거운 피로 젖어들고있었다.

《다루, 가시려거든 절 데리고 가시오이다. 저도 같이 가겠소이다.》

아시내의 손에는 다루의 피묻은 단검이 쥐여있었다.

《안되오. 아시내, 죽어도 다루와 같이 묻힐수 없소.》

아시내는 홱- 고개를 돌렸다. 마웅가가 허둥지둥 걸어와 아시내와 단군사이에 무릎을 꺾고 앉았다.

《환웅천왕의 신성한 법도를 빌어 아뢰나이다. 아시내는 죽어서는 안될 저의 사람이오이다. 그는 저의 혼인례물을 이미 받았사오니…》

《거짓말!》

아시내가 절망적으로 웨쳤다. 그러자 마웅가는 이미 내뱉은 말을 다시 고치였다. 그는 실성한 사람같았다.

《아니, 혼인례물을, 값진 재부와 노예, 가축들을 보내려 하오니 그는 죽어서도 다루의 무덤속에 함께 묻힐수 없나이다.》

마웅가는 두손을 마주 쥐고 비틀었다. 그의 툭 불거진 눈가에서는 이루지 못한 사랑과 질투가 섞인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단군은 두눈을 크게 떴다. 고개를 쳐든 단군의 얼굴에는 엄엄한 기상이 어렸다.

《아시내, 그게 사실인고? 죽은 사람의 무덤에는 삼신께 서약한 그의 짝만이 묻힐수 있노라.》

아시내는 애원하는 눈길로 단군을 우러렀다.

《인자하신 단군님, 저를 죽어서도 다루의 곁에 묻히게 해주옵소서. 저는 이미 팔찌를 사랑하는 님에게 주어버렸소이다. 다루장부가 북쪽으로 떠나던 날 삼백의 용사들앞에서 팔찌를 주며 그의 짝이 될것을 삼신앞에 엄숙히 서약했나이다.》

《팔찌를 찾도록 하여라.》

단군의 량옆에 섰던 두 호위군사가 다루의 가슴을 헤쳐 팔찌를 찾아내였다. 헤아릴길 없는 고난과 걸음마다 덮쳐드는 죽음앞에서도 빛을 잃지 않은 팔찌였다. 단군은 엄숙한 눈길로 아시내를 보았다.

《오, 박달누리의 자랑이며 아름다운 꽃인 나의 딸아, 너는 삼신의 품에서 사랑하는 님을 만나리라!》

《단군님, 감사하오이다.》

아시내는 오른손에 쥔 피묻은 청동단검을 심장부위에 힘껏 박았다.

《아!》

《아시내- 애-》

《오, 거룩하신 삼신이시여, 두 령혼을 받아주옵소서.》

사나이들의 황소영각같은 울음소리와 녀인들의 째지는듯 한 통곡소리가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단군의 목소리가 슬픔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머리우로 울려갔다.

《울음을 멈추고 북을 울려라. 삼신의 품을 찾아가는 두 령혼을 축복하여라. 인간이 신선으로 되는 이 순간을 새겨안으라. 여봐라. 여기에 박달땅의 가장 아름다운 두 꽃송이가 누워있나니 내 이들을 위해 고인돌무덤을 높이 세워주리라. 비바람에도 풍화되지 않고 해와 달의 바뀜에도 변함이 없는, 사람들의 영원한 추억이 그들의 수호신이 되게 하리로다. 더 높이 북을 쳐라!》

둥! 둥! 둥!

북소리가 부루나의 산과 들에 우렁차게 울려갔다.


김세민, 손광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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