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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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치고는 바람도 잠풍하고 해가 잘나 따뜻한 날 저녁 부대는 라자구에 들어서게 되였다.
그동안 부대는 돈화오지에서 경박호 남쪽기슭을 지나 로야령을 넘어 줄곧 동쪽으로 행군하였는데 돈화에서 들어온 관동군과 북으로 올라온 간도림시파견대를 량쪽에 끼고 나가면서 하루에도 네댓축의 전투를 하여야 하였다. 적들은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계속 추격했지만 그때마다 실패를 거듭하였다. 그렇지만 반일인민유격대의 사령부가 있다는것을 알게 된 놈들은 미친듯이 덤벼들었다.
각 지구 파견원들이 이미 와있었다. 온성에 나간 최진동, 한흥권, 김창술, 리광, 양기학이 와있었고 북부지구에 나갔던 장영, 김창문동무들도 다 모이였다.
회의에서는 이미 량강구에서 토의된 문제들을 총화하였다.
유격대를 대대적으로 증대하는 한편 근거지를 더욱 확대할것이 다시 강조되였다. 지구별로 나가있는 공작원들은 완전해방지구에만 매달리지 말고 반유격구를 내오는데 힘을 더 넣어야 하였다.
보고가운데서 다시 주목을 끈것은 반일구국군들과의 관계문제였다. 일부 지방에서는 아직도 이 문제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한데로부터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마찰을 일으키며 아량있게 주동적으로 통일전선을 이룩하는것이 아니라 그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었다.
리광에게서 보고를 들으신
린접국가인민들의 반일력량과 련합전선을 이룩하는것은 그것이 곧 프로레타리아국제주의원칙을 실제적인 반일혁명투쟁에서 실현하는것으로 되며 앞으로 본격적인 국제적규모에서 반제련합전선을 이룩할수 있는 귀중한 경험으로 될것이라고 그 의의를 거듭 강조하시였다.
《우리는 바로 그것을 위해서 우리에게 그 어떤 손실과도 비교할수 없는 차광수동무를 잃었습니다.》 하고
이것은 나비가 수닭을 잡는다는 이야기에 꿩먹고 알먹는다는 속담을 더 첨부하는것으로 된다고 하시였다. 구국군들과 련합전선을 하니 좋고 큰 적을 적은 인원으로 골리니 좋으며 또한 많은 대원들이 근거지에 파견되여 정치활동을 강화하니 또한 좋을것이였다.
회의를 결속하고 제기된 몇가지 문제들에 대해 아퀴를 짓고났을 때 심상치 않은 보고가 들어왔다. 라자구로 들어서는 큰길 굽인돌이에 왜놈척후가 나타났다는것이였다. 하기는 행군도중에 떼여버리고 온 적들이 지금쯤은 냄새를 맡을수도 있을것이였다.
18명으로 편성된 대오는 곧 라자구를 떠나 녕안 동쪽을 향해 올라갔다.
바람이 몹시 심한 어느날 새벽 뜻하지 않은 정보를 받게 되였다. 로흑산근방으로 나갔던 구국군부대가 적들의 포위에 들었다는것이다.
구국군들을 포위한 적의 익측을 때려서 력량을 분산시키며 전술을 바꾸고있는 놈들에게 우선 혼란을 주어야 하였다.
로흑산이 바라보이는 곳에 이르렀을 때 벌써 골짜기마다에 구국군의 시체가 널려있었다. 숲속이건 개활지대이건 어데서나 적병이 씨글거렸다. 비행기는 계속 머리우를 스치며 기관총사격을 들이대였다. 땅에 엎드렸던 전광식은 얼굴에 흙먼지를 뒤집어쓴채 머리를 들었다.
《아!》
그는 입술에 경련을 일으키면서 신음소리를 내였다.
《왜 그럽니까?》
옆에 엎드렸던 대원이 눈이 둥그래져 물었다.
《저기를 보우.》
전광식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적들이 까맣게 앞을 막아섰다. 짐작컨대 적들은 아직 이쪽을 발견하지는 못하였지만 틀림없이 그쪽으로 다가오리라는것을 알고 무연한 초원 저쪽에 진을 벌려놓고 대기하고있었다.
《전광식동무! 왼쪽에도 적이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진일만이가 소리쳤다.
《어디?》
그쪽을 살펴본 전광식은 두번째로 소리를 질렀다.
포위! 그 순간 그는 머리가 뗑해졌다.
잠시후에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비행기가 앙칼진 소리를 내면서 땅을 스칠듯이 지나갔다. 눈가루가 뽀얗게 날려 몇걸음앞도 내다보이지 않았다. 잠시후에 머리우에 무엇이 후둑후둑 떨어졌다. 삐라였다.
《개자식들!》
전광식은 권총을 하늘에 올려대고 종이장이 떨어지고있는 검푸른 하늘을 쏘아보았다.
이때
대오는 가둑나무가 듬성듬성 들어선 산기슭을 끼고 재빨리 사라져버렸다.
적들은 자기들의 포위망뒤에 불의에 나타난 뜻하지 않은 정황에 대처해서 이미 그물안에 넣었던 구국군부대를 내버리고 갑자기 뒤로 물러서면서 유격대를 반달형으로 둘러쌌다.
한편 녕안북쪽까지 유격대의 뒤를 따르던 관동군부대는 며칠동안 길을 잃고 헤매다가 뒤늦게 나타나서 한쪽만 겨우 틔여있던 서북쪽면을 막아섰다. 이리하여 적들은 유격대의 기본력량을 다 포위한것으로 알고 점차 포위망을 조일 작정을 하였다.
대오가 산전막이 있는 등성이에 이르는데 무려 두시간이나 걸리였다. 백포로 온몸을 위장한 그들은 비행기가 나타날적마다 눈우에 엎드리군 하였다. 불과 몇걸음 떼지 않아 비행기는 또 달려들군 하였다. 하얀 날개를 쫙 편 쌍날개정찰기 넉대는 하늘을 썰면서 번갈아 머리우를 스칠듯이 날아갔다.
해가 져서야 진회색어둠과 함께 불길한 정적이 땅우로 무겁게 내리앉았다. 동쪽에서도 서쪽에서도 또 그리고 남과 북쪽에서도 이따금씩 중기관총의 련발사격소리가 들리였다.
날은 서서히 어두워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