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회)

 

4

(2)

 

며칠전 그이께서는 병중에 있는 오진우무력부장에게 전화를 거시였다.

수령님께서 서거하신 당일날 비상정치국회의뒤에 당정치국 상무위원인 그에게만은 자신의 의도 즉 3년전에는 절대로 추대는 없을것이라는것을 귀띔해주고 동의까지 받았으니 그만은 자신의 마음을 리해하리라고 믿었는데 뜻밖에도 병자같지 않게 큰 목소리로 추대사업은 더 미루어서는 안된다고 하는것이였다.

《장군님…》

허성렬의 목소리에 장군님께서는 답변을 주어야 한다는것을 의식하시였다.

《나도 대의원이니 어쩌겠소. 의장이 만나자면 만나야지…》

이튿날 류송직의장을 마주하게 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절로 마음이 젖어듦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수령님과 그와의 류다른 인연이 생각되시였기때문이였다.

전선에서 소환되여 백송리에 있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 수령님과 낯을 익힌 류송직은 그 인연으로 수령님께서 차려주신 결혼식상을 받게 되였다.

그날이 바로 전승의 전날밤이였다.

마음이 어질고 감정이 여린 류송직은 결혼식 전과정에 머리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였다.

수령님께서는 눈물을 거두라, 승리의 축포가 오르기 전에 결혼식상을 받은것은 의의가 있다, 아마 미국놈들이 알면 기절초풍할게다, 그렇지 않느냐? 라고 하시며 그를 달래이시였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밤에 결혼식을 하느냐, 대낮에 해도 일없을텐데. 판이 이렇게 된바치고는 백촉짜리 전등을 환히 켜라. 미국놈의 비행기가 이젠 얼씬하지도 못한다. 우리가 미국놈을 완전히 짓눌러놓았으니 마음을 놓고 어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어라!》

류송직은 비로소 눈물을 걷고 신부와 함께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수령님께서 눈굽을 적시시였다.

그것은 말그대로 자애의 눈물, 친어버이의 축복이였다.…

《장군님.》

류송직이 찾아온 용건을 말씀드리려고 한발 나섰다.

김정일이라고 하십시오. 나도 그저 류의장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얼마나 친근하고 좋습니까. 류의장, 그렇지 않습니까? 나도 의장밑에 있는 대의원이지요. 허허허…》

김정일동지께서는 허물없이 말씀하며 웃으시였다.

의장이 찾아온 목적을 아는만큼 좋게 리해시켜 돌려보내려는 의도이시였다.

류송직은 여전히 조용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씀올렸다.

《다른 나라들에서 공직 계승을 어떻게 하였는가를 알아보라고 해서 제가 보고드린지도 100일이 넘었습니다.》

《그 보고자료를 보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기억을 더듬으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1883년 3월 로동계급의 첫 수령이였던 맑스의 묘앞에서 조상을 한 엥겔스도 1924년 1월 크레믈리궁전에서 눈물을 흘리며 영결사를 한 쓰딸린도 1953년 3월 같은 장소에서 쓰딸린과의 영결사를 한 말렌꼬브도 선대수령이 맡았던 당과 국가의 공직을 며칠내에 인계받았습니다. 그것도 국가지도부범위에서 비상회의를 통해서 말입니다.》

류송직이 얼른 그이의 말씀을 받았다.

《예, 그렇습니다. 우리는 장군님께서 이미 말씀하신대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하고 최고인민회의에서 수반추대를 하여야 합니다. 그러자면 또 얼마만 한 시일이 지체되겠습니까. 이해를 넘겨서는 안될줄로 압니다.》

의장이 양보할 심산이 아님을 느낀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어성을 높이시였다.

《무슨 상관입니까. 류의장,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구호는 우리가 피눈물속에서 내놓은것이 아닙니까. 그 구호의 의미를 류의장은 누구보다 잘 알겠는데요. 수령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이상 추대를 서두를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

류송직은 말이 없었다. 기어이 자기의 목적을 이루려고 힘들게 찾아온 걸음인데 왜 말씀드릴것이 없겠는가. 원래 말수더구가 적고 지식인출신 일군으로서 리해력이 깊은 그는 어떤 문제에서나 자신보다 상대방을 더 리해하는데 습관되여있었다.

지금도 의장은 장군님의 길지 않은 말씀에서 그이의 깊은 심중을 충분히 리해하고있었다.

키가 크고 얼굴이 기름한 그는 오랜 세월 모습이 별로 변하지 않았는데 국상을 당한 이 몇달어간에 몰라보게 수척했고 늙어보였다. 타고난 순한 얼굴만은 여전했는데 거기에는 어린애와도 같은 간절한 소망이 비껴있었다.

그의 천품을 잘 알고있는 장군님께서는 이 순간 그 얼굴에서 수만마디의 말을 읽으시였다.

갑자기 눈굽이 뜨거워지시였다.

그를 진정시키고 리해시키고싶으시였다.

《류의장.》

다정히 부르고나서 말씀하시였다.

《나는 의장의 딱한 사정을 잘 알고있습니다. 대의원선거를 하고 국가수반추대를 추진시킬 직분을 맡고있는만큼 매우 조급할것이라는것도 리해합니다. 숱한 일군들이 의장에게 매일과 같이 제기하고있으리라는것도 짐작합니다.》

《그런데 일군들의 문제만 아닙니다. 인민들이 수령님을 잃은 상실을 장군님을 국가수반의 공직에 모시는것으로 메꾸려 하고있습니다.

이러한 갈망을 외면한다면 저는 의장의 자리를 지킬수 없을것입니다. 스스로 자리를 내놓을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요?》

《예!》

김정일동지께서는 사람됨을 봐서 그가 충분히 그러리라고 보시였다.

또다시 눈굽이 뜨거워지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얼마나 진실하고 순박하고 량심적인 일군들과 함께 일하시였는가. 그들은 한사람한사람 더없이 귀중한 일군들이다.

그들을 귀중히 여기고 끝까지 보살펴야 할것이다.

갑자기 수령님생각이 간절해지시였다.

가슴속에 피눈물이 고이는것을 의식하며 젖은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수령님의 령구앞에서 목놓아울던 인민들의 비분이 아직도 가셔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울음소리가 아직도 귀전에 쟁쟁한데 당과 국가지도기관을 새로 선거하고 어떻게 만세를 부르겠습니까. 절대로 의장동지, 절대로 그렇게 할수는 없습니다.》

류송직은 그 말씀에 목이 메인듯 더는 입을 열지 못하였다.

어느덧 장군님께서는 차근차근 타이르듯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추대사업을 놓고 신경을 쓸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수령님께서 개척하신 주체혁명위업을 고수하고 빛나게 계승완성하겠는가 하는데만 머리를 써야 합니다. 나의 말을 인민들에게 죄다 알려주십시오. 그러면 그들은 류의장을 밀어내자고 할것이 아니라 종신의장을 시키자고 할것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옆에 앉은 류송직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그의 기름한 얼굴에 두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리고있었다.

《어서 눈물을 닦으십시오.》

민망스러운듯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일어서서 창가로 다가가더니 야경을 바라보며 혼자소리처럼 말씀하시였다.

《나라의 령수가 서거하여 100여일이 지나도록 그 후계자추대문제를 미루어온 그런 례는 세상에 있어본적이 없습니다. 나는 그새 여러 나라들의 법률제도를 연구해보았습니다. 공산주의사상과 도덕을 지도리념으로 하던 이전 사회주의나라들도 그러하였지만 부르죠아법률이나 종교법률을 비롯하여 세계 100여개 나라의 각이한 법률은 모두 국가수반이 사망하거나 실각당하면 비상회의를 하거나 긴급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새로운 지도자를 내세웠습니다. 그건 그 나라 법률의 요구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고 서계시다가 자리에서 일어난 류송직의 어깨를 눌러앉히고 곁에 나란히 앉아 계속하시였다.

《그런데 유독 우리 나라 헌법에는 그런 조항이 없습니다. 그것은 지금의 헌법을 채택할 당시 어버이수령님을 믿고 따르며 받드는 우리 인민들의 지향과 념원이 너무도 강렬했기때문입니다. 그때 누가 국상에 대하여 상상이나 할수 있었습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후계자추대문제를 헌법조항에 박지 않은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그 조항이 있었다면 이 김정일이도 지금과 같이 자기의 주장을 고집할수 없을것입니다. 누구든 법에는 복종해야 하니 말입니다. 의장동지, 그렇지 않습니까?》

《옳습니…다.》

류송직은 떠듬거리며 겨우 한마디 대답을 올렸는데 말수더구가 적어서가 아니라 할 말을 완전히 잃었던것이다. 아니, 잃었다기보다 그이앞으로 찾아오면서 준비하고 또 준비해온 모든 말마디들이 이 순간 완전히 녹아 없어져버렸다.

그것은 집무실에 들어선 첫 순간부터 자기의 몸을 휩싼 태양의 복사열과도 같은 뜨거운 열풍때문이였다. 당과 인민이 21세기의 태양으로 받들어올리려고 하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의 그 뜨거운 열원은 과연 무엇인가? 선대수령에 대한 도덕과 의리였다. 추대사업을 미루어온 리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는것을 더깊이 깨닫는 순간 류송직은 집무실에 더이상 머물러있는것이 무리이며 비도덕적이며 철부지와도 같은 억지행동이라는것을 뼈에 사무치게 느끼였다. 그래서 황망히 물러나오고말았다.

뒤미처 허성렬이 집무실에 들어섰다. 하회를 기다리고있었던 모양이다.

《아니? 장군님…》

일이 글러진것을 알자 그는 장군님앞이라는것도 잊고 흥분하였다.

그는 목이 메여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있었다.

《동문 또 뭐요?》

장군님께서는 류송직을 대할 때와는 달리 엄하게 그를 바라보시였다.

하지만 허성렬은 잠시 무춤했을뿐 인차 자세를 잡더니 거의 불손하다고 할 정도의 큰소리로 《저는 그 문제가 결론되기 전에는 외국출장을 떠나지 못하겠습니다!》 하고 말씀올렸다.

장군님께서 최근시기 전선과 후방의 현지시찰때 누구보다 많이 데리고다닌 그를 우리 혁명의 국제적련대성을 강화하는 사업에 파견하기로 하신것은 대상나라들에서 그를 우리 당의 권위를 대표한다고 여길것이라고 보시였기때문이다.

물론 허성렬자신도 그것을 잘 알것이고 그만큼 출장의 의의를 당의 신임으로, 자기의 어깨에 지워진 중대한 과업으로 여길것이였다.

그런데 그런 과업까지 뒤로 미루겠다고 하면서 뻗대자 장군님께서는 그를 쉽게 굽힐수 없으리라고 여기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어떻게 설복할것인가 하고 생각하시며 잠시 대답을 피하고 손에 짚이는대로 집무탁우의 문건을 집어들고 거기에 시선을 박으시였다.

그러자 허성렬이 그이의 앞으로 한발 나서며 여전히 당돌한 어조로 말씀올리였다.

《제가 어저께 올린 자료에 있는것처럼 지금 정세가 매우 편안치 않습니다. 이런 때 당과 국가수반의 공직이 비여있다는것은 우리 혁명에 매우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연한 걱정을 하지 마시오!》

장군님께서는 문건을 놓고 허성렬을 쳐다보시였다. 하지만 허성렬은 물러설 잡도리가 아니였다. 그는 또 한발자국 그이앞으로 더 나서며 《제가 공연한 걱정을 한단 말입니까?》 하고 반문하였다.

《그렇소. 수령님께서 늘 말씀하시던것처럼 우리가 〈고립〉과 〈봉쇄〉속에 있지 않은 때가 언제 있었소?》

《그러나 지금의…》

《됐소!》 하고 김정일동지께서 그의 말을 밀막고나서 계속하시였다. 《빨리 동무가 맡은 과업이나 수행하시오. 평양선언에 서명한 당들도 찾아보고 아직 사회주의리념을 버리지 않은 나라들도 찾아보시오. 〈고립〉은 무슨 〈고립〉이란 말이요?》

《그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허성렬이 또 말하려 하자 이번엔 단호히 손을 홱 내저으며 잘라 말씀하시였다.

《됐소! 나에게는 최고사령관이란 공직이 있단 말이요.》

노상 가까이에서 일하는 허성렬이조차도 아직은 그이의 이 말씀이 담고있는 깊은 의미를 다 알지 못하였다. 다만 추대문제를 더는 고집할수 없게 되였다는 난감한 생각으로 못박혀 서있을뿐이였다.

 

5

(1)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고있었다.

이제 저 종이 열두점을 다 치고나면 새해 1995년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국상을 치른 서글픔속에서도 희망을 가진다. 나라에 조성된 엄중한 정세를 그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있었다.

사회주의제도가 수립된 이래 장구한 기간 별로 고생을 모르고 살아온 우리 인민이였다. 광복직후와 전쟁시기, 전후의 년대들을 거쳐온 로세대들을 내놓고는 아이들로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의 대다수사람들이 《압살》, 《질식》을 아직도 먼 지경밖의 일로 여기고있었다. 그들은 상점에 상품이 적고 식량공급소에서 자주 쌀이 떨어지는것을 보고도 미처 실어오지 못해 그렇겠거니, 려객렬차가 자주 연착되는것을 보고도 어디서 사고가 나서 그렇겠거니 하고 생각하였다.

농민시장으로 출입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거기에 《생활전선》이 펼쳐지고있는데 대해서 자기들과는 거리가 먼 일로, 일부 리기주의에 물젖은 사람들이 욕심을 부리는것으로 여기였을뿐 그것이 《봉쇄》의 어쩔수 없는 후과이고 사회주의에 치명적인 위험을 조성한다는데 대해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으며 또 느낄수도 없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행복에 취해있었고 전진과 승리만을 알았다. 우리 혁명의 《장기성》과 《간고성》은 아직도 교과서나 학습장에 써놓은대로 있을뿐이였다.

그리하여 《이해에는》 하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였다. 《당에서 그 어떤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기만 한다면 모든것은 정상화될것이다.》… 그들에게서 당이란 다름아닌 김정일동지이시였다. 그렇다. 그들은 전대미문의 이 어려운 나날들에 그이를 《운명의 신》으로 믿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지금 집무실의 문발을 걷어올린 창문앞에 서서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계시였다.

종소리는 서탁우에 놓여있는 라지오에서 울려나오고있었다.

종소리가 멎자 그이께서는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해에는…》 하고 마음속으로 뇌이시였다. 그다음 라지오를 끄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가 집무탁을 두손바닥으로 짚으며 마음속의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정세가 더욱 엄혹해질것이다!》

그이의 집무탁우에는 최근 미중앙정보국 강경보수파들이 각이한 장소들에서 떠들어댄 발언들과 선거유세장을 비롯한 여러 장소들에서 한 연설의 원문들도 놓여있었다. 거기에는 《위기》요, 《종말》이요 하는 과장된 표현들이 있지만 진실이 있었다. 미국의 정보기관들도 청맹과니는 아닌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경제적난관이 사회주의의 영상을 흐리우고 정치와 군사에 영향을 주고있는데 대하여 알고있었다. 그러나 실지는 그들의 평가보다 나라의 정세가 더욱 엄혹하였다.

미국의 정세분석가들이 작성한 콤퓨터의 프로그람에는 본질적의미를 가지는 일련의 사실들이 빠져있었다. 례컨대 그들은 《조미기본합의문》의 리행을 념두에 두고 저들이 취하고있는 우리 나라에 대한 《경제제재》는 프로그람에 입력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미기본합의문》이 리행되여 《경제제재》가 취소된다고 해도 달라질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새해부터 시행하기로 되여있는 미국무성의 《대북조선제재완화》조치의 대략적인 내용만 보아도 그렇다. 그것은 1. 미국에서 시작되거나 종결되지 않은것을 조건부로 하는 우리 거래들에 대한 미딸라결재, 미국은행체계의 리용, 2. 마그네샤크링카를 비롯한 내화물의 미국에로의 수출, 3. 정기통신망의 직접적련결 및 그와 관련한 설비구입, 4. 미국인들의 우리 나라에 대한 려행, 5. 려행과 관련한 거래, 6. 경수로관련 에네르기부문거래, 7. 련락사무소개설과 관련한 사업, 8. 간접적인 방법으로 동결된 자산의 건당해제 등이였다. 이에 의하면 우리 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출할수 있는 상품은 마그네샤크링카를 비롯한 내화물 한개 지표로 국한되여있는데 이는 미국의 리해관계만을 반영하고있었다. 최근 우리 나라와의 거래를 희망하는 제네랄모터스회사, 칼텍스원유회사, 광물기술회사, 코메랄회사, 베이커내화물회사, 스텐톤그룹, 미국은행을 비롯한 재단들과 자문회사들의 활동은 허용되지 않고있었다. 결국 《경제제재》의 완화도 해제도 아니였다. 뿐아니라 미국무성의 《대북조선경제제재》완화조치는 서방경제시장에 압력을 가하는 방법으로 취하고있는 간접적인 제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고있었다. 콤퓨터의 프로그람에는 이런것들이 전혀 기입되지 않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만일 프로그람에 이 모든것이 입력되였더라면…》 하고 생각하시였다. 콤퓨터는 우리의 《질식》을 2년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앞당겨질것으로 계산하였을것이다.

문제는 거기에만 있지 않았다. 미국의 정보원들과 정세분석가들은 우리가 겪고있는 난관의 정신적측면에 대해서도 도외시하고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것이 중요하였다. 그것은 다름아닌 우리의 대오안에서 나타나고있는 패배주의였다.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고 적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의지가 박약한 사람들속에서 숨은 형태로 지어는 공개적인 형태로 나타나고있는 난관에 겁을 먹고 주저앉아 움직이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였다.

그런 사람들은 근로대중속에 있는것이 아니라 혁명의 지휘성원들, 간부들속에 있었다. 이것이 무서운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바로 여기에서 문제의 엄중성을 보시였다.

그이께서는 야조브와 심철범을 접견한 직후에 있었던 홍경봉부총리와의 담화를 잊지 않고계시였다. 그 담화에서는 지금까지 인민군대가 맡아서 진행해온 금강산지구의 대수력발전소건설문제가 토의되였는데 홍경봉은 급진적으로 악화된 경제형편에서 정무원은 어떤 대책을 취하려는가 하는 그이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지어 그는 당분간 중지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말없는 의사까지 표시하였다. 정무원 책임일군의 한사람인 그의 의사는 경제부문 일군들속에서 나타나고있는 패배주의를 표현하고있었다. 그 일이 지금도 가슴에서 내려가지 않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방금전에 야조브를 데리고 금강산발전소건설장을 돌아보고있는 심철범이 현지에서 보낸 서면보고를 읽으시였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하고 심철범은 썼다. 《오늘 야조브 이전 쏘련원수는 100리 물길굴공사장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는 수만명의 우리 인민군장병들이 근 10년간 지하에서 전대미문의 거창한 공사를 진행해온데 대하여 경탄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조선의 진짜 위력은 지상이 아니라 지하에 있다, 그것은 인민군대의 위력이다, 나는 김정일동지께서 믿으시는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였다, 나는 당신들이 소문없이 해온 이 공사가 완공되여 세상에 공개된다면 조선이 핵무기보다 더 위력한 무기를 시험한것으로 되리라고 본다, 나는 이 공사가 완공되기를 사회주의와 나의 운명을 걸고 바라마지 않는다.…》

힘과 신심을 주는 보고였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것을 읽고도 마음이 가볍지 않으시였다. 정세는 너무도 엄혹하였던것이다.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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