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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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는 돈화, 연길, 왕청, 녕안의 네개 지경이 한데 모여든 로야령의 봉우리에 위치하고있었다.

줄곧 뒤를 따르던 적들이 벌써 1주일째나 종적을 감추었다. 부대가 적을 놓치고 혼자 있다는것은 매우 좋지 못한것이였다.

최칠성을 부르신 사령관동지께서는 초막안을 거닐으시면서 각 지방에 정치공작원을 파견할 구상을 익히고계시였다.

무엇보다도 두만강을 향해 동남쪽으로 내려오던 관동군이 별일없이 돈화지구에 머물러있다는것은 매우 심상치 않은것이다.

그것들은 두만강지구에 흩어진 라남사단과 달라서 9. 18사변이후 장춘, 심양 등지에서 활동하면서 사기를 높이였고 전투경험도 얼마간 얻었다. 그것이 아무때나 불의에 두만강연안으로 올 위험이 있었다. 여태 전투를 했다기보다 중국인민에게 야수적인 만행을 들씌우던 놈들인것만큼 근거지를 무자비하게 짓뭉개놓을 위험이 있었다. 한편 간도림시파견대는 산악지대에 익숙해지지 못한것을 구실로 좀체로 산으로 오르려 하지 않고 연길, 왕청, 화룡 등지에서 농촌마을을 《토벌》하면서 빙빙 맴돌고있었다. 며칠째 아무런 정황이 없어 정찰조를 보내 알아본데 의하면 어데서나 산으로 올라올 기미는 보이지 않고 병영안에 있거나 인가근처에서 꾸물거리고있다 한다.

출판보도들에서도 요새는 얼마간 열이 식어지고있다. 띠염띠염 보도하는 사건들이란 각 지방에서 일어나는 자그마한 무기획득투쟁정도이고 주력부대이동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척 하고있다.

금년봄에 있은 놈들의 《내각회의》방침에 따라 급격한 병력증강과 시설확장을 다그치는 한편 산악전을 위한 전문부대를 꾸리고 군화의 밑바닥에 쇠등알을 박게까지 만들면서 시치미를 따고있는것은 폭풍이 일기 전의 정적과도 같은것이였다.

이상과 같은 정세판단에 대해서 차광수에게 의견을 물으시였을 때 그는 전적으로 동감이라고 하였다. 다른것과 달라서 정세의 변화가 뚜렷하고 그에 따라 전술을 바꾸어야 했기때문에 김일성동지께서는 내 의견이라고 해서 그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하시였다. 그이께서도 그 누구의 의견이기때문에 덮어놓고 따르는 차광수가 아니라는것을 잘 알고계시였다. 하지만 문제가 문제니만치 이렇게 재삼 타진을 하는것으로 그것에 대한 중요성을 한층 더 강조하시는것이였다.

《다른 의견이 없습니다.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차광수는 인지로 안경을 밀어올리며 사령관동지를 근엄하게 쳐다보는것이였다.

이때 김일성동지께서는 차광수의 심상치 않은 시선을 예리하게 감촉하실수 있었다. 무엇이라고 딱히 짚어댈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그 무슨 불안해하는듯 한 느낌을 받으시였던것이다. 그이의 이 느낌은 그로부터 3시간후에 여지없이 확증되고말았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김일성동지께서는 평소의 생활습관대로 숙영지를 한바퀴 돌고 자신의 초막으로 들어오시였다. 차광수는 이미부터 그이를 만나뵙기 위해 출입문앞에서 기다리고있었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는걸.》

김일성동지께서는 무슨 용무가 있는가고 물으시기 전에 우선 이렇게 허두를 떼시였다.

대륙성기후다보니까 임의의 시각에 추위가 닥쳐올 준비가 다 된것 같습니다.》

《하기야 겨울에 추위가 온다는건 너무나 응당한것인데도 사람들은 언제나 이렇게 모르는척 하기를 좋아하거던… 그런데…》

그이께서는 차광수앞으로 한걸음 나서시면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몸이라도 편찮은것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차광수는 인차 부정하였다. 그러면서도 좀체로 긴장을 풀지 않는것이였다. 이것 역시 비정상인것이다. 차광수는 본래 사업에 들어가서는 지나치게 심중하다고 할만 한 축이였지만 총체적인 생활에서는 락천적이였다. 언제나 너그럽고 여유가 있었다. 밤시간이면 대체로 그는 유쾌해지기마련이였다. 하루로정을 끝내고 다음날준비를 빈틈없이 갖춰놓은 다음에는 자못 상쾌한 기분으로 대원들속에서 너나들이로 오락을 하거나 사령관동지를 방문해서는 자연스럽게 롱담도 하는 그였던것이다.

《사령관동지! 제가 직접 돈화쪽으로 가든지 아니면 룡정쪽에라도 한번 나갔다올가 하는데 어떻습니까?》

《직접 나갔다온다?!》

그것은 정말 뜻밖이였다. 무엇때문에 이렇게 불쑥 그것도 례외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지 알수 없었다. 이미 종합되고 분석이 가해진 정세자료는 믿을만 한 통보에 의한것이 아니였던가.

김일성동지께서는 통나무걸상에 앉으시며 약간 침울해지기까지 한 차광수의 거동을 주의깊이 살피시였다. 문제제기도 그렇고 그 표현방식과 계기들이 약간 돌발적이기때문에 그이께서는 더더구나 차광수의 제의를 고려해보지 않으실수 없었다. 우선 첫째로 고려된것은 우려를 자아내지 않을수 없는 최근의 급변한 정세였다. 어째서 적들의 《토벌》이 갑자기 중단되였는가. 이것은 놈들의 계략에서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변화가 있다는것을 의미한다. 둘째로 고려되였던것은 변화된 정세의 실태를 그 누구의 보고와 통보자료로써가 아니라 직접 목격한데 의해서 사태를 처리해야겠다는 책임성일것이다. 그렇다고 한들 그것때문에 항상 락천적이던 차광수가 이렇게까지 침울해진다는것은 정말 뜻밖이며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다.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지.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거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미 지어진 정세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 틀림없다고 본다면 그것을 재검토하기 위해 부러 행군계획을 변동해서 먼거리까지 직접 나갈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차광수를 데리고 초막으로 들어가시였다. 기름불이 켜지고 불무지에 장작을 놓아 잠간사이에 몸이 훈훈해졌다. 몇마디 대화가 오고가자 곧 그이께서는 자신이 예측한것이 틀림없다는것을 확신하게 되시였다. 때문에 에돌지 않고 직발 의견을 나누게 된것도 매우 다행한 일이라고 보시는것이였다.

차동무, 우리가 지난봄에 안도에서 이 걸음을 처음 뗄 때 어떤 각오를 가졌는가를 상기해봅시다. 그러면 모든것이 명백해질수 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설설 끓는 주전자를 들어 차잔에 각각 물을 붓더니 차광수에게 한잔 권하고 자신께서도 드시면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호상 명백했던것은 반일인민유격대가 조직되고 그 무장부대가 적극적인 활동을 벌리게 되면 그에 상응하게 적들도 민감하게 반응할것이라는것이였다. 이것은 이미 예견되여있었고 또 실지 사태가 그것을 명백히 실증한것이다. 유격대조직과 그 전후에 벌어진 사태가 바로 그것을 보여주었었다. 그렇다면 지금 적들이 적극적인 새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침묵하고있다고 본다면 거기에 무슨 류다른 의의를 부여할것이 있겠는가. 이렇게 일단 정세의 흐름을 포괄적으로 묶어놓으신 다음에 그이께서는 최근에 특별히 강조해야 할 한가지 문제 즉 항일구국군과의 반일련합전선문제에 대하여 설명하기 시작하시였다.

《새로운것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는 호상의견을 교환하고 넘어가야 할것이 한가지 있기는 합니다. 그것은 일제의 반항이 어떤 규모와 전술을 띠고 나타나든지간에 우리는 당초에 세웠던 계획대로 반일련합전선을 옳게 형성하는 그것입니다. 지금사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는 사면포위에 들어있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보시오.》

그이께서는 차광수앞으로 손을 펴들어보시였다.

《첫째 꼽아야 할것은 일제가 우리의 앞을 막으면서 단매에 전멸시키겠다고 덤벼들고있는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위만군이 우리의 등을 치자고 합니다. 또 다음은 항일구국군이 우리를 적대시하고있습니다. 그들은 일제의 간악한 민족리간정책의 올가미에 걸려 우리를 모해하고있습니다. 마지막 또 하나는 독립군부대들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공산주의자라는 단 하나의 리유로 우리를 배척하고있습니다. 자, 이만하면 이것이 사면포위라고 할수 없겠습니까.》

그이께서는 네손가락을 꼽은 손을 내들고 크게 웃으면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문제는 이 포위에서 벗어나는 출로가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그것입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소사하를 떠나기에 앞서 세웠던 방침에서 변화가 없습니다. 바로 반일통일전선을 이룩하는 그 길만이 우리를 사면포위에서 빠져나갈수 있게 합니다. 우선 먼저 반일구국군을 잘 돕고 설복해서 반일공동전선을 취하는것입니다. 그들 상층부에 있는 패배주의적요소를 극복하여야 합니다. 다음은 우리가 량세봉을 만나 영향을 준것처럼 독립군을 잘 대해야 합니다. 그다음에 위만군입니다. 위만군은 일본군대와 달라서 달려들면 때려서 없애치울것이지만 반변해서 일제를 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도록 부추겨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세면을 풀고 일제 하나에 집중사격을 해야 합니다. 이가운데 우선 급선무는 항일구국군입니다. 이 근방에는 왕덕림산하 부대들이 주둔해있습니다. 특히 돈화에 있는 주영장은 알아도 안 보고 덮어놓고 우리를 해치려 하고있습니다. 그 배후에는 일제의 작간이 있는것 같습니다.》

《사령관동지!》

오래동안 침묵한채 그이의 말씀을 주의깊게 듣고만 있던 차광수가 불시에 입을 열었다.

《아닌게아니라 바로 저도 그 점을 생각하고있었습니다.》

《그럴것입니다. 나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주영장을 제가 만나보는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래서 돈화에 가보겠다는것입니까?》

《그렇습니다.》

《하긴 나도 지내보니까 오해와 불신을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당사자와 마주앉는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우사령을 만난적도 있잖습니까.》

그이께서는 일반적으로는 공동전선의 견지에서 차광수의 의견에 동의하시면서도 지금 매우 위험한 계선에까지 접근해간 주영장을 직접 만나는것이 좋겠는가 하는데 대해서는 하루이틀 더 두고 생각해보자고 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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