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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5 회


제6장 대의서 《향약집성방》과 《의방류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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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3년은 병조정랑 윤수에게 있어서 정보장사의 최전성기로, 백치상과 구문노에게 있어서는 모이주나 더 나아가서 녀진추장 리만주에게 최대의 실적을 보여준 절호의 기회로 되였다.

1432년말과 1433년초에 들어서면서부터 녀진족들의 침략과 략탈은 또다시 본격화되였다.

1410년의 1차원정에서 조선봉건정부는 동북개척을 저애하는 위험한 적대세력인 녀진족을 초기에 짓뭉개버리려 하였고 실지로 놈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 1차원정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고 넋을 잃었던 녀진족들은 1432년말과 1433년초에 들어서면서부터 또다시 본격적인 침략과 략탈을 진행하였다.

당시 세종왕은 조정의 대신들을 불러놓고 녀진들의 침입을 막는 문제와 관련하여 여러차례 토론을 거듭하면서 아퀴를 짓지 못하고 론의만 분분하였었다.

이 시기 교활한 녀진추장 리만주는 이 모든 침략과 략탈행위를 저들과 적대관계에 있던 다른 갈래의 녀진족인 홀라온올적합에게 죄를 넘겨씌우고 저들은 조선을 위하여 노력하는듯 위선을 부리였다.

그러나 조선봉건정부는 놈들의 이런 얕은수에 결코 속지 않았다.

새해인 1433년 정월에 들어와서도 조정은 녀진족의 침략과 그 방책상론으로 부글부글 끓었으며 결국 조정의 맹렬한 상론끝에 원정군이 편성되였다. …

정세가 바싹 긴장해지자 추장 리만주로부터 간자(간첩)들에 대한 독촉이 강해졌다. 모이주에게 온 긴급지령은 다음과 같은것들이였다.

우선 조정의 리만주에 대한 태도와 립장을 정확히 타진하라는것이였다. 즉 이번의 모든 침략과 략탈행위는 자기들과 적대관계에 있는 다른 갈래의 녀진족세력인 홀라온올적합에게 들씌우는 계략을 썼는데 조선봉건조정이 그에 속아넘어갔는가 하는것이였다.

다음은 녀진족에 대한 징벌조치와 원정이 준비되고있는지 어쩐지 하는것이였다. 이 문제는 추장 리만주에게 있어서 자기세력을 보호하며 생사를 판가름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하여 리만주는 이 정보의 수집에 금전을 아끼지 않았다.

급해난 모이주는 직접 자기의 간자를 백치상에게 파하였다.

간자는 백치상에게 모이주의 지시를 전달했다.

《모이주어른께서 현재 조정의 기밀을 무조건 알아내라 하셨소이다.》

백치상의 미간이 찌프러졌다.

《뭐, 무조건?》

그는 마깝지 않은 태도로 간자를 노려보며 입을 놀렸다.

《이보, 우리가 뭐 당신네 간자인줄 아우? 무조건이라구? 뭐 조정의 기밀자료가 항간에서 돌아가는 아낙네들의 말추렴인줄 아우? 설사 알아냈다 해두 값이 맞지 않으면 못 주겠소!》

간자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맞서다간 재미없을줄 아오.》

백치상은 코웃음을 쳤다.

《여보, 그만두! 좀도적과 같은 당신네들에게 대체 무슨 힘이 있소? 제 주대도 똑바로 못 세우는 주제에!》

백치상은 진실로 분산성과 동요성이 많은 이 족속들을 조소하고 경원시하였다. 이들 녀진인들은 국경을 침범하여 무자비하게 들이치고 략탈하였다. 그리고는 조정에 굽석거리면서 토산물들과 값진 물건들을 개여바치며 사죄를 하군 하였다.

백치상은 이런 족속들과 다만 정보장사로 돈을 벌기 위해 대상할뿐이였다.

그는 중얼거렸다.

(너절한 족속들! 내 돈만 아니라면 너따위들과는 상대도 안한다!)

백치상이 잔뜩 코대를 높이자 과연 간자는 녀진인답게 굽석거리며 낮추붙었다.

《아아, 괜히 성을 내시오이다. 서로 좋게 하자는 일이 아니웨까. 값은 충분히 드릴터이니 추장님이 요구하시는 기밀자료들만 알아주시우.》

간자가 돌아간 후 백치상은 은근히 윤수를 기다렸다.

윤수도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았다. 원정군의 편성과 이동, 병쟁기들의 상태 등에 대한 일체 기밀자료들은 병조에서 다루고있었다. 매눈과 같은 예리한 눈으로 윤수는 이 모든 동태와 자료들을 낱낱이 걷어쥐였다.

그리고는 지체없이 백치상의 집으로 향하였다.

백치상과 마주앉은 윤수는 단도직입적으로 들이댔다.

《오백냥을 내놓게.》

《뭐, 뭐요? 오백냥?》

너무도 어벌이 큰 량이였다. 아무리 정보의 가치가 크다 해도 백냥정도면 될것이라고 타산하고있었다.

백치상은 궁금증이 없지 않아 급히 물었다.

《대체 어떤 기밀이요?》

윤수는 이죽거리는 투로 대답하였다.

《이보, 자네들이 제일 알고싶어하는 소식들이네. 아마 북쪽에서 이 기밀을 눈이 빠지게 기다릴걸세.》

백치상은 불쑥 화가 치밀었다. 서슴없이 《자네들…》이라는 말로 자기를 녀진족으로 치부해버리는 윤수의 얄망스러운 처사가 자못 불만스러웠다.

(여우같은 놈!)

인간의 금새로 놓고보면 윤수같은 교활하고 파렴치한자는 없을것이다. 그런데 되려 우리를 눈아래로 내려다보면서 야인취급을 해대?

이것도 어찌 보면 량반의 고귀한 체면과 신분을 하늘처럼 여기는 윤수의 특징적인 거드름의 한 표현이였다. 그는 량반출신이 아닌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턱대고 천하게 여기는 습벽을 체질화하고있었다.

허나 백치상은 정보에 목이 걸린지라 내색하지 않았다.

윤수는 배포유한 자세로 주절댔다.

《그래 자네들이 알자고 하는것이 리만주추장에 대한 조정의 립장과 야인들에 대해 어떤 징벌조치가 취해지겠는가 하는게 아닌가?》

과연 귀신같은 놈이였다. 꼭꼭 가장 목메인 중한 문제들에 대하여 정통을 찌르군 하는것이다. 그래서 불만이 있어도 어쩌지 못하는것이다. 백치상은 얼른 일어나 장농속에서 묵직한 돈주머니를 꺼내 윤수의 앞에 놓았다. 윤수는 돈주머니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또박또박 정보를 토해냈다. 그 태도 역시 거만방자스럽기 그지없는 태도였다.

《야인추장의 수는 너무도 얕은수네. 모든 죄행을 홀라온올적합에게 들씌우느라 했지만 조정의 대신들과 전하께선 이것이 리만주추장이 한짓이라고 딱 짚어서 말했네. 그런즉 우리 조정과 전하께서 어떤 결심을 내렸을것 같나?》

백치상의 목젖이 꿀꺼덕하고 소리를 내였다.

(이놈이 벌써 우리 속을 다 들여다보고있구나!)

그는 긴장한 눈빛으로 윤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단호한 응징정략이 결정되였네. 이제 인차 원정군이 려연지방으로 출동하게 되네. 원정군은 평안도군사 1만명과 황해도군사 오천명으로서 도합 1만 오천명의 대군에 달하네. 총지휘는 평안도 절제사 최윤덕이 하네. 중군절제사는 리순몽이며 그의 수하에 2 515명의 군사들이 있네. 좌군절제사는 최해산이며 2 070명을 거느리고있네. 우군절제사는 리공이며 1 770명을 거느리고있네. 조전절제사 리징옥은 3 010명을, 조전절제사 김효성은 1 880명을, 조전절제사 홍사석은 1 110명을 거느리고있네. 총지휘자 최윤덕과 조전절제사 리징옥은 군사에 아주 밝은 장수들이네. 공략방안은 이미 다 분담되여있네. 그네들이 아마 잡도릴 단단히 해야 할거네. 그래, 어떻나? 이러한 무력앞에 야인들이 꽤 견딤즉 한가?》

백치상은 그제서야 머리를 끄덕거렸다. 정말 가치가 있는 정보였다. 돈 오백냥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원정군이 이제 곧 출발하는것이다. 정보도 제때에 팔아야 돈이 나오는것이다.

백치상은 급해났다.

《알겠소. 내 곧 조처하리다.》

구문노와 함께 황급히 일어나는 백치상을 윤수가 제지시켰다.

《아아, 덤비지 말게. 정세가 아무리 긴장해도 꼭 놓치지 말아야 할게 있네.》

백치상과 구문노가 눈이 휘둥그래져서 물었다.

《뭣이오이까?》

《앉게, 앉아.》

둘은 다시금 윤수의 앞에 벌렁 주저앉았다.

《내 말을 명심하게. 정보는 이제 곧 구문노가 북쪽으로 달려가 넘겨주면 되는게구, 이런 복잡한 때일수록 우왕좌왕하지 말아야 하네. 다시 강조하네만 내가 말하는 놓치지 말아야 할 문제란 바로 로중례에 대한 문제네. 난 절대로 그 버러지같은 놈이 신성한 우리 조정에서 머리를 쳐들고 득세하게 그냥 둬둘수 없네.

이건 나의 수치이며 우리 조정 문무대신들의 수치네.》

윤수의 뱁새눈에는 살기가 번뜩이였다.

《목적은 어떠하든 우린 로중례것들을 제끼는데서 같은 리해관곌 가지고있네. 지금 자견과 박해장이 아직도 계속 마황을 찾는다고 산발을 싸다니고있네. 이들의 행적은 내 수하에 있는 구실아치 한놈이 전문 쫓고있네. 마황을 찾았다는것과 같은 극단한 정황이 생기면 내 제꺽 통보해주겠네. 그럴 땐 지체없이 행동으로 넘어가야 하네.

자견과 박해장을 제낀 다음 적합한 기회를 봐서 로중례놈까지 완전히 제껴버려야 하네.》

윤수는 한숨 돌리고나서 계속하였다.

《왜 내가 자네들의 일에 사사건건 참견하는가? 그건 우리가 같은 배를 탔기때문이네. 우리들중 그 누구도 이 배에서 함부로 내릴수 없네. 그런즉 우린 끝까지 운명을 같이해야 하네. 내 정체가 폭로되는 날엔 자네들의 운명도 끝장이 나게 되며 또 자네들의 정체가 탄로되는 날엔 역시 내 신상도 무사치 못할거네. 그러니 우린 모든 분야에서 협력해야 하네. 로중례를 모함하는 일에서나 정보자료를 쥐는데서, 그리고 자신들의 정체를 교묘하게 위장하는데서도 말이네. 그래서 내가 자네들의 일에 구체적으로 관여하는거네. 내 말의 뜻을 알겠나?

우리가 왕자후나 연미를 제끼고도 무사한건 계책을 감쪽같이 꾸미고 기밀을 철저히 엄수했기때문이야. 그래서 조정에서 범인을 잡겠다고 나섰지만 종시 실마리를 쥐지 못하지 않았나? 그러니 앞으로의 일도 역시 감쪽같이 해치워야 하네. 특히 법맡은 관리들이 이즈음에 와서는 부쩍 각성하기 시작했으니 특별히 더 주의해야 하네.》

《알겠수. 정황만 제때에 통보해주슈.》

백치상은 윤수의 말을 긍정하였다. 그의 말은 모두 사실이였다. 그러나 백치상이 윤수를 절대적으로 믿는것은 아니였다. 윤수가 이렇게 적극적인것은 다 자기의 리해관계가 있기때문이였다.

허나 백치상은 자기가 해를 입지 않는 한 윤수의 말을 쫓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머리를 기웃하며 물었다.

《헌데 로중례놈은 관청에 박혀 대체 뭘 한다는것이오이까?》

《음, 꾹 박혀 무슨 의설 쓴다 하네.》

《의서요?…》

백치상과 구문노는 의아한 눈길로 마주 바라보았다. 그것이 무엇에 필요한지 잘 리해되지 않았던것이다.

이런 그들을 바라보며 윤수는 흔연스러운 어조로 계속했다.

《아, 그건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네. 그까짓 종이장에 글이나 끄적거리는게 무슨 큰일이겠나. 하여간 그놈들은 내가 자상히 살필터이니 준비나 잘하고있게나.》

윤수의 최대의 실수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는 의서의 의의를 너무도 모르고있는것이였다.

윤수가 돌아가자 백치상은 구문노를 급히 함길도의 모이주에게 파하였다.

구문노가 가져온 정보는 모이주를 거쳐 얼마후 추장 리만주에게 전달되였다.

그러나 워낙 거리가 거리인지라 정보는 원정군의 활동개시가 시작되여서야 도착하게 되였다.

어쨌든 백치상과 구문노는 이번 정보장사에서 윤수에게 준 오백냥의 본전은 제끼고도 이천냥의 돈을 더 옭아냈다.

드디여 원정군은 활동을 개시하였다. 원정군은 4월 10일 강계에 모였다가 4월 19일 이른새벽 압록강을 건너 리만주의 소굴인 파저강류역으로 쳐들어갔다. 19일 새벽 최윤덕이 거느린 부대는 건주녀진의 한 추장인 림합라의 소굴을 들이치고 4월 20일에 홍사석의 부대와 합류하여 팔리수로 진격하였다. 리순몽부대는 리만주의 소굴을 불의에 습격하였다.

리만주는 모이주의 련락을 늦게 받는 바람에 자기의 둥지에서 우리 군사들의 창칼에 처참하게 찔리워 아홉곳이나 상처를 입고 간신히 도망쳐 겨우 목숨을 건질수 있었다.

원정은 건주녀진침략세력의 우두머리인 리만주에게 큰 타격을 주고 그들의 내부모순을 조성하는데서 적지 않은 역할을 놀았다.

1433년 조선군대의 징벌로 큰 타격을 받은 건주녀진은 그후 겉으로는 조선에 귀순하는체 하였으나 이것은 리만주의 교활한 술책이였다. 한편 조정에서는 그들이 진심으로 귀순하는것이 아니라는것을 알고있었으므로 국경방비를 한층 더 강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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