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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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집행위원들이 동의한다면》 심철범은 리완수를 향해 말하였다. 《우리는 회의를-》 하고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3일후 이 시간에 계속합시다.》
《그러나 저… 중장동지.》 전호진이 떠듬거리며 말하였다. 《공사는 매우 긴장합니다. 사흘씩 기다린다는건…》
《회의가 지휘의 전부는 아닙니다.》 심철범은 그의 말을 막았다. 《그러나 필요할 때면 합시다. 그때까지 동무는 계획 대 실적을 나에게 정확히 보고해야 하오.》
그리고는 참가자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누가 통신부장입니까?》
《접니다.》 다부지게 생기고 희끗희끗한 머리를 짧게 깎은 대좌가 대답하면서 몸을 쭉 펴고 일어섰다.
《대좌 리상국입니다.》
《따라오십시오, 중장동지.》
그리고는 먼저 문으로 향하였다.
관리국청사의 좁고 컴컴한 복도로 통신부장이 앞장서서 몇발자국 뒤에서 걸어오는 심철범과 최중권을 안내하고있었다.
금강산발전소건설의 선임지휘관과 새 지휘관은 나란히 걷고있었다. 도중에서 만나는 군인들은 서둘러 길을 비켰으며 벽에 붙어서 《차렷》자세를 취하였다.
심철범이 륙상선수처럼 발끝에 힘을 주며 가볍게 걸어가고있다면 최중권은 발뒤꿈치로 무겁게 걷고있었다. 그들은 두사람 다 조국해방전쟁에 참가한 로병들이였다. 최중권이 심철범보다 댓살 우였다. 두사람은 좁은 복도를 꽉 채우고 걸었다.
최중권은 심철범보다 반걸음쯤 떨어지려고 애쓰면서 걸었다. 이 복도를 걷는것도 이것이 마지막이라는것을 알고있는 상장의 심중은 착잡하였다.
그는 일흔을 바라보는 자기의 나이를 두고 한숨을 쉬였다. 그는 자기가 제대되리라는 사실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후임자의 류다른 임명절차가 그것을 확증해주는듯 하였다. 심철범은 간부국의 임명장이 아니라
통신결속소에 와서 송수화기를 든 심철범은
최중권은 자기도모르게 긴장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하지만 이 순간 그는 자기보다 후임자인 심철범의 마음이 더욱 긴장되여있다는 사실을 모르고있었다.
심철범을 잘 알고있는 사람들은 그를 담이 크고 용맹하며 바위처럼 굳세면서도 농민처럼 푸수하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방금 그를 보게 된 관리국의 책임적인 지휘관들은 그에게서 푸수한 점을 전혀 찾아볼수 없었다.
며칠전 쏘련원수를 데리고 왔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하고 그들은 놀라와하였다.
그의 철색얼굴은 예리하게 번뜩였다.
심철범이 곽무선의 련락을 받고
곽무선이 안내하는데 따라 휴계실에 들어선 그는 우뚝 멈추어섰다.
곽무선은 심철범을 데리고 서둘러 응접실로 도로 나왔다. 그리고는 송년의 밤을 꼬바기 새우신
심철범은 심장을 찔리운 사람처럼 가슴이 저리였다.
잠시후 열려진 휴계실문짬으로 《들어오시오.》 라는 말씀이 울려나왔다. 무척 갈리신 목소리였다.
심철범은 갑자기 눈물이 나는것을 참으며
《나라의 형편을 정확히 알게 하고싶었습니다. 그래야 우리의 결심을 옳게 리해할수 있겠으니 말입니다.》
《중요한것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창조하는것입니다. 그 시대정신은 군인들이 창조해야 합니다. 1950년대 시대정신을 로동계급인
천리마기수들이 창조했다면 오늘의 새로운 환경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혁명의 기둥인 우리 군인들이 창조해야 합니다. 우리는 군인들이 창조한 그
정신으로 온 사회를 무장시키고 들끓게 함으로써
그러시고는 심철범이 앞으로 륙해공군이 다 동원될수 있는 이 공사의 총지휘를 맡게 되였다는것을 알려주시였다.
이어
그때 심철범은 입이 붙은듯 아무 대답도 드리지 못하였다.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죄책감을 금할수 없었다.
이미
심철범은 이런 말로 전화보고를 끝마치였다. 이 마지막말에 공사를 1년내에 기어이 끝내리라는 자기의 결심을 담으려고 애썼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어쩔수 없이 불안하였다. 그의 눈앞에는 공사지도에 표기된 100리물길굴의 미완공구간 푸른 점선들이 떠올랐던것이다.…
얼마후 심철범과 함께 방으로 돌아온 최중권은 비로소 이젠 앉을데도 서있을데도 없다는것을 의식하게 되였다.
최중권은 사실상 전망이 묘연하여 몇해가 걸릴지 모를 공사를 1년내에 완공할 과업을 받은 심철범에 대하여 련민의 정을 느끼였으며 그 과업을 자기가 아니라 그가 수행해야 한다는데 대하여 미안하게 생각하였다.
최중권은 《그럼 수고하시오.》 하고 그에게 말하고는 서둘러 방에서 나왔다.
청사앞뜰 한가운데 서서 지하공사가 벌어지고있을 산줄기를 아득히 바라보았다.
한시간후 그를 태운 직승기가 저녁어둠에 싸인 관리국청사뜨락을 날아올랐다. 어째서인지 그가 승용차를 타고 평양으로 떠나려는 그 시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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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후, 심철범이 부임되여 와서 중단시킨 회의를 다시 하기로 약속한 그 시각이 왔으나 회의는 다시 소집되지 못하였다.
정치위원의 너렁청한 사무실에는 리완수 혼자만이 외롭게 앉아있었다. 체격이 자그마하고 알차보이는 50대의 대좌는 피울줄 모르는 담배를 꼬나들고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가 앉아있는 쏘파옆의 소탁자우에 놓여있는 재털이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그 담배꽁초는 금방 심철범중장이 피우고 남긴것이였다.
《정치위원동무, 회의를 해야 합니다. 나는 그 회의가 당집행위원회로 되였으면 합니다. 지금의 형편에서 공사를 1년내에 완공할수 없다는것을 집행위원들이 토의하고 합의를 보자는겁니다.》
심철범은 이 말을 반복하여 집요하게 요구하였다.
지난 밤 자정때
그때 리완수는 자기 귀를 의심하였다.
《1년내에 공사를 완공할수 있다는 문제이겠지요?》
그는 장령이 말을 잘못하였으리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물었다.
《아니요!》
심철범은 또박또박 반복하였다.
리완수는 여전히 머리를 기웃거리였다.
그러나 심철범은 진지하게 리완수의 손을 잡고 흔들면서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전호진으로부터 공사의 계획 대 실적에 대한 보고를 받고 현지에서 확인한 결과 앞으로 해야 할 작업량이 지난 10년간 해놓은 량과 맞먹는다, 이것을 1년간에 해제끼자면 10배의 로력과 건설자재가 필요한데 현재의 형편에서는 그것을 보장받을수 없지 않는가. 그는 말하였다.
《예비는 없습니다. 정치위원동무, 그 사상론으로 나의 말을 막지 마시오. 우리의 매개 전투원들은 지난 기간 결사전을 하여왔습니다. 나는 이 사흘간 갱막장에서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들이 자기들의 정신육체적가능성을 다해왔다는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사상에도 예비는 없습니다.》
《그만하십시오, 중장동지.》 리완수는 잠자코 듣고있다가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부정해서가 아니였다. 그는 단순한 상관이 아니고
그는
공사의 실태에 대하여 말한다면 리완수는 심철범보다 더 많은것을 알고있었다. 오래동안 전투부대의 정치일군으로 있다가 얼마전에 관리국의 정치책임자로 부임되여온 이 대좌는 군사실무에 매우 밝은 지휘관이였다.
그는 심철범의 설명을 들으면서 머리속에 매일, 매 순간 되새기고있는 그 수자를 상기하였다.
앞으로 해야 할 굴착량과 콩크리트타입량이 얼마나 막중한가.
공사를 완공하는데 필요한 자재만 하여도 15만톤의 세멘트와 25만립방메터의 자갈과 모래가 필요하다. 그것을 화물역에서 공사장까지 실어나르는데는 무려 천여대의 화물자동차가 요구되며 거기에 쓸 연유는 상기하기도 끔찍한 량이였다.
그러나 그는
그는 온밤 잠을 자지 못하였다. 아침에도 심철범이 찾아들어와서 자기는 관리국장을 겸하고있고 관리국당조직에 림시 소속되여있는 당원이라는것을 상기시키고나서 전에없이 정중한 태도로 주저하듯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정치위원동무… 마지막으로 다시 묻겠습니다.… 당원들끼리니 말입니다.… 그래 1년어간에 공사를 완공할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솔직한 말로 말해서…》 하고는 채 말을 끝맺지 않고 마치도 허공을 자르듯이 손을 내리쳤다. 그 순간 리완수의 얼굴색이 갑자기 달라지는것을 보았다. 그의 잠을 못자서 충혈진 두눈이 섬광처럼 빛났던것이다.
《그래 당원들끼리라고 했지요?…》 리완수는 되물었다. 《솔직한 말로라고요?》 그리고는 마음의 격정을 못이기듯 큰소리로 웨쳤다.
《당원은 누구나 당조직에 솔직해야 합니다. 더구나 우리는 군인이 아닙니까?》
몇순간 침묵이 흘렀다. 리완수는 침착성을 되찾고 무게있게 말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가능성을 찾기 위하여 이러한 회의를 하는것입니다.》
《물론이지요.》
리완수는 팔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3일전에 약속한 회의시간인 오전 10시였다.
《그러나 회의를 할수는 없습니다.》
심철범은 리완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묻지는 않았다. 그는 머리를 싸쥐고있는 리완수를 외면한채 줄담배를 피우고있다가 말없이 방에서 나가버렸다.
그때로부터 실히 10분은 더 되게 혼자 앉아있다가 리완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심철범은 평양으로 떠나려고 뜨락에서 승용차를 기다리고있었다. 그의 곁으로 터벅터벅 다가간 리완수는 여전히 무게있는 어조로 말하였다.
《용서하십시오, 중장동지, 집행위원들중 그 누구도 우리의 제의에 찬동하지 않을것입니다. 그들은 회의들에서 당이 바라는 결정을 하는데만 습관되였으니까요.》 그리고 심철범을 눈주어보다가 불현듯 따스한 목소리로 계속하였다.
《그대신 그 어떤 후과가 돌아온다면 저도 같이 책임지겠습니다.》
심철범은 그의 손을 덥석 쥐고 으스러지게 힘을 주었다. 이때 작전직일관이 청사에서 뛰쳐나오더니 방금 차에 오르려는 심철범에게
심철범은 방음장치가 된 조용한 방에서
귀에 익은 빠른 목소리가 들리였다.
《평양으로 돌아올것 없이 전화로 보고하시오, 심철범동무.》
책임서기 곽무선의 련락을 받고
심철범은 《솔직성》이라고 하는 군인특유의 성품이 체질화된 사람이였다.
수십년전 전사시절부터 솔직성에 습관되였다. 군사복무의 수십년간 그는 상관앞에 거짓보고를 한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것으로 해서 손해를 본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뒤쳐놓으나 제쳐놓으나 한본새로 솔직하였다. 그러한 심철범이지만 지금은 주저되고 가슴이 옥죄였다. 그는 옆방으로 가서 다른 전화로 총참모장 최광차수를 찾았다.
옥천휴양소를 찾았더니 오진우는 병이 위독하여 병원으로 옮겨갔다고 하였다.
잠시후 심철범은 마음을 다잡으며
《잠간.》
《우리의 결심이 공담이 되지 말아야 하오. 그러자면 진실을 보고해야 하오.》
그때
《좋소.》
퍽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수화기에서는
그는 무엇이 좋으시다는것인지 인차 알아차릴수 없었다.
《좋소. 심철범동무!》
《좋소. 심철범동무!》
《나는 동무가 할수 없는것도 할수 있다고 보고해왔다면… 동무를 믿지 않게 되였을거요. 그렇소!》
이 순간 심철범은
그러나 그는
다만 그는
《무엇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조선말이 아닙니다. 우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자고 합니다. 이것이
심철범은 한동안 까딱않고 서있었다. 갑자기 자기가 천정에 닿는 거인이 되고 체중이 몇곱으로 무거워지는것 같았다.
마침내 심철범은 마음을 다잡고 말씀드리였다.
《알았습니다.》
군사복무의 수십년간 수백수천의 명령을 받고 수백수천번 대답하면서도 심철범은 이때처럼 《알았습니다.》라는 한마디에 그렇듯 큰 무게와 신심과 의지를 담은적은 일찌기 없었다.
《나에게도 동무에게도 시간은 귀중합니다. 그래서 동무를 평양으로 부르지 않았습니다. 지체말고 일에 착수하시오. 지금 형편에서 새로 일을
시작하는 동무에게 줄것이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그 시각으로부터 10분후에 제0026호라는 명령호수를 가진 금강산발전소건설을 다그쳐끝낼데 대한 조선인민군
2개월전에는 금릉2동굴과 청류다리(2단계)를 건설할데 대한
그러나 그보다 몇배의 큰 규모와 몇배의 큰 공사량을 가진 금강산발전소건설과 관련한 제0026호명령은
(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