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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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에는 두채의 귀틀집이 있었다. 둘다 한짐에 걷어질만 한 어설픈것이였다. 뒤집은 그래도 굴뚝모퉁이에 눈이 녹은것으로 보아 며칠전까지 사람이 산것이 명백하였다. 부엌에는 솥이 걸리고 몇개의 사발이 있었으며 벽에는 두장의 노루가죽이 걸려있었다.
앞집은 그나마 구들장이 꺼지고 문틈으로 눈이 불려 보기에도 스산하였다. 부대는 우선 앞집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눈을 대강 쳐내고 봉당우에 쑥대를 꺾어다 펴고 사위가 캄캄해진 다음에 아궁에 불을 지폈다. 대원들은 부엌과 방안에 모두 쭈그리고 앉았다.
앉자마자 모두 노그라졌다. 전광식이 보초를 섰다. 그러나 그도 눈무지를 파고 구뎅이에 엎드리자 곧 눈이 내리감겼다.
전광식은 혀를 깨물기도 하고 나무그루에 이마를 문대기도 하면서 졸음과 싸웠다. 부지런한 한흥권은 소리가 나지 않게 도끼질을 해서 봇나무를 끌고 내려왔다.
사냥군들이 겨울 한때를 지내다 봄이 오면 버리고 가군 했을 이 산전막에 이제 어떤 사람이 나타날것인지 궁금하였다.
밤이 들자 발걸음소리가 터벅터벅 나더니 털모자를 쓴 로인 한사람이 나타났다.
그것은 마령감이였다. 전광식은 나무가지를 흔들어 신호를 보냈다. 진일만은 신호를 받자
마령감은 뜻하지 않았던 봉변을 당하고 요행 살아서 집으로 돌아오고있었다. 며칠전부터 왜놈군대가 미친개 싸다니듯 하고 비행기까지 나는것을 보고 재미없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렇지만 그 재앙이 직발 자기에게 날아들줄은 몰랐다. 마령감은 왜놈들의 발길에 채인 다리가 시큰거려 절뚝절뚝하며 걸었다. 집근처에 오니 이상한 감각이 들었다.
빈집에서 연기가 나고 인적이 있다.
《아뿔싸.》
그는 매해 이맘때면 나타나는 사냥군이 온것으로 알고 큰일났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가 기침을 하며 굴뚝목을 돌아서자 누가 컴컴한 마당에 섰다가 마주 걸어나왔다.
《주인이십니까?》
웅글은 목소리인데 다정하게 울리였다.
《네!》
사냥군은 아니였다. 허리에는 총이 달리고 푸른 군복을 입었다. 빈집이였던 그 간에서 숱한 사람이 나와 인사를 하는데 모두 한또래의 청년들이다. 집에 들어 하루 신세를 지자고 한다는것이였다.
《주인의 허락도 없이 이렇게 들어서 미안하게 됐습니다.》
《허락은 무슨 허락입니까? 빈집인데…》
《그래도 로인님이 이 산의 주인일터인데요.》
마령감은 부엌으로 들어가 아궁에 불을 지피였다. 먹을것을 끓여볼가 했지만 온몸이 쏴서 그럴 기운도 없었다. 그저 무엇인가 하는척 우물우물 하면서 바깥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것이였다. 아무리 뜯어보아야 나쁜 사람들 같지는 않았다. 마당에 장작 한가치 축간것이 없다.
조선청년들인데 총들을 메였다. 그는 의병이나 독립군을 많이 보았던만큼 첫눈에 그런 류와는 다른 사람들이라는것을 알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마령감은 부엌바닥에 앉아 시름없이 담배만 피웠다.
밤이 깊어서
《로인님, 어디 몸이 편찮으신것이 아닙니까?》
《아… 아니올시다.》
로인은 대통을 입에서 뽑으며 한걸음 뒤로 물러나앉는다.
《아까 걸어오는걸 보니 다리를 절면서 매우 괴로와하시는것 같던데요?》
《글쎄올시다.》
마령감은 한숨을 세번이나 련거퍼 내쉬고나서야 오늘 하루동안에 겪은 이야기를 하였다.
얼핏 보기에는 흔히 볼수 있는 평범한 조선청년같았으나 익혀볼수록 어딘지 모르게 인자하고 고결한 인품이 느껴졌다. 로인은 련거퍼 담배 두대를 피울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여보십시오, 내 한가지 물어봅시다.》 하고 입을 떼였다.
《젊은이들은 대체 뭘하는 사람들인가요?》
《우리가 바로 왜놈군대가 붙잡겠다는 그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빼앗긴 우리 나라를 찾기 위해 총을 들고 싸우는
《예!》
마령감은 턱밑에 한뽐이나 자란 수염을 부르르 떨었다.
《공산군인가요?》
《그렇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겁이 나십니까?》
《아! 아니올시다. 한데 그놈들은 수천수만이 되는가 봅데다.》
마령감은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리더니 한숨을 섞어가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얼마간 이야기를 하다가 그는 다리를 절며 밖으로 나갔다.
《불을 와짝 더 지피시우.》
잠시후에 그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삼태기를 들고 들어왔다. 밥바리 만큼씩한 감자가 드르륵 부엌바닥에 굴렀다.
《감자를 쪄먹으면서 밤새 이야기나 좀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