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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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막은 흥성거렸다.

노래부르고 웃고떠들고 하였다.

송덕형은 팔을 걷어붙이고 김창문에게 잔소리를 해가며 노루의 가죽을 벗기고 각을 떴다. 전광식은 생나무를 찍어다가 불을 지폈다. 령감처럼 끈끈한 한흥권은 쇠줄을 풀어 옹노를 만들었다. 이제 래일 아침이면 노루를 한사람한테 서너마리씩 안겨주겠다고 하였다. 어느때보나 진일만은 리론가답다. 그는 방구석에 앉아 궤짝에서 책을 뒤지였다. 마령감이 구해들인 책이 한궤짝이나 되였는데 《유교경서》도 있고 《정감록 붓으로 옮겨베낀것도 있고 《삼국지》와 신소설도 있었다.

한흥권은 김일룡을 데리고 부엌에 나가 머리에 약을 발라주었다. 한흥권은 송진을 긁어다가 노루기름에 개서 상처에 붙였다. 약을 붙이는것까지는 좋은데 붕대를 처매지는 말자고 하는것을 한독이 들면 큰일이 난다고 위협해서 종시 머리를 칭칭 싸매여버려서 군모를 당분간 쓰지 못하게 되였다.

김일룡은 그러고 앉아서도 산짐승의 소리를 흉내내여 숱한 사람을 웃기였다.

부엌 한켠에서는 감자를 깎고 망돌에 강냉이를 타개였다.

뚜껑이 없는 솥에서는 물이 사품을 치며 끓어번지는데 다 익어가는 노루다리는 삐딱하니 옆으로 내놓이였다.

이튿날은 아침부터 사냥을 떠났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대원들과 함께 숲속으로 들어가시였다.

한흥권이가 주동이 되여 대여섯명은 옹노를 놓기 위해 먼저 떠나고 나머지는 모두 총을 들고 목을 지키거나 몰이를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사냥을 하시기보다 기세를 올리고있는 동무들을 보는것이 더 마음에 흡족하시였다. 산마루 한편에 앉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가로세로 닫고있는 동무들을 내려다보시였다.

동무들이 각각 목을 차지하고 산발을 내리훑기 시작하자 곧 고함소리가 터졌다.

《노루 간다!》

그러자 맞은편에서 련달아 같은 소리가 울리였다. 이쪽저쪽에서 울린 고함소리는 메아리와 뒤섞이여 골짜기를 벙벙하니 울려놓았다. 송덕형이 노루를 따랐다. 노루는 눈무지에 빠져 잘 뛰지 못했다. 달아가는 바람으로 눈우에 엎어지면서 뒤다리를 잡았다.

《잡았다!》하고 고함을 지르는 순간 그놈이 다리를 어찌나 버드럭거리는지 그만 놓쳐버리고말았다. 노루는 기겁을 해서 산허리를 질러 내뛰였다.

《여기 또 있다.》

아래쪽에서 머리를 붕대로 싸맨 김일룡이 따라가지는 못하고 고함만 지른다.

노루는 고작 두마리였지만 여기 번뜩 저기 번뜩 하는 통에 여라문마리 되는것처럼 보이였다.

한쪽에서는 곰이 나타났다. 큰 키를 잔뜩 젖히고 한흥권은 손을 이마에 올렸다 내렸다 하며 앞을 주시하였다. 시꺼먼것이 움씰움씰한다. 그가 노린것에 비하면 너무나 엄청나게 큰것이 나타난것이다. 그는 옹노를 쥐여뿌리고 두주먹을 쳐들며 고함을 질렀다.

《여기도 있다!》

산이 저렁저렁 울렸다. 곰이 나타난 그옆에서 진일만이 노루와 씨름을 하고있었다. 눈무지에 빠져 눈만 멀뚱멀뚱하고있는것을 덮치려 하였다. 그는 고함칠 생각은 못하고 어떻게 하든지 하나 잡아쥐고 환성을 지르려 하였다.

노루를 덮치려고 들어서니 눈이 허리까지 치였다. 눈을 헤가르며 들어서자 노루란 놈은 딱 마주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진일만은 그놈이 매우 가련한 눈빛을 가졌다고 생각하면서 슬금슬금 다가가는데 화닥닥 하고 그놈이 용을 썼다. 눈가루가 튕기는 순간 눈에서 불이 번쩍 하였다. 그러나 덮쳐잡은것을 놓지 않고 노루를 부둥켜안았다.

《잡았다!》

그와 동시에 총소리가 몰방으로 터졌다. 곰을 추격하던 한흥권이와 김일룡이 보총으로 쏜것이다. 곰은 꿈쩍도 하지 않고 산등으로 달아올라갔다. 노루를 따르던 송덕형을 비롯한 10여명이 《와와.》 고함을 지르며 포위망을 조이였다. 곰은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다가 고함소리가 나지 않는 곳으로 빠지려 하였다.

바위등에 서계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문득 검은 그림자를 발견하시였다. 그놈은 앞으로 꼿꼿이 달아올라갔다.

그이께서는 권총을 빼들고 진대통에 비켜서서 곰이 가까에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방아쇠를 당기시였다. 단방에 대가리를 명중시켰다. 또 두방을 쐈는데 모두 배를 뚫었다.

곰은 눈우에 피를 떨구며 그냥 내뛰다가 골짜기를 건너가서 눈속에 머리를 틀어박고 다리를 버둥거렸다.

곰 잡았다는 환성이 오르자 모두 모여들었다. 두마리의 노루도 메올렸다. 뒤늦게 진일만이 산채로 잡은 노루를 업고 기가 등등해서 나타났다.

하얗게 눈을 뒤집어쓴 사람들이 입을 벌리고 웃어들대였다.

전광식이 나무를 찍어 멜채를 만들고 송덕형이 곰의 앞뒤다리를 따로따로 묶었다. 웬간한 서까래대만 한 통나무로 사목도를 하고 일어섰는데도 가운데가 휘청거리며 잔등이 눈우에 끌리였다.

바람에 눈이 날리여 숲속은 온통 은가루를 뿌린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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