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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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선생님!》 하고
량세봉은
《…우리는 일제를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하나로 뭉쳐야 할것이라고 봅니다. 일제의 압박과 착취에서 그 누구보다도 많은 고통을 당하고있는 로동자, 농민을 기둥으로 해서 중소상공업자도, 지식인들도 그리고 애국적인 자본가들, 종교인들, 더구나 선생님처럼 한몸을 조국광복을 위해 바쳐 싸우는 사람들이 하나로 뭉치는 반일민족통일전선을 형성할것을 주장합니다. 당면하게는 우선 먼저 우리 유격대와 독립군이 손을 잡고 일제를 치는데 앞장서야 할것입니다. 힘을 모아 협동작전도 하고 지역을 분담해서 적의 각을 뜯어낼수도 있을것입니다. 이것을 위해 우리는 찾아왔습니다. 일제가 지금 총칼을 휘두르며 강한것처럼 날뛰고있지만 조선인민이 하나로 뭉쳐서 싸운다면 우리는 능히 우리 손으로 일제를 우리 강토에서 쫓아낼수 있습니다. 총을 든 무장부대는 놈들의 군대를 때려엎고 공장과 거리에서는 로동자들이 들고일어나고 농촌에서는 농민들이 들고일어나고 이렇게 청년들, 녀성들, 지식인들, 종교인들, 상인들이 다 일어나야 할것입니다. 여기서 기둥은 우리들입니다. 무장을 든 우리들이 이 엄숙한 사명을 다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조국이 광복되느냐, 영원히 망국의 신세에 떨어지느냐가 결정될것입니다.》
때로는 침중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또 때로는 호방하게 웃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는 속심에 있는 그대로 털어놓지 못하였다.
외로 돌고 바로 돌고 하는 그의 종잡을수 없는 심정의 밑바닥에는 이자리에서 터놓을수 없는 사정이 집요하게 매달려있었다.
그는 공산주의자들이라면 대개 다 독립군을 반대하는 립장에 서있다는 지울수 없는 적의를 품고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흑하사변이요, 《5. 30폭동》이요 또 뭐요 하는것에 대하여 불만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악의를 가지고 대하지는 않았다. 또 《상해파》가 《서울파》를 치건 《엠엘파》가 《화요파》를 치건 상관할바가 아니라고 보았다. 끊임없이 출렁거리는 세파가운데 그런 정도의 오유와 희생도 있을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그는 그자신을 희생으로 하는 때에는 비록 적은것이라 할지라도 참지 못하였다. 벌써 석달인가 되였다. 서울에 있다가 북간도를 거쳐서 왔다는 박아무개라는 공산주의자가 이곳에 있는 부대에 끼여들어 한달만에 20여명의 사병을 추동해 끌고 달아나려다가 적발되였다. 이전에도 이런 사건을 한두번 당한적이 있었던 그는 박가를 단호하게 자기 손으로 처단해버렸던것이다.
《한가지 묻겠습니다. 유격대에서는 군자금을 어데서 장만하십니까? 경제모연을 하시는지 그렇지 않으면 딴 방도가 있으신지?》 ·
《우리는 군자금 없이 싸웁니다.》
《그럼 무기는 어데서 구하십니까?》
《총은 일본군대한테서 뺏어냅니다.》
《아! 그렇습니까.》
량세봉이도 최참모도 동시에 옳다는 기색을 보이였다.
《경각성을 높여야 한단 말씀이지요?》
《그렇습니다.》
량세봉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적들은 졸고있지 않습니다.》
《그럴테지요.》
량세봉은 가슴이 텅 빈 소리로 웃었다. 이미 알고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뜻밖이라는것인지 알수 없었다. 그때 대문을 바삐 열고 독립군병사 한명이 넋없이 허둥지둥 달아들어왔다.
《저게 3소대 사병인 엄치환이 아닌가?》
황참모가 고개를 들고 내다보았다.
《강계방면에 갔다가 돌아오는가봅니다. 아! 저 사람이, 저런!》
최참모가 마루로 뛰여나갔다. 키가 크고 눈이 시꺼먼 청년은 문밖에서 최참모를 불러놓고도 숨이 차서 말을 하지 못하였다. 바지가랭이가 째지고 가슴에 피가 꺼멓게 게발렸다. 최참모는 뜰에 내려서서 와들와들 떨고있는 엄치환의 팔을 잡으며 다우쳐물었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어서 말해라!》
《네! 저…》
화승대를 멘 병사는 숨을 돌리느라고 어깨를 헐썩거리며 서있다.
《어서!》
《강계까지 갔다가 무사히 돌아오는데 적의 추격을 받아 피상수가 총에 맞아…》
《그래 죽었느냐?》
《아닙니다. 적이 자꾸 따라와 뛰다가 앞에서도 총소리가 나구 뒤에서도 나구 해서 죽었구나 했는데 글쎄 유격대가 우릴 살려줬지요. 유격대가 피상수를 업고 저기 3소대집에 왔습니다.》
《그래 위급하냐?》
거쉰 량세봉의 음성이 최참모의 등뒤에서 울렸다.
《지금 유격대원들이 달라붙어 약을 붙이고 싸매고 합니다.》
최참모는 한숨을 지으며 엄치환을 돌려보냈다.
황황해진 분위기로 보아 이야기를 계속할 계제가 못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