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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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일단 물리친 유격대원들은 마을사람들을 구원하는데 달라붙었다. 중간마을을 돌아보고 온 차기용의 보고에 의하면 아직 대피하지 못한 사람이 수십명 남아있다는것과 김정옥이와 백광명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그대로 남아있다고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전투원의 일부를 인솔하고 직접 마을로 내려가시였다.

불의에 타격을 받게 된 적들은 일시 물러섰을뿐이지 아주 퇴각한것은 아니였다. 그렇기때문에 마을을 빨리 비워놓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이께서는 가파로운 언덕을 먼저 지쳐내려가시였다. 십여명의 대원들이 그이의 뒤를 따랐다. 유격대원들이 마을에 들어섰을 때 아니나다를가 적들이 다시 사격을 시작하였다.

마을에 남았던 늙은이들, 아이들이 다시 아우성을 쳤다.

유격대원들은 재빨리 늙은이들과 아이들을 업어 물을 건늬였다.

비교적 안전한데가 마을뒤 물웃목이였지만 그곳은 물살이 빨라 들어설수 없고 그래도 건늘만 한데는 서쪽으로 트인 넓은 여울이였다. 공교롭게도 그쪽은 적들이 동구밖에서 빤히 바라볼수 있는 곳이였다. 아무데로나 빨리 건너야 하였다.

강판에 사람들이 까맣게 들어섰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전령병들에게까지 엄격히 명령하시였다.

《동무들도 나만 따라다니지 말고 저 아이들을 업어건늬시오.》

그이께서는 잠시동안에 두축이나 물을 건느고나서 다시 마을로 들어가시였다. 마을을 다 돌아보신 그이께서 마지막으로 떠나려고 하시였을 때 단발머리처녀가 세명의 아이들을 끌고 강언덕에 나타났다. 그것은 김정옥이였다. 김정옥은 다섯살짜리 아이 하나를 업고 여덟살 잡힌 금숙이와 자기 동생 정순이를 량손에 잡고 물에 들어서려고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 급히 달려가 금숙이와 정순이 두 아이를 한품에 안고 물에 들어서시였다.

총탄은 우박치듯 물우에 내리박혔다. 이끼오른 물판은 발을 붙일수 없게 미끄러웠고 빠른 물살은 가슴노리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두 어린것을 물우에 들어올리고 한걸음씩 물을 밀고 나가시였다. 전령병 두명이 물살을 가르며 달려와 아이를 받아안으려 하였다.

《뒤에 있소. 뒤에 또 있소.》

정옥이와 그가 업은 아이를 건늬라는 말씀이시다.

그이께서 물살을 헤치고 걸어오시는데 그 좌우쪽에 총알이 찌륵찌륵 소리를 내며 물을 튕겨올렸다.

맞은편 기슭에 건너간 마을사람들이 급한 소리를 질렀다.

《저걸 어쩌나, 저걸…》

초조한 시간이 흘렀다.

유격대원들이 물에 뛰여들어 마지막사람을 건네놓았다.

치렬한 사격이 한시간이나 계속되자 날이 어두워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적탄이 미치지 못하는 후미진 곳에서 아이들의 옷을 벗겨 물에 행궈주기도 하고 흙탕이 발린 얼굴을 씻어주기도 하시였다. 아이들속에 끼여 젖은 옷을 쥐여짜 그냥 입은 첫째가 장군님을 알아보고 누나한테로 달려갔다. 너무 혼이 났던 정옥이는 흙탕이 발린 옷을 헹굴 생각도 못하고 바위너머 풀숲에 주저앉아 울고있었다.

《누나, 저기 김일성장군님이 계셔, 우리가 이전에…》

정옥이가 획 고개를 돌리였다.

《뭐라구?》

얼결에 들은것이 전혀 믿어지지 않아 정옥은 첫째를 놓쳐버려서는 안될것처럼 두손으로 어깨를 와락 붙잡았다.

《이자 뭐라고 했니?》

《저기 김일성장군님이 계셔. 우리가 〈토벌〉맞구 돌아다닐 때 강가에서 만났지. 그때 내 이름두 물어보구 내 고무총도 만져보셨지.》

첫째의 말을 확인한 정옥은 자리에서 팔딱 일어나 물이 철철 흐르는 적삼앞섶을 여미고나서 한걸음씩 앞으로 걸어나갔다. 물을 건네준분은 그저 보통 유격대원인줄 알았지 장군님이실줄은 미처 몰랐었다. 금숙이의 옷을 쥐여짜 입히고계시던 그이께서 허리를 펴실 때 정옥은 그이앞으로 다가서서 고개를 숙이였다.

《장군님! 안녕하셨습니까. 저는…》

《이게 누구요! 정옥이가 아니요?》

고개를 들어올리지 못한채 정옥은 못박힌듯 서있었다.

그때 또 첫째가 나서며 머리를 꾸벅 숙여 절을 하였다.

그이께서는 첫째의 볼을 두손으로 싸쥐시였다.

《오, 첫째구나!》

그이께서는 팔을 벌리여 첫째를 와락 끌어안으시였다.

《너희들이 여기 있었구나.》

첫째의 가느다란 손이 장군님의 목을 힘껏 그러안고 와들와들 떨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눈을 스르르 내리감으시였다.

고개를 숙이고 앉아 터진 옷을 꿰매고있던 첫째의 누나, 살눈섭이 짙고 얼굴이 동그란 금숙이, 불을 불다가 쳐들었던 녀인의 얼굴, 민들레를 내들며 웃고있던 어린애, 피빛으로 물들어보이던 물웅뎅이 그 모든것이 일시에 떠올라 앞을 스치였다.

이윽해서 그이께서는 첫째와 마찬가지로 금숙이도 또한 그렇게 안아주고나서 정옥에게로 돌아서시였다.

감격에 목메인 정옥은 얼굴을 싸쥐고 울었다. 아무리 곤난해도 기를 잃지 않았고 눈물 한방을 흘려보지 않던 그가 마치 어린애모양으로 어깨를 들먹이며 울었다.

《울지 마오. 소대장이 울면 되나. 자 어서, 이젠 날이 저물었소.》

그이께서는 정옥의 어깨에 손을 얹고 오래동안 위로의 말씀을 하시였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어데로 해서 여기에 오게 되였는가? 아이들은 지금 몇이나 되며 앓지는 않는가? 무엇을 먹는가? 그이의 다정한 물으심에 정옥은 일일이 대답을 올리고나서 이제는 아무 걱정이 없다고 하였다. 그이께서는 첫째와 금숙이의 손을 잡으시고 정옥이는 정순이를 업고 산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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