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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들꽃의 서정

김 하 늘

 

( 제 1 회 )

 

1

 

한밤중이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문건의 마지막장을 덮으시였다. 밑줄을 긋던 마지크도 그옆에 놓으시였다. 활달한 필체로 비준하시여 한쪽에 무드기 쌓으신 문건들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두개의 문건이 지금 집무탁우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하나는 인민군총참모부에서 올린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중앙위원회 한 부서에서 올린것이였다.

군대에서 올린 문건은 최전연사단에 보내줄것을 청원한 총참모부의 한 군관에 대한 자료였다. 두 아들을 다 전연초소에 세웠고 그자신도 27년간 전연에서 복무하다가 3년전에 총참모부로 올라온 군관이였다.

지난해 여름 그의 맏아들이 쏟아지는 폭우속에서 어린 학생들을 구원하다가 희생되였다.그때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부대에서 보고된 그 군인의 소행을 높이 평가하시고 인민에 대한 우리 군대의 헌신적인 사랑에 대한 뜻깊은 말씀을 하시였다. 그때의 일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시다.

그 병사의 아버지가 오늘은 자기를 최전연사단에, 바로 아들이 복무하다가 희생된 그 사단에 보내줄것을 청원하고있다. 총참모부에서는 그의 경력과 군공, 작전지휘능력을 보고드리면서 얼마전에 결원이 된 그곳 사단장감으로는 그 이상 적임자가 없다고 제기해왔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시 그 문건을 펼치고 거기에 첨부된 대좌의 사진을 눈여겨보시였다. 과묵하면서도 강단있어보이는 그 모습이 언제인가 인상깊게 새겨두었던것 같은데 언제 어디서 만났던지는 딱히 기억되지 않으시였다. 첫눈에 벌써 낯이 익고 믿음이 가는 대좌, 아들을 참된 군인으로 키운 아버지이고 군사적실력이 겸비된 사단장감이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밑줄을 그으신 한 문장에 더 마음을 쓰시였다.

《그의 안해도 남편의 결심을 적극 지지하면서…》

짤막하게 단 한 문장으로 씌여진 그 녀인. 20여년간을 최전연에서 살다가 평양에 올라왔던 군관의 안해가 다시 이사짐을 싸들고 남편을 따라서겠다고 한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그옆에 놓인 마지막문건에 눈길을 돌리시였다. 몇해전에 몇푼의 돈을 바라고 이웃나라에 갔다가 남조선에까지 흘러갔던 녀인문제였다. 이제 와서 다시 조국에 받아달라고 남조선을 탈출하여 중국 심양의 우리 나라 대표부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두 문건에 너무도 상반되는 녀인들이 있었다. 그 녀인들이 지금 평범하고도 범상치 않은 자기들의 삶을 문건에 씌여진 글줄들로 이야기하고있다. 참된 군관의 안해는 짤막한 한 문장으로, 일시적인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고 떠나갔던 녀인은 집안래력과 살아온 경력, 국경을 넘어가게 된 동기와 그후의 굴욕적인 생활, 다시 조국의 문을 두드리게 되기까지의 긴 이야기로!…

그이께서는 조용히 창가로 다가가시였다. 새집들이경사를 눈앞에 두고있는 창전거리의 불야경이 한눈에 안겨왔다. 오늘부터 입사증이 발급되고있다. 새집에서 누리게 될 희한한 생활을 그려보이며 현란한 불장식이 주인들을 부르고있다. 저 화려한 거리에서 어떤 사람들이 살게 될것인가!

얼마전 그이께서는 건설장을 현지지도하시면서 일군들에게 이렇게 물으시였다.

《이 집에서 어떤 사람들이 살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이런 훌륭한 집에서 살 자격을 갖춘 사람들을 제나름으로 꼽아보며 일군들은 누구도 인차 입을 열지 못하였다. 그이께서도 굳이 대답을 바라고 물으신것은 아니였다. 먼발치에서 보실 때나 가까이 지나가실 때나 그리고 건설장을 직접 찾으시여 아직 승강기설치도 완성하지 못한 초고층건물의 마지막까지 층층계단을 다 걸어올라가실 때에나 그이께서는 이 거리의 설계도를 보아주시며 《고생을 많이한 우리 인민들을 다 이런 집에서 살게 하자는것이 바로 나의 리상이요. 내 고생으로 인민들이 잘살수만 있다면.》라고 하시던 어버이장군님의 말씀을 되새기군 하시였다. 그래서 언명하시였다. 이 집에서는 조국의 부강번영을 위해 땀을 많이 흘린 가장 평범하고 소박한 근로자들이 살아야 한다고, 그렇기때문에 기일을 연장하더라도 더 정성껏 손을 대고 품을 들여 완공하여야 한다고!…

새 거리의 입사증을 받아안은 사람들이 행복의 이사짐을 꾸리고있을 이밤 총참모부사택의 어느 한 집에서는 군관의 안해가 남편을 기다리며 조용히 이사짐을 싸고있을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살아야 하는가? 우리 장군님 위대한 생애의 마지막심혼이 깃들어있는 저 새 거리에서는?…

그날 새 거리 건설장에서 누구에게라없이 하시였던 그 물음이 새로운 의미를 담고 자신에게로 되돌아온것만 같이 여겨지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시 집무탁에 돌아오시였다. 류철문대좌의 문건을 또 펼치고 푸른색마지크로 그의 경력을 한점한점 짚어가며 한 군관의 안해가 이사짐을 몇번 꾸렸겠는가를 세여보시였다. 마지크가 마지막점에서 움직일줄 몰랐다. 그 이사가 가장 복된 이사였을것이다. 수도 평양에서 살게 된다는 기쁨과 행복을 안고 가슴들먹이며 한밤을 지새였을것이다. 그러나 불과 3년!…

김정은동지께서는 탁상시계를 보시였다. 전선중부의 한 련합부대에 대한 시찰을 계획하고 최고사령부작전지휘성원들을 부르신 그 시간이 되여왔다.

결론을 기다리는 이쪽문건은 아직 펼쳐진채로 있었다. 눈물로 호소하며 조국의 문을 안타깝게 두드리는 녀인, 하지만 아직은 누구도 그에 대답하지 못하고있다.

《…평양에서 대학교원을 하는 아들을 비롯하여 그 녀인의 가족, 친척들도 모두 그를 만나는것을 거절하고있습니다.》

자신께서 밑줄을 그으신 그 부분이 다시 안겨오자 마음은 자못 괴로우시였다. 아들을 훌륭한 군인으로 키운 한 어머니와 자식들에게 수치를 가져다준 다른 한 어머니… 아름답고 강의한 녀인에게는 무엇을 주고 치욕을 안고있는 녀인에게는 무엇을 주어야 하는가? 두 녀인의 얼굴이 엇갈려 안겨드는 문건들을 겹쳐쥐시며 그이께서는 드디여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당중앙위원회 부부장 리문성은 아까부터 분무기를 쥐고 창가에 가지런히 놓인 화분들앞에 서서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분무기로 물을 뿜어주고 먼지 한점 오를세라 잎사귀들을 하나하나 닦으며 품들여 화분을 가꾸는 이 정서적인 습관은 단순히 취미로 시작된것이 아니였다.

아득히 흘러간 20여년전 지방의 어느 한 공장에서 당사업의 첫걸음을 내디딜 때 공장당책임일군이 그에게 화분 하나를 주면서 말했었다.

《당일군은 정서가 있어야 하오.》

처음에는 의미심장하게 새기며 취미를 붙여보느라고 했었지만 사업에 몰두하면서 점차 등한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심각한 비판을 받고 밤늦도록 사무실에 앉아 자기를 반성하고있을 때 당책임일군이 들어왔다. 그는 창가에 뎅그렇게 놓인 초라한 화분을 가리켰다.

《이럴줄 알았소. 좋은 꽃나무를 왜 이 모양 만들었소? 참, 한심하군. 화분 하나 온전히 가꾸지 못하면서 어떻게 사람들을 가꾸는 당일군구실을 제대로 하겠소?》

후날 리문성이 도당으로 올라갈 때 그 책임일군은 년로보장을 받게 되였다. 그는 리문성에게 화분에 물을 주는 자그마한 분무기를 하나 쥐여주었다.

《사람들을 품들여 가꿀줄 아는 당일군이 되시오. 이건 바로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뜻이요.》

세해전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처음으로 만나뵙는 영광을 지닌 자리에서 리문성은 취미가 무엇인가고 물으시는 그이께 잊을수 없는 추억을 담아 그 이야기를 말씀드렸었다.

그때 김정은동지께서는 말씀하시였다.

《참 좋은 이야기요. 한번 틈을 내서 꼭 동무가 가꾸는 화분을 봅시다.》

그런데 오늘 그이께 잘 가꾼 화분의 꽃이 아니라 너무도 불미스러운 녀인의 자료를 올린것으로 하여 그는 죄스러운 마음을 진정할수가 없었다. 조국을 배반하였던 그 녀인…

마침 기다리고기다리던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그는 급히 옷매무시를 바로잡았다. 송수화기를 정중히 받쳐드니 아닐세라 그이의 음성이 부드러우면서도 쇠소리가 섞인 김정은동지의 친근한 음성이 울려나왔다.

《부부장동무, 이제 곧 최전연부대로 떠나려고 하는데 같이 갑시다.》

《예?!》

다음순간 그는 숨을 활 내뿜으며 말씀드렸다.

《알았습니다. 곧 차비하겠습니다.》

 

2

 

전선시찰을 마치신 최고사령관동지의 야전차행렬이 어느 한 산굽이를 돌아섰을 때 마침 해돋이가 시작되였다. 한밤을 꼬박 지새운 과로를 밀어내시려는듯 그이께서는 차창유리를 반쯤 내리시였다. 순간 초여름의 산속에서 생신한 숲의 향기가 쓸어들었다.

《좀 쉬였다 갑시다.》

그이께서 하신 말씀이였다. 순간의 휴식도 없이 긴장하게 맞물렸던 전선시찰의 길이였다.

최고사령부를 떠나 이틀째나 이른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부대들과 구분대들을 돌아보시고 군단지휘부의 작전계획도 검토하시였었다.

차에서 내리신 그이께서 여러 수행원들을 돌아보시였다.

《아침체조도 하고 산보도 좀 하다가 가는게 어떻습니까.》

《예, 좋습니다.》

수행한 최고사령부작전지휘성원들은 그이를 따라 군복단추들을 풀어놓고 두팔을 한껏 제끼며 걸탐스레 아침공기를 마시였다. 거의모두가 70전후의 로장들이지만 젊음이 뿜어나오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시선과 눈부신 아침해살이 온몸에 닿으니 청신한 활력이 부어지는지 쉿! 쉿! 소리를 내며 격술동작까지 해보고있었다. 그들에게 정겨운 미소를 보내시던 김정은동지께서는 뒤짐을 지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멀리 험준한 산악들사이를 굽이굽이 휘돌며 동부에서 평양으로 가는 도로가 아슴푸레하게 바라보였다.

작전사판처럼 한눈에 안겨오는 산천을 바라보시려니 부지불식간에 최고사령부에서 작전지도를 짚어가시다가 문득 《푸른 산, 푸른 들》이라고 혼자말씀처럼 조용히 뇌이시던 위대한 장군님의 모습이 우렷이 안겨오시였다. 조국을 축척 몇만분의 일이라는 작전지도의 등고선으로가 아니라 《푸른 산, 푸른 들》의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로 안고사신 위대한 수호자! 이 길에도 장군님께서는 얼마나 많은 자욱을 새기시였던가. 우리 장군님의 조국애의 강렬한 열정이 비껴있는 산천이여서 이리도 유정하게 안겨오는것인가!

목메인 그리움으로 젖어드는 눈길에 길섶에 피여난 들꽃송이들이 밟혀왔다. 소담스레 무리지어 피는가 하면 한송이, 두송이, 점점이 찍혀지기도 한 노랗고 하얗고 빨갛고 파란 꽃송이들… 그이께서는 어느새 다가왔는지 말없이 자신을 따라 걷고있는 리문성을 돌아보시였다.

《부부장동무는 왜 저속에 끼우지 않소?》

그이께서 은근한 어조로 물으시였다.

《혹시 사민이라고 군인들한테서 따돌림을 당하는게 아니요?》

리문성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최고사령관동지를 보좌해드리는 당일군이라구 아바이들이 저한텐 끔찍합니다.》

《음 ―》

김정은동지께서는 불현듯 목이 꽉 메이는것을 느끼시였다.

《장군님을 따라 걸었던 그 걸음으로 오늘은 나를 따라 걷고있는 귀중한 동지들입니다. 그럴수록 우린 그들을 더 존경하고 잘 돌봐주어야 합니다.》

《예,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다시 걸음을 옮기시였다. 산기슭에 피여난 들꽃들에 또 눈길이 끌리시였다.

《들꽃들이 참…》

그리고는 더 말씀을 잇지 못하시였다. 곱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소박하고 수수하다. 그러면… 문득 한 녀인의 모습이 그려지시였다. 사진을 보실 때 무척 낯익게 생각되시던 군관의 안해. 얼굴 한번 보신적 없고 이름도 아직 모르시지만 저 들꽃처럼 오래전부터 친숙해진것만 같은 느낌이시였다. 이윽히 들꽃들을 바라보시던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부부장동무는 화초에 조예가 깊겠는데 이 들꽃들의 이름을 다 압니까?》

리문성은 저으기 당황해졌다. 장미, 글라디올라스, 튤립같은 화초들에는 내노라 했어도 산에 들에 흔하디흔한 이 들꽃들은 소담하다. 정겹다 하면서도 그렇게 눈여겨본 기억이 별로 없었기때문이였다. 민들레, 접시꽃, 제비꽃… 띄염띄염 이름들을 불러보다가 나중에는 어릴 때 농촌에서 나름대로 지어부르던 이름까지 끄집어냈다.

《저건 밥알꽃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저건 그저 노랑꽃이라고 했고 저기 노란 속잎이 있는 저 꽃은 군사복무때 우리끼리 해꽃이라고 했는데 진짜 이름은 뭔지 모르겠습니다.》

증언부언하는 그의 대답을 들으시며 김정은동지께서는 생각에 잠기시였다. 그렇다. 평범한 그리고 어디에서나 볼수 있는, 그래서 그저 들꽃이라고 한데 몰아 부르는 이 꽃들의 이름을 다 아는 사람은 별반 없을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런 들꽃들이 조국과 고향과 귀중한 사람들의 모습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자 이젠 떠납시다. 부부장동지는 내 차에 옮겨타시오,》

이윽고 차들은 산악도로를 따라 바람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아무 말씀없이 차창밖을 내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계시였다. 리문성은 저으기 긴장해졌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자신의 곁에 부르시였을가? 혹시 그제 밤에 보고드린 그 녀인의 문제가 아닌지?…

《음악을 트시오.》 김정은동지께서 운전사에게 나직이 이르시였다.

《참, 내가 어제 듣던 그 노래 있지?》

《예, 있습니다.》

운전사가 재빨리 록음기를 켰다. 그러자 밝고 랑랑한 노래소리가 차안을 가득 채웠다.

 

        바라노라 나의 조국아

        그대의 하늘아래서

        그 언제나 밝게 웃으며

        아이들이 뛰여놀기를

        …

 

노래가 계속되는 가운데 그이께서 리문성에게 물으시였다.

《부부장동문 이번에 나와 같이 최전연부대들을 돌아보면서 무엇을 느꼈습니까?》

리문성은 재빨리 몸가짐을 바로하였다.

《저… 최전연에서 복무하는것이 얼마나 힘든가 하는것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승용차도 오르지 못하는 높고 험한 산발과 여러가지로 불비한 생활조건… 그런것을 볼 때마다 전 아직 우리가 도와야 할 일들이 정말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음.》 그이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런데 총참모부에서 근무하던 한 군관은 여기 최전연부대로 보내달라고 제기해왔소, 류철문이라고…》

《예?》

리문성은 반색했다. 철문이가?!

김정은동지께서는 그러는 그를 돌아보시며 물으시였다.

《그 동무를 압니까?》

《예, 잘 압니다. 우린 한중대에서 복무했습니다.》

《그렇다! 그러니 부부장동무의 전우였구만.》

《그렇습니다. 참, 생각나실겁니다. 3년전에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위대한 장군님을 모시고 전선동부의 대련합부대를 시찰하실 때 관하부대 참모장을 하지 않았습니까. 저도 그때 처음 장군님의 전선시찰을 수행하는 영광을 지녔댔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 밝게 미소하시였다.

《아, 그래서 사진을 볼 때 어디선가 꼭 본것 같은 인상이였구만. 옳소. 그때 장군님께서 부부장사업을 갓 시작한 동무에게 인민군대의 화선식당사업을 배워줘야겠다고 수행성원으로 불러주시였지. 그래, 그때 그를 만났소. 눈매가 날카롭던 사람이였지.》

그이께서는 턱에 한줄기 주름이 내리패여 남달리 강단있어보이던 류철문의 모습을 다시 상기하시였다.

《강쇠같이 굳센 군인이라는 인상을 받았더랬소.》

리문성은 저으기 흥분되였다.

《그렇습니다. 헤여진지 20년이 넘어서 만났는데 그새 편지 한번 주고받은적 없지만 그런 영광의 자리에서 만나니…》

김정은동지께서는 놀라시였다.

《20년만에? 허, 그런데 등뒤에서 전우들의 그런 뜨거운 상봉이 있은줄 내가 몰랐을가?》

문성은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우린 그때 서로 말없이 눈빛으로만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어떤 력사적인 자리라고… 그다음 다시 마주보고 손을 한번 꽉 잡았다가 놓았을뿐입니다. 그것으로 우린 하고싶은 말을 다 했습니다.》

《음 ― 그런 일도 있었구만.》

김정은동지께서는 리문성을 새삼스럽게 보시였다. 20년간이나 전혀 소식을 모르다가 위대한 장군님을 모신 전선시찰의 길에서 만났다.

장군님슬하에서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으로 성장한 일군들과 전연군단에서 층층계단을 밝으며 성장한 전연군인, 장군님의 전선시찰을 수행하는 길에서 이루어진 전우들의 극적인 짧은 상봉… 아득히 흘러간 병사시절에 맺어진 전우의 우정을 다시 그리고 더욱 굳게 맺어주었을 그 악수 ―

김정은동지께서는 이윽토록 차창밖을 내다보시다가 나직이 시 한구절을 읊으시였다.

 

    전우들의 악수 ―

    그것은 싸움의 맹세였다

    승리의 신념이였다

    우리의 동무들이

    그렇게 악수하고

    탄우속으로 뛰여들었고

    사지에 선뜻 들어섰다

 

그이께서 조용히 물으시였다

《이 시를 들어본적이 있소?》

《저…》

《장편서사시 <백두산>의 한구절이요.》

《예…》

김정은동지께서 그 다음시련을 또 조용히 읊으시였다.

 

    아아,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어머니의 사랑같이 꾸준하고

    의의 선혈같이 빨간

    적도의 태양같이 열렬한

    충직한 전우의 그 악수!

    …

 

김정은동지께서는 눈언저리가 불깃하게 달아오른 리문성의 얼굴을 정겹게 보시였다.

《오늘 참 뜻깊은 이야기를 들었소.》

야전차행렬은 어느덧 수도를 가까이하고있었다. 정답게 다가오는 거리를 바라보시며 그이께서는 조용히 이르시였다.

《이제 가서 그 녀성의 문제를 같이 토론해봅시다. 심양대표부에 찾아왔다는 녀성 말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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