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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7 회


제5장 자객들의 음모


9


왕자후를 처리한 뒤 윤수는 백치상과 구문노에게 오금을 박았다.

《당분간은 꿈쩍하지 말아야겠소. 야인들에 대한 조정의 정보도 꼭 긴요할 때에만 가져오도록 하겠소.》

병조에 돌아온 윤수는 앞으로의 행동방향에 대한 생각으로 깊은 상념에 잠겨들었다. 우선 녀진인들에 대한 정보였다. 그것은 절대로 소홀히 할수 없었다. 그 한건한건이 그 어떤 커다란 장사보다도 그리고 권중한 벼슬에 따르는 록봉이나 뢰물보다도 더 큰 금전과 재부를 가져다주는것이였다. 백치상과 모이주는 이러한 정보를 위해서는 금전을 아끼지 않았다. 비록 이즈음 조정의 정세는 좀 살벌했지만 윤수는 정보를 걷어쥐면 지체없이 백치상에게로 거동하리라 생각했다.

다음은 로중례의 문제였다.

얼마전에 전의감에서 일인자로 알려지고 또 세종왕의 안중에 있는 로중례가 정의 자리에 올랐다. 그뒤로 인차 박윤덕이도 부정으로 벼슬이 올랐다.

자기와 척진 로중례가 승승장구하는것을 절대로 그냥 놔둘수 없었다.

그러나 윤수는 왕자후처럼 우둔하지는 않았다. 정면으로 직접 로중례를 제거한다는것은 제 꼬리를 드러내는 위험한짓이였다. 될수록 백치상의 패당들을 리용해야 했다.

백치상의 방책이 그중 합당하였다. 연미년이나 자견이놈을 제껴버리면 로중례에게는 큰 타격으로 될것이였다. 로중례는 그 심리적타격으로 심화병을 앓다가 영영 다시 일어나지 못할것이다.

그러자면 계책을 잘 꾸며야 하며 계책을 잘 꾸미려면 그들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걷어쥐여야 했다.

윤수는 우선 조용히 연미와 자견의 행적을 캐기로 하고 여기에 사람을 하나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성부의 관리에게 은밀히 부탁하여 충실한 관노(관청의 남자종) 한명을 선정하였다.

로중례는 대신들의 치료에 못지 않게 백성들의 치료에도 있는 심혈을 다 기울이군 하였다. 그는 아무리 밤이 늦어도 찾아온 병자를 탓하지 않았다. 로중례가 시간이 정 바쁘면 그 일을 연미가 적지 않게 대신하군 하였다.

윤수는 바로 이것을 리용하려 하였던것이다.

이리하여 병자로 위장한 한성부 관노는 정기적으로 로중례의 집에 드나들면서 연미의 동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실제로 관노에게는 비위병과 허리증이 있었다.

관노로부터 윤수는 이즈음 로중례와 연미, 자견이 의서집필준비로 거의 외지에는 나가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러니 당분간은 언제 백령도에로 가고 안 가고 할새가 없을것이였다.

하지만 윤수는 어느때 언젠가는 연미와 자견이 뽕나무겨우살이와 마황을 찾기 위해 반드시 움직일것이라는것을 확신하고있었다.

향약을 일떠세우고 우리 나라에 없는 뽕나무겨우살이와 마황을 찾는것은 이들이 하루이틀사이에 품은 즉흥적인 감정이 아니라 확고한 결심이라는것을 윤수는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윤수는 로중례가 살았던 그리고 지금 자견이 살고있는 안산기슭의 마을을 한번 더 캐보기로 하였다.

그곳을 료해하는데는 자기가 데리고있는 병조의 구실아치를 써먹기로 하였다. 자기의 심부름을 적지 않게 해온 아주 눈치빠른 팔팔한 젊은 놈이였다. 마침 그에게는 허리증이 있어 그 치료를 구실로 자견의 집에 다니게 하였다.

이 과정에 윤수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였다.

자견의 마을에 박해장이라는 의원이 있는데 그 역시 벽에 뽕나무겨우살이와 마황을 걸어놓고 그 약초를 찾는데 눈이 벌개있다는것이였다.

결국 박해장도 로중례패당의 한사람인것이다.

(그렇다? 그놈도 놓치면 안되지!)

로중례와 짝자꿍이를 하는 놈들은 다 제끼자는것이 윤수의 악심이였다.

이제는 연미와 로중례 그리고 로중례가 살았던 안산기슭마을에 있는 자견과 박해장이 완전히 자기의 시야에 들어오게 되였다. 그물을 든든히 쳐놓았으니 준동하기만 하면 가차없이 홀쳐내기만 하면 되는것이다. …

로중례는 한결 신축성있게 일을 밀고나갈수 있게 되였다. 전의감의 기술사업과 병자치료를 다 진행하면서도 전에 비하여 의서집필사업에 더 많은 시간과 품을 넣을수 있게 되였다.

모두의 열의는 부쩍 올랐다.

연미와 자견은 약초표본들에 대한 자료작업을 완전히 끝냈다. 박해장도 방대한 량의 향약치료자료들에 대한 자료작업을 끝내고 로중례에게 넘겨주었다.

박해장은 자료를 넘겨주면서 로중례의 손을 으스러지게 잡았다.

《이보게! 꼭 향약에 대한 좋은 의설 써주게. 여기에 우리 향약의 운명이 달려있네.》

로중례는 크게 자란 박해장이 자못 대견스럽고 기뻐 그의 손을 뜨겁게 잡았다. 이제는 어제날의 우유부단하고 굼뜨며 구태의연하기만 하였던 박해장이 아니였다.

《해장이, 믿으라구. 꼭 기대에 보답하겠네.》

자료작업이 치밀하게 마무리되자 이들은 붓을 들었다. 하얀 참지우에 거침없이 글발이 새겨졌다. 힘든줄도 몰랐다. 낮과 밤이 따로 없었다.

세종왕의 어지에 따라 도서편찬에 동원된 집현전 직제학 유효통이 있어 이들의 편찬은 한결 더 박력있게 진행되였다.

너부죽한 얼굴에 성격이 우선우선한 유효통은 의학에도 밝았을뿐아니라 문장도 뛰여났다.

셋이 달라붙으니 의서집필의 속도는 더욱더 빨라졌다. 또한 집필한 문장이 유효통의 손을 거치면 더욱 맵시있으면서도 윤택이 나게 다듬어졌다.

이들 셋은 온넋과 정을 바쳐 의서집필의 낮과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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