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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6 회


제6장 대의서 《향약집성방》과 《의방류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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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중례는 근 2년동안 하루도 쉬임없이 붓을 달려 《향약집성방》의 집필을 완성하였다.

전 85권에 달하는 의서가 무둑히 쌓여졌다.

우리 나라의 3대고려의학고전(《향약집성방》, 《의방류취》, 《동의보감》)에서 첫번째로 되는 의서가 드디여 고고성을 터뜨린것이다.

로중례는 박윤덕과 유효통의 손을 뜨겁게 잡았다.

《우린 끝내 해내였소. 그새 정말 수고가 많았소.》

박윤덕과 유효통도 격정에 넘쳐 부르짖었다.

《아니, 정과 함께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힘으로써는 어림도 없었소. 정말 그새 로고가 많으셨소.》

실로 그러하였다. 박윤덕과 유효통은 집필기간에 로중례의 불같은 의지와 뜨거운 정열, 완강한 의지를 줄곧 놀라운 눈길로 지켜보아왔었다. 안해를 잃고 크나큰 번뇌와 상실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어데서 그와 같은 완강한 의지와 불같은 정열이 샘솟듯 하는지 도저히 리해가 되지 않았다. 기실 박윤덕과 유효통은 자기들의 학식과 문장력으로써 의서집필에 한껏 몸을 잠그었지만 량반출신으로서 언제 한번 로중례와 같이 가난한 생활을 해본적이 없었으며 이 땅과 이 나라, 자기의것의 귀중함을 뼈저리게 절감해본적이 없었다. 이것이 바로 정신과 의지에서 커다란 차이를 가져오게 하였다.

로중례는 소중한 《향약집성방》의 갈피갈피를 한장한장 번져나갔다. 자기의 의도대로 만족스럽게 집필되였다. 총 85권으로 된 의서는 1권부터 75권까지는 림상치료편으로 되여있었고 76권부터 85권까지는 약학편으로 되여있었다. 림상치료편에서는 내과, 외과, 이비인후과, 부인과, 소아과 등 각 과에 해당하는 모든 질병들을 54문에 959개의 병증으로 나누어주었으며 여기에 들어가는 처방들과 민간료법만 하여도 1만 700여개나 되였다.

로중례의 뜻대로 이 모든 처방들은 우리 나라에서 나는 약초로 구성된 처방을 기본으로 하여 주었고 개별적인 약초들은 민간에서 부르는 이름과 함께 산지까지 상세하게 밝혀주었다.

약학편의 총론에서는 처방구성과 약 만드는 법, 약을 먹는 법, 약의 용량과 함께 205종의 약초들에 대한 법제방법을 구체적으로 주었다.

각론에서는 우리 나라 약재를 기본으로 하여 광물성약재 105종, 식물성약초가운데서 뿌리와 전초를 쓰는 약재 189종, 껍질과 진, 열매를 쓰는 약재 65종, 과실류약재 27종, 짐승을 기본으로 하는 동물성약재 130종, 벌레와 물고기약재 80여종을 상, 중, 하로 나누어주었고 그밖에 알곡류약재 36종, 남새류약재 42종 등 694종의 약재를 상세하게 주었다. 매 개별적인 약재들은 거의다 우리 나라에서 나는 약재들로서 약이름과 향명(민간에서 부르는 향약이름)을 주고 약의 특성, 효능, 맞음증, 채취시기, 가공법제방법, 배합금기 등에 대하여 여러 문헌자료들을 인용대비하면서 내용을 풍부하게 주었다.

실로 《향약집성방》은 명실공히 우리의 향약을 지키고 빛내여나가려는 뜨거운 넋이 그대로 어려있는 향토애, 조국애의 결정체였다.

그리고 명나라약재에 대한 수입병을 떼고 자기의 약재를 지켜나가는데서 사변적인 의의를 가지는 의서였다.

1433년 6월 임진일 이 사실이 세종왕에게 보고되였다. 세종왕은 문장가로 알려진 권채에게 《향약집성방》의 서문을 쓰도록 하였다.

《세종실록》 60권 15년(1433년) 6월 임진일조에는 《향약집성방》의 서문이 다음과 같이 기록되여있다.

서문은 이러하였다.

《…대체로 백리어간에는 풍습이 같지 않고 천리어간에는 풍토도 같지 않아서 풀과 나무가 생장하는것도 각각 적응한 곳이 있고 사람이 먹고 마시고 즐겨하는것도 습관된것이 있는 법이다. 이로부터 옛날의 성인들이 백가지 풀의 맛을 보고 사방 사람들의 성질에 순응하여 병을 다스렸던것이다.

생각컨대 우리 나라는 하늘이 한 지역을 만들어서 동방을 차지하게 하였으므로 산과 바다에는 보물이 흔하고 풀과 나무에서는 약재를 만들어낼수 있어서… 백성들의 병을 치료할수 있는것이 전부 다 갖추어져있다.

그렇지만 예로부터… 자기의것을 홀시하고 남의것을 넘겨다보면서 병이 나면 꼭 얻기 어려운 명나라의 약만 찾으니 이것을 어떻게 갑자기 구할수 있겠는가? 그러기에 약은 구해내지 못하고 병은 벌써 고칠수 없게 되는것이다.

그런데 민간의 옛 늙은이들은 한가지의 약초로 한가지의 병을 치료하여 신통한 효력을 내고있으니 이것이 어찌 적응한 토질의 약을 병에 알맞게 쓴것이 아니겠는가? 대체로 천리를 멀다하지 않고 곱아든 약손가락을 펴보자고 의원을 찾아가는것은 사람들의 보통심정인데 더구나 제 나라를 벗어나지 않고도 병을 치료할수 있는것이야 말할것이 있겠는가? 다만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것이 걱정이다. …

그러나 명나라에서 나는 의서가 얼마 되지 않는데다가 약이름도 명나라의것과 다른것이 상당히 많기때문에 의원노릇을 하는 사람들이 구비되지 못한 점을 개탄하는 일이 없지 않았다. …

신해년 가을에는 집현전 직제학 유효통, 전의감 정 로중례, 부정 박윤덕 등에게 지시하여 다시 우리 나라 약처방을 모으고 여러가지 의서들을 모아서 빠짐없이 수집하여 분류하고 보태여 한해 남짓하게 걸려서 끝내였다.

결과에 이전의 병증상은 338가지였지만 이번에는 959가지로 되였고 이전의 처방은 2 803가지였다면 이번에는 1만 706가지로 되였다. 뿐만아니라 부록으로 침놓고 뜸뜨는 법 1 476조목과 우리 나라 약재 및 제약법을 덧붙여 총 85권을 만들어 바쳤다.

이것을 〈향약집성방〉이라고 하고 발간하여 널리 반포하기 위하여 권채에게 서문을 쓰게 하였다. …

옛날 임금들중에는 자신이 직접 약을 지어주기도 하고 혹은 턱수염을 깎아 약에 타먹이는 등 한사람에게만 은혜를 베풀어도 후세사람들이 오히려 칭찬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한번 의서를 편찬하여 처방을 널리 보여줌으로써 모든 백성들에게 영원토록 혜택을 베푸는것만 하겠는가. 그 규모에 있어서나 혜택에 있어서 비할바가 못된다.

이제부터 이 의서에 의하여 약을 먹고 효력을 얻어서 신음하던 환자가 일어나고 죽어가던 환자가 소생하여 오래도록 살게 되면서 끝없이 화목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키게 될것이다.》

로중례의 집에 85권에 달하는 《향약집성방》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김자견이 그 책들을 들어 한페지한페지 펼쳐나갔다. 굵은 눈물방울이 후두둑 소리를 내며 의서의 페지마다에 떨어져내렸다. 그는 꺽꺽 목이 메여 뇌이였다.

《연미누이! 드디여 의서가 태여났소. 연미누이의 소원이 실현됐단 말이요. … 할머니! 의원님께서 끝내 우리 향약에 대한 의서를 완성해냈소이다.》

그곁에 둘러앉은 박해장과 로중례의 눈에서도 눈물이 번들거리고있었다. 소월은 옷고름으로 눈굽을 찍어내며 무둑히 쌓여있는 의서를 하염없이 바라보고있었다.

그들은 모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먼저 간 오씨와 이날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연미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자기들의 고심참담한 땀과 노력이 헛되지 않은 기쁨과 격정으로 하여 눈물을 흘렸다.

자견이 격정에 넘쳐 부르짖었다.

《의원님, 정말 큰일을 하였소이다. 우리들의 절을 받아주시오이다.》

로중례가 황황히 두손을 내저었다.

《아닐세, 독불장군이라고 이게 어찌 내 혼자의 결과물이겠나? 자네들과 그리고 나를 도와준 수많은 사람들의 아낌없는 노력이 아니였더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

이들은 서로서로 뜨겁게 손을 부여잡았다.

이어 박해장이 권했다.

《이보게, 이렇게 큰 의서를 써냈으니 이젠 푹 쉬여도 되겠네. 그동안 얼마나 로심초사하였나?》

그의 말에 로중례는 도리머리질을 하였다.

《아닐세, 아니야. 앞으로 이보다 더 큰일이 남아있네.》

자견과 박해장은 깜짝 놀랐다.

《뭐?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사실 로중례는 《향약집성방》을 집필하면서 여가시간에 끊임없는 사색을 무르익혔다. 결코 《향약집성방》의 집필에 만족할수 없는 그였다. 우리의 의학을 온 세상에 추켜세우는 일이라면 뼈를 깎고 살을 저며내면서라도 달리고 또 달리고싶은것이 로중례의 심정이였다.

이와 같은 불같은 열정이 또다시 새로운 웅지를 낳게 하였다.

로중례의 머리속에서는 우리 나라 력사에서 두번째로 되는 3대고려의학고전의 하나인 전 365권에 달하는 방대한 량의 의서에 대한 구성안이 무르익어가고있었다. 그것이 바로 후날 《의방류취》의 이름을 달고 태여난 백과전서적인 의서였다.

로중례는 우리 나라에서 의학이 발생한이래 지금까지의 모든 의학성과들을 이 방대한 의서에 담아 종합체계화하려고 하였다. 이것은 우리 인민들이 수천년동안 이룩해놓은 수많은 고전의학의 성과들을 담은 의학대백과사전이였다.

로중례는 이런 자기의 구상에 대하여 자견과 박해장에게 말하였다. 자견과 박해장은 입을 딱 벌리였다. 《향약집성방》에 만족해있었던 자기자신들로서는 생각도 못할 일이였다.

《아니, 그 방대한 량의 일을 어떻게 혼자서 한단 말인가?》

박해장이 놀라와 묻는 말이였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로중례는 자신만만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음, 내게도 다 구상이 있네. 이제부터 구성안을 계속 무르익히고 방대한 종류의 의서들에 대한 자료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려 하네. 그리고 자료들이 충분하게 준비되여 기회가 성숙되면 그때에 가서 조정에 제기해서 여러 학자들을 동원할 생각이네.》

자견과 박해장은 새로운 눈으로 로중례를 바라보았다.

항상 자기들의 정신을 앞서나가는 로중례였다.

소월 역시 로중례의 말을 듣고 감심을 금할수 없었다.

그는 로중례의 손을 뜨겁게 부여잡았다.

《참 용타. 이 에민 이제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것 같구나. 난 네가 꼭 이 길을 끝까지 가리라 믿는다.》

로중례는 한줌으로 졸아든 소월의 거칠고 조골조골한 손을 꼭 잡았다.

《어머니, 자식으로서 구실을 제대로 못한 이 아들을 부디 용서해주소이다. 년로하신 어머니를 아직까지도 이렇게 고생만 시키오이다.》

소월이 머리를 저었다.

《아니야, 이까짓게 무슨 고생이냐. 네 일만 잘된다면 그 이상 큰 행복이 없느니라.》

잠시후 박해장이 머뭇거리다가 죄책감이 어린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보게, 우린 암만해도 자네곁에두 못 갈것 같네.》

《그건 또 무슨 소린가?》

《분주탕을 피우면서 이것저것 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마황을 찾지 못하질 않았나?》

그러자 로중례가 머리를 저었다.

《이보게들, 난 자네들이 마황을 찾으려 나섰고 또 그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는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고있네.》

실로 그러하였다. 전인미답의 고행길도 동행자가 있으면 한결 쉬운 법이다. 이런 길에서는 육체적인 고통과 부담을 이겨내게 하는 정신적인 의지점, 지지점이 큰 역할을 한다. 오씨를 잃고 연미를 잃음으로써 로중례는 그것을 잃었었다. 허나 로중례는 자견과 박해장이와 함께 허물없이 서로 의지하고 고무하며 한길을 걸어왔다. 지금도 마황을 찾으려고 나선 자견과 박해장의 소행은 로중례에게 큰 힘을 안겨주고있었다.

로중례가 간곡한 어조로 당부했다.

《희망을 잃지 말라구. 포기만 하지 않으면 꼭 마황을 찾을수 있을걸세.》

김자견이 나앉으며 열변을 토했다.

《의원님, 마황은 절대로 걱정하지 마시오이다. 온 나라를 다 뒤져서라도 그리고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꼭 마황을 찾고야말겠소이다.》

박해장도 호응하였다.

《옳네, 우린 끝까지 마황을 찾을걸세.》

로중례도 그들의 손을 꽈악 잡았다.

《고마우이, 고마와!》

《향약집성방》의 탄생은 조정과 온 나라에 향약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우리 향약을 받아들이는데서 획기적인 계기로 되였다.

우리 나라의 곳곳에 분포되여있는 방대한 종류의 약초들! 《향약집성방》을 자자구구 펼쳐보는 의원들은 깜짝 놀랐다. 정녕 우리 나라에도 이렇듯 많은 갖가지 약초들이 있었단 말인가?

이것은 의원들과 병자들의 가슴속에 뿌듯한 긍지감을 안겨주었다. 우리 나라 풍토에 맞는 약재여서 그런지 그 효험도 대단히 좋았다. 너도나도 향약을 찾았다.

결국 이것은 명나라약재에 대한 의존심에도 강한 타격을 주었다.

이것이 바로 로중례의 뜻이였고 목표였다. 이러한 현실을 자각하면서 로중례는 자기 일에 대한 크나큰 긍지와 자부심을 더욱 한껏 느끼며 다음 목표, 방대한 과제인 《의방류취》집필을 위한 자료작업과 구성안작성에 진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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