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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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세봉은 대문밖까지 나가
방안에 자리를 차지하게 되자 량세봉이 소개를 하였다.
《여기 앉으신
그리고는
《이쪽 이분이 우리 독립군의 황광일참모입니다. 서울태생으로서 일찍부터 광복의 뜻을 품으신 엄친의 영향으로 독립성업에 힘쓰고있습니다. 다음 이쪽 최일국선생도 우리 독립군의 진일, 마른일을 다 도맡아보는 참모입니다. 다 나의 량팔과 같은분들입니다.》
금방이라도 호미나 괭이를 들고나서면 농사군으로 보일 소박하고 틀이 없는 량세봉은 성의껏 량편의 인사를 차려주었다.
좌중에서도 서로 고개를 가볍게 숙여보인 다음 한담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였다. 처음에는 조선형편에 대하여 이것저것 말이 오고가고 다음에는 국제정세에 대해서 언급하게 되였다. 그다음에는 자연 화제가 일제통치와 조선민족운동에로 돌아갔다.
《기왕 말이 난김에 조선인민이 일제를 반대해서 어떻게 싸워야겠는가 하는것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는것이 좋을듯 합니다.》
《우리는 반일을 어떤 우국지사들이나 어떤 당파나 어떤 계층만 할것이 아니라 2천만 전민족이 거족적으로 해야 한다고 보는것입니다.》
이렇게 허두를 떼신
《거듭 말씀드리지만 조국을 광복하기 위해 전체 인민이 하나같이 일어나서 철천지원쑤 일제를 반대해야 합니다. 로동자는 망치를 들고 농민은 괭이를 들고 일어나야 합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일신의 모든것을 다 바치려는 애국심들이 하나의 숨결, 하나의 힘으로 이루어진다면 기필코 우리 조국은 독립의 새아침을 맞이할것입니다.》
《과시 옳은 말이요.》
량세봉이 얼굴이 붉어지며 연방 감탄을 하고 최참모도 황참모도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비유해 말하면 2천만 겨레는 위력있는 하나의 화약덩어리처럼 일시에 폭발해야 할것입니다. 그런데 그 뢰관은 총을 잡고 조국광복에 나선 우리들입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자기 한몸을 불태워 전체 인민이 일어나게 하자는것입니다. 원쑤들은 총칼로 우리 조국을 강점하였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총을 잡아야만 망국노의 운명에서 해방될수 있을것입니다.》
《옳소. 백번 지당한 말이요.》
량세봉은 마디가 굵은 손으로 무릎을 치며 찬동해나섰다.
분위기는 차차 고조되여갔다.
《우리 조선민족은 반만년의 력사와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는 슬기로운 민족입니다. 어느 한때도 우리는 타민족을 침략, 략탈해본적이 없으며 또한 그 누구도 우리 나라를 건드리는것을 용허하지 않았습니다.
수나라, 당나라도 그렇고 임진때 왜놈들에 대해서도 그러하지 않았습니까. 을지문덕은 수나라 군사를 섬멸할 계책을 다 세워놓고 〈…싸움에도 이겼고 공도 많이 세웠으니 그만히 만족하고 돌아감이 어떠리〉하고 시 한수를 써서 우리 민족의
량세봉은 만족해서 껄껄 웃었다. 두 참모도 역시 따라웃었다. 그러나 황참모의 웃음에는 어딘지 모르게 약간 싸늘한 색조가 비껴갔다. 그런것에는 전혀 관심하지 않고있는 량세봉은 이미 자기가 알고싶던 문제의 알맹이를 내들기에 급급하였다.
《내가
량세봉은 제김에 얼굴이 상기되여 탁자에 놓였던 부들부채를 들어 훌쩍훌쩍 부치였다.
《여보! 랭수 한그릇 보내우.》
량세봉이 아래방에 대고 고함을 쳤다.
물이 올라왔다. 물을 금방 길어온 모양으로 주전자에는 이슬이 돋치고 안개가 서리였다. 량세봉은 인사치레로 물을 권하고나서 잡은참 석잔이나 랭수를 들이켰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유격대는 도착하자 즉시부터 우리 지역 사람들을 모아놓고 연설이다 좌담이다 하는것을 폈다면서요?》
황참모가 유들거리는 볼을 떨며 대중없는 소리를 하였다.
《황참모는 조급증이 탈이라니까요 또 편견도 좀 있구요.》
최참모가 한마디 하였다.
《그런데 난 량사령좌하의 말씀이 어떤 때는 잘 리해되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이전에 늘 말씀하기를 〈주의주장을 따지기 전에 먼저 나라부터 찾고보자.〉고 하였는데 지금같은 때를 보면 분명히 공산주의에 대해 적의를 가지고있으니 말입니다.》
《최참모가 나의 립장을 모르겠다는것은 매우 새삼스럽기도 하고 또 유감스럽소. 내 립장은 언제나 투철하고 움직임이 없소. 나더러 공산주의를 반대한다고 하는데 실상 나는 이미부터 공산주의에 공감한 사람이요.
량세봉은 물을 또 한잔 따라마시고나서 부채질을 하였다. 그닥 더운 날도 아닌데 이마에 땀이 연방 솟아올랐다.
《그래 최참모는 자기 옷섶에 연분홍물이라도 좀 들여볼 심산이요?》
황참모가 수건으로 목덜미의 땀을 훔치며 한마디 비꼬아붙였다. 최참모는 자기 견해를 굽히지 않았고 그를 반박해서 황참모가 검질기게 대들었다. 량세봉은 그들의 립장이 다 옳은 점도 있고 틀린 점도 있다고 중재를 하고있다.
《량세봉선생님! 미리 말씀해두겠습니다. 저는 공산주의자입니다.》
《뭐라구?》 량세봉은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자리를 고쳐앉는다.
《놀라실것은 없습니다. 사실이 그러니까 밝혀두는것이 피차 좋을것 같습니다.》
최참모도 황참모도 역시 놀라는 눈치였다.
이런 때일수록 더 강력하게 들이대야 하였다. 그들이 가지고있는 오해와 선입감을 거침없이 물리치고 기본문제로 끌고들어가야 할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