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회)
10
삭풍이 몰아치고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요. 아무리 돌아보아도 피곤한줄을 모르겠거던. 그동안 동무들이 큰일을 했소. 무엇보다도 새로운 〈ㅈ철〉생산공정을 완성하고 산소분공장을 건설한데 이어 고압관생산공정을 새로 꾸린것이 제일 큰 성과요.》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뿡!ㅡ 하는 기적소리가 울려왔다.
부지중
마침 전진욱이 나섰다.
《오, 그래?!…》
사람들모두가 깊은 감회에 잠기는데 전진욱의 두눈에서는 어느새 외등의 불빛이 하들하들 떨리고있었다.
《동무들의 수고가 많았소.》 하고
모두가 숭엄한 감정에 싸여
차고 메마른 날씨였지만 누구도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어느새 12월의 강추위가 숨을 죽인것인가?… 사람들에게 뜻깊은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에 새겨두라고 합숙정원의 외등도 어둠을 밀어내며 힘껏 빛을 발하고있었다.
마침내
《가겠소!》
승용차들이 발동을 걸었다.
책임부관이
성강의 책임일군들속에서는 먼저 기사장이, 다음 김용삼이 허리굽혀 인사드리였다.
《잘 있소.》
마지막으로 책임비서의 차례였다. 전진욱은
《믿겠소. 강성대국건설에서 성강이 한몫 단단히 해야 돼.》
《자, 그럼 동무들을 믿고 가겠소!》
드디여 승용차들이 출발하였다. 밝은 전조등이 어둠을 쭉 가르며 앞으로 뻗어나갔다. 고르로운 발동소리,
그때였다. 한자리에 굳어져있던 전진욱이 별안간 머리를 치는 생각에 흠칫하고는 자기 차가 서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승용차의 문짝을 열어젖히기 바쁘게 숨찬 소리로 부르짖었다.
《범도, 빨리 앞으로!…》
언제까지나 바싹 뒤따르고싶었다. 잠시나마 더
전조등의 불빛이 휘딱거리며 잎떨어진 가로수며 콩크리트담벽과 전주대들을 언듯언듯 비쳤다. 그렇게 한동안 미친듯이 차를 몰아대였다. 한순간 그는 어둠을 뚫고 창살처럼 앞서가던 전조등 불빛이 시꺼먼 바다쪽으로 내뻗치는것을 보았다. 승용차가 어느덧 고개마루에 올라선것이였다.
전진욱은 차를 멈추게 했다. 그때에야 지배인의 차도 뒤따라왔다는것을 알았다. 둔덕우에 나서니 멀리 앞서 달리는 승용차의 불빛들이 보였다. 변함없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캄캄한 어둠을 헤쳐가는 불빛들… 김용삼이 옆에 다가왔으나 서로 아무말도 없이 멀리 작아져가는 불빛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눈시울을 흠칫거리며 보고 또 본다. 일매진 그 불빛들이 불러오는 속삭임인가, 밀물처럼 가슴에 흘러드는 뜨거운 격정에 목메여 그들은 속으로 부르짖고있었다.
둔덕아래의 벼랑굽이에서는 파도가 세찼다. 그 파도너머 수평선과 잇닿은 먼 하늘가에서는 수천수만의 별들이 12월의 강추위속에서도 따갑게 불타며 영원할 불의 노래, 빛과 열의 노래를 정겹게 속삭이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