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회)
4
(2)
며칠전
허성렬의 목소리에
《나도 대의원이니 어쩌겠소. 의장이 만나자면 만나야지…》
이튿날 류송직의장을 마주하게 되자
전선에서 소환되여 백송리에 있는
그날이 바로 전승의 전날밤이였다.
마음이 어질고 감정이 여린 류송직은 결혼식 전과정에 머리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였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밤에 결혼식을 하느냐, 대낮에 해도 일없을텐데. 판이 이렇게 된바치고는 백촉짜리 전등을 환히 켜라. 미국놈의 비행기가 이젠 얼씬하지도 못한다. 우리가 미국놈을 완전히 짓눌러놓았으니 마음을 놓고 어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어라!》
류송직은 비로소 눈물을 걷고 신부와 함께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것은 말그대로 자애의 눈물, 친어버이의 축복이였다.…
류송직이 찾아온 용건을 말씀드리려고 한발 나섰다.
의장이 찾아온 목적을 아는만큼 좋게 리해시켜 돌려보내려는 의도이시였다.
류송직은 여전히 조용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씀올렸다.
《다른 나라들에서 공직 계승을 어떻게 하였는가를 알아보라고 해서 제가 보고드린지도 100일이 넘었습니다.》
《그 보고자료를 보았습니다.》
《1883년 3월 로동계급의 첫
류송직이 얼른
《예, 그렇습니다. 우리는
의장이 양보할 심산이 아님을 느낀
《무슨 상관입니까. 류의장,
《…》
류송직은 말이 없었다. 기어이 자기의 목적을 이루려고 힘들게 찾아온 걸음인데 왜 말씀드릴것이 없겠는가. 원래 말수더구가 적고 지식인출신
일군으로서 리해력이 깊은 그는 어떤 문제에서나
지금도 의장은
키가 크고 얼굴이 기름한 그는 오랜 세월 모습이 별로 변하지 않았는데 국상을 당한 이 몇달어간에 몰라보게 수척했고 늙어보였다. 타고난 순한 얼굴만은 여전했는데 거기에는 어린애와도 같은 간절한 소망이 비껴있었다.
그의 천품을 잘 알고있는
갑자기 눈굽이 뜨거워지시였다.
그를 진정시키고 리해시키고싶으시였다.
《류의장.》
다정히 부르고나서 말씀하시였다.
《나는 의장의 딱한 사정을 잘 알고있습니다. 대의원선거를 하고 국가수반추대를 추진시킬 직분을 맡고있는만큼 매우 조급할것이라는것도 리해합니다. 숱한 일군들이 의장에게 매일과 같이 제기하고있으리라는것도 짐작합니다.》
《그런데 일군들의 문제만 아닙니다. 인민들이
이러한 갈망을 외면한다면 저는 의장의 자리를 지킬수 없을것입니다. 스스로 자리를 내놓을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요?》
《예!》
또다시 눈굽이 뜨거워지시였다.
그들을 귀중히 여기고 끝까지 보살펴야 할것이다.
갑자기
가슴속에 피눈물이 고이는것을 의식하며 젖은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그런데… 그 울음소리가 아직도 귀전에 쟁쟁한데 당과 국가지도기관을 새로 선거하고 어떻게 만세를 부르겠습니까. 절대로 의장동지, 절대로 그렇게 할수는 없습니다.》
류송직은 그 말씀에 목이 메인듯 더는 입을 열지 못하였다.
어느덧
《우리는 추대사업을 놓고 신경을 쓸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의 기름한 얼굴에 두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리고있었다.
《어서 눈물을 닦으십시오.》
민망스러운듯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신
《나라의 령수가 서거하여 100여일이 지나도록 그 후계자추대문제를 미루어온 그런 례는 세상에 있어본적이 없습니다. 나는 그새 여러
나라들의 법률제도를 연구해보았습니다. 공산주의사상과 도덕을 지도리념으로 하던 이전 사회주의나라들도 그러하였지만 부르죠아법률이나 종교법률을
비롯하여 세계 100여개 나라의 각이한 법률은 모두 국가수반이 사망하거나 실각당하면 비상회의를 하거나 긴급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새로운
《그런데 유독 우리 나라 헌법에는 그런 조항이 없습니다. 그것은 지금의 헌법을 채택할 당시
《옳습니…다.》
류송직은 떠듬거리며 겨우 한마디 대답을 올렸는데 말수더구가 적어서가 아니라 할 말을 완전히 잃었던것이다. 아니, 잃었다기보다
그것은 집무실에 들어선 첫 순간부터 자기의 몸을 휩싼
뒤미처 허성렬이 집무실에 들어섰다. 하회를 기다리고있었던 모양이다.
《아니?
일이 글러진것을 알자 그는
그는 목이 메여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있었다.
《동문 또 뭐요?》
하지만 허성렬은 잠시 무춤했을뿐 인차 자세를 잡더니 거의 불손하다고 할 정도의 큰소리로 《저는 그 문제가 결론되기 전에는 외국출장을 떠나지 못하겠습니다!》 하고 말씀올렸다.
물론 허성렬자신도 그것을 잘 알것이고 그만큼 출장의 의의를 당의 신임으로, 자기의 어깨에 지워진 중대한 과업으로 여길것이였다.
그런데 그런 과업까지 뒤로 미루겠다고 하면서 뻗대자
그러자 허성렬이
《제가 어저께 올린 자료에 있는것처럼 지금 정세가 매우 편안치 않습니다. 이런 때 당과 국가수반의 공직이 비여있다는것은 우리 혁명에 매우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연한 걱정을 하지 마시오!》
《그렇소.
《그러나 지금의…》
《됐소!》 하고
《그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허성렬이 또 말하려 하자 이번엔 단호히 손을 홱 내저으며 잘라 말씀하시였다.
《됐소! 나에게는
노상 가까이에서 일하는 허성렬이조차도 아직은
5
(1)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고있었다.
이제 저 종이 열두점을 다 치고나면 새해 1995년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국상을 치른 서글픔속에서도 희망을 가진다. 나라에 조성된 엄중한 정세를 그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있었다.
사회주의제도가 수립된 이래 장구한 기간 별로 고생을 모르고 살아온 우리 인민이였다. 광복직후와 전쟁시기, 전후의 년대들을 거쳐온 로세대들을 내놓고는 아이들로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의 대다수사람들이 《압살》, 《질식》을 아직도 먼 지경밖의 일로 여기고있었다. 그들은 상점에 상품이 적고 식량공급소에서 자주 쌀이 떨어지는것을 보고도 미처 실어오지 못해 그렇겠거니, 려객렬차가 자주 연착되는것을 보고도 어디서 사고가 나서 그렇겠거니 하고 생각하였다.
농민시장으로 출입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거기에 《생활전선》이 펼쳐지고있는데 대해서 자기들과는 거리가 먼 일로, 일부 리기주의에 물젖은 사람들이 욕심을 부리는것으로 여기였을뿐 그것이 《봉쇄》의 어쩔수 없는 후과이고 사회주의에 치명적인 위험을 조성한다는데 대해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으며 또 느낄수도 없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행복에 취해있었고 전진과 승리만을 알았다. 우리 혁명의 《장기성》과 《간고성》은 아직도 교과서나 학습장에 써놓은대로 있을뿐이였다.
그리하여 《이해에는》 하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였다. 《당에서 그 어떤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기만 한다면 모든것은 정상화될것이다.》…
그들에게서 당이란 다름아닌
종소리는 서탁우에 놓여있는 라지오에서 울려나오고있었다.
종소리가 멎자
미국의 정세분석가들이 작성한 콤퓨터의 프로그람에는 본질적의미를 가지는 일련의 사실들이 빠져있었다. 례컨대 그들은 《조미기본합의문》의 리행을 념두에 두고 저들이 취하고있는 우리 나라에 대한 《경제제재》는 프로그람에 입력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미기본합의문》이 리행되여 《경제제재》가 취소된다고 해도 달라질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새해부터 시행하기로 되여있는 미국무성의 《대북조선제재완화》조치의 대략적인 내용만 보아도 그렇다. 그것은 1. 미국에서 시작되거나 종결되지 않은것을 조건부로 하는 우리 거래들에 대한 미딸라결재, 미국은행체계의 리용, 2. 마그네샤크링카를 비롯한 내화물의 미국에로의 수출, 3. 정기통신망의 직접적련결 및 그와 관련한 설비구입, 4. 미국인들의 우리 나라에 대한 려행, 5. 려행과 관련한 거래, 6. 경수로관련 에네르기부문거래, 7. 련락사무소개설과 관련한 사업, 8. 간접적인 방법으로 동결된 자산의 건당해제 등이였다. 이에 의하면 우리 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출할수 있는 상품은 마그네샤크링카를 비롯한 내화물 한개 지표로 국한되여있는데 이는 미국의 리해관계만을 반영하고있었다. 최근 우리 나라와의 거래를 희망하는 제네랄모터스회사, 칼텍스원유회사, 광물기술회사, 코메랄회사, 베이커내화물회사, 스텐톤그룹, 미국은행을 비롯한 재단들과 자문회사들의 활동은 허용되지 않고있었다. 결국 《경제제재》의 완화도 해제도 아니였다. 뿐아니라 미국무성의 《대북조선경제제재》완화조치는 서방경제시장에 압력을 가하는 방법으로 취하고있는 간접적인 제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고있었다. 콤퓨터의 프로그람에는 이런것들이 전혀 기입되지 않았다.
문제는 거기에만 있지 않았다. 미국의 정보원들과 정세분석가들은 우리가 겪고있는 난관의 정신적측면에 대해서도 도외시하고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것이 중요하였다. 그것은 다름아닌 우리의 대오안에서 나타나고있는 패배주의였다.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고 적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의지가 박약한 사람들속에서 숨은 형태로 지어는 공개적인 형태로 나타나고있는 난관에 겁을 먹고 주저앉아 움직이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였다.
그런 사람들은 근로대중속에 있는것이 아니라 혁명의 지휘성원들, 간부들속에 있었다. 이것이 무서운것이였다.
힘과 신심을 주는 보고였다. 그러나
(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