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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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막안은 기름불이 가까스로 어둠을 떠밀어내고있다. 탁자에 마주앉으신 김일성동지께서와 전광식은 끝없는 침묵속에 잦아들고있다.

눈이 퉁퉁 부은 전광식은 너무 억이 막혀 말을 못하고있었으며 김일성동지께서는 되도록 슬픔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왼심을 쓰고계시였다. 그이께서와 전광식은 약속이나 한것처럼 탁자에 놓인 편지와 목도리에 시선을 모으고있었다. 마치 그 편지에서는 차광수의 뜨거운 숨결이 흘러나오고 무엇인가 끝없이 속삭이고있는듯 하였으며 두리에서는 그것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있는듯하였다.

이윽하여 김일성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방안을 거닐기 시작하시였다. 갖가지 추억과 상념이 물밀듯이 가슴에 젖어들었다. 길림에서 만났을 때의 인상, 그후에 오가자, 카륜, 명월구 등 혁명의 중요대목들을 손을 맞잡고 들어넘기던 일, 금년봄 유격대창건을 선포하기 위해 토기점골의 언덕에 나섰을 때 팔을 벌리고 대공을 향해 《오! 우주여! 우리를 축하하라!》 하고 웨치던 일… 구름처럼 피여오르고 또 자취없이 사라지는 그에 대한 추억이다. 너무나도 같은 점이 많았고 너무나도 서로 힘있게 의지해있었기에 이즈음에는 그와 자신을 구별해낼수 없을만치 되였었다. 그가 생각하고 그가 바라는것이면 곧 자신이 바로 그러하였고 자신이 소망하고 자신이 택한 결심이면 그가 전폭적으로 동의했었다. 한데 그가 그렇게도 빨리, 그렇게도 돌연히 가고말다니…

누구나 혁명을 깨닫고 투쟁을 시작할 때면 그것이 주는 희생과 고통을 알게 되며 그것을 사전에 각오해야 하는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렇게까지 과중하게, 이렇게 갑자기 다닥칠줄은 미처 몰랐다. 실로 첫걸음부터 전우의 피가 즐벅히 자국에 고여들고있다. 바로 이것을 이기지 못해 좋게 출발했던 사람들도 의지를 꺾이우고 신념을 팔게 된다는것은 가히 알만한 일이다.

그이께서는 끝없이 방안을 거닐고계시였다. 시간이 갈수록 이제는 추억도 슬픔도 극한점을 넘어 제멋대로 흩어져나갈것만 같았다.

(광수는 너무해! 너무하단 말이야. 남을 위해서는 그토록 눈물이 헤프고 인정이 많더니 자신을 위해서는 왜 그렇게 모질고 랭정한가. 또 우리 서로의 약속을 그렇게 저버리는 법이 어데 있는가. 최창걸의 무덤앞에서 우리는 함부로 자기를 던지지 말며 동지들의 원한을 한몸에 걷어안고 광복된 조국땅에 나란히 들어서자고 하지 않았나. 광수! 한데 그렇게밖에 다른 길이 과연 없었단말인가!)

고개를 들었을 때 전광식은 편지에 얼굴을 묻고 꺽꺽 숨을 몰아쉬고있었다.

광식동무!》

그이께서는 걸음을 멈추고 갈린 목소리로 부르시였다. 전광식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만합시다. 눈물로 이 슬픔을 메꾸기에는 너무나 량이 모자랍니다. 우리가 이러고있으면 온 대오가 몇달동안 앉아 울수 있습니다. 오직 우리는 차광수동무가 바라던대로 해방된 조국을 통채로 그의 령전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일어나시오. 5분안으로 전체 대원들을 이앞에 집합시키시오.》

그날밤 전체 대오가 정렬한 자리에서 차광수와의 영결식이 진행되였다. 꽃둘레를 씌운 령구를 끄는 10두마차나 장사진을 이룬 조객행렬도 없었고 추도곡을 울리는 장중한 군악소리도 없었다. 다만 여기에는 하늘을 찢는듯 한 조총소리가 잠간 울리였고 뒤이어 거치른 사나이들이 눈물젖은 목소리로 부르는 《산에 나는 까마귀야 시체보고 울지 말아 몸은 비록 죽었으나 혁명정신 살아있다》 처량한 추도곡이 울리였을뿐이다. 뒤이어 현재 당하고있고 또 앞으로 있게 될 값높은 희생을 온 대오에 알리는 김일성동지의 목메인 음성이 한동안 숲을 흔들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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