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 회)
59
해살이 퍼지는 아침시간에
길이 몹시 험했다. 도처에 얼음판인데다가 눈보라까지 터져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붉은 기발을 앞세우고 퇴비를 실어나르는 사람들의 행렬과 맞다들려 시간이 퍽 지체되기도 했다.
강계와 장강을 비롯한 여러 시, 군에 건설한 발전소들을 돌아보시며 로동계급의 투쟁을 고무하신
긴장한 일정을 마치고 강계에로 다시 향하시던
《산간마을의 교직원, 학생들도 당정책관철에 떨쳐나섰구만. 자강도가 숨쉬는 소리가 이 산골마을에서도 크게 들리오.》
발전기의 동음에 귀를 기울이시며
《생색을 내거나 평가를 바라서가 아니라 당정책을 관철해야만 살수 있다고 보았기에 만난을 무릅쓰고 이렇게 투쟁에 떨쳐나선것이요.》
아이들의 심리에 맞게 뾰족한 합각지붕에 새둥지며 다람쥐네 고간을 형상한 조각품들을 매단 발전기실에 들어서시였다.
기계동음이 소란한 좁은 발전기실에서 계기판에 흐르는 전기주파수를 관찰하고있던 수염그루터기가 거밋한 중년사나이가 뜻밖의 영광에 몸둘바를 몰라했다. 학교 교직원이였다.
그의 인사를 받으신
교직원이 자체의 힘으로 만들다가 잘되지 않아 승리기계공장 로동계급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씀드렸다.
연형묵이 이번에 승리기계공장 로동계급이 도내의 발전소들에 발전설비를 보장하는데서 많은 일을 했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왜 이번 현지지도에 그 공장이 예견되여있지 않소? 생산계획을 못해서?…》
연형묵이
자강도에 대한 현지지도가 나라의 국방공업발전과도 관련되기에 쇠약한 몸이지만 일부러 데리고 떠나신 박송봉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가까이에 다가서며 손나팔로 리유를 말씀드렸다. 공장에서 첨단제품생산을 위한 결사적인 전투를 벌리고있지만 아직 기술적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아 애를 먹고있으며 그래서 계획된 완성날자를 지키지 못했다고 보고드렸다.
《이번에 자강도를 돌아보면서 또 한번 크게 느꼈지만 미제가 우리를 질식시키겠다는건 오산이요. 굶어죽어도 기계설비만은 베고 죽겠다는 이런 인민을 어떻게 굴복시킬수 있겠소?!》
《아마 승리기계동무들의 심장속에도 그런 신념이 꽉 차있을거요. 실패할수도 있지. 그러나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것이 중요하오. 책임비서동무, 부부장동무, 그들을 만나봅시다. 강계까지 왔다가 그냥 지나친걸 알면 공장동무들이 얼마나 서운해하겠소.》
승용차행렬은 다시 강계를 향해 달렸다.
뜻밖의 행운을 맞이한 승리기계공장은 명절처럼 흥성거렸다. 지배인과 당비서는 당황함과 죄송함, 환희로움이 한데 어울린 표정으로 어쩔줄을 몰라했다.
끝없이 펼쳐진 현대적인 자동흐름선들이 바다처럼 펼쳐져있었다. 키가 작고 여무져보이는 젊은 지배인이 기계설비의 전부가 기업소에서 자체로 만든것이라고 조심스레 보고드렸다.
《그렇습니다,
《보시오, 여기엔 수입제가 하나도 없소. 다 자력갱생의 정신으로 만든것이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다 우리의것이라는 그것이 얼마나 좋소.》
숱많은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당비서가 이번에 제품생산과제를 미달하여
《그게 왜 동무들의 잘못만이겠소. 우리가 고난의 행군을 하고있는것이야 사실이지. 하지만 동무들은 제품을 보지 못했어도 물건을 만들었소. 그만하면 시작이 괜찮아.
저 구호를 보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얼마나 힘이 나오. 희천에 가서도 저 구호를 보았는데 여기에도 있구만. 최후승리를 확신하는 사람들만이 들수 있는 구호요.》
일군들의 눈길이 일시에 천정기중기 이마에 내걸린 대형구호에 가닿았다. 연형묵에게도 낯익은 구호였다. 공장에 올 때마다 보았지만 그저 좋다고 생각했을뿐인데
대견한 눈길로 처녀의 일솜씨를 지켜보시다가 가공하고있는 소재의 무게와 가공시간에 대해 물으시였다. 소재가 200kg이 넘으며 가공하는데 1시간 20분이 걸린다는 처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시며 지배인을 돌아보시였다.
《지배인, 기대공이 선반에 제품을 물려놓은 다음 자동적으로 가공되는 시간을 리용하면 여러 기대를 맡아볼수 있다는 소리가 아니요? 로동생산능률을 보다 높일수 있을것 같애. 선반공동무의 생각엔 어떻소?》
《옳습니다,
애어린 처녀는
《이렇게 큰 기대를 다루자니 배고프지? 그래 점심밥은 집에서 싸가지고 다니는가?》
다심한 정이 어린
《이 동무가 내가 걱정할가봐 배고프지 않다누만. 공장에서 정양소를 운영한다니 좋소. 우리 조금만 더 견디자구. 머지않아 잘살 날이 와.》
《고맙소, 고마와.》
기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신
《공장구내도 알뜰하고 기대공들도 일을 잘하오. 대단하오. 어려운 행군길에서도 이 동무들은 우는 소릴 하는게 아니라 기계소리를 높이고있소.》
다시 생산현장을 돌아보시던
《이번에 맡은 대상설비를 손색없이 가공한 제관반장동무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들여오기로 되여있던 설비를 창의고안으로 완성했습니다. 첨단을 알아야 세계적수준의 제품을 완성할수 있다면서 연구사업을 계속하고있습니다.》
지배인이 설명해드렸다.
연형묵은 그가 북창의 화력발전소 타빈보수에서도 국가에 큰 리익을 준데 대하여 보고드리며 자강도의 로동계급이
《이야기를 들었소. 그러니 동무가 북창에 갔댔구만. 수고했소.》
차기선이 몸둘바를 몰라하며 크고 시원스레 생긴 눈을 슴벅거렸다.
차기선이 감격어린 어조로 말씀드렸다.
《그게 바로 우리 로동계급이요. 고맙소.》
그 순간에 연형묵은 도인민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고있는 차기선의 딸에게 생각이 미쳤다. 며칠전 선옥의 팔을 회복시켜 사랑하는 총각앞에 떳떳이 내세울것을 토론하고 그를 병원에 다시 보냈는데 그만에야 처녀는 이 영광의 자리에 서지 못한것이다. 처녀가 자기를 원망할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났다.
《책임비서는 뭐가 또 걱정스러운게 있는 모양이구만.》
연형묵은 저도 모르게
《그렇소?》
《그런데 그 동문 지난해에 공작기계공장 자재를 실은 차를 구원하다가 한팔을 상하게 되였습니다. 고급기능공이지만 기타도 잘 타고 노래도 잘 불러 로동자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두해전엔 우리 자강도를 대표해서 전국근로자들의 노래경연에까지 참가했댔는데… 그만 불구자가 되였습니다.》
연형묵은 이런 날이 있을줄 모르고 처녀를 병원에 입원시킨것이 죄스럽다고 말씀드렸다.
차기선이 쭈밋거리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도 연형묵이 처녀와 친한 총각이 인민군협주단 창작가라고 말씀드렸다.
《인민군협주단? 총각이름이 뭐요?》
《조혁이라고 부릅니다.》
차기선이 송구한 얼굴색을 지으며 말씀드렸다.
《조혁이?!…》
《내가 잘 아는 작곡가요. 조혁이 반한걸 보니 괜찮은것 같구만. 헌데 팔을 심하게 다쳤소?》
《…공장에서 떠받드는 혁신자이고 또 노래경연에도 참가하여 자강도로동계급을 크게 고무했다는데 우리가 도와줍시다. 적십자종합병원에 보내기요. 보건부문에 임무를 주겠소.》
《예?!…》
연형묵이 눈덕을 치뜨며 놀랐다. 차기선이도 몸둘바를 모르고 곁에 선 당비서의 손을 움켜잡았다. 입만 벌리면 울음이 터져나올것 같아 강잉히 이를 악물었다.
《결혼식날에 꼭 기타를 쥐게 합시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를 나도 들어보겠소. 부국장동무, 이번 공연차에 창작가들이 따라왔소?》
심진성은 창작지도일군들만 동행하고 다른 창작가들은 창작과제가 바빠 떨어졌다고 대답올렸다.
《조혁동무를 빨리 부르도록 해야겠소. 아마 애인생각에 창작도 잘되지 않을거요.》
《억센 로동계급도 감정이 헤픈가? 좋은 날인데 웃어야지.》
당비서가 지난해
《책임비서동무, 이 동무들이 하는 소리가 예술소조공연을 보아달라는 의미가 아니요?》
《저- 그런 욕심도 좀 있는것 같습니다.》
《당에서 준 과업을 꼭 수행하리라고 믿기에 기념사진도 찍고 예술소조공연도 보아줍시다.》
공장구내를 뒤흔들며 만세의 함성이 터졌다. 서로서로 붙안으며 눈물에 젖은 소리로 만세를 웨쳤다.
종업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신
난방이 보장 못된 회관은 바깥이나 다름없었다. 강추위가 벽체를 뚫고 들어와 공기마저 얼어붙은듯했다. 벽체에 두텁게 불린 서리가 불빛을 받아 번쩍거렸다.
연형묵은 몹시 옹색해하며 인차 불돌을 가져오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만두오. 발이나 덥혀서 뭘하겠소, 마음이 더워야지. 내 걱정은 말고 공연을 봅시다.》
무대막이 올랐다. 기동예술선동대원들과 함께 지배인과 당비서도 무대에 서있었다.
《높이 들자 붉은기》의 노래합창으로 막을 올린 공연은 시와 이야기, 중창과 대화시 등으로 시종 관중의 심중을 틀어잡았다.
굶어죽으면 죽었지
노래소리가 울렸다.
시내물 굽이굽이 어데로 가나
넓고넓은 저 바다 품으로 가네
내 마음 훨훨 어데로 가나
구름너머 그리운
연형묵이도 두툼한 입술을 실룩거리며 노래를 따라불렀다. 회관안이 노래소리로 꽉 찼다.
《이보오 책임비서, 영웅직장장의 아주머니가 남편을 대신하여 공무직장에 들어갔다고 했지?》
연형묵이 눈물이 그렁한채 무대우의 한 녀인을 가리켜드렸다.
《저 동무입니다. 남편의 뒤를 이어 초소를 지켜섰습니다.》
《훌륭한 사람들이요. 이런 동무들이 있어서 우리가 굳건하지. 이게 바로 하나가 된다는 소리요.》
《이번에 난 자강도를 돌아보면서 자강도에서처럼 동력문제를 풀고 원료와 자재문제를 해결한다면 나라의 경제를 빨리 추켜세울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였소.》
결코 헐한 일이 아니였다. 그러나 결사의 각오를 안고 이 나라와 인민을 저 우주에 올려세워야 한다고 생각하시였다. 일군들쪽으로 상반신을 돌리시였다.
《이 동무들에게 공훈합창단(당시)공연을 보여줍시다. 나는 이 동무들과 함께 〈우리는 빈터에서 시작하였네〉의 노래를 듣겠소.》
무대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만세를 부르는 차기선을 바라보시다가 심진성을 향해 말씀하시였다.
《부국장동무, 공훈합창단(당시)에서 합창조곡이 언제 다시 나올가 해서 기다렸는데 아직 소식이 없구만.》
심진성은 창작가가 대작주의경향때문에 비판을 받은 뒤로 그 분야에 낯을 돌리지 않는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내용의 대작을 만들어야 하오. 합창조곡에서 자강도로동계급의 이런 정신이 터쳐나와야 하오. 이제 작곡가가 이 동무들의 투쟁을 체험하게 되면 새로운 악상이 떠오를거요. 잘 도와주어서 훌륭한 대작을 만들게 해야겠소.》
《알았습니다.》
심진성이 힘있게 대답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