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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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강도에로 가시는 길이다. 정초에 제기된 많은 일감을 처리하느라 예껏 시간을 내지 못하시다가 이번 걸음에 자강도는 물론 북부고산지대의 산간도시와 군부대들을 현지에서 지도하시려고 품을 놓고 평양을 떠나신것이다.
차창밖으로 어둠을 몰아내는 미명의 하늘이 희미하게 안겨온다. 굴뚝으로 모락모락 연기를 토하는 농촌문화주택이 원경으로 흘러지나고 퇴비를 실은 소발구를 끌고 새벽길에 나선 실농군들의 모습도 가끔 보인다. 전야에서 화토불을 피우며 흙깔이작업을 하다가 렬차를 향해 손을 젓는 사람들도 있다.
준엄한 겨울을 이겨낸 땅이 봄을 부르고있었다. 봄은 멀리에 있지 않았다. 아직은 살을 에이는 맵짠 눈보라가 몰아치고 추위에 얼어붙은 눈이 대지를 덮고있지만 분명 봄의 태동이 느껴지고있다. 전야에 피여오르는 불길이며 웃음비낀 사람들의 명랑한 얼굴들에 봄의 미소가 어려있는것이다.
라지오방송에서 관현악과 합창 《세상에 부럼없어라》의 선률이 흐르고있었다.
귀를 기울여 들으시려니
그때 학원에서는
원아들은 놀랐다. 어떻게 감히 공화국을 령도하시는
《아니다.
해방된 조국땅에 힘차게 울려퍼진 영생불멸의 혁명송가 《
《
그 노래가 있어 인민이 즐겨부르는 수많은 다른 명곡들이 태여난것이고 이 나라는 더욱 강해지고 억세여질수 있었다.
명곡의 선률을 이루는 그 하나하나의 소리표들은 분명
이것을 두고 우리는 음악정치라고 한다. 누구도 흉내낼수 없는 우리식의 독특한 정치방식은 하나의 리론이 아니라 엄연한 력사적현실이며 우리의 생활 그대로이다.
지나온 력사가 증명하고있는것처럼 훌륭한 노래와 함께 창조하며 투쟁하는 인민의 위업은 반드시 승리하기마련이며 그러한 나라의 앞길에는 언제나 밝은 미래가 열려져있다. 승리와 래일을 믿는 사람들만이 음악을 사랑할수 있으며 노래에서 힘과 용기를 얻을수 있는것이다. 아름다운 노래와 같은 그리고 노래를 사랑하는 인민의 정의로운 위업은 그 어떤 힘으로도 막을수 없다.
총대와 음악!…
사상과 신념이 투철하고 헌신성과 희생성이 제일이며 단결력과 투쟁력이 있고 조직성과 규률성이 강한 혁명군대가 창조한 음악에는 마땅히 혁명사상과 정신이 체현되게 된다. 때문에 우리는 군가 한편을 몇천톤의 식량보다 더 귀중히 여기는것이며 그것으로 군대와 인민을 불러일으키는것이다. 군가는 우리의 힘이며 정신이다.
가벼운 문기척소리가 나며 부관이 들어섰다.
일군들이 렬차집무실에 들어서며 정중히 인사올렸다. 무엇때문인지 모두 불만어린 모습들이였다.
《무슨 일이요?》
조명록총정치국장이 조심스레 앞에 나섰다.
아닌게아니라 어제밤만은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시였다. 하지만 마음뿐이지 그렇게 되지 않으시였다. 차광막을 드리우고 집무를 보시였는데 부관이 일군들에게 그 비밀을 다 토설한것 같았다.
《모두들 잘 왔소. 앉아서 이야기나 좀 나눕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선 자기 비판을 하겠소.》
의자에서 일어서시며 가볍게 어깨운동을 하시였다. 일군들에게 자리를 권하시였다. 조명록의 곁에 앉은 심진성을 띄여보시며 이번에 함께 동행하는 인민군공훈합창단(당시)동무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는가고 물으시였다.
《모두 잠도 자지 않고 훈련을 하고있습니다.》
《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 와서 힘들겠지만 이런 길을 걸어야 혁명하는 멋을 느낄수 있소. 그 동무들이 부르는 노래로 온 자강땅을 들썩이게 합시다.
《심진성부국장이 요새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때문에 몸값이 굉장히 올랐다면서?…》
심진성이 쑥스럽게 웃었다. 다른 지휘성원이 몸을 일으키며 아닌게아니라 군단정치위원들이 서로 자기네를 잘 봐달라고 심진성부국장을 얼마나 못살게 구는지 시샘이 날 지경이라고 설명해드렸다.
《부대들마다 죽가마끓듯 합니다. 서로 정찰조를 파견해서 공연준비를 내탐하고 심리전까지 들이대고있습니다. 수단과 방법이 여러가지입니다.》
심진성의 보고였다.
《이번에 전선군단들에 내려가보니 구경서군단장은 자기 집사람도 심사에서 합격되여야 공연에 참가할수 있다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그덕에 군단장동문 집에서 밥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한다고 합니다.》
군건설사상 처음으로 되는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소식은 지금 전군을 도가니처럼 끓게 하고있었다. 녀인들은 이제껏 잊고살던 서투른 화장법을 다시 배우느라 분주했고 나무궤짝속에 꿍져두었던 가지가지의 악기들을 찾아들고 마음껏 재간을 자랑했다. 련합부대 지휘관들의 안해들도 젊은 색시들에게 뒤질세라 열성껏 몸을 가꾸며 시간 가는줄 모르고 노래련습에 열중한다고 한다.
노래풍년이다. 인민군공훈합창단(당시)이 혁명군가를 쩡쩡 울리며 군대와 인민을 불러일으키자 전호가와 훈련장들에서는 예술선전대의 음악포성이 화답하며 메아리친다. 중대군인들의 노래소리가 곳곳에 흘러넘치는데 군인가족들이 뒤질세라 전진하는 대오에 박차를 가하며 락관에 넘친 예술소조공연무대를 펼치고있다.
《물론 엄선해야지. 하지만 련합부대 책임일군들의 안해들만은 무조건 참가시켜야겠소. 그렇지 않으면 관심들이 덜해질수 있거던. 보오, 사회에서도 군대에서처럼 노래경연을 하겠다고 들썩거리오. 이제 내가 군인가족들의 공연을 보아주면 모두가 부러워할게요.
하지만 전문예술단체의 본을 따려는 경향은 철저히 경계해야 하오. 서로가 경쟁에서 이기겠다고 선수본위주의를 할수 있고 전문단체들처럼 예술적기량에만 관심할수 있는데 군인가족들이 펼치는 예술소조공연은 그들의 고유한 생활이 나와야 호평을 받을수 있소.》
《알았습니다,
심진성이 수첩을 꺼내들며 대답올렸다.
《유진수동무를 만나보았다는데 건강이 어떻소?》
《좀 수척해지긴 했지만 열정을 잃지 않고있었습니다. 이번에 유진수동무의 며느리도 만났습니다.》
《며느리라니?…》
《알고보니 한규일선생의 손녀였습니다. 군단예술선전대 성악지도원으로 복무하고있습니다.》
《…유진수동무의 아들이 군사지휘관을 한다기에 좀 외롭겠다고 생각했는데 음악가를 며느리로 맞이했구만.》
《성악지도능력이 있고 실력도 괜찮은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민군협주단에 올 생각이 없는가고 은근히 물었더니 자기는 영원히 화선무대를 지키겠다는것입니다.》
《화선무대를 지키겠다.… 생각이 기특하오.》
《그런데
심진성이 쭈밋하며 뒤말을 잇지 못했다.
《…그 동문 자기도 군인가족이나 다름없으니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 꼭 참가시켜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전문가이기때문에 그럴수 없다고 거절했는데 속에 걸립니다.》
《허, 그런 일도 있겠구만. 그래, 원칙이야 지켜야지. 하지만…》
《재간있는 동무이지만 화선무대를 지켜서겠다는 결심이 얼마나 장하오. 그런데 그 재간있는 성악지도원이 바로 군인가족이란 말이지. 허허, 일두 참…》
《총정치국장동무가 결심하오. 내 생각엔 성악지도원이 군관이긴 하지만 군인가족이라는것도 정 무시하지 못할것 같구만.》
조명록은 한번 모른체 하겠다고 웃음섞인 소리로 말씀드렸다.
심진성이 자세를 구핏하며 보고를 계속했다.
《유진수동무는 이번 현실체험기간에 민족악기와 대중악기를 생산하여 군인들에게 보내줄데 대한 당의 의도를 다시한번 심장에 새겨안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짬짬이 민족악기의 특성에 맞는 흐름식생산방법을 연구하였는데 전문가들도 긍정적으로 말합니다.》
《하지만 인민군협주단 혼자 힘으론 힘들거요. 총정치국에서 잘 밀어주어야겠소.》
심진성이 힘있는 어조로 알았다고 대답했다.
《유진수가 양기를 잃지 않았다니 반갑소. 어떤 사람들은 자기는 다 잘하는데 왜 욕만 먹는가고 의견이 있어하는데 그건 다 수양이 부족한 탓이요. 인생이란 비판과 반성의 련속과정이나 같애. 그래서 발전하는게지.》
심진성의 눈이 커졌다. 무슨 뜻인지 몰라 몸을 옹송그렸다.
《지난해 초에 나에 대한 노래를 짓겠다고 얼마나 못살게 굴었소?》
그제서야 심진성은
그 문제가 처음 제기되였을 때
우리에게는
심진성은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그러나 전체 인민군장병들의 한결같은 소망을 외면할수 없다고 생각한 심진성은 책벌까지 각오하고 인민군대의 창작가들과 마주앉았다. 낮에 밤을 이어 창작전투를 벌렸다. 작곡을 맡은 설명순은 몇번이나 쓰러지면서도 피아노곁을 떠나지 않았다.
노래가 완성되였을 때 창작가들은 물론 심진성이도 입술이 부르트고 눈이 충혈져 아예 딴 사람처럼 보였다.
《노래를 들으니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구만. 나는 이 노래를 조국이 나에게 주는 영예로운 임무로 간직하겠습니다.》
인민군협주단 공훈합창단(당시)이 력사상 처음으로 《
날이 희붐해진 차창밖의 전야에 명랑한 기운이 흘러넘쳤다. 썰매에 두엄을 넘쳐나게 실은 소들이 이른아침부터 밭으로 향하고있었다.
라지오에서 공훈합창단(당시)에서 형상한 노래 《신심드높이 가리라》의 합창이 울렸다.
《확실히 좋은 노래요. 2절 가사에 〈제힘을 믿고 떨쳐나서면〉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짧은 시어속에는 심오한 철학이 있소. 가사를 김두일동무가 썼지. 그가 쓴 가사들은 다 발견이 있고 통속적이면서도 뜻이 깊소.》
생각깊으신 어조로
《…서울에서 살다가 지난 전쟁때에
혈혈단신인 그에게 있어서 당은 어머니였고 아버지였소. 당의 품을 떠나선 한시도 살수 없음을 생활로써 체험한 동무였기에 그는 노래가사 하나를 창작해도 온넋을 기울일수 있었소.》
《조국에 대한 열렬한 사랑이 없이는 좋은 노래를 만들수도 없고 훌륭하게 부를수도 없소. 그래서 나는 창작가, 예술인들이 뜨거운
여담삼아 하는 소리이지만 나는 가요 〈내 조국 한없이 좋아라〉를 사랑하오. 그 노래가사에 〈푸르른 하늘엔 해빛넘치고 기름진 이 땅엔 사랑넘치네〉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것은
《…그전에 당중앙위원회 한 일군이 나보고 어떻게 조국을 그처럼 열렬히 사랑하게 되였는가고 물은적이 있었소. 그때 나는 이 노래를 불러주면서 바로 이 노래에 나의 대답이 있다고 말해주었소.》
그가 곁을 떠난지도 벌써 몇년째이다. 정열적이고 다방면적이며 외교에 능했던 그는 누구보다
《그가 책에서 쓴것처럼 나는
《내가 지난 시기 문학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조명록과 심진성을 비롯한 지휘성원들도
《노래 역시 산
례사로이 하시는 말씀이였지만 심진성은 가슴이 마냥 부풀어올랐다.
엄숙한 분위기에 휩싸인 회의장이 아니라 야전렬차의 평범한 집무실에서
우리는 자연을 노래하여도 그 자연속에 사는
수첩장들에 부지런히 원주필을 달리는 지휘성원들을 둘러보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노래를
음악이
심진성은 경건한 눈길로
《노래는
차잔들이 놓인 다반을 받쳐든 의례원이 들어서며
《공훈합창단(당시)이 부르는 노래는 우리의 혁명적무장력이 웨치는 정의의 선언이요.
공훈합창단(당시)성원들은 누구보다 정의의 위업에 충실해야 하며 참된
《앞으로 미제국주의자들을 타승하고 혁명의 승리를 이룩하였을 때 이 투쟁을 이끈
심진성이 목메인 소리로 외웠다. 눈덕이 벌거우리해졌다. 가장
음악과 정치 그리고 음악정치!… 과거를 거슬러보면 음악을 정치화한
음악정치, 이는
《이번 강행군길이 좀 힘들수 있는데 공훈합창단(당시)의 노래를 들으면서 용기백배해 달려갑시다.》
《알았습니다,
일군들의 대답소리가 힘차게 울렸다.
명문고개를 넘어선 렬차는 속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