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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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오르기 전의 숨막힐듯정적!… 류정애는 자기가 이 영광의 자리에 나섰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아 자꾸 손을 꼼지락거리며 현실감을 느껴보려고 애썼다.

마음을 진정할 길이 없었다. 일일천추로 기다려오던 날을 맞고보니 이 세상에 자기보다 더 행복한 녀인이 있을것 같지 않아 자꾸 눈굽이 젖어들었다. 합창대에 올라선 다른 군인가족들도 애써 격정을 누르고있었다.

평양을 떠나 늘 현지지도의 길에 계시는 장군님의 소식에 접할 때마다 화려한 무대복을 입고 노래를 부르는것이 죄스러워 장군님을 모시고싶은 마음을 달래던 그들이였다. 그런데 죄스러움속에 기다리던 날이 불현듯 다가왔다. 전선시찰의 길에서 돌아오신 김정일동지께서 군인가족들이 준비한 예술소조공연을 보아주시려고 극장에 나오신것이다.

바로 이날 새벽에 한선률은 갑작스런 진통을 이기지 못하고 산원으로 후송되였다. 진통을 참느라 모지름을 쓰는 속에서도 그의 얼굴에는 근심이 한가득 어려있었다. 장군님앞에서 행복의 노래를 부를 날을 기다리며 한껏 마음을 조여왔는데 그 먼저 해산진통이 닥쳐온것이다. 선률은 너무도 분하고 서러워 진통을 겪는 속에서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난 장군님께서 꼭 우리 공연을 보아주실것만 같애요. 하필이면 이런 때에 왜 나만은 난사를 겪어야 하는지… 막 분해요.》

선률의 안타까운 호소에 정애는 뭐라 대답할수 없었다. 정말이지 행복한 순간이 닥쳐온다면 선률에게는 그보다 더 큰 심리적타격이 없을것이라고 생각되였다.

그런데 그 영광이 불원간 파도쳐왔다. 래일이면 분명 텔레비죤을 통해 장군님께서 군인가족들의 공연을 관람하신 소식이 방영될터인데 선률은 그 한순간을 참지 못한것을 두고 가슴을 칠것이다.

그러나 선률이, 내 동무의 마음까지 합쳐 노래를 부르겠어. 장군님께 축하의 인사도 올리겠어.…

만세의 환호가 터졌다. 부지중 류정애는 온몸을 휘감는 환희를 느끼며 격정을 터뜨리는 관중들의 열기에 휘말려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 관중들과 무대의 군인가족들에게 답례인사를 보내시며 극장관람석에 들어서고계시였다. 태양처럼 환한 웃음이 정애의 눈을 부시게 했다. 두손을 쳐들고 목청껏 만세를 부르는 정애의 눈에서는 뜨거운것이 뿜어져나왔다.

류정애는 자기자신을 미처 의식하지 못한채 백열광이 쏟아지는 무대가운데에 나섰다.

지나간 나날들이, 군인들을 위해 억척스레 돼지를 기르고 땅을 걸구면서도 언제한번 고생이라고 여겨본적이 없던 날들이, 장군님을 만나뵙던 잊지 못할 날과 어버이수령님을 모시고 찍은 기념사진을 우러르며 또다시 단소소리를 울리던 어제날들이 주마등처럼 머리속을 스쳤다.

군인가족들의 수고를 헤아리시고 몸소 친정아버지가 되여주신분, 군인가족들을 최고사령부 작식대원으로 내세워주시며 수도의 극장무대로 불러주신 자애로운 어버이, 멀리 사라졌던 옛꿈을 꽃피워주신 친정아버지… 정애는 마음이 평온해졌다.

《꿈결에도 그리워 한달음에 달려가 안기고싶은 아버지장군님.

세상에 다시 없을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무대를 마련해주시고 우리를 평양에 불러주신 아버지장군님의 사랑에 우리 군인가족들은 감격의 눈물을 짓습니다.

머나먼 전선시찰의 길에서도 우리를 잊지 않으시고 자그마한 불편이라도 있을세라 사랑을 베풀어주시는 아버지장군님을 한번만이라도 뵙고싶어 끝없는 그리움의 노래를 부르던 우리들입니다.

남편들과 함께 우리 군인가족들을 시대앞에 내세워주신 어버이장군님의 믿음에 눈물을 적시며 우리들은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장군님을 우러러 삼가 큰절을 드리옵니다.》

이름 못할 크나큰 격정에 싸인 정애는 무릎을 꿇으며 다함없는 경모의 정을 담아 김정일동지를 우러러 조선절을 올리였다. 어쩔수 없는 충동에 떠박질린, 그자신도 미처 예견 못했던 큰절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자리에서 일어서시며 박수를 보내시였다. 온 장내가 열렬한 박수소리로 가득찼다.

공연이 시작되였다. 군인가족들의 즐겁고 락천적인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참신하고 다양한 형식의 종목들이 련이어 무대에 펼쳐졌다.

《잘하오. 온 사회에 혁명적이고 랑만적인 투쟁기풍을 세우는데서 우리 군인가족들이 기수가 되였소.》

김정일동지의 말씀이시였다.

공연이 끝나자 또다시 환호가 터졌다. 조선치마저고리를 환하게 차려입은 군인가족들이 눈물이 랑자한 얼굴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들에게 답례를 보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심진성을 찾으시였다. 한손으로 무대를 가리키며 말씀하시였다.

《군인가족들을 저렇게 무대에 내세우니 얼마나 좋소. 저 동무들이 부르는 노래에는 당에서 요구하고 바라는것이 다 있소. 군인가족으로 복무하는 영예감이 클거요.》

그이께서는 군인가족으로 복무한다는 말이 그닥 귀설지 않다고 생각되시였다.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군인가족들은 행복을 누리는것이 아니라 창조하고있으며 전호가에 성실한 땀을 뿌리기에 신성한 복무의 자욱을 남긴다고 당당히 말할수 있는것이다.

《부국장동무, 올해부터 군인가족들의 예술소조경연을 전통화하는것이 좋겠소. 그렇게 되면 인민군대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분위기가 꽤 좋을거요.》

일군들과 함께 대기실에 들어서신 그이께서는 일부 단위들에서 아직도 전문가흉내를 내려는 경향이 있는데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은 철저히 소박하고 진실하며 대중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시였다.

《이번에 군인가족들의 큰절을 받고보니 더 많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오. 그 동무가 지난해 우리가 만났던 67려단 군인가족이 맞지?…》

《그렇습니다. 부대예술소조핵심입니다.》

심진성이 보고드렸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어제날 설맞이공연에 참가했던 소녀가 군인가족이 되여 단소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셨더라면 얼마나 만족해하셨겠소. 그에게 인사를 전해주오. 부국장동무, 군인가족들이 품을 들여 공연을 준비했는데 그냥 끝내면야 아쉽지?》

《그래서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가르쳐주신대로 시상을…》

김정일동지께서는 소리내여 웃으시며 부국장이 고작 생각한게 시상인가고 롱담절반으로 그를 핀잔하시였다.

《그래, 시상도 중요하지. 고생이 많은 동무들인데 집살림에 실지 보탬이 되게 시상을 크게 해줍시다. 그건 당에서 맡겠으니 걱정하지 마오.

보다 중요한건 우리 군인가족들의 정신세계를 군인들은 물론, 사회사람들에게도 광범히 보여주자는거요. 그래서 난 경연참가자들을 강계와 함흥을 비롯한 여러 지방도시들과 인민군부대들에 보내여 순회공연을 하게 하자는거요. 그들을 위해 특별렬차를 조직해야겠소.》

심진성은 무엇이라 대답을 올려야겠으나 격앙된 흥분에 입을 열수가 없었다.

《그들의 노래소리를 온 나라가 듣게 합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더 제기되는것이 없는가고 물으시였다.

심진성은 이번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에 올라왔던 구경서소속부대의 예술선전대 성악지도원이 평양산원에 실려간데 대하여 보고드렸다.

《…유진수동무의 며느리인데 갑자기 진통이 와서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그래 어떻게 되였소?》

그이께서는 놀란 어조로 물으시였다.

《산원에 도착하자마자 해산했다고 합니다. 저- 아들입니다.…》

《희한한 소식이요. 경연마당에서 해산했다는게 얼마나 좋은 일이요. 유진수동무를 축하해줘야겠소. 부국장, 그러니 출생한 애기도 당당히 경연입선자인셈이요.》

《최고사령관동지, 정말 그렇습니다.》하며 한발자국 떨어져 이쪽을 바라보던 조명록이 환희로이 아뢰였다. 행사를 앞두고 일어난 비상사건인것으로 하여 심진성과 함께 큰 걱정거리를 안고있던 그였는데 어느결에 근심을 털어버린 기색이였다.

유진수동무가 손자가 생긴걸 알면 무척 좋아하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보름전엔가 전선시찰의 길에서 만나주신 유진수의 감격어린 얼굴을 눈앞에 그려보시였다. 그이의 부르심을 받고 달려온 유진수는 매연내와 화약내가 가셔지지 않은 종군작곡가의 차림새 그대로였다.

그날 유진수는 《동지애의 노래》 부르며 혁명의 길에 다진 맹세를 변치 않겠다고 굳게 결의했다. 그이께서는 뜻과 정을 나누며 준엄한 혁명의 길을 끝까지 같이 가자고 말씀하시였다.

지금쯤 유진수는 군인가족들을 위한 공훈합창단(당시) 공연보장을 위해 훈련에 열중할것이다. 그에게 손자가 태여난 소식을 알려줄 생각을 하시니 저절로 마음이 흥그러워지시였다.

《흥할 징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즐거이 웃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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