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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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구나. 맞아떨어졌구나.)

세걸은 가슴이 두근두근할만치 기뻐났다.

《동무는 이걸 한번 읽어봤습니까?》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영평에 있는 박기남동무가 보더니 이건 굉장한것이라고 합니다. 부대에 가져가면 대환영을 받을것이라 했습니다.》

《그래? 대환영을 한다?! 동무는 환영받을 준비를 하고 왔겠소? 전광식동문 뭐라고 했습니까?》

전광식동지도 수고했다고 합니다.》

《수고했다고 한다?》

《그렇습니다.》

《만약 이 책이 그닥 볼것이 없다고 누가 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줴던지겠습니다.》

《집어던진다? 매를 맞고 이마를 터뜨리면서 구했는데도?》

그렇더라도 빈깍지야 뭣에 쓰겠습니까, 던지고 알맹이가 있는걸 구해야지요.》

《알맹이를 구한다? 어데서?》

《…》

김일성동지께서는 책을 탁자우에 밀어내놓으면서 폭소를 터뜨리시였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두손으로 이마를 싸쥐고 그냥 웃으시였다.

하하하, 하하하.》

방안을 왔다갔다하며 계속 웃으시였다. 세걸이는 어리벙벙해서 고랑이 깊숙한 인증을 들어올리면서 소리없이 따라웃었다.

《옳습니다. 동무의 말이 옳습니다. 설혹 많은 값을 치른것이라 하더라도 볼것이 없다면 대담하게 던져야 합니다. 매를 맞고 구류장에 들어가 콩밥을 먹고, 하하하, 환영을 할것이라고… 하하하.》

새새끼를 잡았다 놓친 때처럼 갑자기 서운해진 세걸은 허허 웃으며 공연히 턱을 쥐여뜯었다.

《몇해전에 읽었었는데 어제밤에 또 한번 읽어보았습니다. 역시 그때나 오늘이나 얼마간 지식으로는 되지만 우리가 그것을 보고 배우기에는 너무나 맞지 않습니다. 동무의 말이 옳습니다. 우리는 우리 길이 있고 우리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는 정규군의 지원도 국가적후방도 없으며 이미 혁명이 승리한것도 아닙니다. 사람도 다르고 강도 숲도 다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세걸의 앞으로 다가서서 그의 어깨를 잡고 다정하게 흔들어주면서 그 누구도 걸어보지 못한 초행길, 무장투쟁을 기본으로 하는 식민지민족해방투쟁에 대한 방도를 자세히 설명해주시였다. 그이께서는 모든 문제를 보고 판단하고 대책을 세우는데 있어서 조선공산주의자들은 그 어느 나라 혁명도 아닌 바로 조선혁명을 하고있다는 관점 즉 주체적관점을 세워야 하며 그러기 위해 맑스-레닌주의리론이나 다른 나라 경험을 우리의 현실에 창조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문제에 대하여 알기 쉽게 말씀해주시였다. 말씀을 끝낸 후에도 그이께서는 자못 만족해하면서 방안을 거니시였다.

사건들이 기발하고 우습기도 하였지만 그 하나하나가 그이께 무한한 만족을 주었던것이다. 토기점골 지주집 아이보개였던 순진한 처녀가 머리를 쪽지고 분을 바르고 헌병놈들을 보기 좋게 얼려넘기는가 하면 또 다른데서는 리발쟁이가 되여 서장놈의 턱을 만져가며 속을 뽑아내고있다. 필요하다면 매를 맞으면서 류치장에 우정 들어가 볼일을 보는것도 서슴지 않는다. 함경북도에 틀고 들어앉은 차기용은 묵묵히 막장에 드나들면서 수천명 로동자들을 혁명투쟁에 능숙하게 불러일으키고있다.

이 얼마나 통쾌한것인가!

대양 한복판에서도 길을 잃지 않으며 사막이나 벼랑등우에 던져진대도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울만치 억세게 자라나고들 있다.

혁명은 사회를 변혁한다는 의미에서도 좋지만 억눌렸던 인간들의 재능과 지혜를 무한히 개방한다는 점에서 그렇게도 필요한것이 아니겠는가.

진창에 파묻혀 버림받았던 하나하나의 진주알들이 혁명이라는 위대한 품속에 안기자마자 찬란한 빛을 뿌리기 시작하였다.

세걸은 벌겋게 숯이 진 불무지를 바라보면서 묵묵히 앉아있었다. 이윽해서 그는 수고를 했다는것과 잘한 점이 무엇이며 잘못한 점이 무엇이라는것 그리고 대포를 쏴서 새 한마리를 잡은격이 된 그런것을 위해 술주정뱅이질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주의를 받고 자리를 떠났다.

이렇게 표면으로는 사령관동지와 평범한 한 대원이 그동안 사업을 락관적으로 총화하였다. 하지만 사령관동지와 평범한 대원사이에는 서로 말하지 않고 숨기는것이 한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차광수의 희생과 관련한 아픈 감정이였다. 서로 번연히 알고있는것을 서로 그 계선까지 접근하는것을 한사코 회피하였다. 그렇기때문에 세걸이 자신이 저지른 기발한 사건이나 또 박흥덕이가 벌리고있는 우습강스러운 일들이 실태이상 더 유쾌하게 평가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기를 바라고 세걸이 자신은술주정뱅이로 가장한 그것을 그렇게까지 과장해서 재미있게 재현했는지도 모른다.

분명히 그속에서 세걸은 《그동안 참모장동지가 희생되였는데 그것을 저는 전혀 모르고있었습니다》 하고 말하고있었으며 또 그이께서는 《그렇소. 동무가 없는 사이에 차광수동무는 갔소. 동무가 감방에 갇혔을 그때쯤에…》 하고 대답하고계시는것이였다. 하지만 아픈데를 다치지 말자는 그 심정이 엄청나게 큰 그 비애를 들먹이는 가슴에 가까스로 묻어두고있는것이였다. 바로 그것을 그이께서 그토록 잘 알고계시기에 가슴속에서 진한것이 맺혀서 떨어지군 하는것을 참기 어려워하셨던것이다.

빈 배낭안에 수첩을 넣은 세걸은 눈물을 흘리며 숲속을 걸었다. 차라리 엉엉 소리쳐 울었던들 이렇게 괴롭고 가슴이 답답하지는 않았을것이다.

초막이 보이는 언덕아래에 내려서자 그는 눈을 한웅큼 쥐여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사정없이 문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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