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푸른 강산
백 보 흠
( 제 2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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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트로브스소나무는 일반소나무에 비해 바늘잎이 가는것이 특징이였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흔히 가는소나무라고 한다. 스트로브스는 학명이였다.
양묘장사람들은 가는소나무라고 부르는것을
《양묘장지배인동무, 아깝겠지만 아무래도 저 부부장한테 스트로브스소나무모를 몇그루 주어야 될것 같소. 허허허.》
《만그루가 넘습니다. 래년에는 온 나라에 스트로브스소나무모를 보낼수 있습니다.》
지배인의 대답에
《나는 신창에서 처음으로 스트로브스소나무를 보았습니다. 그때에는 그 소나무가 얼마 없었습니다. 아주 힘들게 나무모 몇그루를 구해서 양묘장에 보내주었는데 이제는 온 나라에 스트로브스소나무모를 보낼수 있게 되였으니 정말 대단합니다. 동무들이 일을 참 잘했습니다. 애국자들입니다.》
《자. 이젠 야외재배장을 보러 갑시다.》
종합조종실에서 나오신
전동차는 흥에 겨운듯 률동적으로 흔들거리면서 야외양묘장을 향해 서서히 미끄러져갔다.
전동차시창으로 200종에 가까운 다양한 나무모들을 계단식으로 자래우고있는 4정보의 푸른 대지가 바라보였다. 그너머 원경으로는 열대의 원시림처럼 무성한 검푸른 수림이 설레이고있었다.
《예, 영양단지로 키우기때문에 재배장의 부지는 4정보이지만 40정보에 맞먹는 나무모를 생산합니다.》
그러면서 형준은 자강도의 한 기계공장에서 영양단지성형기를 보내주어서 하루에 10만개이상의 영양단지를 생산하고있다고 하였다.
전동차시창으로 은백색지붕같은 폭이 넓은 해가림발이 내다보이였다. 그것은 나무모의 해빛쪼임을 조절하는 야외재배장의 《지붕》이였다.
강형준은 야외재배장에 있는 해가림발, 분무기를 비롯한 모든 기구들도 현대화되여있고 해가림발과 영양단지재료들을 생산하는 부직포공장과 종합공장의 일체 생산공정들도 콤퓨터로 조종되여 완전히 흐름식생산이 이루어지고있다고 하였다.
《이 중앙양묘장엔 자랑보따리뿐이군요.》
해설을 듣고있던 어느 한 수원이 탄성을 올리였다. 사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양묘장이였다. 그러나
《지난 겨울이 몹시 추웠는데 혹시 얼어죽은 나무모는 없습니까?》
순간 소스라쳐놀라는 강형준은 얼어붙은듯 입을 열지 못하였다.
《예, 지난 대소한철에 얼궈죽인 나무모들이 있습니다. 내한성이 약한 백합나무모들이 많이 얼어죽었습니다.》
강형준의 얼굴은 죄책감으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저희들이 죄를 졌습니다. 귀중한 나무모들을 얼쿼죽이고도 … 자랑만 하고 …》
강형준은 몸둘바를 몰라하였다. 사실 애지중지 키우고있는 값진 나무모들을 얼궈죽인것은 큰 실책이였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건 없습니다. 교훈을 찾고 대책을 세웁시다. 나무모가 얼고있는것을 제때에 알아내지 못한것을 보면 종합조종실기구에도 결함이 있고 관리자들에게도 잘못이 있는것 같습니다. 기구는 정밀해야 하고 관리자들은 세심해야 합니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정밀성, 세심성이 생명으로 됩니다. 나무모를 얼궈죽이지 않자면 겨울용저장고를 하나 마련해놓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한편 조종실감시기구들을 보다 정밀화하고 관리자들의 책임성을 높여야 할것입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시는 나무모를 얼궈죽이지 않겠습니다.》
리동현당비서가 양묘장일군들을 대표해서
그리고는 저쪽 앞켠에 앉아 어느 한 일군과 이야기를 나누고계시는
전동차는 어느덧 6호포전앞에 이르렀다.
포전앞쪽에 창성이깔나무모들이 사열받듯 질서정연히 긴 대렬을 짓고 자라고있었다. 그 뒤쪽에서는 스트로브스소나무들의 파란 바늘잎들이 유난스레 반짝거리는데 그것은 마치도 참관자들을 반겨 미소를 짓는듯 했다.
하얀 해가림발밑에 일정한 간격으로 렬을 지어 뻗은 분무관들에서는 나무모들에 젖을 먹이듯 물을 뿌려주고있었다.
해가림발에서 반사되는 10월의 담담한 해빛은 분무관에서 뿌리는 안개비속에 스며들어 령롱한 칠색무지개를 펼치군 하였다. 포전옆으로는 종합공장이며 여러 직장건물들이 광활한 초원에 우뚝 솟은 절묘한 바위산처럼 푸른색을 번쩍이며 우렷이 서있었다. 그너머로 아득히 펼쳐진 검푸른 수림…
《양묘장이 참 멋이 있습니다. 나는 오늘 처음 여기에 와보는데 그 어느 나라에도 짝지지 않게 훌륭합니다.
참, 이 양묘장에 너도밤나무도 있습니까?》
원래 너도밤나무는 조선중부와 북부지역에서는 볼수 없었던 나무인데 풍토순화시켜 지금 중앙양묘장에 천수백그루의 너도밤나무가 있다.
강형준은 이 사실을 말씀올리고 《지금 세계적으로 산업적가치가 있는 나무종을 약 200여종으로 보고있는데 우리는 수종이 좋은 다른 나라의 나무들을 풍토순화시키기 위한 연구사업을 진행하고있습니다. 그중 수십종을 성공시켜 살려냈습니다.》 하고 덧붙여 아뢰였다.
양묘장주인들도
《단나무는 강심제약재로 많이 쓰이는데 단나무열매는 찔광이보다 약효가 10배나 더 높다고 합니다.》
양묘장지배인이 통통 여문 단나무열매를 한알 따서
단나무는 우리 나라 어디에서나 다 자라는 좋은 나무였다.
얼마후
넓은 양묘장을 다 돌아보자면 며칠을 품놓아도 안되였다.
규모있게 꾸려진 각종 야외재배장들과 수정궁같은 은백색의 강질유리온실, 푸른 하늘을 떠이고 산악처럼 높이 솟아있는 공장들과 아담한 문화주택들, 하늘가에 잇닿인 울창한 밀림…
푸르른 나무숲에 려과된 신선한 가을바람이 달콤한 과일향기를 풍기며 선들선들 불어왔다.
《참 좋습니다. 수림화, 원림화된 래일의 조국이 보이는것 같습니다. 외국사람들도 더러 여기에 와봅니까?》
《예, 와보고는 모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외국사람들도 와보게 하고 우리 사람들도 참관시켜야 하겠습니다. 오늘 형준동무처럼 해설을 하면 애국주의교양이 됩니다. 나라의 흙 한줌,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도 귀중히 여길줄 아는 사람이 애국자입니다.》
힘있게 손세를 쓰시던
《평양시에서 양묘장을 하나 잘 꾸려야 하겠습니다. 그 문제는 후에 토론하고 이젠 헤여질 때도 됐는데 제기할것이 있으면 말하시오.》
《저희들은
《거야 뭐 어렵겠소. 양묘장전경을 배경으로 한장 찍고 갑시다.》
일행은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후대를 사랑하는 애국자만이 할수 있는 만년대계의 장기적인 사업입니다.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사는 사람은 그 일을 옳게 할수 없습니다. 숲을 가꾸는 애국자들을 널리 소개하고 높이 내세워주어야 합니다.》
《우리 민족이 대대로 살아온 삼천리금수강산을 우리 시대에 더 아름답게 가꾸어 후대들에게 물려주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수종이 좋은 나무들을 골라 적지적작의 원칙에서 나무모비배관리를 잘하고 과학연구기관들에서 경제적가치가 있는 나무들을 튼튼히 키워야 합니다.
동무들, 국토환경보호사업을 전군중적운동으로 벌려 내 나라의 푸른 하늘을 맑은 공기로 가득 채우고 우리 나라의 산들을 나무숲이 우거진 사회주의선경, 황금산, 보물산으로 만들어 후대들에게 넘겨줍시다.》
(
그렇다, 환경보호사업은 당면한 경제적목적만이 아니라 나라의 만년대계를 위한 사업이며 일시적인것이 아니라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에서 항구적으로 틀어쥐고나가야 할 필수적인 사업이며 한세대에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대를 이어가며 진행하여야 할 사업이다.
우리
전동차는 어느덧 강질유리온실옆에 이르렀다.
전동차에서 내리신
계획된 그대로 1시간에 현지지도일정을 마치신것이였다. 이제는 아쉬운 작별의 시각이 되였다.
《자, 그럼 동무들, 잘있소.》
《인민을 위해 좋은 일을 더 많이 하고 다시 만납시다.》
강형준은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이제 또다시 먼 현지지도의 길을 떠나시는
《왜들 그래, 이 좋은 날에 울지들 마오. 그만하라니까 … 래년 5월쯤에 꼭 다시 오겠소.》
《오늘 수고들 했습니다. 우리 함께 힘을 합쳐
승용차행렬은 멀리로 사라졌으나 양묘장주인들은 이윽토록 한자리에 서있었다.
3
5시가 가까와오는 새벽이였다.
《주체101(2012)년 10월 9일》
오늘을 알려주는 푸른 글자들이 가슴을 뜨겁게 지지며 눈앞에 안겨왔다.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흘렀군!)
시간과 세월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올수 없는것이다. 그러니
지난해 10월 중앙양묘장을 찾아가보신 이후에는
《형준동무, 우리는 이 슬픔을 이겨내야 합니다.
《으흐흑…》
강형준은 오히려 더 큰 울음을 터치며 얼굴을 싸쥐고 물러났다. …
그 이후에는 그를 한번도 만나보지 못하시였다. 도저히 시간을 짜내실수 없었던것이다. 그러나
2012년 5월 8일, 국토관리총동원운동열성자대회 참가자들에게 전달된
강형준도 대회의 연단에서 사람들을 울리는 격동적인 토론을 하면서 이렇게 호소하였다.
《… 우리모두 조국의 자연을 아름답게 가꾸고 나라의 모든것을 사회주의락원으로 꾸려 공해를 모르는 아름다운 도시와 농촌, 맑은 물이 흘러넘치는 하천과 호수, 사시절 꽃이 피고 열매가 주렁지는 산과 들을 사랑하는 후대들에게 넘겨줍시다.》
대회이후 온 나라에 국토관리총동원운동의 열풍이 불어 불과 몇달동안에 전국적으로 수억그루의 나무를 심고 1 000여키로메터의 철길과 도로를 정리하고 수백정보의 록지를 조성하였다.
오늘
(전화로라도 한마디 해줘야지.)
그 시각 형준은 집이 아니라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사무실에서 밤을 새운 그는 리송목이 보내온 편지를 읽고있었다. 그것은 지난해 10월에 받은 1년이나 묵은 편지인데 이렇게 무시로 읽어보군 하였다.
《형준이, 나는 10월10일당보를 읽고 이 글을 쓰네. 숲을 가꾸는 우리들의 행복에 눈물을 흘리면서… 자네는 철직되였던 내가 어떻게
새 생명을 받아안게 되였는지 아직 그 사연을 모르고있을테지. 나의 정치적생명을 구원해주신분은 바로
문득 사무탁에서 울리는 전화기신호음에 강형준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성당비서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라고 짐작하면서 심상히 송수화기를 집어들었다.
《강형준이 전화받습니다.》
강형준은 소스라쳐놀라며 솟구쳐일어났다. 그는 후들거리는 손으로 옷매무시를 바로하였다.
입이 굳어져 소리가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 얼결에 인사를 올렸으나 그다음은 무슨 말씀을 올려야 할지 생각이 꽉 막히였다. 정말
《늘 보는것처럼 나는 잘있습니다.》
그렇지, 매일과 같이 여러 부문을 현지지도하고계시는
《왜 집에 안들어갔습니까. 일감이 밀렸는가요?》
《일감이 밀려서가 아니라 어제 밤은 사무실에 조용히 혼자 있고싶었습니다. 시인들이 말하는것처럼 온밤 추억의 배를 타고다녔습니다.》
어느덧 긴장이 풀린 형준은 이제는 저절로 말이 슬슬 흘러나오는것이 스스로도 놀라왔다.
《추억의 배요? 하긴 나도 어제 밤은 생각이 많았습니다.
감격이 북받쳐 그는 또다시 떠듬거리였다.
《찾아볼 인민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형준동무도 오늘 중앙양묘장에 가겠지요?》
《예, 오늘은 성일군들이 모두 중앙양묘장에 가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거기가 참관자들로 들썩할겝니다.》
지난 1년동안 많은 사람들이 양묘장을 참관하였다.
강형준은 그에 대해 신이 나서 아뢰였다.
《얼마나 좋습니까. 그러니 양묘장은 단지 나무모만을 키우는 식물재배장이 아니라 애국자들을 키우는
그 순간 형준은
《지금 밖에서 일군들이 날 기다리고있습니다. 시간이 없어 긴말을 못하겠습니다. 오늘 참관자들에게 해설을 잘해주시오. 그들의 가슴에
《알겠습니다.》
강형준은 힘있게 대답을 올리였다.
《국토환경보호사업이야말로
어린 자식이 먼곳으로 떠나는 어머니를 찾듯이 강형준은 흐느끼며
창밖은 환히 밝았다. 조형적인 기복을 이룬 고층건물들이 산줄기우에 우뚝우뚝 솟은 련봉마냥 길게 잇닿인 광복거리의 일각이 확 안겨왔다.
강형준은 창문을 확 열어젖뜨렸다. 물기를 머금은 시원한 아침바람이 정원수의 향취를 싣고 방안으로 밀려들어왔다.
그는 양묘장이 있는쪽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언제나 그쪽을 바라보느라면 온 나라가 수림화, 원림화되고 곳곳에 황금산, 보물산이 솟아있는 끝없이 아름답고 살기 좋은 래일의 조국이 눈앞에 어려오는것이였다.
강형준이 심장의 벽에 석문처럼 새겨진 신념의 명언이였다.
그렇다,
방금 떠오른 아침해가 중앙양묘장으로 떠날 차비를 하고있는 강형준의 얼굴을 밝게 비쳐주고있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