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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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옥은 수술이 끝나 정신을 차렸을 때의 충격을 영원히 잊을것 같지 못했다. 성에가 하얗게 불린 창유리를 뚫고 들어오며 눈을 부시게 하던 해빛이며 주위를 둘러싼 산뜻한 백포, 키낮은 함통우에 놓인 《정성》 이라고 쓴 약함들과 코를 찌르는 소독수냄새, 온몸을 찌르던 참기 어려운 아픔…

《기계공장 당비서동지랑 왔댔어요. 수술하는 날엔 모두가 밤을 밝혔어요. 알고보니 제관반장동지가 선옥동지의 아버지였더군요. 입원실밖에 사람들이 차고넘쳐서 질서잡기가 얼마나 힘들었댔는지 몰라요.》

아직 단발머리를 다스리지 못한 간호원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선옥은 자기가 병원침상에 누워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여긴…》

《도인민병원(당시)이예요. 화평군인민병원(당시)에서 후송되였어요.》

선옥은 뭐가 뭔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분명 자기는 민족악기생산에 필요한 설계도면을 구하러 화평악기공장으로 가던 길이였다. 조혁이가 화평악기공장 기사장을 만나면 꼭 도와줄것이니 힘든대로 걸음을 해달라고 부탁했던것이다. 그런데 왜 병원침상에 누워있는걸가?…

뒤이어 눈앞의 안개가 걷힌것처럼 지나간 일들이 점차로 되살아났다.

눈가루를 뽀얗게 휘뿌리며 뒤로 미끄러지던 화물자동차, 활짝 열린 운전칸밖에 상반신을 내밀고 뒤를 돌아보던 젊은 운전사의 하얗게 질린 얼굴색, 굵직한 발대목을 잡고 적재함에서 뛰여내리던 웬 군관, 그의 손에서 빠져달아나며 눈판에서 핑그르르 돌던 발대목, 선옥을 향해 헛되이 손을 저으며 무엇이라 안타까이 소리지르던 모습…

눈덮인 고개길에서 맞다들린 뜻밖의 광경이였다. 처녀는 군관이 발대목을 가리키는것을 보고서야 자기할바를 깨달았다. 무작정 그쪽을 향해 달려갔다.

무거운 발대목을 겨우 끌어다가 바퀴밑에 고였다. 어깨에 실리는 감당 못할 무게와 함께 눈앞이 아찔해지는데 어느결에 차가 멈춰서는듯했다. 그 순간에 처녀는 팔뚝을 때리는 예리한 아픔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계속 헛소리를 치는데 진정제를 맞구서야 안정되였어요. 그리구 인차 수술했어요. 참, 도당책임비서동지네와 친척이나요? 우리 원장아바이한테 두번씩이나 전화가 왔댔어요.》

선옥의 귀에는 간호원의 속삭임이 아득한 옛말처럼 들렸다. 도당책임비서?… 알수도 없거니와 만난적도 없었다. 대체 무슨 소릴 하는걸가?…

《내 팔이 어떻게 되였어요?》

《…》

선옥은 간호원의 침묵이 두려웠다. 더 물어보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미지의 어떤 괴로움과 맞다들릴가봐 더럭 겁이 났다.

《아무 일 없으니 안정하면 돼요.》

선옥은 눈을 질끈 감으며 동통이 미쳐오는 왼팔을 슬그머니 감싸쥐였다. 우에서부터 천천히 쓸어내렸다. 왜서인지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슴이 싸늘해졌다.

《왜 이럴가요? 이 팔이…》

선옥의 목소리는 현악기처럼 떨렸다. 간호원처녀가 나직이 한숨을 내그었다.

《너무 상심마세요. 언닌… 왼팔을 쓰지 못한대요.》

《?!…》

《상처가 심하고 패혈증까지 겹쳐 자르기로 했다가… 간신히 고착시켰어요.》

심장이 쿵 떨어지는 소리가 귀벽을 쳤다. 이불을 와락 제껴버렸다. 피배인 붕대가 감겨진 팔을 보는 순간 처녀는 악 소리지르며 의식을 잃었다.

이튿날 흰머리칼을 단정히 빗어넘긴 기술부원장의 회진을 받으면서야 처녀는 자기 신상에 닥쳐든 무서운 불행을 어쩔수없는 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것을 절감했다.

《사실 팔을 자르지 않으면 더 치명적인 후과가 차례질수 있었소. 그런데 공장에서도 그렇고 도당책임비서동지도 다시한번 노력해보자고 호소했소. 지성이면 돌우에도 꽃이 핀다고 그 마음들이 기적을 일으켰다고 봐야 할거요. 힘들었지만 우린 끝내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소.》

기술부원장의 목소리는 기계음처럼 단조로왔다. 선옥은 성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울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끝내 서러운 흐느낌으로 회진하는 의사들을 울렸다.

불구가 된 자기를 상상이나 해보았던가. 더는 그 손으로 사랑하는 공장과 손때묻은 설비들을 만질수 없다는것이 허망한 거짓처럼 여겨져 좀처럼 마음을 진정하기 어려웠다.

모두가 알고있는 선옥은 불구자가 아니였다. 아버지의 이름과 나란히 혁신자로 소문난 처녀선반공은 공장의 자랑이였고 뭇총각들이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는 대상이였다. 혁신자들의 모임에서는 모두가 그와 짝을 무어 춤추기를 원했고 그가 타는 기타선률에 맞추어 노래부르기를 즐겨했다. 팔을 못쓰는 불구자?… 그러니 귀중한 모든것을 잃었다는 소리였다.

《그럴수 없어요. 선생님! 그럴수 없어요.…》

처녀는 수술한 팔에 미쳐오는 동통보다는 마음이 아프고 괴로와 며칠밤을 눈물로 샜다.

몇차례의 심리적고충을 겪은 뒤에야 선옥은 다소 마음의 여유를 가질수 있었다.

(그래, 모두가 나를 보고있어. 양기를 잃어선 안돼. 웃어야 해.)

그러나 생각뿐이지 마음이 좀처럼 밝아지지 않았다.

울적한 심경에 잠겨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이에 몇달이라는 기간이 살같이 지났다.

마침내 퇴원할것을 결심하고 자리를 정돈하는데 몸이 오동통한 담당간호원이 그의 일손을 도와주다가 슬그머니 물었다.

《언니, 대상자가 있지요?》

선옥은 이상한 눈길로 그를 훔쳐보았다.

《난 총각이라면 언니같은 녀자를 데려가겠어요. 생각이 깊구 말이 적구 인물 잘나구 또…》

인차 헤여지게 되는 환자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느라 엮어대는 말이겠지만 선옥은 속이 울적해났다.

《용서해요, 언니. 언니의 수첩을 건사했댔는데 돌려줘야 할가봐요. 수첩에 적혀있는 노래랑 시랑 너무 좋아서 다 베꼈어요.》

이제껏 잠재우던 이성의 정이 삽시에 처녀의 속을 끓게 했다. 웃음을 머금은 조혁의 얼굴이 금시 눈앞에 다가오며 피를 덥혔다.

《고마와. 친한 녀동무가 준 악보수첩이야.》

선옥은 간호원이 수첩장에 끼워넣은 조혁의 사진을 보았을것이라는 생각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애인거지요?…》

선옥은 대답하지 않았다. 수첩을 황황히 넘겨받으며 혹시 자기에게 남는것이란 이것밖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졸아들었다.

옛다. 부분대장이 너를 만나지 못해 몹시 아수해하더라. 수첩을 기념으로 준다면서 잘 건사하라구 부탁했다, 다시 찾으러 오겠다는 소리인지.…》

전수백로인의 목소리, 덴겁을 하며 받지 않겠노라고 도리질했으나 이미 수첩장을 펼치던 처녀의 마음.…

수첩의 갈피에는 한 인간이 뿜는 심장의 분출과 열정이 슴배여있었다. 선옥은 두렵게 받아든 수첩에 반해버렸고 수첩장에 그려진 소리표를 기타선률에 담아보았다. 그것이 인연이 되였다. 하지만…

악보수첩은 처녀가 잊으려 했던 지나간 모든 일을 상기시켰다. 동시에 칼끝으로 속을 헤집는듯한 아픔을 더해주었다. 그렇다, 이제는 잊어버려야 했다.

선옥은 진정으로 조혁을 사랑했다. 넋을 기울여 사랑했기에 동정이라는 조롱속에 그를 가두게 될가봐 겁이 났고 그것으로 참사랑을 잃을것 같아 두려워났다.

헤여지자! 내가 조혁동지를 위해 할수 있는 일이란 이게 전부일거야. 그이가 바란건 생활의 협주곡을 함께 연주할 진실하고 책임적인 반려야. 이런 몰골로 그이한테서 사랑을 바란다는건 렴치없는짓이야.…

다음날 선옥은 의사들과 간호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병원정문을 나섰다. 때없이 그를 문병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다른 입원실의 환자들도 창문밖에 얼굴을 내밀고 따뜻한 작별인사를 보냈다.

거리는 활기에 넘쳐있었다. 자강도를 전국의 본보기로 내세울데 대한 위대한 장군님의 말씀을 철저히 관철하자는 대형구호들이 곳곳에 세워져있었고 방송선전차에서 울리는 힘있는 노래소리가 거리를 끓게 했다. 자강땅의 새로운 열풍이 선옥의 페장깊이에 흘러들며 심신을 긴장시켰다.

인파가 끓는 네거리에서 오래간만에 만나는 공장동무들과 수인사를 나는 선옥은 그들의 동정어린 눈길을 등에 지고 언덕받이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갓 회칠을 하여 한결 산뜻해보이는 두칸짜리의 집안팎은 조용했다.

집안을 거두는 사이에 얼른 저녁시간이 되였다.

대문에 매단 방울이 딸랑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아버지가 들어섰다.

용접불꽃 받아 시커멓게 보이는 아버지의 길쑴한 얼굴에 반기면서도 애섧게 느껴지는 웃음이 실렸다.

《어마나, 아버지. 오늘 퇴원했어요.》

책장을 정리하던 선옥은 아버지가 전에없이 일찍 퇴근한것이 놀라와 한창 태엽을 감는 벽시계를 얼핏 쳐다보았다. 얼굴에 그늘이 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아버지가 보고싶었다고 어리광어린 소리로 말했다.

《허허, 기동선동대애들이 너를 만났다고 하더라.》

그래서 때이르게 집에 들어왔다는 소리이다. 자식에 대한 정이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에 선옥은 가슴이 저릿했다.

《머리랑 아직 아프냐?》

《다 나은것 같애요.》

차기선은 딸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애쓰며 써레기를 말아 불을 붙여물었다. 독한 담배연기가 방안에 가득찼다. 선옥이 콜록콜록 기침을 하자 얼른 나무재털이에 담배를 비벼껐다.

《아버지, 내 안마해줄가?》

차기선은 씩 하고 웃었다. 중량물을 다루고 또 어떤 때에는 연공들처럼 아스라한 굴뚝꼭대기에도 올라서는게 제관일이여서 차기선은 저녁마다 외동딸의 안마를 즐겨받군 했다. 그때면 아들 셋이 있은들 딸 하나에 비기겠는가 하면서 선옥을 칭찬했다.

《괜찮다.》

그러나 선옥은 벌써 한손으로 등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네 소식이 도일보에까지 났더라. 그래 이젠 어떻게 하려니?》

글쎄요.…》

선옥은 호 하고 가늘게 숨을 내그었다. 그자신이 애써 외면하는 문제를 아버지가 구태여 끄집어내는것이 안타까왔다. 한손으로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지 그도 알길이 없었다.

《아버지, 제 인차 밥을 지어요.》

방구석에 시름겨운 눈길을 보내며 깊은 상념에 잠겨있던 차기선이 끙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렴 애비가 금방 퇴원한 딸년을 부엌에 내려보내겠냐? 네 어미와 수십년을 살면서도 부엌일이란 해본적이 없는데 오늘은 우리 선옥일 위해서 앞치마를 둘러보자꾸나.》

아버지의 정찬 목소리에 선옥은 불시에 눈앞이 흐려졌다. 그만큼 아버지는 일밖에 몰랐고 그래서 어머니도 아버지의 손을 바라지 않고 혼자서 집안의 크고작은 일들을 해제끼는것을 례사로이 여겨왔다. 그런 아버지가 딸의 불행한 모습을 보는것이 괴로와 스스로 부엌에 내려서는것이다.

《네가 오래간만에 왔다만 별로 먹을게 없다. 기업소에서 말린 칡뿌리를 내주었는데 그것으로 끼니를 에운다. 네 엄마가 길짱구나 사라구를 가져오면 강냉이가루와 버무려 밥을 짓기두 하구. 공장에 쓰러지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우는소리를 하지 않는다.》

고난의 그림자는 집안팎에도 무겁게 드리워져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그런것쯤은 근심거리가 아닌듯했다. 코노래를 부르며 동자질을 했다.

함흥에 고향을 둔 아버지가 자강땅에 뿌리내린것은 조국해방전쟁시기였다. 운산지구전투에서 허리를 부상당했는데 수술뒤끝에 더는 전투에 참가할수 없다는 절망적인 진단을 받게 되였다. 채 식지 않은 전우들의 시체를 땅에 묻지도 못하고 락동강가에서 걸음을 돌렸던 홍안의 병사는 다시는 손에 총을 잡을수 없다는 소리에 침상을 두드리며 울분을 터뜨렸다.

눈물과 한숨속에 입원생활을 하던 아버지는 어느날엔가 수령님께서 자강도의 어느 한 군수공장을 찾아주시였다는 소식을 듣게 되였다. 1211고지에서 싸우는 인민군전사들의 편지를 받으시고 그날새벽 눈이 강산같이 쌓인 길을 달려 군수공장을 찾으시였다는것이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나무송진이 송골송골 내배인 탄약상자우에 자리를 잡으시고 로동자들에게 한장의 편지를 내보이시였다.

…보라, 이 편지는 전선의 한 병사가 나에게 보내온것이다. 탄약만 더 보내주면 본때있게 미국놈들을 족치겠다고 한다. 다른것은 더 바라지 않는데 탄약만은 꼭 보내달라고 절절히 부탁했다.

나는 이 편지를 받고 동무들과 의논하자고 이렇게 달려왔다. 해보자. 나는 동무들을 믿고 동무들은 나를 믿고 기적을 창조하자. 힘들어도 우리 손으로 미국놈들을 때려잡아야 한다.…

아버지는 그날로 퇴원하여 수십리밖에 있는 공장으로 갔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자강도사람이 되였다. 정전직후에는 벌써 재간있는 제관공으로 이름이 났고 새로운 용접기술을 연구하여 숱한 기사들을 놀래웠다. 강계에 새로 조업하는 기계공장으로 조동되게 된것도 그 용접재간때문이였다.

지금은 로동자발명가로, 창의고안명수로 이름이 자자하다. 기사장이나 현장기사들이 공장대학졸업생인 아버지와 복잡한 기술도면을 놓고 토론하기를 즐기는것은 물론 근래에는 새로운 용접봉을 연구완성하여 발명권까지 받았다. 아마 선옥이가 세운 인생의 목표는 아버지가 고심스레 쌓은 인생의 높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아버지가 토막토막 끊어진 국수오리를 사발에 담는데 대문소리가 났다. 어머니였다. 방에 들어서던 어머니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문지방에 앉은 딸을 그리고 앞치마를 두른 남편을 번갈아보다가 선옥의 곁에 나부시 앉았다.

《딸이 오래간만에 왔는데 반갑지 않소?》

아버지가 퉁명스레 외웠다. 어머니는 혀를 차며 선옥의 목을 그러안았다.

《반갑지 않으면 슬프겠수? 얘, 이젠 다 나았냐?》

괜한 소리인줄을 알면서도 묻는줄을 선옥이도 알았다. 샐쭉이 웃었다.

《엄마가 보고싶어 막 죽을번 했어요.》

《원, 애두… 헌데 아버지가 어떻게 앞치마를 다 둘렀니? 래일 아침엔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겠는지 모르겠다.》

《일생에 한번쯤이야 계률을 어길수 있지. 우리 선옥일 위해서 말이요. 그런데서야 애비의 체면이 무슨 필요가 있소.》

즐거운 웃음소리가 났다. 집안에 오래간만에 떠도는 화기였다.

꽃무늬가 새겨진 둥근 밥상을 둘러싸고 세식구가 모여앉았다. 《올챙이국수》와 소금 한숟갈이 저녁식사의 전부였다.

《참, 전연에 시집간 공무직장장네 외동딸 말이다.》

한분녀가 저가락을 집다말고 불쑥 생각난듯 내비쳤다.

《편지가 왔다더라. 원, 돼지를 백마리나 기른다는데 사실인지 모르겠다.》

정애언니가요?…》

차선옥에게 있어서 류정애는 결코 남이라 할수 없었다. 아버지와 공무직장장인 정애의 아버지가 절친한 사이이고보니 안주인들이 형님, 동생 하며 서로의 집문턱을 무랍없이 넘나들었고 자연 정애와 선옥이도 자매간처럼 가까이 지내게 되였다.

학교시절의 정애는 품행이 단정하고 재간이 뛰여나 늘 사람들의 칭찬을 등에 달고 다녔다. 다른 집 부모들은 정애의 이름을 거들며 자식을 교양하는것이 상례였다.

그가 자강도를 대표하여 전국적인 청소년학생들의 독주경연에 참가하고 또 설맞이공연에서 단소연주로 어버이수령님께 기쁨을 드렸을 때에는 도당의 책임일군들까지 집에 찾아와 소녀를 축하했었다.

그런 정애가 공장에 진출하자 모두가 놀랐다. 그와 절친한 선옥이도 례외가 아니였다. 뛰여난 재간둥이인데다가 아버지도 로력영웅이기에 그가 가는 길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던것이다. 그러나 정애는 남들이 걷는 평범한 길에 인생을 실었고 로동속에서 아름다운 선률을 울렸다.

선옥이가 중학교를 졸업한 뒤에 자기의 전도를 공장과 서슴없이 련결시킬수 있은것은 이러저러한 리유가 있었지만 그중의 하나가 바로 언니벌인 정애의 뒤를 따르고싶은 욕심이 동해서였다.

전연에 시집간지 몇해 잘되여오는데 군인가족생활을 하면서도 숱한 돼지를 기른다니 일욕심이 보통이 아닌것 같다. 그가 보고싶었다.

《헌데 정애 애비가 병이 더 심해졌다는 소리가 들리더라. 어제까지는 직장에 버티고앉아 이것저것 훈시하는걸 보았는데 오늘은 나오지 못했더구나.》

차기선이 무거운 어조로 외웠다. 그제야 선옥는 공무직장장인 정애의 아버지가 불치의 병을 앓고있다는 사실에 주의가 갔다.

정애언니도 알겠지요?》

《글쎄, 그렇다고 숱한 돼지를 안고 치르는 애가 언제 올 짬이 있겠냐? 선옥아, 너두 래일쯤 정애네 집에 가보거라.》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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