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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8 회


제6장 대의서 《향약집성방》과 《의방류취》


6


로중례는 비위병과 해소, 리질, 허리증 등과 같은 오장륙부의 질병들을 치료하는 과정에 부인병과 소아병에 자주 맞다들리군 하였다. 그러한 일들은 무시할수 없을 정도로 허다하였다.

언젠가 허리증을 앓는 로인을 치료하러 갔을 때였다.

허리가 시큰하여 전혀 쓰지 못하는 로인은 허리아픔으로 하여 자리에 누워 끙끙 앓음소리를 내면서 대소변도 집안에서 요강에 보군 하였다.

이것은 지금까지 자주 쓰이여온 약물치료가 아니라 침, 뜸치료의 대상이였다. 로중례는 약처방뿐아니라 침술도 그에 못지 않게 능하였다.

로인의 허리를 만져보니 떵떵하게 굳어져있었다.

《어이구, 허리가 성성해야 일을 할터인데 이 일을 어쩌면 좋수. 의원님, 꽤 고칠수 있을가요?》

로중례는 이러한 침술에는 얼마든지 자신이 있었다.

《로인장, 걱정마시오이다. 침 한번이면 알아볼것이오이다.》

《아니, 한번에요?》

잘 믿어지지 않는지 로인의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로중례는 떵떵하게 굳어져있는 허리근육을 엄지손가락끝으로 힘을 주어 누르기 시작했다. 어느 한곳에 이르니 《으흑!-》 하는 비명소리를 내며 로인이 몸을 비틀어댔다. 이런 곳을 아시혈 또는 압통점이라고 한다. 로중례는 그 점을 먹으로 표시하였다. 이렇게 상한 허리부위를 촘촘히 눌러보아 네곳의 압통점을 찾아내였다. 그 다음 그곳에 능숙한 솜씨로 침을 놓았다. 이와 동시에 오금부위의 위중혈에도 침을 놓았다. 위중혈은 허리증에 쓰이는 특효혈이였다. 침을 놓은 다음 침자루를 자주 긁어 센 자극을 주었다. 이각정도 지난 다음에는 침을 뽑고 그 자리에 커다란 부항을 붙이였다. 부항이 허리근육을 힘있게 물고 아시혈부위의 침구멍을 통하여 시꺼멓게 죽은 피를 빨아냈다. 또다시 이각이 지나 부항을 떼니 죽은피가 적지 않게 흘러나왔다.

《로인장, 한번 일어나 앉아보시오이다.》

며칠동안 누워만 있던 로인은 일어나 앉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일없소이다. 마음놓고 일어나 앉아보시오이다.》

로인이 조심스럽게 일어나 앉았다.

《이젠 서보시오이다.》

로인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일어섰다. 그의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이거 정말 다 나은게 아니우? 침을 놓기 전에는 허리가 너무 아파 일어나 앉지도 못했댔소이다. 참, 정어른의 침술은 귀신 한가지로소이다.》

로인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로중례의 침구술에 완전히 넋을 잃다싶이 한것이다.

《가만, 정어른. 우리 며늘아이도 한번 좀 봐주시질 않겠소이까?》

《어델 앓소이까?》

《나처럼 허리가 아파서 그러질 않소이까.》

《네, 한번 봅시다.》

로인이 웃방에 있는 며느리를 불러냈다.

20대 중반인 며느리가 수집음을 잔뜩 머금고 내려와 나부시 앉았다.

며느리의 맥을 보던 로중례가 놀란 기색을 짓고 물었다.

《아니, 임신중이 아니오이까?》

며느리의 얼굴이 불시에 붉어졌다.

《네, 그렇소이다.》

두눈을 쪼프리고 심혈을 기울여 맥을 보던 로중례가 입을 열었다.

《로인장, 며느리의 허리아픔은 로인장과는 다르오이다. 태동불안으로부터 오는 허리아픔이오이다.》

《태동불안이라니요?》

《네, 태기가 불안해지면서 아래로 처지면 허리와 배가 아프게 되지요.》

로인이 불안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럼, 그것도 침을 맞아야 하오이까?》

《아니오이다. 임신부들에게는 망탕 침을 놓으면 안되오이다. 침혈을 잘못 잡아 침을 놓으면 류산할수 있소이다. 제가 약을 지어올리리다.》

로중례는 두속단을 처방하였다.

로중례의 예견대로 열흘이 지나자 그의 태동불안이 깨끗이 없어졌다.

그로부터 두달이 지난 어느날 며느리에게 정성이 지극한 로인이 다시 며느리를 데리고 로중례를 찾아왔다.

《정어른, 태기가 정상인지 봐줄수 없소이까? 내 그전에 들은바에 의하면 다섯달정도 되면 쉽게 애가 떨어질수도 있다고 하던데…》

류산될가봐 걱정이 되여 하는 말이였다. 아닌게 아니라 맥을 짚어보니 태아가 편안치 않았다. 정말 이대로 방심하면 류산할수도 있었다. 안태시켜야 하였다.

로중례는 지체없이 궁궁음자를 처방해주었다. 이 처방은 태동불안이 있으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한데 쓰인다.

임신 열달이 되니 로인이 며느리를 데리고 또다시 나타났다.

《예전에 듣자니 해산할 림박에 배안에서 애기가 죽는 일도 있다 하던데 좀 봐주십사 하고 왔소이다.》

무척 잔걱정이 많고 다심한 로인이였다.

로중례는 임신부의 얼굴과 혀를 세밀히 관찰한 후 자신있게 입을 뗐다.

《로인장, 걱정마시오이다. 며느리도 일없고 태아도 정상이오이다. 태아가 죽었을 때에는 임신부의 얼굴빛은 붉고 혀는 퍼렇게 되오이다. 이와 반대로 임신부의 얼굴이 푸르고 혀가 붉으면 산모는 위급하나 태아는 살수 있소이다. 허나 로인장의 며느리에겐 그런 증상이 하나도 없소이다.》

그제서야 로인은 희색이 만면하여 돌아갔다.

며칠후 로인의 며느리는 순산하여 떡돌같은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였다. 순산은 하였으나 어이된 일인지 산모에게서 젖이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 갓난아이는 배고픔에 밤새 보채였다. 산모도 시부모들도 밤새 울어대는 갓난아이의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면서 어쩔줄을 몰라하였다.

로인은 또다시 로중례를 청하였다.

같은 병이라 하여도 병자별로 체질을 갈라 치료하는것은 로중례가 일관하게 내세우고있는 치료원칙이였다. 여기에 뛰여난 치료효험을 내는 중요비결이 있는것이다.

이것은 젖부족증에서도 례외가 되지 않았다.

로중례는 산모의 체질과 병증상을 세밀히 진찰하였다. 젖이 나오지 않는 증세도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기혈이 너무 왕성하여 젖이 몰리면서 막혀서 나오지 않는 경우인데 이때에는 으름덩굴(통초)이라는 약초를 써서 통하게 해주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산모의 몸이 약하여 기혈이 허약해지면서 젖이 줄어들어 나오지 않는 경우인데 이때에는 돼지발쪽 한개, 으름덩굴 쉰돈을 달여 그 즙을 먹거나 붕어와 으름덩굴을 달여 즙을 내여 먹으면 인차 젖이 나온다.

그러나 로인의 며느리는 너무도 몸이 허약하였다. 체질이 천성적으로 약하고 기혈이 허약하여 젖이 말라버린것이였다. 이런 정도는 돼지발쪽정도로써는 안되였다.

로중례는 돼지발쪽과 으름덩굴을 쓰면서 사물탕을 써주었다.

며칠후부터 산모에게서 젖이 나오기 시작했다. 산모는 물론 시부모들도 너무 기뻐 환성을 질렀다.

며느리의 임신시작으로부터 해산, 갓난아이키우기 등 전 과정을 통하여 로중례의 의술을 직접 목격한 로인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 정어른은 과시 명의중의 명의로소이다. 어쩌면 그렇게 하나도 막히는 병이 없소이까?》

로중례는 이와 같은 부인병과 갓난아이병을 수없이 목격하고 치료하면서 부인병과 산과병, 갓난아이병에 대한 의서가 꼭 있어야겠다는것을 절감하게 되였다.

로중례는 또다시 붓을 들었다.

《향약집성방》의 집필을 끝낸지 얼마 되지 않는 때였다.

지금까지 치료해온 부인병, 산과병, 갓난아이병에 대한 치료자료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붓을 달리였다.

로중례는 이 의서를 쓰면서 약초탐색의 길에서 떨어져 류산한 연미를 생각하였다.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달아올랐다.

의서의 제목은 《태산요록》이라고 달았다. 상권과 하권으로 된 이 의서에서 상권은 태산문, 하권은 영아장호문으로 구성하였다.

태산문에서는 임신부와 산모들이 섭생에서 금해야 할것과 조심해야 할것 등 여러가지 내용들을 21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비교적 구체적으로 주었으며 영아장호문에서는 갓난아이들의 간호와 영양방법, 소아변증, 갓난아이에게 생기는 질병과 발육부전에 따르는 치료법들을 28개의 항목으로 나누어주었다.

드디여 《태산요록》은 1434년에 완성되였다.

로중례는 또다시 큰일을 해제끼였다.

가슴속에는 희열과 긍지가 한껏 어려들었다.

문득 또다시 연미의 모습이 떠올랐다. 비록 자기 안해와 자기 아이는 덕을 보지 못하였지만 이 나라의 녀인들과 갓난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여한이 없었다.

그 이후 《태산요록》은 녀의양성의 주요교재로 산과의들과 조산원들의 귀중한 참고서로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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