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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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구철이가 탄 소형화물차는 만짐의 무게에 눌리워 뒤뚱거리며 떠나갔다. 김형규는 입술을 감빨며 서있다가 자리를 떴다.
가열로굴뚝을 에돌아 사무실로 가는 로상에서 그는 또 한번 기분상한 일을 당하게 되였다. 오전작업을 끝낸 로동자들이 작업도구를 정리하는것을 무심하게 보며 지나가댔는데 눈에 거슬리는것이 있었다. 가스관용접에는 특수용접봉을 써야 하는데 작업장에 있는것은 일반용접봉, 그것도 기업소가 자작 만들었다는 이른바 철판용접봉이였던것이다.
김형규는 그들에게로 다가가 모두거리로 물었다.
《누가 작업을 책임지고있습니까?》
《?!》
《어째서 설계의 요구대로 하지 않습니까? 자재과에서 특수용접봉을 주지 않던가요?》
한꺼번에 밀몰아 하는 불만에 찬 물음에 얼떠름해있던 그들중에 키가 작고 상고머리를 한 젊은 로동자가 나섰다. 그 역시 김형규처럼 감정적으로 대답했는데 형규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우리는 채호명아바이의 지시를 받소. 우리 직장에서는 기술실무에 들어가선 그 아바이말이면 한판이요. 그리고 이건 이래뵈두 특수용접봉을 찜쪄먹는 용접봉이요.
근데 거긴 누기요? 제일이 아니면 삐치지 말구 제 갈길이나 가봅소.》
로동자들은 작업복을 어깨에 걸치고 옆구리에 끼며 우르르 작업장을 떠나갔다. 간간이 이쪽에 저마끔 고개를 한번씩 돌리는것을 보니 형규소리를 하는것같았다.
(좋은 소리는 아닐것이다. 제 소개를 하지도 않고 감정적으로 말했으니 응당한거지.)
김형규는 허거픈 미소를 지으며 들고있던 수첩을 품에 넣었다.
그는 무릎을 꺾고앉아 가스관의 용접부위를 손으로 쓸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용접기술이 대단히 높다는것이 알리였고 그래서인지 촉감과 육안으로는 상당히 정교해보인다. 그러나 설계의 점과 선에는 자기의 고유하고 엄격한 과학기술적요구가 내포되여있지 않는가. 이런 식으로 세분화작업을 제멋대로 한다면 앞으로 있게 될 련동시험때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수 있는가.
김형규에게 있어서 이러루한 일은 오늘까지 셈하면 여러 차례 된다고 볼수 있었다. 기초콩크리트타입공사를 시작했을 때 규소혼합물문제로 부직장장과 의견이 엇갈리였고 총설계가의 의견을 접수하지 않는 일부 로동자들의 태도문제를 지적하자 어느한 부반장에게서 선생이 그럼 부반장까지 겸하라는 무툴한 대접을 받은적도 있었다.
시계를 한번 들여다보며 시간을 확인한 김형규는 허리를 폈다. 아무리 늦더라도 채호명아바이를 만나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고싶었다. 아바이는 늘 2강철영양제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댔으니까 거기에 있을것이다.
아담하고 멋스러운 2강철영양제식당의 근처에서 형규는 또 한번 멈춰서지 않으면 안되였다. 열간제품완성직장쪽에서 건설감독과장이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며 그를 불렀던것이다.
《마침이구만. 부기사장동지가 형규선생이 가열로현장에 있다 해서 찾아다녔소. 자, 어서 수표를 해주.》
그가 내미는것은 배풍기개작에 관한 사고조서였다. 김형규는 어지간히 부아가 났지만 참았다. 대신 필을 뽑아들고 자기 이름을 감정적으로 전보다 더 큼직큼직하게 써주었다.
사봉벌아래쪽에서 불타던 저녁노을은 어느덧 농포산언저리에 내려앉아 마지막적황색기운을 뿜고있었다. 남문앞도로며 문화회관앞길은 경희극 《산울림》을 구경하고 퇴근길에 오른 기업소사람들의 자전거행렬로 붐비고있었다.
채호명과 김형규는 자전거행렬이 어느 정도 설핀쪽으로 걷고있었다. 주로 형규가 말했고 호명은 듣기만 하였다.
김형규는 거의나 노여움에 젖어 불만을 토로했다. 무슨 이야긴들 하지 않았겠는가. 김책공업종합대학에만 일임하고 수동적으로 대하는 일부 일군들과 기술자들, 단위책임자들, 승인이나 합의를 거치지 않고 제마음대로 세분화작업을 진행하는 현상, 지어 오늘 그가 체험했던 로동자들의 랭담한 태도까지 입에 올랐다.
《아바이, 그 정구철열관리부기사장 말입니다, 그 사람 도대체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을 왜 그리 미덥지 않아 그럽니까. 이건 정말 볼트 하나 개작해도 사고조서를 내들며 수표하라는겁니다. 사고가 나면 김형규가 책임지라는거지요. 이게 과연 하자는 사람입니까 말자는 사람입니까.
이자두 배풍기날개개작에 관한 사고조서에 왜 수표를 안했는가고 하며 따지다싶이 하더군요.》
《그게 정말인가?》
《믿어 안지면 우리 호실에 와 한번 보십시오. 제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이자 경희극 〈산울림〉을 보면서 부기사장을 승재인지 달수인지 갖다맞추어보았겠습니까?》
《누구와 비슷합데?》
《그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은데두 선진분자같지 않단 말입니다.》
《그렇겠지.》
호명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진 맙소. 사소한 실수가 있을세라 요구성을 높이느라 그러겠지.》
《아바이두 김철사람이라구 부기사장을 두둔하는구만요.》
《그야 그래야지, 형규선생보다 내가 그 사람을 더 잘 아니까.》
그러는새에 호명이 살고있는 아빠트밑에 이르렀다.
김형규는 끌고오던 자전거를 세워놓고 짐들에 실었던 내화벽돌을 내리웠다. 형규는 채호명이 거들어주려 하는것을 밀막았다.
《먼저 올라가십시오. 이건 내가 메고올라가지요.》
채호명의 내외는 쉰나문평방이 되는 아담한 집에서 살고있었다.
집에 올라가 얼추 세면을 하고 채호명의 방에 들어가니 신정이며 박사원생들이 벌써 상을 차려놓고 기다리고있었다. 섭이며 붉은 게, 큰 새우찜, 낙지회 등 주로 수산물이 주류를 이루고있어 돼지발쪽과 보쌈같은 고기류는 가녁에 차려져있었다.
《야, 이거 아바이네 살림이 조촐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뭘 이렇게 준비했습니까?》
김형규는 주탁을 권고하는 호명을 그 자리에 앉히며 감복했다.
식탁을 둘러보며 만족감을 표시하는 채호명이였다.
《내 외지에 나와있는 선생들께 대접을 하겠다니 아들, 딸네가 도와들 줍데. 나살이나 먹은게 이런 궁리를 빨리 해야겠는데 무슨거나 부족해서 이자 용기를 냈소.
자, 수저들이랑 잡소. 객지에 나와 먹는 밥은 아무리 친척집이라두 배가 고픈 법인데 하물며 우리 집이야 더 말해 뭘하겠소. 그렇지만 성의로 알고 많이들 들어줍소.》
노래까지 나오지는 않았지만 식사분위기는 좋았다.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러운 분위기속에 형규와 신정이사이에는 가열로련동모의시험을 위한 프로그람제작진척정형이 활발하게 론의되였다. 애젊은 박사원생들은 그들대로 채호명이와 두드려뚱땅과학기술시대(16~17세기실험과학시대)와 콤퓨터시대인 오늘을 비교하며 아량이 넘치나 한켠으로는 《독설적인》대화로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화제가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안을 어떻게 하면 하루빨리 안전하게 성공하겠는가 하는것으로 합쳐졌다. 열기띠고 유익한 이야기는 새날이 되여와서야 끝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