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8 회)

9

(4)


이튿날 새벽부터 쏙새골 본마을로 피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뒤미처 《토벌대》들이 기관총을 쏴대며 마을앞에 나타났다.

피난민들의 말에 의하면 두만강연안 전반에 걸쳐 어데나 물밀듯이 《토벌》 들이댄다는것이다. 닥치는대로 불태우고 죽이고 한다는것이다. 아이를 업고 임을 인 아낙네들, 부상자들을 둘쳐업고 오는 남정들, 아이들을 하나가득 태운 달구지들이 파도에 밀리듯이 쓸어들고있다.

최칠성은 몇번 밖으로 뛰여나가보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하는 수가 없었다. 세번째 나갔다들어왔을 때 안해가 말하였다.

당신이라도 먼저 몸을 피하세요.》

쌍가마는 지금 몇시간전부터 심한 아픔을 참느라고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었다. 잠간 숨을 돌리는듯 하다가는 또 신음소리를 내였다. 피난보따리를 이고 대여섯살짜리 계집애의 손을 끌고 작은녀 어머니가 나타났다.

《왜놈들이 와요. 왜놈들, 이 집에선 왜 밤중이요?》

최칠성이 달려나가 안해가 갑자기 앓는다고 하였다.

아유, 이런 란리통에 몸을 풀다니.》

작은녀 어머니가 보따리를 내려놓고 방안으로 들어가며 고아댄다.

《내 업고가지요!》

짜짜, 이 아재 정신있습매?》

《적이 오는데두요?》

그땐 그때구 지금은 좀 가만있소세.》

최칠성은 밖에 나가 마을어구를 내려다보았다.

밀려들던 피난민들이 수수밭으로 흩어졌다. 《토벌대》 놈들이 수수밭에다 대고 기관총을 쏘아댄다. 마을이 불타기 시작했다.

불길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검은 연기가 마파람에 불려 골짜기가 뽀얗게 되였다. 자지러진 비명이 사처에서 울렸다.

입술을 사려물고 주먹을 떨면서 서있던 최칠성은 산줄기를 타고 아래로 달아내려갔다. 화승대를 든 그의 검은 그림자가 산비탈에 얼찐얼찐하였다.

그는 이미 잘 알고있는 산코숭이로 달려갔다. 설사 화승대이고 혼자라 할지라도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여 사격을 한다면 얼마든지 적을 잡을수 있을것이였다. 그동안 훈련을 한 솜씨를 보여주리라 마음먹었다. 최칠성은 비호처럼 달려가 마을어구 량쪽에 문설주처럼 일어선 바위 한쪽에 가붙었다.

바위짬에 납작 엎드려 총에 화약과 철을 재우고 불을 달아 겨냥을 하였다. 수수밭길 웃쪽에 까맣게 나서서 총질을 하고있는 왜놈의 무리 한복판을 겨누었다. 어깨가 툭 마치며 불이 총끝에서 확 내불리였다. 요란한 소리가 귀를 지르릉 울리자 왜놈 하나가 언덕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올테면 오라. 이 개놈들, 본때를 보여줄테다.》

그는 씨근거리며 다시 화약을 재웠다.

차광수와 둘이서 《토벌대》놈을 잡을 때는 왜 그런지 속이 떨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었지만 이번에는 마음이 푹 가라앉는것이였다.

그때 어데 가까이에서 총소리가 몰방으로 터졌다. 처음에는 띠염띠염 울리더니 차차 잦아졌다.

최칠성은 한방 또 내갈기고 좌우를 둘러보았다. 최칠성이 엎드린 그아래켠 등판에 푸른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사오십명 나타났다.

(아니, 저게 유격대가 아닌가?)

그는 총을 비껴든채로 고개를 들고 다시한번 내려다보았다.

유격대가 틀림없었다.

《됐다, 왜놈의 새끼들 더 좀 녹아봐라.》

그는 신이 나서 또 화약을 재웠다.

최진동이 인솔한 연길중대는 사령부의 련락을 받고 급히 이곳으로 들어오자 곧 전투에 들어가게 되였다.

사령부에서는 다음단계작전의 첫걸음을 쏙새골계선으로 정하였다.

주력부대는 량강구를 떠나 두만강줄기를 따라 계속 내려가다가 쏙새골근방에서 연길중대와 만나 북으로 올라오는 간도림시파견대주력을 골짜기에 몰아넣고 섬멸할 작전을 짰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해 겨울에 있게 될 유격대의 활동방침과 관련해서 이 전투에 큰 의의를 부여하시였다. 우선 큰 규모의 전투를 처음으로 한다는것과 각 지구 유격대가 협동작전을 하게 된다는것 그리고 《무적황군》이랍시고 기세등등해서 기여든 간도림시파견대의 행동을 첫걸음에서정적으로 좌절시킨다는것이 유격대의 작전행동에 있어서, 인민들에게 신심을 주는데 있어서 그리고 적들이 아무때고 불의에 타격을 당할수도 있다는것을 알게 하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것이라고 강조하시였다.

유격대의 엄호사격이 있게 되자 피난민들은 틈을 보아가면서 이쪽 샘물골로 빠져서 산발로 올리붙기 시작했다.

최칠성은 기운을 얻어 적들이 더 잘 보이는 사슴바위쪽으로 자리를 옮기였다. 그곳에는 열대여섯명의 유격대원이 두명씩 혹은 세명씩 조를 지어서 적들이 잘 내려다보이는 산코숭이에 붙어 한놈씩 명중사격을 하고있었다. 얼마 되지 않는 탄알을 극력 아껴가면서 드러난 목표를 정확하게 묘준하였는데 대개 한방에 한놈씩 쓰러지군 하였다. 총이 없는 대원들은 돌팔매를 하거나 바위를 굴리여 적들이 기여오르지 못하게 하였다.

하지만 적들은 자기들의 수적우세를 믿고 한 반은 대전을 하고 그 나머지는 예정한대로 마을로 밀려들어갔다.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