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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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였다.
멍석을 깐 송정혁이네 집 안마당에는 온 마을사람들이 모여앉았다.
추녀끝 여기저기에 초롱을 달아 마당은 대낮처럼 환하였다. 맨앞에 손녀를 안은 상범이 어머니와 목청이 높은 북청집아주머니, 그와 한짝이 되는 강계집아주머니가 앉고 그 량옆으로 처녀들, 애기어머니들이 한벌 앉았고 그뒤로 청년들, 장년들이 자리를 차지하였으며 오른쪽 널마루우에다는 돗자리를 펴고 늙은이들을 모시였다. 본대로, 들은대로 유격대이야기를 하느라고 장내가 떠들썩하였다.
송정혁의 안내로
장내에서 박수가 일었다. 온 마을이 떠나갈듯 한 박수가 계속 울리였다.
옥이네 할머니인즉 속탈때문에 수수뿌리를 달여먹인 상범이 어머니였다. 녀인은 버선발로 토방에 올라서서 절을 하였다. 뒤따라 십여명의 남녀로인들이 모두 같은 식으로 절을 하였다.
《속탈이 좀 어떻습니까?》
《그때부터 차츰 추서서 이제는 아무거나 막 먹습니다. 다 나았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때 로인들속에 끼였던 홍령감이 (옳구나!) 하고 속으로 부르짖으며 마루우로 한걸음 성큼 올라섰다.
후들후들 떨리는 두팔을 들어올렸다가 앞으로 천천히 내리우며 허리를 굽혀 절을 하였다. 그때
눈물부터 앞선 홍령감은 팔소매를 들어 눈굽을 훔치였다.
《저는 다시 이 세상에 태여난셈이지요.》
옆에 섰던 송정혁이 농민협회 부회장사업을 아주 잘하고있다고 말씀드리자
박수가 멎자
《여러분! 모두 안녕들 하셨습니까? 우리 반일인민유격대는 멀리 행군해가던 도중 이 푸르허의 여러분을 만나뵙기 위해 들렸습니다.》
장내는 물뿌린듯 고요해졌다.
이전에 한때 까다롭고 말썽이 있기는 하였으나 금년에 들어서면서 온 마을이 붉은 일색으로 혁명화되였다는것은 근거지를 창설하는데 있어서 그 첫 단계를 이루는 귀중한 본보기로 되였다. 반혁명이 가셔진곳에서 혁명군중들의 열의와 창발성이 얼마나 큰 력량으로 자라나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일제통치가 아무리 악랄하다 하더라도 푸르허처럼 하면 자기 지역을 자체의 힘으로 지킬수 있고 그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도록 할수 있다. 여기는 평균 매 집 한사람이상 유격대나 또는 적위대에 참가하였으며 정치생활을 할수 있는 모든 성원이 조직에 다 들어 혁명사업을 하고있다.
《어떻습니까?》
《일제와 결탁한 악질지주를 그냥 둬두고, 안윤재와 같은 주구들이 살판치는것을 그냥 둬두고, 또 주의자들이 있어서 〈토벌〉이 있게 된다는 한심한 생각을 하는 그런 사상을 그냥 두었다면 이 푸르허가 어떻게 되였을것 같습니까?》
《망했을것입니다.》
《〈토벌〉맞아 재더미가 됐을것입니다.》
군중들속에서 일어난 대답이 옳다고 긍정을 표시하시고나서 다시 연설을 계속하시였다.
《그러니 푸르허의 경험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곧 혁명만이 우리를 구원할수 있다는 그것입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도 혁명을 해야 하며 빼앗긴 조국을 찾기 위해서도 혁명을 해야 하며 압박과 착취를 영원히 없앨수 있는 사회주의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도 혁명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혁명의 시대에 태여났으며 또 혁명을 하기 위해 태여났습니다.》
《여러분! 이 모든것이 어데서 온것이겠습니까? 자랑스러운 푸르허도, 또 여러분과 함께 이렇게 반갑게 오늘 만날수 있는것도 모두 여기 모인 여러분들이 혁명을 제때에 받아들였고 또 미력한 저를 잘 도와주고 보살펴주었기때문입니다.》
이때
얼굴이 둥그런 그 녀인은 눈물이 글썽해서 팔을 내밀고 땅에 엎드리였다.
《용서해주십시오. 저는 그런줄은 전혀 모르고 우물길에서… 그만… 잔치날도 그렇게…》
《용서를 빌것이 뭐 있습니까. 오히려 아주머니가 저를 도와주었습니다. 그렇게 한것이 밀정들 눈에서 저를 보호해준것입니다. 그때는 정말 우물길이 미끄러워 발을 붙이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그때 다른 사람과 같이 상에 받쳐주지는 못했지만 떡을 두곱이나 주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다시는 〈머슴〉을 천대하는 세상이 오지 않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서 들어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