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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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세봉은 전날처럼 참대문발이 내리드리운 맏웃방 문턱에 기대앉아 심각한 생각에 잠겨있었다. 어제저녁 환영연회에서 한 자기의 추사를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민망도 스럽고 다른 편으로는 일이 더 란잡스레 번지기 전에 바로잡았다는 자격지심과 자화자찬이 마음속에서 서로 물고 뜯으며 란투를 벌리고있는 판세였다.

허나 시간이 흐를수록 자화자찬의 형세가 쇠약해졌다.

지금도 자기의 연설이 끝났을 때 초대석 앞줄에 앉아있던 마을 늙은이들의 아연해진 인상들이 언뜻언뜻 나타나 그는 나서 처음으로 자기의 얼굴거죽이 무겁게 축 처지는감을 느끼고있었다.

그는 애써 유격대를 보지 않으려 했으나 그들이 모두 자기를 외면하고있던 모습만은 아직도 생생했다.

김일성장군도 아무 말씀없이 묵묵히 앉아만 있었다. 오직 참모장인 차광수만이 회의와 분노가 엇갈리는 눈빛으로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었다.

자기의 사병들도 표정은 각이했으나 못마땅하다는 빛갈만은 약속이나 한듯이 공통으로 얼굴에 바르고 자기의 사령을 쳐다보았다.

그는 연설을 끝낸 그 순간부터 자기의 처사에 대해 후회하였다.

허나 지금 생각해보면 연설을 하려고 일어난 그 순간부터 자기가 잘못하였다는것이 확실했다. 하면서도 한쪽으로는 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그럴수밖에 없었다고 애써 자신을 두둔하였다. 때로는 아직 나이가 마흔줄에도 들지 않은 자기가 로망줄에 들지 않았나 하는 허구픈 생각도 없지 않았다. 마음속이 편치않으니 앉음새도 몹시 말째여 누웠다 앉았다 거듭하면서 막막한 상념에 잠겨있었다.

량세봉은 혹 젊고 혈기왕성한 반일인민유격대의 모습에 가위가 눌리워 시기심이라도 품지 않았나 자신을 의심도 해보았다.

사실 반일인민유격대는 군사를 거느리고있는 군장이라면 누구나 탐내고 부러워할만한 군대였다. 얼마나 끌끌하고 청신한지 비온 뒤 아지를 뻗치는 대나무숲을 보는듯싶었다. 독립군은 언제한번 그런 모양을 가져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사소한 시기심이라도 품어본적은 없었고 또 품을수도 없는 그였다.

량세봉은 독립군에 대하여 생각해볼 때마다 눈앞에 한갈래의 길도 없는 험준산악이 가로막힌것 같은 생각이 불쑥불쑥 들군 하여 가슴이 아팠었다. 그는 민족주의의 기치밑에 벌리는 독립성업이 서산으로 떨어지는 저녁해처럼 기울어졌다는것을 모르는바는 아니였다. 지금은 류린석이왜멸복국 웨치며 충주성으로 파도쳐가던 19세기 말엽도 아니고 봉오골과 청산리에서 섬멸한 왜놈의 수를 천진한 마음으로 과장해가며 전설의 주인공처럼 홍범도를 떠받들던 1910년대초무렵도 아니였다. 조선만이 아니라 만주까지 삼켜버린 일제가 그것도 성차지 않아 공공연히 기름진 중원의 땅과 풍성한 씨비리대지를 넘겨다보며 느침을 흘리고있는데 비해 망국 20년이 훨씬 지난 조선은 《무단통치》로 손발이 묶이우고 《문화통치》로 눈과 귀, 입마저 닫기워져 늙고 지친 소마냥 숨이나 겨우 푸푸거리는 모양으로 된, 그야말로 적은 점점 강해지는데 나는 점점 약해지는 형국이였다.

그러다보니 이즈음에는 백성들의 피땀이 묻은 군자금을 축내면서 독립군이 하는 일이란 왜놈을 치는 싸움이 아니라 친다고 소리만 요란스레 떠드는짓이였다. 왜놈들은 범의 열이라도 처먹었는지 날이 갈수록 포악해지는데 독립군은 가을절기의 풀대처럼 점점 무맥해지고 나약해지니 야단은 정말 큰 야단이였다.

그래가지고서야 어찌 세계 5대군사강국중의 하나라고 으시대는 왜놈들을 타승하고 나라를 찾을고. 그렇다고 대업 이루고자 륙혈포를 차고 나선 사내대장부가 희망이 안 보인다 하여 망국노가 된 백성을 등지고 제살구멍만 찾을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막막한 생각에 잠겨 침통한 나날을 보내고있을 때 위풍당당한 반일인민유격대를 보니 배달민족의 일원으로서의 긍지가 넘치였다.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김일성장군의 두손을 덥석 잡고서 《단합을 합시다.》라고 부르짖고싶었다. 허나 김장군이 공산주의자라는 거기에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리유가 있는것이였다.

한생을 민족주의리념밑에서 민족주의자들과 함께 싸워온 그로서 아무런 과도기도 없이 단번에 공산주의로 방향전환을 한다는것은 너무나 아름찬 일이였다. 물론 전번에 김일성장군은 애국애족이라는 하나의 기치를 들고 반일전선에서 련합을 하자고 왔노라 이야기했었다. 실지 김장군이 자기를 공산주의자로 만들 의지는 없는듯싶었다. 그런데 황참모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모든것은 그렇게 시작된다.》는 아리숭한 말을 곱씹으며 채머리를 떨었다. 짬만 있으면 그를 찾아와 유격대의 일거일동을 그것도 자기 눈에 거슬리는 행위만을 역증을 내면서 쏟아놓군 하였다.

량세봉자신도 그런 모양새는 싫었지만 주위의 대다수 사람들이 반일인민유격대를 찬양만 하는지라 그들을 진정시키려는 의도에서 황참모를 꾹 눌러놓지 못하고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형편이였다. 두개의 자기가 피투성이싸움을 거듭하고있다. 하나는 무조건적으로 유격대와 통일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하나는 그와 정반대로 주장하고있다.

그때 문득 김일성장군님께서 대문안으로 들어서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곳을 떠나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그를 만나시려는것이였다. 어제 량세봉이 반공연설을 한뒤 독립군 내부에서 이상한 기미가 보인다는 차광수의 보고를 받으시고 떠날것을 결심하신 그이이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 방안에 들어서시자 량세봉은 안절부절 못하며 자리를 여러번 고쳐앉았다. 그이를 마주대하고 보니 어제저녁에 자기가 확실히 망녕이 들었었다는것이 더더욱 새삼스레 느껴졌다. 허나 독립군사령으로서 지위도 있고 하여 량세봉은 담배를 태우면서 태연해지려고 무척 애를 썼다.

그러면서도 불원천리 이곳까지 오신 그이께 헤여지게 되는 직전까지 너그럽고 명랑하게 대하지 못하는 자신이 몹시 저주로왔다. 그것은 어떤 일시적인 감정에서 온것도 아니고 또 그럴만한 의도가 있는것도 아니였다. 그것이 그에게는 더 괴롭고 안타까왔다.

문득 이 순간 황참모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아침저녁으로 찾아와 유격대의 동향을 알려주군 했었다.

처음에는 이쪽에서 어떤 결심이 내려지겠는지 잘 알수 없어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서 《공산주의자들과 손을 잡을수 없다.》 또는 《유격대는 우리를 먹으러 왔다.》는 등으로 침질을 하다가 결정적인 단계에 이르렀다고 본 지금에 와서 그는 단호하게 자기 주장을 들고나왔다. 그는 엄치환이 벌써 한개 중대를 선동해서 반변을 일으키고있다는 정보를 쥐였다고 하면서 만약 이런 사태를 묵인하면서 유격대와 교섭을 추진시킨다면 자기도 부대를 갈라가지고 떨어져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황참모는 그밖에도 자기가 말은 하지 않지만 이대로 그냥 나간다면 재미없는 일이 생길수 있다는 암시를 하였다. 그러나 량세봉에게 확고한것은 유격대를 결코 적대시할수 없다는 립장이였다. 시간이 얼마간 흘렀을 때 량세봉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어제저녁에 내가 한 말을 가슴에 담아두지 않기를 바라오. 이의의 뜻이 있어 그런것은 아니니 그저 겉늙은 졸장부의 망녕이라고만 생각해주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웃음을 지으시며 대답하시였다.

량선생이 늙다니, 웬 말씀입니까. 량선생은 늙지도 않으셨고 또 어제 망녕이 든것도 아니였습니다. 그저 한마디 말씀드리고싶은것은 몇몇의 파벌쟁이들과 공산주의자를 동일시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떠드는 말이 곧 공산주의사상도 아니라는것입니다. 전번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우리가 말하는 공산주의사상은 애국애족에 기초한 리념입니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착취와 압박을 종국적으로 청산하는 공산주의자가 될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혁명의 길에 나서면서 공산주의자이건 민족주의자이건 종교인이건 모두 조선을 위하여, 다름아닌 일제에게 짓밟혀 신음하는 우리 민족을 위하여 싸워야 하며 그런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아무때나 손을 잡을수 있다는 확신을 굳히였습니다.》

량세봉은 아무말없이 묵묵히 앉아있었다. 그이의 웅지앞에 자신은 보잘것 없는 돌멩이처럼 여겨져 시선을 맞출 용기도 나지 않았다. 허나 아직도 선뜻 합작의 손은 내밀 자신이 없었다. 공산주의를 적대시하는 민족주의운동권내의 거두들의 모습이 한순간 얼른거렸다. 거기에는 현묵관이나 고이허는 물론 황참모의 우둥퉁한 얼굴까지도 끼여있었다. 자신의 한몸이나 단출한 가족이 아나라 수백명의 독립군병사들의 운명을 안고있는 자기여서 아무 결심이나 선뜻 내리게 되지 않는 그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무엇인가 큰 잘못을 범했으며 또 지금도 범하고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났으나 석별의 분위기를 흐리고싶지 않아 가슴을 쭉 펴며 이렇게 말했다.

《장군이 모처럼 찾아주어 감사하오. 이번 기회는 나에게 큰 보람을 주었소. 많이 배웠고 많이 느꼈소. 장군이 통일전선을 뭇자는 제의는 앞으로 더 심사숙고해서 구체적인 방도를 찾아보겠소.》

그는 말을 잠간 중단하고 쓸쓸한 시선으로 문밖을 내다보다가 다시 계속하였다.

《기탄없이 말해두네만 아직 나는 모르는것이 많소. 앞으로 적절한 기회가 생기면 이번에는 내가 자진해서 장군을 찾아가겠소.》

량선생의 의사대로 하십시오. 제가 이곳에 찾아온 목적이 당장에 그 어떤 언약을 받기 위한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념원은 피바다에 잠긴 우리 나라를 구원하는데 있어서 그 어떤 편견이나 오해로 하여 그것이 지체되지 말아야 한다는 그것입니다. 누구보다도 량선생께서 잘 아시겠지만 우리들이 한시간을 지체하고 한걸음을 주저한다면 그동안에 우리 인민들은 헤아릴수 없는 고통을 받게 되는것입니다. 앞으로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자기가 할것을 다했다고 봅니다. 우리는 량선생의 통솔밑에 독립군이 더 늘고 강해져서 일제침략자를 우리 조국강토에서 내모는데 큰 힘이 되여주기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시간이 얼마간 흐른 뒤에 량세봉은 그이를 모시고 환송모임장소로 걸어나갔다. 김일성동지께서 만류하셨지만 량세봉은 어제의 일도 있고 하여 굳이 환송모임을 조직했던것이였다.

김일성동지를 앞세우고 량세봉이 강당주석단에 나타나자 장내에서 모두 일어났다. 그때 중간쯤에 있던 독립군병사들가운데서 《김일성장군님이시다!》하는 웨침소리가 들리였다.

남만청총대회에 참가했던 청년들이 알아보았던것이다.

김일성장군이요.》

《옳소!》

엄치환이 두팔을 쳐들며 웨쳐댔다,

김일성장군 만세!》

장내에 일제히 환호성이 일었다.

모두다 만세를 불렀다. 만세를 부르고나서는 박수를 쳤다.

장내가 진정될무렵에 독고령감이 집행부를 향해 올라갔다. 방 한복판과 집행부쪽에 걸어놓은 석유등은 흰 두루마기를 입은 독고령감을 뚜렷이 드러내보이였다. 그는 강낭밭둔덕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 그분이 바로 장군님이신줄은 전혀 알지 못했었다.

《장군님!》

독고령감은 김일성장군님과 마주서자 그이의 손을 덥석 잡았다.

《장군님! 미처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김일성동지께서도 그를 알아보시였다.

《제가 먼저 찾아가 인사를 올려야 할걸 그랬습니다.》

장군님의 손을 움켜잡은 독고령감은 기뻐서 어쩔줄을 몰랐다.

독고령감의 뒤를 따라 피상수 어머니가 올라왔다. 평안도식으로 귀를 잡아 수건을 쓴 어머니를 최칠성이가 부축하였다.

피상수 어머니는 장군님앞에 나서게 되자 눈물부터 앞서서 말을 올리지 못하였다. 어머니는 잔주름이 덮인 볼을 떨면서 무슨 말을 할듯할듯 하다가 종시 입을 떼지 못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고개를 가볍게 숙이여 먼저 인사를 하시였다.

《어머니! 상수는 곧 일어서게 될겁니다. 일어나서 왜놈들을 복수할것입니다. 그래서 왜놈들이 없는 세상에 어머님을 모시고 옛말을 하며 살게 될것입니다.》

팔소매로 몇번인가 눈물을 훔치고나서 어머니는 입을 떼였다.

《장군님, 감사합니다. 내 아들을 살려준 이 은혜를 어떻게 갚겠습니까?》

《은혜가 무슨 은혜겠습니까? 우리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뿐인데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때 앓고계시는 소사하의 어머님 생각이 나시였다. 머리에 동였던 수건을 자리밑에 감추며 아프지 않다 하시던 어머님의 얼굴이 번개처럼 눈앞을 스치시였다.

단추를 고쳐 다시던 어머님의 손과 매우 비슷한 손이 그이의 줌안에 들어있었다.

《어머니!》

그이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는듯 하시였다.

《저와 함께 상수를 보러 가십시다.》

환송모임이 끝난 뒤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피상수 어머니를 앞세우고 뒤마을로 들어가시였다. 석유등잔밑에 누운 피상수는 하얀 얼굴을 들었다. 그이께서는 피상수 오른쪽에 앉아 한손으로는 부상자의 손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를 짚어보시였다. 맥박이 빠르고 체온도 높았다.

《상처는 어떻게 처치했습니까?》

그이께서 차광수에게 물으시였다.

버드나무껍질을 대고 처맸습니다. 절골이 되긴 했지만 골편이 생긴것 같진 않습니다.》

《잘했습니다. 부위가 지금 한창이군. 그런데 발목을 좀 높여주어야겠습니다.》

이틀만에 의식을 회복한 피상수는 눈을 뜨고 올려다보기는 했지만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애야, 너를 살려준 김일성장군님이시다.》

어머니는 아들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네? !》 피상수는 머리를 들고 일어나려고 한다.

《가만 누워있으시오. 움직이면 안됩니다.》

머리를 짚어보고계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어깨를 눌러놓고 이불을 여며주시였다.

《장군님!》

피상수는 열이 올라 초들초들 마른 입술을 놀려 간신히 불렀다. 가슴이 높이 오르내렸다.

《무엇을 좀 자셨습니까?》

《장군님! 먹었습니다. 최칠성형님이 쑤어온 미음을 먹었습니다.》

피상수는 무엇부터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몰라 입술만 떨고있었다.

《글쎄 피투성이가 된 옷을 이렇게 알뜰히 손질해왔습니다.》

《이제 곧 나올것입니다. 어서 나아서 저 옷을 다시 입고 또 싸워야 합니다.》

《장군님! 제가 이제 나아서 싸울수 있게 될것 같습니까?》

있구말구요. 가만 누워서 치료를 잘하십시오. 곧 나을것입니다.》

《장군님!》

피상수는 장군님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돌렸다. 가득 괴였던 눈물이 베개우에 주르르 흘렀다. 어머니도 감격에 목이 메여 고개를 틀고 돌아앉아 눈물을 또 훔치였다.

지휘부로 돌아오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달빛이 은은히 흐르는 마당을 거닐면서 그동안 이 통화지구에서 벌렸던 사업을 하나하나 검토해보시였다.

환인, 흥경, 청원쪽에도 사람이 갔었고 그곳에서 또 오기도 하였다. 압록강지구에 유격대를 내올데 대한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였다. 몽강에 있는 구국군들과도 련계가 잘 이루어졌다. 광범한 지역에서 정치사업을 벌린 결과 어데서나 유격대를 알게 되였다.

다음에는 류하에 가야 하였다. 류하는 카륜회의를 전후해서 전국에 정치공작원을 파견할 때 그곳에 집을 두고있던 최창걸이 자청해서 가있는 곳이였다. 한동안은 일이 잘된다고 련락이 왔었는데 안도로 나오면서 소식을 모르게 되시였다. 차광수와 함께 마당을 거니시던 그이께서는 래일이라도 곧 떠나야겠다는것과 이곳에서 떠난 뒤의 반영도 알아보고 미진한것을 처리하기 위해 며칠동안 전광식을 떨구어두자고 하시였다. 차광수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오늘 알게 된 몇가지 문제를 보고하였다.

《사령관동지! 황참모가 계속 좋지 못하게 나온다는 반영이 있습니다. 그는 자기 휘하의 일부 병력을 가지고 유격대의 무기를 빼앗을 흉계까지 꾸미고있다고 합니다.》

《우리를 무장해제시키려고 한단 말이지.》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시였다. 첫눈에서부터 어딘가 께름한 구석이 느껴지시였던 인물이였다. 하지만 그자가 제아무리 날뛰여도 우리를 어쩌지 못할것이다.

최참모는 어떻습니까?》

차광수는 줄당콩넝쿨이 기여올라간 싸리바자를 등지고 서서 나직이 말하였다. 그이께서는 빙긋이 웃으시였다.

《매우 적극적입니다. 손을 잡는다 어쩐다 하지 말고 아예 하나로 합치는것이 어떤가고 합니다.》

《그건 지나친것 같습니다.》

량세봉은 변함이 없습니까?》

《왜 없겠습니까. 그는 앞으로 우리를 찾아오겠다고 했습니다.》

그이께서는 몸을 돌리고 차광수를 쳐다보면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차동무! 민족주의운동은 바야흐로 림종을 겪고있습니다. 급격히 세개의 갈래로 흩어져나가는중입니다. …》

의미심중한 말씀에 차광수는 귀를 기울였지만 그이께서는류하방면으로 갑시다!》하고 간단히 한마디 보태신 후 더는 말씀을 계속하지 않으시였다.

어느새 밤이 들고 마당 한켠에 있는 각담에서 풀벌레가 유난히 울었다. 약간 차지 못한 열사흘달이 구름속을 급히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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