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1 장

3

(10)

 

《내 김책이요.》 하면서 방에 들어서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동무가 안 울라지미르요?》 하고 묻는것이였다.

안동수는 일어선채 의아해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김책은 정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동무는 평양학원 교원으로 임명되였소.》

《예?》

안동수는 너무도 뜻밖이여서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평양학원이 정치군사일군들을 양성해내는 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중요한 교육기관이라는것을 알고있었던것이다. 군복을 입은 사람들중에서도 앞으로 정규군의 골간으로 될 사람들을 키워내는 곳이다. 그런데… 내가 그런 중요한 학원의 교원으로 임명되다니… 내가 어떻게?…

김책의 다음말은 그를 더욱 놀라게 하였다.

《우리의 영명하신 김일성장군님께서 친히 동무를 평양학원 교원으로 임명하시였소. 그러시면서 나에게 남포로 가는 길에 동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인사소개까지 시키라 하시여 이렇게 들리였소.》

그는 도저히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꼭 꿈을 꾸는것만 같아 슬그머니 손등을 꼬집어보기까지 했다.

김일성장군님께서, 그처럼 위대하신분께서 어떻게 나같이 하찮은 인간을 아시고 이런 크나큰 믿음을 베풀어주신단말인가.

같은 따슈껜뜨출신인 허가이며 박영욱이까지도 믿을수 없다면서 38경비대 대원으로 보내기조차 꺼려하댔는데…

《어서 떠날 준비를 하오. 그런데… 저애들은 누구요?》

김책은 낯선 사람이 무서운듯 슬금슬금 다가와 안동수의 등뒤에 숨는 꽃니와 역시 창가에 눈이 올롱해 서있는 금덕이를 웃으며 갈마보았다.

《저 앤 내 누이동생이구 이 앤 꽃니라구…》

안동수는 그를 데려오게 된 사연을 대충 말해주었다.

그의 말을 듣던 김책은 《애가 참 곱게 생겼구만.》 하더니 두팔을 벌리고 꽃니에게 《얘야, 이리 오너라.》 하고 불렀다. 그러나 애는 안동수의 잔등에 얼굴을 박은채 움직일념을 안했다.

허허허, 낯가림을 하는 모양이군.》

김책은 껄껄 웃으며 안동수를 돌아보았다. 《자, 그럼 준비하오. 인차 떠납시다.》

평양학원으로 가는 차안에서 김책은 꽃니를 안고 옆자리에 앉아있는 안동수에게 감동에 젖은 소리로 말했다.

《엊그제 장군님께서는 동무가 중앙당청사에 왔다가 돌아가는것을 보시였다고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동무의 얼굴색이 밝지 못한것을 보시고 부관에게 보지 않던 동무인데 누구인가고 물으시였습니다. 부관이 나가 알아보고 배치담화때문에 허부위원장을 만나러 왔던 동무라고 말씀드리였습니다.

장군님께서는 허부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동무에 대해 다 알아보시였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일부 일군들이 동무의 투명치 못한 경력때문에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 몰라 주저하고있다는것을 아시고 이렇게 뜨겁게 말씀하시였습니다.

〈조국을 위하여 일하겠다고 수만리 먼길을 온 동무인데 믿읍시다. 소원대로 군복을 입히고… 사범대학을 나오고 외국어를 잘한다니 평양학원 외국어교원을 시킵시다.〉 하시면서 앞으로 동무를 한번 꼭 만나보겠다고 하시였소.》

안동수는 뜨거운것이 목을 메우며 욱 치밀어오르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목이 꽉 메여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누구도 알아주려 하지 않던 이 평범한 인간의 마음을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민족의 영웅이신 김일성장군님께서 알아주시고 이처럼 크나큰 믿음을 안겨주시다니… 이게 정녕 꿈인가 생시인가.

《동무도 이제 가보면 알겠지만 평양학원은 정규무력건설의 초석을 다지는데서 아주 중요한 몫을 맡고있는 우리 나라의 첫 군사정치간부양성기지요. 군사정치교육기관의 모체라 할수 있지.》

김책은 잠시 말을 끊었다. 차창밖으로는 한창 가을빛으로 익어가는 산천이 흘러가고있었다. 푸른 가을남새밭너머 저 앞산에서는 크고작은 기암괴석들이 노을처럼 불타는 단풍속에 묻혀 그 기묘한 자태를 자랑하고있었다.

김책은 말을 이었다.

해방후 인차 당을 창건하신 장군님께서는 나라와 민족을 보위하기 위하여 이제는 빨리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적혁명무력으로 강화발전시켜야 한다고 하시면서 군사정치간부를 육성해낼 교육기관을 내올데 대한 방침을 제시하시고 몸소 현지에 나가 그 자리까지 잡아주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마가을의 찬바람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잡관목들이 무릎에 휘감기는 산등성이를 오래도록 오르내리시며 훈련장과 사격장의 위치도 정해주시고 그 건설방향도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시였다. 그러시느라 점심시간이 퍼그나 지났는데 일군들은 그이를 모실만한 집도 없고 점심식사준비도 못한 상태여서 몹시 바빠했었다. 장군님께서는 일군들의 옹색해하는 마음을 풀어주시려는듯 너그럽게 웃으시면서 일없다고, 아무것이나 한술 들면 된다고 하시며 그들이 정했다는 길가의 수수한 초가집으로 향하시였다.

하지만 그 집 단칸방에서는 그때에야 두 내외가 바삐 메밀망질을 하고있었다.

집주인은 오매에도 뵙고싶던 장군님을 초라한 방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모시게 된것이 죄스러워 어쩔바를 몰라했다.

집주인의 이런 심정을 헤아리신 장군님께서는 어디 나도 같이 망질을 해보자고 하시며 팔소매를 걷어올리고 허물없이 망앞에 나앉으시였다.

집주인이 당황해서 《어떻게 장군님께서 망질까지…》 하며 몸둘바를 몰라하자 장군님께서는 소탈하게 웃으시며 남들이 다 하는 일인데 내라고 왜 못하겠는가고, 종이장도 맞들면 가볍다는데 함께 망질을 하자고 하시면서 몸소 망돌을 돌리시였다.

그 집에서 검소한 국수로 때늦은 점심식사를 하신 장군님께서는 떠나시기에 앞서 다시금 학원사업에 대해 일일이 가르쳐주시고나서 백양나무들이 늘어선 대동강흐름을 거슬러 평양쪽을 이윽토록 바라보시다가 학원의 이름을 우리가 조국에 돌아와 처음으로 세우는 학원인것만큼 평양의 이름을 따서 평양학원이라고 하는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그후에도 학원건설정형을 자주 알아보시고 훌륭한 교육조건과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나라형편이 어려웠지만 그 무엇이든 아낌없이 다 보장해주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마침내 학원이 일떠서서 첫 수업을 시작하게 되였을 때에는 몸소 학원에 찾아오시여 총건국실에서 력사적인 첫 강의를 하여주시였소.… 학원개원식을 국가적행사로 크게 하도록 하시고는 〈평양학원개원식을 축하하여〉라는 력사적인 연설을 하시였소.

실로 우리 평양학원에 돌려주신 위대한 장군님의 사랑과 은정을 다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소.

위대한 장군님은 우리 평양학원의 명예원장이시오.》

《예?》

안동수의 눈이 번쩍 빛났다. 가슴은 파도치는 바다를 안은듯 한없이 설레였다. 그런 영광의 학원으로 내가 가다니…

《우리 백두산녀장군이신 김정숙녀사의 관심은 또 얼마나 크신지 모르오. 녀사께서는 학원에 오시여 대렬훈련도 보아주시고… 식당에 들리시여서는… 밥이 너무 많아 끓을 때 커다란 삽으로 휘젓는것을 보시고는 그걸 학원생들의 어머니가 보면 얼마나 가슴아파하겠는가고 하시며 밥주걱을 곱게 만들어주자고 하기도 하시고…

상학실에 들리시여서는 손수 사격하는 묘리도 가르쳐주시고… 산에서 싸우실 때 이야기도 들려주시였소.…

동무는 이런 영광의 교단에서 일한다는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되겠소.》

안동수는 갑자기 해빛찬란한 봄언덕에 올라선듯 눈이 부시고 온몸이 격동되는것을 느끼였다.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