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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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는 개활지대를 극복하지 안으면 안되였다.
뒤에 한키로메터 되나마나한 곳까지 적들이 따라왔다. 왼쪽으로 자그마한 릉선이 나졌지만 그것도 멀리 가지 못해 벌판에 잇달리고 거기서부터는 10리이상 가야 산에 붙을수 있었다. 그래도 한 5리 남짓한 정면의 개활지대를 돌파하는것이 숲으로 빨리 들어서는데는 가장 유리할것이였다.
부대의 결심을 넘겨짚기라도 한듯이 뒤에서 갑자기 적들의 기관총사격이 시작되였다.
흰 장막을 펼쳐놓은것 같은 눈벌판은 삽시에 미친듯이 뒤설레는 눈보라천지로 변하였다. 철알은 땅바닥에서 튕겨나면서 허공에 눈가루를 뽀얗게 올리뿌리였다. 정황이 긴장해졌다는것을 알게 된 대원들의 눈에서는 퍼런 불이 황황 내뿜기였다.
어떤 경우에나 침착성을 잃지 않던 전광식은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내 걱정은 말고 대렬을 앞으로 뽑으시오.》
다시한번 당황케 한것은 산기슭을 따라나가다가 벌판에 들어서게 하지 않고 갑자기 가까운 개활지대에 들어서도록 하시는것이였다. 그렇지만 그 순간 그는 바로 그런 해석은 적들도 할수 있다는것을 알게 되였을 때 불의의 정황을 바꾸시는
《빨리!》
불안해하는 대원들의 얼굴을 살피고계시던
대렬은 순식간에 개활지대에 들어섰다. 발을 얼군 두명의 대원을 량쪽에 하나씩 끼고 세걸이가 눈무지를 가르며 달려나갔다.
세걸에게 부축되여 절뚝절뚝 다리를 저는것은 며칠전에 발을 얼군 진봉남이와 용택이였다.
《자! 빨리 기운을 내오. 멀지 않았소. 곧바로 나갑시다.》
뜻밖의 정황을 만나게 된 적들은 령마루에 까맣게 올리붙어 집중적으로 내리사격을 하였다.
세걸이가 진봉남을 끌다싶이하며 내뛰였다.
《날 버리고 가시오. 나때문에 이래서는 안됩니다.》
진봉남이가 세걸의 가슴을 떠밀면서 땅에 주저앉았다.
《진동무!》
날카로운 세걸의 시선이 절망에 빠진 두 전우를 일별했다.
이번에는 용택이가 옆에 있는 나무등걸을 안고 떨어지지 않으려 하였다.
《우릴 내버리고 가시오. 우리가 죽어도 아! 난 못 가요.》
《용택이!》
세걸이가 용택이의 팔을 등걸에서 떼내더니 뉭큼 들어일으키여 앞으로 내끌었다. 처음에는 적탄이 대렬의 앞머리를 노리더니 차차 중간으로 옮겨와서 대렬선두가 벌판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서게 되였을 무렵에는 대렬중간을 끊어내려고 시도하였다.
총탄이 귀뿌리를 스칠듯이 지나가서는 몇걸음앞의 땅을 파헤치면서 들어박히군 하였다.
《엎드렷!》
약간 후미진 곳으로 대원들을 끌어내리며
절망에 떨고있는 용택이의 시선이 세걸을 불렀다.
《세걸이! 나를 놔두고 어서 가오. 나때문에 모두… 안돼. 부탁이요.》
《무슨 소릴 하고있소!》
무섭게 노한 세걸이 또 고함을 질렀다. 그러거나말거나
그 순간
《앗!》 하는 고함소리와 함께 끌려가던 용택이가 몸을 뒤로 뽑아내더니
《안됩니다,
전광식은 숨을 헐떡거리며 눈물이 글썽해서
《뒤에는 아무도 없지? 날따라 앞으로!》
몇분후에 전부대는 숲속에 들어설수 있게 되였다.
전광식은 급히 뛰여가서 횡대를 지어 대응사격을 하고있는 중대들을 지휘하였다.
이번에는 추격해오던 적들이 벌판에 들어서게 되였다. 이미 그런것을 예견하였던것만큼 중대들에서는 명료한 목표물을 향해 교차사격을 들이대였다. 눈벌판에 새까맣게 들어섰던 적들이 일어섰다가는 그 자리에 쓰러지군 하였다. 머리를 들기만 해도 개개 명중탄이 날아갔다. 전광식은 보총을 안고 나무그루에 붙어 사격을 하면서 전투지휘를 하였다.
《계속 사격! 몽땅 다 잡아라!》
실로 통쾌한 광경이 벌어졌다.
갓 까낸 누에장처럼 벌판에 수없이 널려 옴지락거리던 새까만 점들이 순식간에 모두 굳어져 땅에 드러누웠다.
《끌고다니는것보다 아주 없애치우자. 갈겨라!》
눈에서 불덩어리처럼 강한 빛을 내는 전광식은 진일만을 향해 거듭 고함을 질렀다.
숲속 깊이까지 끌려들어간 용택이와 진봉남은 너무나 큰일을 저지른것 같아 서로 손을 마주잡고 우들우들 떨었다.
《아! 우리때문에
《차라리 제 손으로 먼저 죽어버렸던들 이 꼴은 면하지.》
용택이는 눈물을 떨구면서 주먹으로 발등을 내리쳤다.
《이놈의 발아! 너 어쩌자는거냐, 엉? 너는 왜 이 모양이야? 너때문에 위험했어.…》
아무데도 쓸모없는 다리를 도끼로 끊어내치면 좋을것 같은 심정이다. 그들은 서로 마주보고는 눈물을 훔치면서 발을 들었다 땅에 메치군 하였다.
그때 변인철이 달려와 붕대와 약을 내놓았다. 적들이 더는 추격해오지 못하게 되자 마음놓고 앉아 상처를 처치하라고
그는 가슴이 뭉클하면서 뜨거운것이 목구멍으로 치밀어올라 말을 더 이어대지 못하였다. 용택의 가슴속에서는
그가 고개를 숙이였을 때 붕대가 놓인 무릎우로 굵다란 눈물방울이 뚝 떨어져내렸다. 치렬한 고비를 넘기고 전투가 일단 결속단계에 들어설무렵에 두날개전투기 석대가 달려들었다.
놈들은 날개를 갸웃거리며 이깔나무우듬지를 스칠듯이 낮추 날면서 기관총탄을 퍼붓고 폭탄을 던지였다. 적기는 연방 꼬리를 물고 돌면서 개활지대 한복판에 섬처럼 나앉은 이 자그마한 숲을 온통 뒤번져놓았다. 진봉남은 진대통이 가로누운 그밑에 들어앉아 하늘을 누비는 적기를 올려다보면서 주먹질을 하였다.
《개자식들…》
그옆에서 약을 다 바르고 신을 고쳐신던 용택이가 발을 들어 흔들었다.
《이거나 먹어라.》
비행기는 거의 같은 간격을 두고 날아들었다.
폭탄이 터질 때마다 온숲이 몸부림을 치면서 아름드리나무들이 동강이 나 넘어지군 하였다. 기관총에 맞은 나무들은 커다란 낫으로 후린것처럼 우듬지가 가쯘하게 끊어져나갔다.
해가 지자 변인철은 또 중대마다 뛰여다니며 사령부지시를 전달하였다.
《신동무, 오동무, 사령부에서 찾습니다. 문맹퇴치에 대한 학습담화가 있답니다.》
신바람이 난 변인철은 기관총사격에 의해 먼지가 뽀얗게 오른 눈을 밟으며 이 중대에서 저 중대에로 바삐 뛰여다니였다. 중대에 그가 나타날 때마다 대원들은 모두 환성을 지르며 그를 맞이하였다. 눈이 머루알같고 키가 보총과 거의 비슷한 변인철이가 나타나기만 하면 언제나 사령부의 기쁜 소식을 가져왔기때문이다.
《글장님들 모이랍니다. 이 중대에서는 방동무, 양동무, 또 누구더라? 오 그렇지, 황동무…》
얼마전까지만 해도 말할 때마다 얼굴을 붉히던 그도 이제는 곧잘 롱담을 섞어가면서 말하게 되였다.
이윽고 숲속에서는 여러곳에 우등불이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언덕에서 수건으로 땀을 문댄 변인철은 키에 비해 엄청나게 큰 보총을 추슬러올리면서 빙 둘러앉아 국문을 익히고있는 학습터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