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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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왔느냐?》
사령부에서 서너집 떨어진 남의 집 웃방이 조용하여서 그리로 데려가시며 번연히 알면서도 물으시였다.
《유격대가 어떤가 보려구요.》
동생 역시 선뜻 자기 속을 내비치지 않았다.
《공청사업은 잘되느냐?》
《형님 떠나신 후 또 한바퀴 돌았습니다. 이번에 형님이 말씀하신것두 있구 해서 금년 5. 1절을 잘 쇠지 못한것을 10월혁명기념때 봉창하자고 그럽니다. 청소년들의 사기가 대단은 한데 〈토벌대〉놈들 성화에 잠을 못 잘 형편입니다. 어데 가나 연기가 자욱합니다. 총소리는 간데마다 콩튀듯하고 〈토벌대〉는 개싸다니듯합니다. 〈토벌〉맞은 동네에서는 그자리에 집을 또 일궈세웁니다. 그러면 또 와서 불을 놓습니다. 그래 마을사람들은 낮에는 산에 가있다가 밤에 〈토벌대〉놈들이 간 다음에 내려와 자군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산에다 초막을 지어놓고 살 작정들을 하고있지요. 그리구 형님, 이번에 저 복동골에서 룡정거리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 말을 들으니 〈민생단〉이라는게 없어지고 그대신 〈협화회〉라는것이 나왔는데 거기서 선전하기를 일본군대가 〈토벌〉을 자꾸 하는건 유격대가 생겨났기때문이라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거기 있는 조직들에선 어떻게 대답한다더냐?》
《좀 떨떨해들 있어요, 그래 내가 가는데마다 그에 대해 말해줬지요, 왜놈들은 유격대 없을 때에 벌써 조선을 먹었다고 말이죠. 유격대는 이제 〈토벌대〉놈들을 다 잡아 없애치울것이라고 했더니 모두 좋아했습니다.》
《거참 잘했다. 그런건 공청에서 맡아서 잘 선전해주어야 하겠다.》
《각처에서 지금 근거지가 나오고있더군요. 오다가 쏙새골지구에 들렸는데 참 별천지 같습니다. 헌병이나 경찰 하나 없고 정말 해방지구가 됐습니다. 그런 식으로 점차 조선을 다 해방시키겠지요?》
《그렇게 할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새 너 퍼그나 의젓해진것 같구나.》
서로 어머님이야기를 피하려고 될수록 먼데로 이야기를 끌어가려 하시였다.
그러는사이에 그 집마당에 들어서게 되였다. 방안은 좀 침침하여서 해가 잘 비치는 벽모퉁이가 더 좋았다. 형제분은 마주서서 이야기를 계속하시였다.
《이번에 안경을 끼고 변장하지 않았더라면 큰일칠번 했습니다. 화룡에 갔다오는데 불쑥 순사놈이 나타나더니 저를 끌고 경찰서로 가지 않겠습니까. 그놈은 〈너 어데서 오니?〉하고 반말질부터 하길래 나도 〈화룡서 온다. 무슨 상관이냐?〉하고 맞섰지요. 그러니 그놈은 〈으음, 대단허다. 그래 뭘하러 다녀?〉하며 한대 칠것처럼 을렀습니다. 내가 〈손만 대봐라, 네 밥통을 뗄테다.〉하니까 그놈이 흠칫 놀라며 〈넌 누구냐?〉 했습니다. 그래 내가 〈눈이 있으면 똑똑히 봐, 네 목이 떨어지지 않게.〉하고 을러메니까 그놈이 얼떨떨해졌습니다.
그놈은 안경을 낀 내 얼굴을 찬찬히 쳐다보다가 〈공산당 조심해, 빨리 집에 가!〉 하잖아요. 그래 됐다 하고 나오려다가 〈전화 좀 걸수 없소?〉하고 골려주니까 〈고장이야, 고장.〉하며 떠밀어서 나왔지요.》
《하하하.》
그래도 여태 공청사업을 할수 있은것은 전적으로 어머님께서 뒤받침해주셨기때문이였다. 우선 어린 동생이 있는 집안살림을 어떻게 유지할것인가가 문제였다. 해가 져서 저녁을 치르고 방안에 두분이 마주앉게 되였을 때
《형! 나두 인젠 형을 따라다니자고 왔어요.》
《나를?》
그것은 뜻밖의 청이 아니였다. 하지만 그것을 무슨 수로도 거절해낼수 없었다. 너무나 진정이 담기였고 또 그렇게밖에 나올수 없는 동생의 처지였다. 그래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딴데로 말씀을 돌려버리시였다.
그 이튿날 저녁이였다.
헤여져야 할 절박한 시간을 앞두고
서로 말이 없었다. 바람이 욱 불어올 때마다 문풍지가 부웅부웅 청승스럽게 울어준다.
자기는 물론 형도 술을 마실줄 모르신다.
이래저래
얼마간 시간이 흐른 다음
《철주야! 네가 나를 따라 같이 가겠다는 마음을 나도 잘 알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네가 떨어져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형! 내 나이 지금 열여섯인데 왜 유격대생활을 못하겠습니까. 난 어떤 곤난도 이겨낼수 있습니다.》
《아니다. 유격대생활이 곤난하고 힘들어서가 아니다. 너마저 떠나면 동생은 어떻게 하겠니?》
《형님! 나는 그애가 어리긴 하지만 사정을 이야기만하면 넉넉히 알아들을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견디기 어렵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