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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회)

 

3

 

이해 10월 《조미기본합의문》이 채택되고 미국대통령 클린톤이 《담보서한》을 세상에 발표한 직후의 어느날 오전 10시경, 버지니아주에 있는 미중앙정보국의 뒤문으로 좌석뒤에 짐칸이 달린 누가 보아도 짐차 겸 승용차라고 할수 있는 소형자동차 한대가 들어서고있었다.

자동차의 창유리는 수은을 먹이여 밖에서는 들여다볼수 없었다.

차에는 70대의 늙은 사람이 타고있었는데 그의 눈에는 이 뒤문으로 들어오는 손님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철칙으로 되여있는 눈가리개가 씌여져있었다.

그 사람은 보브 돌이였다.

보브 돌은 미상원 공화당원내총무로서 당내 경선에서 대통령후보로 지목된 현 대통령 빌 클린톤의 경쟁자였다.

이날 이른 새벽 돌이 집에서 한창 잠을 자고있을 때 머리맡의 소탁자에서 전화종이 울렸다. 그는 누운채로 기지개를 하듯 팔을 쭉 펴서 송수화기를 집어다 귀에 대고 잠에 취한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요?》

《비행장 안내원이예요. 뉴욕행 비행기는 정확히 낮 2시에 떠납니다.》

조용히 울리는 녀자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말은 돌을 단번에 잠에서 깨우는데 충분하였다. 이불을 밀어제끼고 두다리를 들어 바닥에 내리우고 실내화를 찾느라 더듬거리면서 돌은 한동안 침대에 앉아있었다. 흥분의 도수가 얼마나 높았던지 송수화기를 들고있는것도 잊어버리고 앉아있었다.

이윽고 돌은 기쁨과 잘못 듣지 않았나 하는 위구가 뒤섞인 목소리로 송화구에 대고 성급히 물었다.

《그게 정말이요?》

《네, 당신의 동행인은 오전 10시에 약속된 장소에서 기다리겠다는것을 알려주라고 했습니다.》

돌은 송수화기를 어떻게 놓았는지 몰랐다. 의수를 찾아 팔에 끼우고 다리를 절면서 방안을 거닐었다. 그는 윁남전쟁에서 오른팔을 잃고 왼다리를 부상당하였다.

돌은 성한 한쪽 손으로 의수를 거머쥐고 머리우로 쳐들면서 혼자소리로 웨치듯 말하였다.

《내가 이겼소! 클린톤씨, 전쟁기피자! 내가 당신한테 질줄 알았는가?》

안해인 엘리자베스 돌이 깜짝 놀라 남편을 바라보았다.

돌을 미칠듯 한 환희속에 몰아넣은 그 전화는 미중앙정보국장 허리먼이 자기의 녀서기를 시켜서 건것이였다. 그 전화에서 중요한것은 《2》라는 수자였다.

잠자는 보브 돌의 방에서 전화종소리가 울리기 방금전 조선의 《위기》상황을 프로그람화하여 넣은 미중앙정보국 기술처의 한 콤퓨터의 형광판에는 허리먼과 그 측근 요원들이 지켜보는 속에 《2》라는 흰 글자가 새겨졌다. 2년후에 조선의 《종말》이 온다는것이였다.

허리먼은 눈을 감고 잠시 까딱 않고 앉아있었다.

이 사람을 가까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가 한낱 미국의 안보에 충실한 유능한 정보실무가이며 당리당략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보였을수 있다. 한두해가 지나간 후에 공화당선거위원회성원들은 선거에서 패한 자기들의 책임을 되도록 덜려고 애쓰면서 무소속감투를 쓰고있던 허리먼을 공화당의 악질당원이라고 불렀다. 한때 미중앙정보국 《한국》지국장을 한바 있는 몸매가 다부지고 얼굴생김이 막스러운 이 사람은 사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어느 편에도 기울어지지 않았다. 그대신 반공광증으로 말하면 그것은 참으로 무서운것이였다. 그는 반공사상에 투철한 사람이라면 당소속에는 관계없이 그를 끌어당기기도 하고 또 자기가 끌려가기도 하였다. 그렇기때문에 콤퓨터앞을 떠나자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잠자는 또 한명의 반공광신자를 깨웠던것이다. 그들의 수중에는 집권당인 민주당을 공격할수 있는 주패장이 쥐여진셈이였다.

돌은 문가에 서있는 처에게 위풍있게 말하였다.

《나를 혼자 있게 해주오. 엘리자베스.》

그는 혼자서 기쁨을 실컷 맛보고싶었던것이다. 엘리자베스가 나가자 돌은 허리먼의 전화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10시에 만나자고 했지, 그때까지 무얼한다? 그는 의수를 뽑아던지고 침대에 벌렁 누워서 자기가 좋아하는 록크곡을 휘파람으로 불면서 구불구불한 뱀부각을 한 천정을 바라보았다.

전반적으로 정치적리념으로서의 동방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최근년간 그를 불안케 하고 괴롭힌 모든것 즉 사회주의조선의 건재와 이 자그마한 사회주의보루앞에 굴복하고 《미조기본합의문》에 도장을 찍지 않으면 안된 미국의 체면손상 그리고 조선문제에서 군사적개입을 주장하는 자기에 대한 대다수국민들의 은근한 조소, 차기 대통령선거유세가 시작된 지금 온몸을 사로잡는 렬세감, 이 모든것이 새로운 결정적승리앞에서 뒤로 사라졌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던것이다. 그러나 이 행복한 순간에 한가지 일만은 사라지지 않고 자루속의 송곳처럼 아물려고 하는 상처를 찌르려는것이였다. 그는 그 일을 생각하면 모욕감으로 하여 지금도 온몸이 떨리였다. 돌은 얼마전에 있었던 일을 눈앞에 그려보았다. 그가 공화당내 경선에서 승리하여 금방 선거유세에 나서려던 때였다.

미상원합동청문회가 열리였다. 연탁에는 그의 경쟁자인 현 대통령이 나섰다. 대통령은 최근년간 미국과 조선사이에 《핵문제》가 폭발하고 그것이 《미조기본합의문》의 채택으로 해결되게 된 결과를 보고한 다음 공화당의원들쪽으로 시선을 보내며 어른이 아이들을 대상할 때 보여주는 너그러운 표정을 짓고 말하였다. 죄는 천도깨비가 짓고 벼락은 고목이 맞는다고 우리는 그사이 여론의 압력과 조소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승리하였다. 지금에 와서 우리는 지난 일을 두고 갑론을박하고싶지 않다. 다만 당신들에게 말하고싶은것은 대조선정책에서 고압은 시기상조라는것이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 공화당좌석의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보브 돌에게 시선을 멈추었다.

그 순간 돌이 불끈하여 일어섰다. 그는 장내를 쩡 울리는 큰소리로 냅다 쏘았다.

《각하께서는 윁남전쟁때처럼 아직도 전쟁을 겁내는가요?》

윁남전쟁때 초모를 기피했다는 추문이 나돌고있는 클린톤에 대한 인신공격이였다. 돌은 이 공격을 들이대면서 자기의 의수를 성한 손으로 잡았다. 돌은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는 미국을 위한 전쟁에서 피를 흘린 공신이라는것을 강조하려고 하였다.

클린톤은 물론 그 뜻을 제꺽 알아차렸다. 그는 여전히 너그러운 표정을 짓고 아량있는 어조로 말하였다.

《리득이 없는 전쟁에서 팔을 잃은것은 자랑으로 될수 없지요. 반대로 나는 성한 팔을 자랑합니다. 미국을 위해서 아무때건 총을 잡을수 있으니까요.》

누구에게 퍼부어지는것인지 모를 폭소가 장내에 터졌다. 돌은 자기가 클린톤에게 지고있다는것을 의식하면서 또 한마디 하였다.

《당신은 백전풍이 든 그 팔이 그리도 아깝습니까?》

보브 돌은 입밖에 내뱉은 자기 말의 유치한 뜻을 이 말이 이미 쟁쟁한 소리로 울리고있을 때에 비로소 깨달았다.

장내에는 더욱 큰 폭소가 터졌다. 그것이 자기에게 퍼부어지는 조소임을 안 돌은 자기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이 패배를 만회하려고 조선에 군사적개입을 건의하는 문건을 국회에 제출하고 그 표결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며칠후 있은 표결에서 돌은 또다시 패배를 당하였다.

지워지지 않는 이러한 사실을 회고하면서 지금 돌은 스스로 자신에게 웨치는것이였다. 《내가 이겼다!》 그는 자기에게 조소를 퍼붓던 겁쟁이제씨들이 지금 자기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하고 심술궂게 생각하였다.

《뭐 아직 시기상조라고? 기다릴테면 너희들이나 기다려라, 콤퓨터는 과학이다! 최후승리를 위하여 더 바싹 조이자! 나는 국민에게 호소할것이다. 클린톤, 나는 너를 이길것이다!》

보브 돌은 이 말을 소리내여 웨치고싶었다. 그러나 그는 물론 지금 자기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좋다, 10시에 내 말을 듣게 될것이다!

돌은 자기가 중앙정보국의 밀실에 나타나 비밀리에 모여앉은 사람들앞에 2년이라는 수자를 공개하는 순간을 희열에 넘쳐 생각해보았다. 자, 누구든 하루밤 자고나면 대통령이 될 이 사람의 종국적인 정당성을 의심할테면 의심해보라! 그들, 바로 그들, 조선사람들의 예견치 않았던 저항을 구실로 삼고있는 그 무능하고 쓸모없는 민주당패거리들때문에 미국은 세계앞에서 만신창이 되고 조선은 아직도 검질기게 살아있다. 그러나 결정적시기가 닥쳐왔다.

우리가 좀 더 강경하게 나갔더라면 좀 더 일찌기 찾아왔을 그 시기가 드디여 왔다.

조선을 파멸시키는것은 이제는 식은죽 먹기다.

오전 10시, 중앙정보국의 《Z》표가 붙은 밀실에 뒤늦게 들어와 상좌에 앉은 보브 돌의 기분은 시종 매우 좋았다.

이러한 회의에 빠짐없이 참가해온 국방장관대리로 참가한 합동참모본부의 부의장 죤스, 국무성 차관 씨번, 미련방수사국의 부국장 디퍼, 이 집단의 모사이기도 한 카네디기금 상급연구사 호케르는 돌이 그렇게도 의기양양한것을 그들의 프락치야가 구성된 3년전의 첫 며칠간을 내놓고는 일찌기 본적이 없었을것이다.

그러나 비범한 배우라고도 할수 있는 보브 돌은 밖으로 막 터져나오려는 기쁨을 가까스로 억제하고있었다. 그는 콤퓨터의 계산이 자기에게 있어서 아무리 학수고대하던것이였다 하여도 그런 티를 앞으로 자기 정권의 요직을 차지할 사람들앞에서 나타내고싶지 않았다. 그렇게 한다는것은 결국 자기가 지금까지 궁지에 몰려있었다는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것으로 되기때문이였다.

그렇기때문에 돌은 자기의 억누를수 없는 기쁨을 말로도 표정으로도 나타내지 않았다. 그들의 인사에 건성 손을 쳐드는것으로 대답한 그는 자리에 앉자 보고를 하라고 허리먼에게 언권을 주었다.

언권을 받은 허리먼이 일어섰다.

물론 정보국장의 보고에서는 콤퓨터의 계산결과가 주되는 자리를 차지하였다.

그는 첩보원들과 위성정찰의 자료에 의한 북조선의 정치, 경제, 군사적위기상황이 프로그람에 입력된데 대하여 말하였다. 중점은 경제적위기상황에 두었다. 중요경제지표들을 렬거한 다음 이 모든것은 자력회복이 불가능함을 시사한다고 지적하고 그를 례증하면서 1990년이후 5년 련속 경제가 미누스성장을 기록하고있는데 대하여서와 최저수준에 이른 국민총생산액과 대외무역액을 들었다. 다음 에네르기사정의 악화로 경제전반이 위축된 결과 공장가동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간단히 언급하고 농업생산의 체계적인 저하로 식량사정이 막다른 단계에 이르고있으며 그 결과 북조선국민들이 더는 사회주의와 타협하지 않으리라는 추측을 말하였다.

《북조선경제가 이렇게 된데는 그들이 의거하고있던 사회주의경제시장이 완전히 없어졌고 우리의 경제봉쇄로 서방시장에로의 침투가 불가능하였다는데 근본원인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에 대한 경제봉쇄를 더욱 철통같이 하고 군사적압력을 가속화한다면 그들의 질식은 가까운 장래의 일로 될것입니다. 그에 대하여서는 콤퓨터가 정확히 계산하였습니다.》

다음에 보브 돌이 발언하였다. 그는 콤퓨터의 프로그람에는 북조선위기를 더욱 촉진시킬 김일성주석의 서거는 반영되여있지 않다고 하면서 이것만 반영하였다면 콤퓨터의 형광판에는 보다 낮은 수자가 표시되였을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 자기가 모순된 말을 하고있으며 뭔가 애써 외면하려고 한다는것을 의식하였다. 그것은 북조선에서 김일성주석을 대신하고있는 김정일령도자가 있다는 사실이였다.

최근년간 그의 뇌리에는 그 사실이 더 자주 떠올랐으며 이날 새벽 침대에 벌렁 누워 행복에 한껏 취해있을 때에조차 그 사실이 상기되는것을 어찌할수 없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보브 돌은 갑자기 커다란 담벽앞에 마주선 때처럼 가슴이 답답해져서 숨가쁘게 말하였다.

《여하튼 북조선의 붕괴는 기정의 사실이요. 그러므로 제씨들은 총력을 다하여 그를 가속화해야 하오. 북조선을 괴멸시키는데는 2년이 아니라 1년이면 충분하오!》

그는 잠간 말을 멈추었다가 표독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제씨들은 클린톤행정부에서도 실권자들이지만 앞으로 나의 행정부에서도 실권자로 될것이요. 두려울것이 없소. 강행하시오. 승리는 우리의것이요!》

그는 성한 손으로 의수를 틀어잡고 흔들었다.

엄숙한 정적이 깃들었다.

허리먼은 번개처럼 생각을 굴리였다. 어떻게 하면 북조선에 변절자들을 더 많이 만들겠는가? 어떻게 하면 그들의 내분을 촉진시키겠는가? 남조선의 《안기부》를 다 내던져도 좋다. 북조선을 무너뜨린 다음에야 그것을 해서 무엇하랴? 그다음? 그다음에는 또 써먹을 무엇이 없는가?

그의 얼굴에 회심의 웃음이 지나갔다. 까마득한 옛날에 박아넣은 값눅은 첩자들의 이름이 고문서에 적혀있던것이 생각났던것이다.

돌의 목소리가 그의 생각을 중단시켰다. 돌은 두가지 지시를 내리고있었다. 하나는 중앙정보국장인 허리먼 자기로 하여금 불과 한달전에 만들어 내려보낸 대북조선정책방향을 수정하여 다시 내려보내되 이번에는 폭을 넓혀 남조선과 서방의 동맹국들에도 보내며 해외공관들에도 보내라는것이였고 또 하나는 여론전을 전개하되 그 앞장에는 자기가 서겠다는것이였다.

다음날 선거유세에 나선 보브 돌의 목소리가 텔레비죤방송과 소리방송의 파장을 타고 전세계에 울리였으며 활자로 되여 미국의 중요신문들에 실리였다.

《빠리콤무나의 바리케트에 지나지 않는 사회주의의 보루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다. 검은 연기를 피워올리며 그 불이 꺼질 때 자유세계는 더욱 밝아질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미국의 수치인 〈미조기본합의문〉은 절대로 시행될수 없으며 시행되여서는 안된다. 나는 클린톤의 전철을 밟지 않을것이다. 나는 대조선문제를 강력하게 다룸으로써 훼손된 미합중국의 명예를 회복할것이라는것을 국민앞에서 엄숙히 공약하는바이다.…》

 

4

 (1)

 

《경애하는 장군님.》

《…》

《저… 장군님.》

《…》

김정일동지!》

묵묵부답이시던 김정일동지께서 보던 문건에서 시선을 드시였다.

키가 작지는 않으나 몸매가 앙바틈해보이는 사람이 죄송스러워 하는 표정을 짓고 앞에 서있었다. 곽무선이였다.

그는 몇번 손기척을 냈으나 응답이 없어 그냥 들어섰고 몇번 존칭으로 찾다가 나중에는 존함을 불렀던것이다.

《왜 그러오?》

김정일동지께서 물으시였다.

곽무선은 그 물으심이 자기의 죄송스러워하는 표정을 보고 하시는 물음인지 아니면 용건에 대한 물음인지 몰라 인차 입을 열지 못하고 이미 지었던 표정을 풀지 못한채 어정쩡해서 서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장군님》이라고 부르는것을 질색하시였다. 그러한 존칭은 수령님과만 결부되여야 한다고 여기시는 그이이시였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항일투사들이 먼저 그 존칭을 쓰더니 약속이나 한듯이 전체 인민이 따라쓰기 시작하였다.

온 나라 인민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막을수 없는 일이여서 측근의 일군들만이라도 쓰지 못하도록 엄하게 타이르시였다.

우리 인민은 벌써 반세기전부터 수령님을 장군님으로 불러왔다, 그후 더 높은 존칭은 없겠는가 하는 인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우리가 주석이라는 존칭으로 받들어올렸다, 그러니 일체 존칭은 수령님과만 결부되여야 한다, 나는 오직 동지라고 부르면 된다, 나는 동지라는 말이 제일 친근하고 좋다, 그러니 동무들부터 그렇게 하라. 이렇게 타일러오시였다.

그런데도 일군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책임서기도 마찬가지였다.

간혹 그이의 엄한 요구에 못이겨 존함을 부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러고나서는 지금처럼 죄송스러워하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왜 그러오?》 하고 재삼 물으시여서야 곽무선은 그이께서 용건을 물으신다는것을 알고 자세를 똑바로 하며 말씀올렸다.

《허성렬부부장동지가 만나뵙겠다고 찾아왔습니다.》

《그 동문 외국으로 떠나게 되여있지 않소?》

《그렇습니다. 한데 떠나기에 앞서 꼭 말씀드릴 일이 있다고 합니다.》

잠시후 체소하나 강기있어보이는 사람이 집무실에 들어섰다. 그는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장군님의 손에 들려있는 문건부터 알아보았다. 지난 밤 자기가 올린 문건이였다.

그 문건은 적들이 떠들어대는 우리 공화국의 《조기붕괴》설을 집약한것이였다.

허성렬은 기회가 좋지 않은 때 찾아들어왔다는것을 의식하며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씀올렸다.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류송직의장동지가 장군님을 만나뵙도록 주선해달라는 청입니다.》

《그런데 동무가 왜 그 청을 맡아나섰소?》

《책임서기에게서는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음…》

장군님께서는 류송직의장이 최근에 무슨 문제를 두고 고민하고있는가를 알고계시였다. 이해가 다 가고있다. 어떻게 하나 제10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치르고 이해안으로 추대문제를 성사시키려는것이였다. 수천수만통의 로동자와 협동농민, 인민군병사들의 편지와 함께 그자신도 거듭 편지를 보내왔고 전화도 걸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동의하실수 없는 문제였다. 그래서 책임서기에게 그 문제때문이라면 찾아오지 못하게 하라고 일러두시였던것이다.

허성렬이 그이께 설명하기 시작했다.

《의장동진 저보고 동무도 대의원이 아닌가. 그러니 의장의 말을 들으라. 이렇게 강박하다싶이 했습니다. 그래서 바쁘신줄 알면서도…》

《허허…》 장군님께서는 가볍게 웃고나서 허성렬이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으시였다.

《동무생각은 어떻소? 의장이 나를 만나자는 의도를 짐작하겠는데.》

허성렬은 침묵하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나직이 한숨을 쉬시였다.

허성렬이까지 나를 리해하지 못하는가? 야속하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누구도 자신을 리해하려고 안했고 오히려 설복하려고만 들었다.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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