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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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동지께서는 샘물골뒤산마루에 오르시였다.

연기가 뽀얗고 아이들의 아우성이 들려오는 마을을 내려다보시던 그이께서는 권총을 빼들고 산밑으로 달아내려가시였다.

바위등에 오르신 그이께서는 전투위치로 달려나가고있는 대원들의 움직임을 지켜보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전투를 포치하면서 우선 적들이 수적우세를 믿고있다는것과 여태 한번도 조선인민의 저항을 받아보지 못했다는 점을 타산해야 한다고 지휘관들에게 말씀하시였다. 그렇기때문에 적들은 포악하고 거만할것이지만 타격에는 비겁할것이라고 하시면서 골짜기에 밀어넣고 집중적으로 공격을 들이대면 《무적황군》 능히 때려눕힐수 있다고 격려하시였다.

또한 김일성동지께서는 이 오만하고 포악한 간도림시파견대의 주력을 여기서 결정적으로 타격하지 못한다면 방금 태여난 전체 유격대와 그 근거지가 여지없이 섬멸될것이라고 지적하시였다. 적들은 현재 그것을 목표로 세웠고 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한 주력을 동원하였다. 모든 침략자들이 다 그런것처럼 일단 대상이 약하다는것을 알기만 하면 몇배로 더 오만해지고 포악해지는 법이다. 특히 우리 인민들은 유격대에 자기 운명을 기탁하고있으며 이 엄혹한 시기에 자기들의 아들딸들이 어떻게 싸우는가를 주시하고있다. 전체 대원들은 이 전투가 혁명의 존망을 결정하게 된다는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현재정황으로서는 적들이 우리의 전술에 걸려 협착하고 불리한 골짜기에 기여들어왔다고 말씀하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최진동이가 인솔한 중대를 신속히 중간마을 후방으로 이동시키고 전광식을 적의 익측에 보내여 측면공격을 하도록 하시였다. 가장 중요지점인 샘물골어구에 차광수를 보내시였다.

그이께서는 어깨우에 쳐들었던 권총을 힘있게 내리그으며 방아쇠를 당기시였다. 지휘처의 신호총소리에 뒤이어 네개 지점에서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하였다. 여기저기서 와와 함성을 올렸다.

벼랑우에서 돌을 굴리고 이쪽에서도 고함소리가 나고 저쪽에서도 고함소리가 일어났다. 좁다란 쏙새골골짜기가 떠나갈듯이 총소리, 고함소리가 울리였다.

언덕밑에서 꼬마대원 변인철이 달려올라왔다. 전투에 돌입하는것과 동시에 차광수가 있는 우측 릉선에 련락을 보냈던것이다. 변인철은 매우 흥분해서 구슬같은 눈알을 굴리면서 통쾌한 전투장면을 보고하였다.

아닌게아니라 전체 대원들은 대단한 흥분상태에 있었다. 유격대에 입대하여 하루도 빠짐없이, 휴식을 하면서까지 묘준련습을 해온 그들은 이제나저제나 하고 솜씨를 보일 날을 기다리던중에 별안간 대판전투를 하게 되였던것이다.

《사기가 아주 좋습니다. 대원들이 네것도 명중이다, 내것도 또 명중이다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총을 쏩니다. 어떤 동무들은 돌을 굴려 무데기로 왜놈을 잡습니다.》

변인철은 직접 목격한것과 중대장이 전하는 보고를 내리외웠다.

전투는 더욱더 치렬해지면서 시간을 끌었다. 강한 금속성이 울리며 철알이 가까운 곳을 지나갔다. 량쪽에 서있던 전령병 두명이 일시에 다가서며 적들에게 위치가 발견된것 같으니 자리를 급히 옮기셔야겠다고 하였다.

《괜찮소, 괜찮아. 적들은 지금 도망칠 생각을 하고있소. 저걸 좀 보우. 저앞에 선 놈이 뒤로 돌아서서 꾸물거리고있지 않소.》

계속해서 그이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산을 울리였다.

전투를 결정적인 승리에로 이끌고계신 그이께서는 벌써 패배한 적을 보신것이였다.

처음에는 적들이 맹렬한 기세로 달려왔었다. 그다음에는 주춤해져서 여기저기다 대고 눈먼 사격을 하였고 그다음에는 유격대를 향해 대항하는척 하였지만 사실상은 무모한짓이라는것을 놈들은 알아차렸다. 험준한 산발에 흩어져있는 유격대원들을 도저히 어떻게 해낼 도리가 없었다. 그대신 유격대원들은 하나하나 묘준사격을 들이대였다.

그이께서는 강둔덕에 선 적의 지휘처에 집중사격할것을 명령하시였다. 군중들의 뒤를 따라 무턱대고 개활지대에 나타났던 놈들이 바빠맞게 되였다. 적의 화력은 차차 분산되고 맥이 빠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전령병을 띄워 놈들에게 숨돌릴 틈을 주지 말고 계속 타격을 주라고 명령하시였다.

처음에는 몇놈이 돌아서더니 그다음에는 강언덕에 들어섰던 한개 중대가량이 언덕너머로 위치를 옮기였다. 유격대원들은 삐여나온 바위코숭이에 나붙어 계속 내리사격을 하였다.

사격을 하면서 한편 구호를 불렀다.

《일제를 타도하자!》

《부모형제를 학살한 왜놈들을 복수하자!》

뒤미처 전광식에게서도 보고가 들어오고 2중대에서도 정황을 알려왔다.

호된 타격을 받게 된 《토벌대》놈들은 뒤걸음질을 시작하였다. 마을앞 개울을 건너갔던 놈들이 다시 되돌아왔다.

은페물이 없는 강변에 나타난 놈들에게 명중탄이 계속 날아갔다.

언덕아래에서 전령병이 달려올라왔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이곳에 오시자 곧 전령병을 띄워 최칠성이를 찾아보라고 하셨던것이다. 턱밑에 땀방울이 맺히고 구리빛얼굴이 땀으로 번들거리는 전령병이 사령관동지앞에 멈추어서서 보고를 하였다.

최칠성동무는 집에 없습니다. 총을 들고 뛰여나갔다는데…》

숨이 차서 말을 채 맺지 못한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보고하라고 손짓을 하시였다. 허나 그뒤에 급한 내용이 있기때문에 전령병은 어깨를 할싹거렸다. 잠시 숨을 돌리고나서 전령병은 다시 보고를 계속하였다.

《지금 최칠성동무네 집에서는 아주머니가 해산을 하느라고 앓고있습니다.》

《해산을 한다.》

그이께서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셨다가 곧 입가에 미소를 지으시였다.

잠간 사이를 두셨다가 그이께서는 최칠성동무네 집이 어데냐고 물으시였다. 전령병은 쌍까풀진 눈을 번뜩이며 초막이 몇개 널린 골짜기를 가리키였다.

《동무는 되돌아가서 가능한껏 산모를 도와주도록 하시오.》

전령병은 무슨 말인지 더 하려다가 경례를 붙이고 획 뒤로 돌아 오던 길로 다시 뛰여내려갔다.

그이께서는 전령병이 사라진쪽을 잠시동안 의미있게 바라보고계시였다. 불길속에서 태여나는 후대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하겠다는 강한 충동을 일으킨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시 각 초소에서 들어오는 보고를 들으시다가 잠간 무엇을 생각하더니 변인철을 불러세우고 단호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각 중대에 가서 이르시오. 저기 초막들이 몇개 내려다뵈지. 최칠성동무네 집이 있다는 그곳 말이요. 그앞에 가로건너간 언덕까지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적들을 들여놓아서는 안된다고 하시오.》

변인철은 살같이 언덕을 내리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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