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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4 회


제6장 대의서 《향약집성방》과 《의방류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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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조의 구실아치가 윤수에게 새로운 정보를 가져왔다. 그 정보란 김자견과 박해장이 다시금 마황탐색을 위해 한성이남의 산발들을 훑는다는것이였다.

윤수로서는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였다.

이즈음 윤수는 노래라도 부르고싶은 심정이였다. 참으로 정보란 얼마나 고귀한것인가. 그 정보의 덕으로 자기가 이번에 백치상이네와 손을 잡고 거사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또 저자신은 병조에서 나오는 기밀자료로 정보장사를 하여 거액의 돈을 벌고있는것이다.

자기가 부려먹고있는 한성부 관노와 지금 자기앞에 서있는 구실아치는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참으로 긴요한 존재였다. 이들이 알아낸 연미와 자견의 백령도거동을 백치상에게 알려주었더니 드디여 자기가 그토록 고대하였던 거사가 거침없이 실행되였던것이다.

윤수는 포악하기 그지없는 백치상과 구문노가 자못 대견스러웠다.

오른팔격인 연미를 잃은 로중례의 안색은 늘 컴컴하게 죽어있었다. 윤수는 이것을 자기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아무렴, 네가 내 꼭대기에 올라서려 해? 어림도 없지! 내 이제 네 왼팔마저 잘라버려주지.)

마황을 찾겠다고 눈이 뻘개 돌아가는 자견과 박해장을 념두에 두고 하는 소리였다.

윤수는 백치상이네와 협력하면 그 어떤 일도 다 해치울것 같은 무분별한 용기에 사로잡혔다.

그는 구실아치에게 강조하였다.

《그들을 시야에서 절대로 놓치지 말라. 그리고 마황을 찾은 기미가 보일 때에는 지체말고 나한테 알려야 한다.》

구실아치는 머리를 기웃거렸다.

《그놈들의 행적을 쫓는건 그리 힘들게 없사오만 마황을 찾았는지 못 찾았는지 하는건 알아내기가 좀 힘들것 같소이다.》

《이놈아, 머릴 좀 쓰란 말이야. 박해장놈집에 마황표본이 붙어있다지? 그 표본이 왜 붙어있냐? 마황을 찾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즉 그 표본이 없어지면 곧 마황을 찾았다는게 아닌가? 안 그런가?》

《아하! 과시 정랑어른께선 계책에 능숙하시오이다!》…

백치상과 구문노는 윤수에게서 연미를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마황을 찾는 길에 자견과 박해장이 나섰다는 소리를 듣고 대경실색하였다.

윤수가 간교한 뱁새눈에 다소 경멸의 빛을 담고 그들에게 말을 내뱉았다.

《자네들은 수가 높은것 같으면서도 꼭 알아야 할것은 모르거던. 모든것을 완력과 미욱한 힘만으로 하려 해서는 안되이.

그들이 다시 일어선것은 별로 놀라울게 없네. 응당 가야 할 길을 가는거야. 그게 바루 정신의 힘이라는게야. 물론 처음 들을터이지.》

백치상과 구문노는 윤수의 말이 어느 정도 리해되였다. 이번 연미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였다. 지금까지의 자객질가운데서 제일 가볍게 제낄수 있는 대상이라고 보아왔었다.

그러나 구문노는 칼에 맞고서도 결사적으로 뽕나무겨우살이부담짝을 그러안고 몸부림치는 연미의 모습을 보고 경악하였었다. 칼부림에 능하고 무자비하기 그지없는 구문노로서도 어쩔수 없는 일이였다.

이때 벌써 구문노는 거사는 힘과 무자비함, 폭력만으로써는 안된다는것을 절감하였다.

이것이 바로 윤수가 말하는 그 정신의 힘일것이다. 자기들은 오직 돈에 의해서만 움직인다. 그런데 이들은 자기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윤수는 이미 이것을 간파하였지만 백치상과 구문노는 연미의 일을 겪고나서야 그리고 윤수가 튕겨주어서야 막연하게나마 알게 되였다.

윤수의 말대로 하면 그 넋과 정신이 바로 상실로 하여 거꾸러졌던 로중례를 일으켜세웠으며 자견과 박해장을 다시 마황을 찾는 길에 내세웠다는것이다.

윤수가 단언하였다.

《이놈들은 마황도 기어이 찾아낼거네. 또 찾아내기 전에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거네. 뽕나무겨우살이와 마찬가지로 마황을 찾는건 시간문제일따름이야. 그런즉 결론은 무엇이겠나?》

백치상은 길죽한 호박씨눈에서 흉악한 빛을 내뿜으며 이발을 으드득 갈았다.

구문노가 살기를 번뜩이며 씨벌였다.

《정랑어른, 그놈들의 육체를 아예 없애버리는것이올시다! 그럼 그 정신인지 나발인지 하는것두 없어질게 아니오이까?》

백치상도 머리를 끄덕거렸다.

《옳으이! 옳아!》

윤수는 머리를 끄덕였다.

《옳게 봤네. 그들의 육체를 제거하기 전에는 절대로 그놈들의 행위를 막아낼수 없네. 로중례도 그렇구 자견과 박해장이놈도 그렇구 그놈들은 돈이나 재부를 바라고 뛰는 놈들이 결코 아니네. 그러니 기회를 봐서 합당할 때에 이놈들을 제껴버려야 하네. 지독하기 그지없는 놈들이네.》

윤수는 재삼 주의를 주는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그놈들을 제끼는것도 중요하네. 허나 망탕 칼부림을 해댈수록 우리의 정체가 위태로와진다는것을 항상 명심해야 하네. 때문에 그놈들의 행적을 지켜보다가 마황을 찾는것과 같은 극단한 일로 번져질 때에만 거동해야 하네. 만일 마황을 찾게 되면 그 사실이 조정에 보고되기 전에 그놈들을 처치해서 그것이 절대로 알려지지 않게 해야 하네. 뽕나무겨우살이의 경우는 완전히 실패한 거사야. 뽕나무겨우살이가 백령도에 있다는것이 조정과 온 나라에 다 알려지질 않았나.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네.》

낮과 밤을 달린 로중례의 열정이 드디여 첫열매를 맺었다. 1431년 가을 《향약채취월령》의 집필이 다 완성되였던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로중례의 눈으로 볼 때 자그마한 성과에 지나지 않았다. 이 의서에는 사계절과 월별에 따라 채취하는 우리 나라의 식물성약초 백여종의 향명(민간에서 부르는 약초이름)을 리두(한자를 기본수단으로 하고 그 음이나 뜻을 조선말의 립장에서 리용하여 우리 말을 적는 특수한 류형의 글과 글자체계)로 주고 약의 성질과 맛, 채취시기와 방법, 가공방법 등을 알기 쉽게 상세하게 주었다. 따라서 이 의서를 보면 비록 약초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약초를 손쉽게 구할수 있었고 또 약재로 리용할수 있었다.

하여 이 의서는 지금까지 향약에 대하여 잘 몰랐고 향약을 천시하면서 명나라약재만을 중시하였던 사람들에게 향약바람을 불러일으키는데서 큰 역할을 하였다. 적지 않은 의원들과 사람들은 우리 나라에 이처럼 많은 약초들이 있다는것조차 여직껏 알지 못하고있었다.

게다가 지방에 따라 민간에서 흔히 불리우는 약초이름들과 채취시기와 방법까지 상세하게 씌여있으니 우리 향약을 적용하는데서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참고서로 리용되였다.

이에 로중례는 큰 힘을 얻었다. 이것이 바로 의서의 힘이였다. 박윤덕과 유효통도 크게 기뻐하였다.

그러나 가장 큰 전투는 앞에 놓여있었다. 로중례는 지체없이 《향약집성방》의 집필에 착수하였다.

그는 《향약채취월령》을 집필하면서 이미 작성해두었던 구성안을 박윤덕과 유효통에게 내놓았다.

박윤덕과 유효통은 깜짝 놀랐다.

《아니, 어느새 이런 방대한 작업을 하셨소?》

항상 그들을 먼저 들여보내고나서 진행한 작업이였다.

로중례는 열띤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의서의 제목을 왜 〈향약집성방〉으로 하는가? 병치료에 쓰이는 처방들은 헤아릴수 없이 많소. 허나 이번에 우리가 집필하는 의서에는 그 방대한 량의 처방들가운데서 주로 우리 나라에서 나는 약초들로 구성된 처방을 기본으로 주게 되오. 그리고 개별적인 약초들에 대해서는 민간에서 부르는 이름과 그 산지(자라는 곳)까지 써주어 누구나 우리 나라 약초를 알고 리용할수 있게 하자는것이요. 그래서 의서의 이름을 〈향약집성방〉으로 하자는게요. 어떻소?》

마디마디에 향토애, 조국애가 넘치는 말이였다.

박윤덕과 유효통도 적극 찬성하였다.

《그게 정말 좋소!》

이들은 또다시 집필전투에 달라붙었다. 그러나 이것은 《향약채취월령》에 대비도 안되는 방대한 작업량이였다.

로중례는 의서집필을 주관하면서 방대한 량의 의서참고자료에 대한 문헌작업에 진입하였다. 세나라시기 이전부터 내려오는 우리 나라의 고방들은 물론 고려시기의 의서들인 《제중립효방》, 《어의촬요방》, 《향약구급방》, 《동인경험방》 등과 조선봉건왕조 초기의 민간경험을 묶은 《본조경험방》을 비롯한 267종의 국내외의 의서들을 참고로 하여 필요한 내용들을 골라 체계화하고 집대성하였다.

또한 로중례가 지금까지 치료를 진행해오면서 기록한 수많은 치료자료들과 박해장의 치료자료, 연미와 자견이 수집한 약초에 대한 자료들이 집필에 체계화되였다.

로중례는 자기의 뜻과 넋 그리고 오씨와 연미, 자견과 박해장, 어머니 소월의 열망과 자기의것을 열렬히 사랑하는 이 나라 사람들의 념원을 심장속에 활활 불태우며 의학서적집필에 붓을 달리고 또 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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