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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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대원들의 오락회가 벌어졌다. 춤과 노래가 연방 나왔다. 웃어대고 손벽을 치고 환호를 올리고 하여 마당이 들썩하였다.
그런 흥겹고 복잡한 통에서도 제가끔 제볼장을 보기마련인 모양이였다. 팔소매로 눈물을 훔치고난 강계집아주머니는 기세가 등등해서 마루에 앉아 구경을 하는 홍령감을 찾아가 주둥아리를 뽑아볼테면 뽑아보라고 손짓을 하며 들이대였다.
《잘못했네, 내가 잘못했다니까. 눈에 명태껍질이 씌워져 그랬네. 사람이 살아가다가 그런 실수쯤 할수 있는거지 뭘 그러나. 설마
《그러니 이제 다시한번 부녀회가 어떻다는걸 말씀해보시라요.》
《우리가 졌네, 우리가 졌어. 나이 먹으면 다 그런거야. 난 열흘이상이나 문병을 받으면서도 그런 기미를 몰랐댔소. 이제 나만치 나이 먹어보라구. 그럼 알게 돼.》
홍령감은 난생처음 이런 맥빠진 소리를 하였다. 그러고나서 그도 자리에서 일어나 누군가를 찾아 떠났다.
송정혁은 마냥 기분이 좋아 입을 다물지 못하고있다. 그때 박수를 치고있는 송정혁의 팔을 밀어제끼며 홍령감이 전광식이 앞으로 뚫고나왔다. 그는 전광식이 유격대에서 높은 사람이라는것을 눈치채고 그를 끌어내여 통사정을 하려들었다.
《나 좀 봅시다.》
침중한 얼굴을 한 그가 팔소매를 잡아 대문밖으로 전광식을 끌어내였다. 두그루의 배나무가 높다랗게 올리솟은 담장밑에 이르러서 씨근거리며 말하였다.
《부탁이 하나 있어서 그럽니다. 렴치없는 행실을 널리 용서해주시오.
홍령감은 저고리앞섶을 헤치고 몸에 품었던 자그마한 꾸레미 하나를 꺼내였다.
《별것이 아닙니다. 내가 사냥을 좋아해서 산에 다니다가 얻어본건데
그는 쭈그리고앉아 꾸레미를 무릎우에 놓고 펼치였다.
천으로 싸고 그안에 또 두겹세겹 종이로 쌌다.
《나이는 착실히 먹은것 같은데 크지는 못합니다.》
종이를 다 끄르고나서 그는 무릎에 가로놓인 물건을 들어올리였다. 한발이나 되는 줄기가 그냥 달린 산삼 한뿌리가 달빛에 허옇게 드러났다.
산삼뿌리를 받쳐든 그의 손이 알릴듯말듯 하니 떨리였다.
전광식은 자세를 바로잡고 홍령감과 마주섰다. 보잘것 없는 농촌령감의 초상이 몹시 숭고한 모습으로 나타나 앞으로 다가올 때 그는 뒤로 물러나며 두손을 내대였다.
《저는 그것을 받을수 없습니다.
한편
간절한 추억이 깃든 그 자그마한 옹달샘같은 바위굴을 돌아보기 위해 나오시였다. 《머슴》살이를 하면서 발구를 끌고 오셔서는 이 굴에서 글도 썼고 각처에서 오는 공작원들도 만나시였다.
하기는 이러한 곳이 이 하나뿐이 아닌데 오늘따라 왜 이런 곳이 그렇게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되살아나는지 알수 없으시였다.
멀찍이 서서 송정혁이
어찌보면 과거와 현실이 한데 어울린 이곳 이 동굴 그리고 그 나날을 감회깊게 회상하시는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보면 바야흐로 다가오기 시작한 혹한의 한겨울이 가져올 시련을 상상해보시는것 같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쨌든
산을 내리시면서
그때 정혁은 발을 빗디디여 미끄러져 넘어질번 하다가
그통에 정혁은 또 발을 미끄러뜨려 나무를 붙잡고 겨우 몸을 지행하고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