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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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탁을 마주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총참모부의 문건부터 펼치시였다. 군의부문에서 그이께서 과업을 주신 전시에 리용할 수술차들을 다 만들었다는 보고자료였다.
첫 시제품이 나왔을 때 우리 나라 실정에 맞게 전시에 부상자들에 대한 수술을 신속히 그리고 원만히 보장할수 있게 설계를 고칠데 대해 지적하시였는데 빠른 기일에 결함을 퇴치한것이다. 서기를 부르시여 다음날 인민무력부청사에 나가 수술차들을 보도록 일정에 물리게 하시였다. 다음은 국제음악토론회에 참가하고있는 실무대표단과 윤이상음악단의 활동정형에 대한 외교부의 보고자료였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선률을 울려 세계를 감동시키고있는 조선의 음악예술에 대한 각국의 반향자료를 읽으시며 그이께서는 음악단을 보내기 잘했다고 생각하시였다.
반향자료에도 있는것처럼 세계는 윤이상음악단의 연주회를 통하여 인간적인것의 승리를 위해 매진하는 조선의 발걸음소리를 듣고있었다. 과거에 나라없는 설음을 안고 이 나라, 저 나라에서 떠살이로 살아가며 민족수난의 노래를 읊조려야 했던 인민이 오늘은 높은 민족적자존심을 가지고 미래를 약속하는 아름다운 찬가를 울리고있었다.
총대와 음악, 그것은 이즈음 김정일동지께서 자주 생각하게 되시는 문제였다. 총대는 우리 군대와 인민이 자기의 존엄을 지키고 민족의 안녕을 담보하는 필수적인 수단이며 자기 위업의 완성을 위한 정의의 보검이였다. 때문에 인간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인간을 위해 복무하는 음악과 절대로 배리될수 없었다. 가장 정의로운 인간의 손에 쥐여진 총대와 그 인간을 위해 복무하는 아름다운 음악은 사명에서부터 동일시되고 유기적인 련관을 이루게 되는것이다.
정의로운 총대에서 울리는 선률만큼 아름답고 고상하며 힘있는 음악이란 있을수 없다. 세상사람들이 공훈합창단(당시)의 음악에 대해 경탄하게 되는것도 그 노래들에 부인할수 없는 력사적진리가 담겨져있기때문이다. 자주성을 생명으로 하는 인간에 대한 례찬과 아름다움에 대한 구가로 하여, 바로 그것을 위해 투쟁하는 조선인민의 불굴의 정신이 배태되여있기에 누구나가 군가의 가치를 높이 사게 되는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선인민군협주단 공훈합창단(당시)에서 형상한 노래 《밀림이 설레인다》에 대한 보고자료에 눈길을 주시며 테프를 록음기에 넣으시였다.
1969년에 인민군협주단에서 창작한 노래는 영웅적항일혁명전쟁을 승리에로 령도하신 수령님의 불멸의 력사와 수령님의 령도따라 억만대오로 자란 우리 인민의 통일단결의 위력과 필승불패의 전투력을 백두대지에 아득히 펼쳐져 폭풍치며 설레이는 밀림의 형상을 통하여 보여주는 명곡이였다.
사색적이면서도 웅건한 관현악선률이 흐르기 시작했다. 서주부에 이어 안개흐르는 밀림을 형상하는 날리는듯한 고음의 엷은 소리가 점점 승화되였다.
그이께서는 노래소리에 실려오는 이깔나무들이 총총하고 안개발에 휘감긴 밀림을 눈앞에 보시였다. 노호하는 눈보라를 뚫고 사령부의 기발을 따라 전진하는 빨찌산대오를 보시였다. 사령부의 안전을 위해 육탄이 되고 성새가 되여 나팔소리를 랑랑히 울리는 오중흡7련대의 모습이 선률속에 우렷이 안겨왔다.
노래를 반복하여 들으신 그이께서는 전화로 유진수를 찾으시였다.
《동무들이 새로 형상한 노래를 들었소. 확실히 명곡중의 명곡이요. 들을수록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오.》
수화기를 통해 유진수의 흥분된 숨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좀 생각되는것이 있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을 미루며 모지름을 썼을 창조성원들에게 생각이 미치시며 말씀하시기가 좀 저어되시였다.
《큰 의견은 아니요.》
그이께서는 록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며 서주부가 끝난 다음 1절 전단이 어딘가 모르게 단조로운감이 있는데 조용히 사색적으로 부르면서도 밀림의 설레임이 안겨오도록 합창울림이 더 풍성했으면 좋을것 같다고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흐르는 안개는 보이는데 설레이는 밀림이 보이지 않소. 한마디로 미끈하기는 한데 유진수동무의 얼굴만 보이는것 같구만. 사실 부단장동문 폭이 넓은 현대식음악에 민족성을 담은 선구자라고 할수 있지. 그렇다고 자기 식만 따르라고 요구해서야 안되지. 주선률에 복종하면서도 편곡자의 개성이 보여야 창작이라고 할수 있소.》
《알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어조로 보아 유진수부단장이 작곡가의 개성에 지나치게 간섭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당에서 관심하는 노래이다보니 더욱 그랬을것이다.
《부단장동무, 1절 전단부를 고음으로만 부르지 말고 여기에 다른 성부들을 더 인입하는것이 어떻겠소? 그렇게 하면 합창의 전반적울림이 더 풍성해질수 있지 않겠소?》
그이께서는 설레이는 백두의 밀림을 눈앞에 그려보시며 사색깊은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이 노래에서는 수령님께서 항일대전을 벌리시던 력사의 그 나날들을 못 잊어 끝없이 파도치는 백두밀림의 설레임소리가 나와야 하오. 난 이런 훌륭한 합창형상은 공훈합창단(당시)만이 창조할수 있다고 보오.
그리고… 관현악의 음색문제를 해결하는데도 관심을 돌려야겠소. 관현악편곡에서는 악기들의 소리색갈을 작품의 성격과 정서에 맞게 살려쓰는게 원칙이요. 금관악기에서 된소리가 나오는데 앞으로 노래의 정서에 맞는 오보에음색을 찾아보오. 그러자면 공훈합창단(당시)에서도 왕재산경음악단(당시) 무용음악을 연주해보는것이 좋을것 같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노래를 다시 반복하여 들으시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화성과 음색문제를 꼭 해결해야 하오. 같은 노래도 창작초기와 달리 70년대가 다르고 80년대, 90년대에 따라 달라져야겠는데 고전화성을 그대로 쓰고있으니 풍성해지지 못하고있소. 화성이 단순하면 음악에서 깊이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오. 합창 〈밀림이 설레인다〉와 같이 장중하면서도 서정이 깊은 노래를 반주할 때는 바얀체계로 하는것이 좋겠소. 바얀은 음색이 독특하기때문에 합창 〈밀림이 설레인다〉의 관현악반주에 쓰면 손풍금과 어은금을 배합한 관현악보다 더 좋은 효과를 볼수 있소.》
《알았습니다.》
노래가 2절로 이어지면서 더욱 고조되였다. 백두의 밀림이 폭풍쳐 설레이는 소리가 집무실안에 꽉 찼다. 빨찌산을 거느리고 설한풍을 헤치시는 수령님의 거룩하신 영상이 그이의 가슴속에 끝없는 그리움을 안아왔다. 못 견디게 보고싶으시였다.
또 다른 노래의 선률이 그이의 귀전에 울리였다. 리면상이 작곡한 《눈이 내린다》의 명상적인 노래선률이였다. 수령님의 현명한 령도밑에 인민의 락원으로 꽃핀 조국강산에 소리없이 내리는 함박눈의 형상을 통하여 간고한 항일혁명전쟁에서 발휘된 투사들의 숭고한 정신과 아름다운 념원을 정서적으로 펼친 노래는 《밀림이 설레인다》의 노래와 함께 수령님의 영광찬란한 혁명력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명곡이였다. 비록 가사에는 수령님의 존함을 쓰지 않았지만 빨찌산이 곧 우리 수령님이시였다.
이 노래가 창작되던 시기는 지금처럼 혁명전통교양을 전면적으로, 체계적으로 하던 시기가 아니였다. 그런 시기에 벌써 수령형상의 노래, 혁명전통을 주제로 한 노래가 창작된것을 보면 창작가들의 수령관이 투철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노래 《눈이 내린다》에서 기본핵은 3절에 있는 《이 나라 빨찌산들의 그 념원 꽃핀 강산에》라는 구절에 있다고 보시였다. 노래형상을 통해 안겨오는것처럼 항일혁명선렬들이 백두광야에서 자기의 더운 피를 뿌리며 굴함없이 싸웠기에 인민이 누리는 오늘의 행복이 있고 강성국가의 휘황한 래일도 있었다.
그이께서는 앞으로 공훈합창단(당시)에서 가요 《눈이 내린다》를 관현악과 합창으로 형상하는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시였다.
《음악예술부문에서 주체를 튼튼히 세워야 하오. 민족적인 형식에 사회주의적내용을 담는것이 음악예술부문에서 우리 당이 견지하고있는 기본원칙이요. 현대성을 구현한다고 해서 민족성을 버려서도 안되고 민족성을 고수한다고 해서 복고주의적으로 나가서도 안되오.》
《최고사령관동지, 명심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득 이 노래를 지휘했을 진춘일에게 생각이 미치시였다. 노래형상이 풍만하지 못한데는 편곡탓도 있겠지만 지휘를 바로 하지 못한데도 원인이 있는것 같았다. 폭이 넓고 기백에 넘친 그의 개성이 잘 안겨오지 않았다.
진춘일은 노래속도를 정확히 유지하면서 예박을 제때에 주고 력점을 찍는데서 감각이 뛰여난 지휘자였다. 허재복의 지휘기법을 배우겠다면서 그의 연주시간을 초까지 따져가며 답습한다기에 음악정신을 따라배우는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신적도 있었다. 지휘자는 어떤 작품을 맡아하든 언제나 자기의 개성이 뚜렷해야 하는것이다. 특히 합창지휘는 관현악지휘와 달리 노래상에 어울리는 합창울림이 나오도록 관심해야 하는것이다.
《합창지휘를 누가 했소?》
왜서인지 유진수가 쭈밋거렸다.
《저- 처음엔 진춘일동무가 맡았댔는데 본인에게 좀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는 바람에… 다른 동무가 대신했습니다.》
그이께서는 심각한 문제라는 말보다 그 어조가 더 침중하여 무슨 소리인가고 물으시였다.
《처남이 나라에 커다란 물질적손실을 준것때문에 법적제재를 받았습니다.》
《처남이?… 그런데 어쨌다는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저도 모르게 어성을 높이시였다.
《처남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처남의 과오가 엄중한것만큼 자기도 처벌을 받겠다고 합니다.》
그이께서는 속이 답답해나시였다.
《웃단위일군들도 춘일동무를 도와주기 위해 적지 않은 관심을 돌렸지만 본인이 거절하다보니…》
고난의 행군을 하고있는 우리 인민에게 죄스러운 일로 되는 이번 사건이 진춘일과 관련되여있다는것이 참으로 뜻밖이시였다.
《그런 일이 있었구만.… 알겠소.》
통화를 마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의자등받이에 몸을 기대시며 자신께서 알고계시는 진춘일에 대하여 생각하시였다. 진춘일은 당에서 품을 들여 키운 지휘자였다. 당에서는 그의 음악적재능을 귀중히 여겨 대학공부를 시켰고 다른 나라의 이름난 지휘자들과 어깨를 겨룰수 있게 국제콩클에도 내세웠다. 그런 사람이 인생길에 얼룩점을 찍게 된것이다.
집무실을 나서시였다. 부드러운 외등빛이 흐르는 당중앙위원회청사구내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제법 겨울내를 풍기는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며 정원수들을 흔들었다. 가지에 매달려있던 얼마 안되는 나무잎새들이 후르르 날리며 그이의 발치에 감겨돌았다.
밑둥이 굵은 측백나무에 이르신 그이께서는 터들터들한 줄기에 손을 얹으시고 기묘한 모양새를 이룬 우둠지를 쳐다보시였다. 원예사의 정성이 있어 그렇듯 훌륭한 모양을 갖추게 된 나무였다.
진춘일의 인생도 다를바 없었다. 세상에 나서부터 나라의 온갖 혜택속에 의무교육을 받았고 대학과정을 거쳐 관록있는 군가집단의 지휘자로 성장했다. 하지만 인생지휘를 잘못하다나니 길을 헛들게 된것이다.
그이께서는 진춘일이 왜 깨끗치 못한 돈을 무턱대고 받아썼는지 안타까우시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법앞에 자기를 숨김없이 털어놓았다는것이, 법일군들이 모르던 사실까지 다 고백했다는것이 다행스러우시였다. 량심의 가책을 받았기때문일것이다. 그래서 총정치국일군들이 과실로 인한 행위로 여기고 도와주려는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것이다. 이런 결곡한 마음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가. 량심을 더럽힐수 없어 스스로 짐을 걸머지는 정결한 마음을 아껴주는것이 바로 어머니당의 정책인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답답하던 가슴이 한결 트이여 쌀쌀하게 불어오는 바람조차 시원하게 느껴지시였다. 집무실에 들어서신 그이께서는 전화로 조명록총정치국장을 찾으시였다.
《…내 방금전에 공훈합창단(당시) 부단장과 전화를 하다가 좋지 못한 소식을 보고받았소.》
말씀하시고나니 괜히 그를 긴장시켰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추궁으로 받아들이기 십상이고 하여 자신의 의도를 잘못 리해할수 있었던것이다.
아니나다를가 조명록의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공훈합창단(당시) 지휘자동무의 문제인데 처남사건과 련관되였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께 사업부담을 끼쳐드리는 문제여서 부국장동무와 방도를 토론하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진춘일의 열정적인 지휘동작을 상기하시며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사악한 치부를 위해 처남에게 돈을 요구하지는 않았을것이라고 생각하시였다. 왜서인지 꼭 그렇게 믿고싶으시였다.
《총정치국장동무, 법은 인간을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오. 때문에 우리는 누구나가 법을 존중하고 그앞에서 성실해야 하오. 또 그만큼 법일군들은 인간의 깨끗한 량심을 들여다볼줄 알아야 하며 마음에 티가 끼지 않게 닦아줄줄도 알아야 하오.
그런데 아직도 일부 일군들은 사람문제를 협애하게 보고 망탕 처리하고있는데 그렇게 하면 우리 당이 애써 다져놓은 계급진지를 하루아침에 허물수 있소. 이것은 우리 당의 군중로선과 어긋나오.》
잠시 동안을 두시며 그이께서는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사람이 세상에 태여나서 죽을 때까지 책임지고 키워주고 보살피고 사회에 내세워주는게 우리 당의 본분이요. 언젠가도 말했지만 이들모두를 품에 안는것이 우리 당, 조선로동당의 정책이요. 또 나의 인간철학이기도 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일군들이 앉아서 보고받는데만 그치지 말고 아래에 내려가 실태를 정확히 료해해야 한다고 이르시였다.
《인민군공훈합창단(당시)은 최고사령관의 합창단이요. 그들에 대한 당의 믿음과 기대가 크오. 때문에 사소한 편향이나 비정상적인 요소도 제기되지 않도록 동무들이 늘 관심해야 하오.》
《알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그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