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0 회)
9
(6)
연기가 뽀얗고 아이들의 아우성이 들려오는 마을을 내려다보시던
바위등에 오르신
또한
벼랑우에서 돌을 굴리고 이쪽에서도 고함소리가 나고 저쪽에서도 고함소리가 일어났다. 좁다란 쏙새골골짜기가 떠나갈듯이 총소리, 고함소리가 울리였다.
언덕밑에서 꼬마대원 변인철이 달려올라왔다. 전투에 돌입하는것과 동시에 차광수가 있는 우측 릉선에 련락을 보냈던것이다. 변인철은 매우 흥분해서 구슬같은 눈알을 굴리면서 통쾌한 전투장면을 보고하였다.
아닌게아니라 전체 대원들은 대단한 흥분상태에 있었다. 유격대에 입대하여 하루도 빠짐없이, 휴식을 하면서까지 묘준련습을 해온 그들은 이제나저제나 하고 솜씨를 보일 날을 기다리던중에 별안간 대판전투를 하게 되였던것이다.
《사기가 아주 좋습니다. 대원들이 네것도 명중이다, 내것도 또 명중이다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총을 쏩니다. 어떤 동무들은 돌을 굴려 무데기로 왜놈을 잡습니다.》
변인철은 직접 목격한것과 중대장이 전하는 보고를 내리외웠다.
전투는 더욱더 치렬해지면서 시간을 끌었다. 강한 금속성이 울리며 철알이 가까운 곳을 지나갔다. 량쪽에 서있던 전령병 두명이 일시에 다가서며 적들에게 위치가 발견된것 같으니 자리를 급히 옮기셔야겠다고 하였다.
《괜찮소, 괜찮아. 적들은 지금 도망칠 생각을 하고있소. 저걸 좀 보우. 저앞에 선 놈이 뒤로 돌아서서 꾸물거리고있지 않소.》
계속해서
전투를 결정적인 승리에로 이끌고계신
처음에는 적들이 맹렬한 기세로 달려왔었다. 그다음에는 주춤해져서 여기저기다 대고 눈먼 사격을 하였고 그다음에는 유격대를 향해 대항하는척 하였지만 사실상은 무모한짓이라는것을 놈들은 알아차렸다. 험준한 산발에 흩어져있는 유격대원들을 도저히 어떻게 해낼 도리가 없었다. 그대신 유격대원들은 하나하나 묘준사격을 들이대였다.
처음에는 몇놈이 돌아서더니 그다음에는 강언덕에 들어섰던 한개 중대가량이 언덕너머로 위치를 옮기였다. 유격대원들은 삐여나온 바위코숭이에 나붙어 계속 내리사격을 하였다.
사격을 하면서 한편 구호를 불렀다.
《일제를 타도하자!》
《부모형제를 학살한 왜놈들을 복수하자!》
뒤미처 전광식에게서도 보고가 들어오고 2중대에서도 정황을 알려왔다.
호된 타격을 받게 된 《토벌대》놈들은 뒤걸음질을 시작하였다. 마을앞 개울을 건너갔던 놈들이 다시 되돌아왔다.
은페물이 없는 강변에 나타난 놈들에게 명중탄이 계속 날아갔다.
언덕아래에서 전령병이 달려올라왔다.
《최칠성동무는 집에 없습니다. 총을 들고 뛰여나갔다는데…》
숨이 차서 말을 채 맺지 못한다.
《지금 최칠성동무네 집에서는 아주머니가 해산을 하느라고 앓고있습니다.》
《해산을 한다.》
잠간 사이를 두셨다가
《동무는 되돌아가서 가능한껏 산모를 도와주도록 하시오.》
전령병은 무슨 말인지 더 하려다가 경례를 붙이고 획 뒤로 돌아 오던 길로 다시 뛰여내려갔다.
《각 중대에 가서 이르시오. 저기 초막들이 몇개 내려다뵈지. 최칠성동무네 집이 있다는 그곳 말이요. 그앞에 가로건너간 언덕까지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적들을 들여놓아서는 안된다고 하시오.》
변인철은 살같이 언덕을 내리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