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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다물은 한모금만 맛보아도

 

 

더 하고싶은 이야기(2)

 

 

조국에 체류하면서 내가 큰 감동을 받은 다른 하나는 조국인민들의 독특한 행복관이였다.

솔직히 말하건대 나는 돈을 많이 가지고있으면서 남들보다 호의호식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그들만큼 행복한 사람이 어디에 있을가 하고 부러워했었다.

그래서 돈이란 행복의 화수분처럼 생각되였다. 재물이 끊임없이 생겨나 아무리 써도 줄어들지 않는 보배로운 물건처럼 말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있었기에 어린시절에는 뼈빠지게 일만 하여 땀 마를새 없는 옷을 입고있는 부모들에게 이다음에 크면 돈을 많이 벌어 행복하게 해드리겠다고 말하여 그들의 얼굴주름이 펴지게도 하였다.

대학시절때에도 돈을 많이 벌어 《행복한 사람》이 되는 앞날을 그려보며 이를 악물고 공부하였다.

그러했던 나의 행복관이 조국에서 생활하면서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되였다.

조국에 체류하여 두번째로 맞이하는 화창한 봄날 어느 한 피복공장의 녀성지배인과 면담을 진행한적이 있었다.

처녀적의 아름다움을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있는 그의 행동거지는 매우 품위있었는데 옷차림새는 보통녀성들과 다름없었다.

면담과정에 나는 그가 나와 같은 40대의 나이이지만 공화국의 로력영웅이며 시대의원이라는것도 알게 되였다. (물론 본인은 그것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지만 옆사람들의 말을 통하여 그것을 우연히 알게 된것이였다.)

로력영웅이라면 특출한 로력적위훈을 세운 사람들에게 나라에서 수여하는 가장 높은 급의 영예칭호이다. 그리고 대의원이란 민주주의적선거에 의하여 각급 주권기관에 선거된 인민의 대표들을 말한다.

그러니 그는 얼마나 높은 위치와 지위에 서있는것인가.

성공한 인생이 아닐수 없었다.

참으로 행복한 녀성으로 여겨지면서 몹시 돋보였다. 그의 명예와 공로가 부러웠다.

그에게 얼마나 많은 돈이 있어 그렇게 된것일가.

면담이 끝난 후 여담삼아 나는 그가 받은 명예와 공로에 대하여 말하며 당신은 참으로 행복하겠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는 가볍게 웃음짓더니 자기에게서 제일 큰 행복은 다른데 있다고 하는것이였다.

그에게서 제일 큰 행복은 무엇일가 하는 호기심이 절로 생겨났다.

그 이상의 행복이라면 꼭 알고싶었다.

그는 시계를 보더니 딱한 표정을 지었다. 퇴근시간이 거의 되였던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걸으면서 마저 이야기하는것이 어떤가고 하였다.

그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지라 나는 쾌히 그를 따라섰다.

하루일을 마치고 창조의 희열이 한껏 어린 사람들의 모습들로 길가는 흥성이였다.

그 흐름을 따라걸으며 우리는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그의 지나온 인생길에 대하여 그리고 자라온 환경에 대하여.

거짓과 위선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말이였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특히 조국인민들의 사랑관이 머리속에 깊이 새겨졌다. 그는 사랑이란 남녀사이에 존경과 믿음의 정을 가지고 서로 귀중히 여기며 상대방을 위하고 그리는 열렬한 마음이라고 하였다.

처음 듣는 말이여서 그 의미를 깊이깊이 새겨보았다.

어느덧 우리는 어느 한 공장의 정문앞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다시금 딱한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량해를 구하고는 그 공장으로 들어갔다.

그가 말하는 제일 큰 행복이란 무엇일가 하는 생각에 옴해있던 나의 눈앞에는 한그루의 단풍나무가 안겨왔다.

화창한 봄날이라 한창 잎을 펼치느라고 서둘러대는 단풍나무의 가지가 미풍에 흔들리고있었다. 가지끝에 고사리순처럼 오무라들었던 조그마한 잎들이 잎새를 펼치고있었다.

마치도 아기손바닥같게 보이는 주름투성이의 애잎들이 하나같이 귀엽고 재미있게 생겨 한동안이나 유심히 바라보았다.

문득 나는 새로운 《발견》을 하고 놀랐다. 그것은 《아기손바닥》의 색갈이 놀랍게도 빨간색이라는것이였다.

잎이 무성한 푸른 단풍나무아래로 지금껏 수없이 지나다니면서도 나는 가을에 빨갛게 물드는 단풍잎이 갓 눈을 터치고 잎을 펼치는 봄에도 그저 다른 식물들처럼 연두색이려니 하고만 여겨왔지 이렇게 빨간빛을 띠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였었다.

그런데…

문학가는 아니였지만 나는 단풍잎의 이 《조화》에서 무엇인가 의미심장한 뜻을 부여할수 있을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소나무를 사랑하는것은 춘하추동 그 언제나 푸름을 잃지 않는 한 모습때문일것이다.

하다면 봄날에 갓 눈을 터칠 때처럼 가을에는 끝내 자기의 빨간색으로 되돌아오는 단풍나무도 찬양하며 사랑할 가치가 있는것이 아니겠는가.

왜 단풍잎은 새싹을 펼칠 때와 락엽지기 전의 색갈이 꼭같은 빨간 빛갈인가.

인간이 여기서 느껴야 할 그 무엇이 있지 않을가.

내가 가야 할 인생길을 밝혀주는것처럼 생각되였다.

심심풀이로 본 자그마한 애잎이 이렇게 심중한 인생문제로 번져질줄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다.

인생이란 단풍처럼 시작도 끝도 아름다워야 한다. 그런데 마감의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고 볼수 있지 않을가.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지막이 더 중요하다는 말처럼.

처음과 같이 그렇게 연약하고 주름투성이의 쬐꼬만 빨간 점으로 끝을 맺을바에야 봄, 여름, 가으내 비에 맞고 바람에 부대낄 필요가 있겠는가.

나에겐 애어린 빨간 잎이 푸른 잎시절에 부단한 노력을 하여 원래의 붉은색으로 되였다고 생각되였다. 풍요한 가을에 더욱 크고 아름다워질 붉은 단풍으로 자라나 강산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려는, 자기의 모습을 기어이 되찾을 《푸른 시절의》 투쟁으로!(나에게는 철학이나 문학수준이라는것이 이 정도밖에 안되였다. 이럴 때면 철학가들이나 작가들이 부러웠다. 그들이라면 아마 더 훌륭한 결론을 끌어냈을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골똘해있는데 《정말 미안합니다.》 하는 녀성지배인의 목소리가 울려 나는 그에게로 돌아섰다.

그런데 그는 삼륜차를 애기의 요람인양 조심스럽게 밀고오고있었다.

뜻밖의 경우를 당한지라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할 때 그는 삼륜차에 앉아있는 남성에게 나를 소개하는것이였다.

알고보니 그는 녀성지배인의 남편이였다.

그날 나는 그들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였다.

그들이 어떻게 처음으로 알게 되였으며 어떻게 가정을 이루었는가에 대하여 그리고 그후의 생활에 대하여서도.

녀성지배인의 남편은 이야기를 구수하게 잘하였다.

《영예군인이 되여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자주 찾아와 기쁘게 해주는 그에게서 친혈육의 정을 느꼈습니다. 점점 날이 흐르자 어느새 그를 기다려지게 되였고 며칠만 보지 못해도 마음이 허전해져 못견디게 그리웠습니다. 이런것을 무엇이라 말하는지.

어떤 때엔 새 가정을 꾸리는 광경까지 그려보았습니다. 전혀 걸을수 없는 내 처지에 말입니다. 그럴수록 그는 나를 더 따뜻이 대해주고 위해주었습니다. 나는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나는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되였습니다. 자기만을 생각하는 속물로 된 나를 발견하였던것입니다.

…그의 열렬한 사랑을 끝없이 받고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무한히 …사랑해주고싶었습니다.

허나 그렇게 되면…나는 행복할지 몰라도 그는 어떻게 되겠는가 하고 생각하니 절대로 그렇게 되여서는 안된다는 결심을 가지게 되였습니다.

나에겐 두발이 없는데 그것은 두팔까지 없는것이나 같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는 랭담하게 돌아섰습니다. 더는 집에 찾아오지 말라는 <엄포>까지 놓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발길은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잦아졌습니다. 모진 랭대와 모욕을 받으면서도 말입니다. …결국 나는 <항복>하고말았습니다.》

지나간 일을 회억하는 그의 얼굴에는 이름할수 없는 격정이 어려있었다.

웃으며 하는 말이였으나 그 격정으로 하여 도간도간 동안을 두다가 아예 끊기고말았다.

그들의 순결하고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감동적이였다.

남편이 하지 못한 말을 마저 하려는듯 녀성지배인이 말을 이었다.

《사랑은 헌신이고 헌신은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치는것이 클수록 느끼는 행복도 크다는것이 우리의 행복관입니다.

저이는 사랑하는 조국에 자기를 바쳤고 나는 저이에게 일생을 바치고있습니다. 저이는 동지들을 구원하고 영예군인이 된 사람입니다. 흔히 녀성들의 사랑은 숭배로부터 시작된다고들 합니다. 사회와 집단, 동지들을 위하여 자기를 서슴없이 바친 더없이 돋보이는 저이가 어떻게 불행을 당하게 할수 있겠습니까.

누가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킨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나는 자신을 희생시킨다고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습니다. 나라가 내세워주고 인민들이 떠받들어주는 가장 훌륭한 사람의 안해라는 가장 행복한 녀성이 되고싶었을뿐이였습니다.

행복을 느끼는것은 제나름이라는데 나는 훌륭한 남편에 자랑스러운 두 아들을 가진것을 제일 큰 행복으로 여깁니다.》

력사에는 사랑에 대한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수없이 전해오고있다. 사랑으로 힘을 얻고 사랑으로 죽음의 고비를 이겨내며 사랑으로 기적을 창조한다는.

하여 어떤 력사가는 인류력사는 사랑으로 흘러왔다고까지 하였다.

그런데 오늘의 세계에 범람하는 《사랑》이란 어떤것인가. 내가 만난 녀성지배인부부처럼 순결하고 고상하며 아름다운것인가. 그렇게 헌신적이고 열렬한것인가.

아니였다. 받기만을 바라는 타산적이고 리기적인것이였고 저속한 동물적본능의 추구였다.

이런 추하고 너절한 말세기적행위가 사랑이라는 외피를 쓰고 성행하고있는것이다.

하기에 《나의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시기는 첫 리혼을 한 직후였다.》, 《사랑은 둘이서 저지르는 멍텅구리짓이다.》 등의 경악할 말들이 마구 쏟아져나오는것이 아닌가.

이런 인간들이 느끼는 행복이란 어떤것인지 충분히 가늠할수 있는것이다.

이런 현실을 가슴아프게 생각할수록 그들부부가 끝없이 돋보였고 존경이 갔다. 한없이 행복한 사람들로 보였다.

력점을 두어야 할것은 조국에서 이런 아름다운 사실들이 수없이 태여났고 지금도 련이어 태여나고있다는것이다.

그것은 곧 행복한 사람들이 끝없이 많다는것이다.

이런 행복의 화원이 내 조국이였다.

내가 살던 곳에서는 부부의 행복을 축원할 때 《하늘의 비익조처럼, 땅우의 련리지처럼》이란 말을 많이 쓴다.

비익조란 사랑을 상징하는 환상적인 새이고 련리지는 두그루의 나무가 어우러져 하나로 됐다는 뜻으로서 금슬좋은 부부의 사랑을 의미하는 말이다.

나는 헤여질 때 그들에게 우와 같은 말을 남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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