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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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서면보고를 되새겨보며 집무탁주위를 마저 돌아 의자에 와 앉으시였다.

그리고 깊은 상념에 잠기시였다.

그이의 뇌리에는 심철범이 써보낸 서면보고의 《완공》, 《핵무기보다 더 위력한 무기》 등 표현들이 불꽃을 튕기며 맹렬히 타오르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의자의 팔걸이를 잡은 두손에 꽉 힘을 주시였다. 그렇다! 인민군대의 위력으로 오늘의 난국을 헤치자! 적들과 총포성없는 전쟁을 하자! 그이의 이 결심은 그 어떤 감정적인 폭발이 결코 아니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국상을 당하신 후 견딜수 없는 슬픔속에서도 수령님의 70성상의 혁명력사를 갈피갈피 들추면서 하나하나 총화해보시였다. 그것은 한마디로 시종일관 총대중시, 군사중시로선을 견지해오시였다는 사실이였다.

수령님께서는 무장한 적을 때려부시고 조국을 광복하는 유일한 길은 오직 무장투쟁을 벌리는데 있다는 사상을 내놓으시고 먼저 항일유격대부터 창건하시였으며 조국을 광복한 다음에야 비로소 당도 국가도 창건하시였다.

로동계급의 정권은 총대에서 나오고 총대에 의하여 유지되고있었다. 오늘 사회주의운명도 나라의 안전과 평화도 다 총대우에 있었다. 군대가 강하면 설사 당이 무너진다 해도 다시 조직할수 있지만 군대가 약하면 사회주의전취물을 고수할수 없는것은 물론 당도 유지할수 없으며 국가와 인민의 운명도 지켜낼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군대이자 당이고 국가이고 인민이였다. 세기와 더불어 흘러온 수령님의 혁명력사는 《총대를 틀어쥐라!》고 가르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력사의 이 총화를 수령님의 유훈으로 받아들이시였다. 지금 다지시는 그이의 결심은 감성이기 전에 리성이며 의지이며 선대수령의 유훈을 무조건 받들려는 충성이며 도덕의리였다.

하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총대중시, 군사중시사상의 단순한 계승만을 생각하신것은 아니였다.

그이는 어디까지나 사회주의정치가이시였다.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으로 말미암아 더욱 엄혹해지는 정세속에서 사회주의정치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근본열쇠가 필요했으며 사회주의정치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수 있는 만능의 보검이 필요했다. 그이의 뇌리에는 《새로운 정치방식》이라는 말마디가 섬광처럼 번쩍였다. 그것은 인민군대를 무적필승의 강군으로 만들어 조국을 보위하며 인민군대를 핵심으로, 본보기로 하여 혁명의 주체를 튼튼히 꾸리고 인민군대를 혁명의 기둥으로 하여 전반적사회주의건설을 힘있게 다그쳐나가는 정치방식으로 될것이였다.

그이께서는 벌써 국상을 당하신 첫날에 이 생각을 하시였다.

그때 비상정치국회의 뒤에 오진우를 비롯한 몇명 일군들에게 새로운 국가기구체계를 생각해보라고 이르시였다. 물론 새로운 국가기구체계를 내오는 문제는 류의장이나 허성렬이 재촉하고있는 제10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가 진행된 다음에 결정될것이였다.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혁명의 기둥으로서 인민군대가 정신령역에서 새로운 봉화를 들어야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득 상념에서 깨여나시였다. 그리고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신 다음 책임서기 곽무선을 불러 빠른 어조로 분부하시였다.

《차를 준비시키시오. 수령님께 가겠소.》

곽무선이 나갔다가 손에 진회색의 닫긴깃양복을 받쳐들고 들어왔다. 그이께서는 곽무선이 거들어드리려는것을 마다하고 손수 잠바옷을 벗고 그것을 갈아입으시였다.

잠시후 그이께서 타신 승용차는 금성거리를 달리였다. 새해에 들어와 수도의 거리를 달리는 첫 차였다. 승용차는 금수산기념궁전의 정문을 소리없이 미끄러져들어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령안실이 있는 계단을 오르시였다. 호위병들이 령안실앞에 그린듯이 서있다가 첫 새벽에 찾아오신 그이를 보고 다급히 영접들어 총을 하였다. 생전에 수령님을 호위하던 병사들이였다.

순간 김정일동지께서는 지난해 이 시각 설인사를 드리려고 어버이수령님을 찾아오던 일이 상기되시였다. 그리고 지금 자신께서 령안실이 아니라 수령님께서 반갑게 마주 걸어나오실듯 한 집무실로 들어간다는 착각이 드시였다.

 

×

 

이날 오전, 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승용차는 교외도로로 해서 시내로 달려오고있었다. 세척기가 동작하고있는 앞차창을 내놓고 좌우차창에는 진흙이 뒤섞인 얼음버캐가 묻어있었다. 차는 고속으로 달리고있었다.

식전에 금수산기념궁전을 떠난 즉시로 그이께서는 평양근교에 주둔하고있는 다박솔초소를 돌아보시였다. 이 시찰소식은 이튿날 중앙의 신문과 방송으로 크게 보도되였다. 한것은 그것이 새해에 나라가 나아갈 방향, 온 세계가 주목하고있는 그이의 결심과 의지를 시사해주기때문이였다.

그 구분대에 대한 시찰을 끝마친 그이께서는 돌아오는 길에 해군사령부소속 한 부대에 들리시였다. 신문과 방송에는 보도되지 않은 방문이였다. 거기에서 설명절을 맞으며 준비한 군인들의 예술소품공연을 보시였다. 그이께서는 그들이 부르는 자작노래에 매우 크게 감동하시였다. 그리하여 지금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 노래에 대하여 생각하시는것이였다.

가사에는 이런 구절들이 있었다.

 

        내 그대위해 불에 탄다면

        붉은 연기로 피여오르리

        내 그대위해 불에 탄다면

        붉은 재로 남으리

        장군님이시여 내 그대위해

        아 육탄병사가 되리

        …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노래를 듣고 병사들에게 노래를 누가 지었는가고 물으시였다. 그들은 김동환대좌동지라고 대답하였다.

대좌를 만나시였다. 무대에 불리여나온 대좌는 눈이 부리부리하고 무뚝뚝해보이는 50대의 장년이였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군인형이였다. 그를 처음보는 순간 그의 어디에 그런 강렬한 감정이 있었을가싶으시였다. 그래서 말을 시켜보시였다. 그는 노래를 자기가 지은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자 병사들이 일제히 합창이라도 하듯이 《아닙니다! 대좌동지가 지었습니다.》 하고 웨치였다. 그 웨침소리에는 대좌에 대한 병사들의 믿음과 신뢰가 울리고있었다.

알고보니 가사의 구절들은 대좌가 일상적으로 하는 말들이였는데 병사시인이 그것을 가사화한것이였다. 그것이 더욱 귀중하시였다. 결국 가사는 머리를 짜내고 손끝으로 지은것이 아니라 심장의 토로이며 분출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좌가 대견하시였다. 김동환은 우연히 만난 인민군대의 수많은 지휘관들중의 한사람이였다. 그가 지었다고 하는 노래, 아니 노래라기보다 심장의 웨침에서 김정일동지께서는 시대의 표징을 보시였다. 김동환과 같은 지휘관들이 지휘하는 자신의 병사들을 보시였다.

이날 아침 병사들에게서 들은 그 노래는 어려운 새해의 전투를 시작하시는 그이를 힘있게 고무해드리였으며 그이로 하여금 인민군대에 의거하기로 한 자신의 결심이 백번 정당하다는 확신을 가지시게 하였다.

하여 그이의 귀전에는 이날 첫 새벽 어버이수령님을 만나뵙고 나누시였던 마음속의 대화가 되살아나는것이였다.

《최고사령관이 이 어려운 때 군대를 틀어쥐기로 한것은 매우 정당한 결심이요. 나는 절대찬성이요! 최고사령관이 나의 뜻을 잊지 않고있으니 나는 마음을 놓겠소!》

눈굽이 뜨거워지시였다.

돌이켜보면 수령님께서는 군대를 넘겨주는 사업을 계획적으로 하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과 국방위원회 위원장의 중책을 련이어 맡겨주시고 전군에 최고사령관의 령군체계를 철저히 세우도록 하시였으며 1994년 건군절에는 인민군지휘성원들에게 자신의 존함이 새겨진 권총을 수여하시면서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고 당부하시였다.

김정일동지의 가슴속에는 수령님에 대한 걷잡을수 없는 감사의 정이 끓어번지였다.

그이께서는 운전사옆에 앉아있는 부관에게 오늘 아침에 내보낸 신년사를 듣자고 하시였다.

그러자 부관이 카세트를 골라 록음기에 끼웠다.

우렁찬 박수소리가 들리더니 목소리를 가다듬는 귀에 익은 소음이 들리였다.

뒤이어 라지오에서는 수령님의 잊을수 없는 육성이 울려나오기 시작하였다.

이날 아침 라지오와 텔레비죤앞에 앉아있던 조선인민들 모두는 수령님을 우러렀을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신년사를 하실것으로 믿고있던 그들은 잠시 어리둥절했다가 손벽이 아프게 박수를 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을것이였다. 실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문제를 당정치국에 건의하시였으며 당정치국은 그대로 실행하였던것이다. 어버이수령님의 육성은 자동차가 당중앙위원회 정원에 들어와서도 계속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의 목소리를 끝까지 다 들으신 다음에야 차에서 내려 청사로 들어가시였다. 집무탁에 앉으신 그이께서는 종이 한장을 꺼내놓고 마찌크를 드시였다. 잠시 생각하고나서 활달한 필체로 이렇게 쓰시였다.

《피눈물속에 1994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합니다. 위대한 수령님의 전사, 위대한 수령님의 제자답게 내 나라 내 조국을 더욱 부강하게 하기 위하여 우리모두 한마음한뜻으로 힘차게 일해 나아갑시다.

                                                                            1995. 1. 1

                                                                    김정일

이 친필서한은 곧 서기실에 전달되였으며 전국의 각이한 단위의 책임일군들에게 모사전송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어 곽무선에게 단호하고도 의미심장한 어조로 《심철범장령을 최고사령부로 부르시오.》 하고 지시를 주시였다.

장령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그이께서는 조선인민군 어은병원에 전화를 걸어 오진우의 병상태를 문의하시였다. 이 병원의 원장인 군의근무장령은 일흔이 지났는데도 젊은이와도 같이 챙챙한 목소리로 환자의 림상상태를 보고해왔다.

원장은 환자가 옥천휴양소에서 옮겨온 후 병이 더욱 악화되여 현재 침상에서 일어나 앉지도 못하며 숨이 몹시 차서 말도 변변히 할수 없는 상태라고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환자에게 야조브를 붙여놓았던 일이 후회되시였다. 고독해할것 같아서 말동무라도 하라고 한 일이였는데… 그래서 원장에게 그 말을 했더니 원장은 그런것이 아니라 환자의 병상태가 워낙 중하기때문이라고 하면서 지금 일체 면회를 금지시켜 특별히 승인했던 사람들이 찾아오는것도 엄금하고있다고 했다.

김정일동지께서 《알겠소. 사실은 전화로나마 설인사를 나누자고 찾았는데 그만두겠소.》 하고 전화를 놓으려하시자 원장이 다급히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전화를 해주신다면 환자에게는 백가지 약보다 더 큰 효험이 있을거라고 제사 기뻐서 웨치듯 큰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이제 그리로 가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기쁨을 담아 말씀하시였다. 그러자 원장이 그렇게 되면 환자가 지나치게 충격을 받을수 있으므로 전화정도가 좋을것이라고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환자더러 누운채로 전화를 받게 하라고 원장에게 당부하며 환자와 련결하라고 이르시였다. 오진우가 이 사실을 알면 필시 군복을 착용하고 일어서서 전화를 받을것이라고 여겨져서 하시는 당부였다.

잠시후 환자와 전화가 련결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극히 짧게 말마디를 아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시였다.

설날 아침에 오진우가 최고사령관동지와 주고 받은 전화내용은 그후 력사에 두페지도 되지 않게 기록되였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서 1995년 1월 1일 오전 10시 30분 인민무력부장 오진우에게 하신 전화

최고사령관동지: 《무력부장동지, 새해를 축하합니다.》

        오진우: 《…》

최고사령관동지: 《일어서느라고 그러지 마십시오, 그럼 전화를 놓고말겠습니다.》

        오진우: 《죄송합니다. 먼저 새해의 인사를 올리지 못하고 이렇게…》

최고사령관동지: 《새해에는 털고일어나야 합니다. 최소한 내옆에 앉아만 있어도 나는 좋겠습니다. 수령님께서 가신 지금 무

                 력부장동지마저 없으면 이 김정일이 견디지 못합니다.》

        오진우: 《그렇게 말씀을 주시니 제 기어이…》

최고사령관동지: 《그래야지요. 나는 방금 새해를 맞으며 동지들에게 서한을 보냈습니다. 무력부장동지에게는 보내지 않았는

                 데 병중이라는 고려도 있지만 따로 할 말이 있었습니다.》

        오진우: 《고맙습니다. 어서 그 말씀을 주십시오. 제 아직은…》

최고사령관동지: 《나는 수령님을 잃은 다음 그이의 혁명력사를 총화해보았습니다. 한마디로 총대로 시작하고 총대로 개척해

                 온 력사였습니다. 나의 결심은 인민군대에 의거하여 선렬들의 위업을 끝까지 이룩하자는겁니다.》

        오진우: 《저는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아니, 진정… 감사… 감사합니다.》

최고사령관동지: 《그러므로 부장동지는 하루빨리 완치되여 나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내가 부탁하자는건 바로 그겁니다.》

        오진우: 《옛, 최고사령관동지, 제 반드시 일어나겠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그래야 합니다. 그럼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송수화기를 놓으시는 김정일동지의 손길이 가늘게 떨리였고 안광에는 알리지 않게 눈물이 고이였다. 자신의 결심을 전적으로 지지하던 로투사의 목소리가 귀전을 계속 맴돌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오진우가 끝없이 미덥고 고마우시였다.

그때 마침 곽무선이 들어와 심철범장령이 도착했다는 보고를 하였다.

 

6

(1)

 

금강산발전소건설 현지지휘관인 최중권상장은 송수화기를 귀에 댄채 오래도록 서있었다. 김정일동지의 말씀이 계속된다고 여겨진 모양이였다.

잠시후 옆에 서있는 리완수대좌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에게 최고사령관동지의 《공사지휘를 심철범장령에게 인계하시오.》라는 전화명령을 받아쓴 자기 수첩을 넘겨주고는 초점없이 방황하는듯 한 눈길로 모여앉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지휘관동무들, 우리 금강산발전소건설장에… 새 지휘관이 오게 되였소. 이젠 도착할 때가 되였을거라고 하오.》

최중권은 이 말에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가서는 목소리가 약간 떨리였다.

자신이 드러낸 나약성에 화를 내면서 최중권은 확고하게 명령조로 말하였다.

《회의는 새 지휘관의 집행하에 계속하겠소!》

금강산발전소건설지휘부건물의 2층에 있는 최중권의 방문이 갑자기 열리고 심철범과 함께 두명의 장령이 문앞에 서게 된것은 최중권의 이 말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일이였다.

방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있었다.

지도와 수첩, 야전가방들이 널려있는 좁고 긴 책상을 마주하여 두줄로 앉아있던 군부대대호대신에 불리우는 금강산발전소관리국 참모부와 정치부의 지도일군들, 관리국관하 려단들의 려단장들과 정치위원들, 정무원 일군들과 공사와 관련이 있는 큰 기업소의 지배인들이 모두 얼떨떨해서 말없이 벌어진 사태를 살피고만 있었다.

회의참가자들은 방금 들은 소식에 깜짝 놀랐으며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하였다. 그들중 어떤 사람들은 슬며시 정치위원 리완수를 쳐다보았다.

눈을 내리뜨고 앉아있던 리완수정치위원은 옆줄에 앉아있는 참모일군들에게 날카로운 눈길을 보냈다.

그러자 참모일군들중 누군가가 벌떡 일어나 벽가에 놓여있는 의자 하나를 서둘러 심철범에게 가져다주었다.

《앉으십시오.》

최중권이가 심철범에게 말하면서 자리의 상석을 내주려고 하였다.

그러나 심철범은 그것을 보지 못한듯 아직도 출입문옆에 서있는 군인들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최고사령부에서 두명의 동무들이 함께 왔습니다. 장령동무들, 앉으시오.》

두 장령들중 한명은 총정치국대표 차인중이였다. 그들이 자리잡는것을 보고나서야 심철범은 의자에 앉아 천천히 회의참가자들을 뚫어지게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누구에게라없이 무뚝뚝하게 물었다.

《군정간부회의는 무엇을 토론하고있습니까?》

최중권의 한쪽옆 리완수와 대칭되게 앉아있던 관리국의 참모장 전호진소장이 약간 몸을 앞으로 굽히면서 대답하였다.

《공사를 앞당길데 대한 문제입니다.》

심철범은 아마도 이 대답을 최중권에게서 기다리고있었던 모양이였다. 그는 전호진에게 머리를 돌리고 마뜩잖게 쳐다보면서 물었다.

《앞당긴다구요?》

이번에는 리완수가 대답하였다.

《어버이수령님의 유훈이 아닙니까. 중장동지, 수령님께서는 바로 서거하시기 이틀전에도 우리 일을 걱정하시였습니다.》

《그렇다면 정치위원동무.》 하고 심철범은 천천히 한마디한마디 무게를 달면서 말하였다. 《군정간부회의를 일시 중단하자는것을 제의합니다. 난 정황을 더 구체적으로 료해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이였다. 《반대없겠지요, 정치위원동무?》

리완수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심철범이 선포하였다.

《부국장들과 통신부장은 남으시오. 려단지휘관들은 자기 위치에 가있으시오. 곧 부르겠습니다. 그만합시다.》

방에서 마지막사람이 물러가고 문이 닫기자 심철범은 전호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묻는듯 한 시선에 전호진이 일어섰다.

《관리국 참모장 소장 전호진입니다.》

《알고있소, 작전지도가 어데 있습니까? 여기 말대로 하면 공사지도겠지요.》

전호진소장은 자리에서 다시 일어났다. 여기에 참석한 모든 지휘간부들중에서 불안 비슷한 감정을 제일 많이 느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전호진이였을것이다. 공사에 대하여 최중권이 다음 책임을 지고있는것은 그자신인것이였다. 최중권의 교체가 최근 앉은걸음을 하고있는 공사때문이라면 그도 무사할수 없는것이였다. 그가 려단장으로 있을 때 상급참모부 작전부장이였던 새 지휘관과 그사이에는 일종의 《충돌》이 있었던것이다.

려단장시기에 그는 대련합부대적인 지휘관조상학에서 작전상문제를 가지고 상급이며 작전에서 명수로 소문이 난 심철범과 엇섰던것이다. 이 방에 심철범이 처음 나타났을 때 전호진은 그 일이 먼저 떠올랐다.

심철범장령은 허리를 굽히고 100리물길굴을 보여주는 굵직한 붉은 선을 들여다보았다. 그 선은 도간도간 푸른 점선으로 련결되여있었다. 그 점선들은 앞으로 뚫어야 할 구간을 표시하고있었다. 그 점선들의 비률로 봐서 앞으로 해야 할 공사량이 엄청나게 많다는것이 알리였다.

이윽하여 심철범은 허리를 펴더니 잠자코 앉아있는 최중권을 향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최중권상장동지! 구태여 형식을 차리지 맙시다. 주요지휘관들 전원이 여기 참석해있으니 이것으로 인계인수를 끝냅시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책상우에 있는 원주필 하나를 쥐고 공사지도 한구석에 큼직하게 썼다. 《공사지휘를 인계받음.》 그아래 날자를 쓰고 수표를 하고나서는 지도를 최중권앞으로 내밀었다.

상장은 묵묵히 지도를 굽어보다가 원주필을 쥐고 서둘러 힘을 주어 써나갔다.

《공사지휘를 인계함. 상장 최중권.》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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