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1 장
3
(11)
흘러가는 산과 들이… 가로수와 마을들이 모두 무지개빛으로 아롱아롱거렸다.…
학원에 온 그는
몇번씩 코피를 쏟았지만 이를 악물고 이겨냈다. 일요일엔
그처럼 오만한 삼도왜적을 벌벌 떨게 하시고 마침내는 왜놈들을 멸망시키고 내 조국을 찾아주신 그
(아, 우리
드디여 꿈결에도 그리웁던
평양학원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두달밖에 되지 않은 어느날 영광스럽게도 평양학원에 찾아오신
침실에서 조기천의 시
《음, 여기가 독신교원들이 사는 침실들이요?》
안동수는 온몸이 확 달아올랐다. 자기가 이제 그처럼
밖에서 무엇이라 말씀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활짝 열렸다. 순간 그는 눈부신 해빛이 방안가득 쏟아져들어오는것을 느꼈다. 그는 온몸이 무한히 격동되는것을 어쩌지 못하며 만면에 환한 웃음을 담고 서계시는분을 우러렀다. 아… 이역땅에서 나라없는 민족의 설음을 느낄 때마다 그처럼 그리며 한달음에 달려가 만단사연을 다 아뢰고싶던분,
《아, 동무가 쏘련에서 나온 안가성을 가진 동무로구만. 그동안 해외에서 이국살이를 하면서 고생이 많았겠소.》
안동수는 또다시 울컥 목이 메여올랐다.
눈굽이 쩡- 하더니 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더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인채 어깨를 떨기만 했다.
《이젠 그만하오. 진정하오. 난 동무들이 어떻게 생활하는가 보러왔소.》
《음, 역시 조선력사와 지리에 대한 책이 많구만.… 이국살이를 하면서도 조선의 넋을 잊지 말자구 조선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는게 알리오. 음… 시도 쓰는구만… 시도 조국에 대한 시가 많구… 감정도 절절합니다. 우리가 산에서 싸울 때도 시를 잘 쓰는 재간둥이들이 많았댔소.》
그러시면서 일군들에게 부모처자를 다 먼 이역땅에 두고 와서 동생과 외롭게 생활하는 동무인데 불편이 없도록 잘 돌봐주라고 말씀하시였다. 그는 격정이 북받쳐 끝내 흐흑- 하고 소리를 내면서 눈물을 쏟고야말았다.
안동수는
《생각나오. 그때
평양학원에 가서 좋은 동무를 한명 만났다고 말이요. 조국을 알기 위해 밤을 패우며 공부를 하고있는 동무라고 하시면서 〈두고보오, 이제 김일동무마음에도 꼭 들거요. 시도 쓸줄 알더구만.… 우리 그 동물 잘 키웁시다.〉 하시던 일이 어제같소.》
김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뒤짐을 지고 천천히 사무실안을 거닐다가 창가로 다가섰다. 창턱 화분에서는 수선화가 향기를 풍기고있었다.
특이한 냄새를 풍기는 수선화를 이윽토록 바라보던 김일은 안동수에게로 돌아섰다.
《동무는 우리
김일의 약간 뜨직뜨직한 그러면서도 천만근이 실린듯한 그 말에 안동수는 저도모르게 자세를 바로하며 어깨를 쭉 폈다.
《그 말뜻을 언제나 잊지 않겠습니다.》
《참, 그 꽃니는 지금 어떻게 하고있소?》
《그 앤 지금 애육원에 있습니다. 참 불쌍한 애입니다.》
그애에 대해서는 생각할수록 기가 막히고 가슴이 아팠다.
평양학원에 있을 때 그는 38경비려단에 줄을 놓아 꽃니의 아버지에 대해 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