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 회)

제 2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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련덕신의 수제자가 용기를 내여 일어섰다.

오운이란 무슨 말이오이까?》

설경성은 그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오행의 움직임을 가리켜 오운이라고 하는데 오운은 해와 달과 별의 영향을 받소. 그중에서도 해에 생기는 흑자(흑점)가 제일 심한 영향을 주오.

우리 나라에서는 고구려때에도 궁성안에 첨성대를 세우고 하늘을 살펴왔소.》

설경성이 오윤부를 가리켰다.

《이 어른이 한때 우리 고려의 첨성대를 맡아보시였소. 이 어른의 말에 의하면 해에 흑자가 커지면 중풍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다는거요. 달도 마찬가지라오. 달이 제일 커졌을 때와 제일 작아졌을 때 중풍이 배로 많아진다는거요. 이런걸 알아야 중풍을 막을 방책을 더 잘 세울수 있을거요.》

설경성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련덕신의 제자들이 저저마다 질문을 하였다.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시킨 설경성이 일렀다.

《한사람씩 물어보오.》

키큰 젊은이가 코등을 문지르며 물었다.

《우역이 사람에게도 퍼질수 있소이까?》

그를 손짓으로 눌러앉힌 설경성이 웃으며 대꾸했다.

《세해전 우리 고려의 경상도에서도 우역이 돌았소. 그때 그 병에 걸린 소를 도살한 사람의 손이 불에 덴듯 살이 물크러지면서 끝내는 죽고말았소. 물론 우역이 소끼리는 잘 퍼져도 사람에게는 거의나 그렇지 않소. 그러나 간혹 사람이 우역에 걸린 소를 잡아먹으면 배설물을 통해서 다른 소들에 병을 옮겨놓을수 있고 간혹 제가 해를 당할수 있소. 그래서 우역에 걸린 소는 잡아먹지 말고 땅에 깊이 묻어버려야 하는거요.》

이번에는 나이든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찌기 공자는 생이지지 즉 사람은 날 때부터 안다고 했소이다. 그래서 사람은 태여나기 전에 벌써 지혜로운자와 암둔한자로 갈라진다는것이오이다.

그런데 신라사람 문창후 최치원이 당나라에 와있을 때 생이지지가 부당하다고 해서 사람들을 놀래웠소이다. 그의 리론이 옳다고 한다면 누구나 애를 쓰면 명의로 될수 있다는건데 사실은 그렇지 않소이다. 이걸 어떻게 보아야 하오이까?》

설경성은 이 자리가 련덕신의 제자들에게 있어서 배움터로 된것이 차라리 잘된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련덕신이 의술에서 귀신이라고 할수 있는 명의인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 고려에는 그와 대등한 아니, 그를 릉가하는 의원이 얼마든지 있다.

그걸 이 자리에서 깨우쳐주어야 한다.

《난 고운 최치원이 우리 강토의 사람이기때문이 아니라 그의 주장이 지극히 옳기때문에 그를 지지하는거요.

고운선생이 말하기를 사람은 학식을 어머니의 배속에서 가지고나오는것이 아니라 생후에 배움을 통해서 가지게 된다고 하였소.

공자도 오랜 배움을 통해서 유교를 내놓았던거요. 그렇소. 사람은 사실 총명을 타고난자와 둔한 머리를 가지고나온자가 있소. 그러나 아무리 명석한 두뇌를 타고난자라고 할지라도 애써 배우지 않으면 명인이 될수 없소.

백여년전 우리 고려에 리상로라는 명의가 있었소. 그는 이웃나라들에서 청해온 명의들도 고치지 못한 우리 임금의 병을 침구술로 어렵지 않게 고치였을뿐아니라 고황에 들어 저승문턱을 넘던 사람들을 수없이 살려냈소.

그런데 그는 어른이 되였을 때까지도 글을 보고 읽지 못하던 까막눈이였소. 늘 술친구들과 밀려다니며 놀기만을 좋아했단 말이요.

그런 사람이 의술이 비상한 승의님을 만나 제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배운 덕에 명의가 되였던거요. 만일 그때 리상로가 귀인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세상사람들은 그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지도 못했을거요.》

또 다른 사람이 질문을 하였다.

《불문에서 정설이라고 하는 4대부조설과 생사화복설을 어떻게 보아야 하오이까?》

불가에서 의술리론의 기둥으로 삼는것은 모든 질병은 땅, 물, 불, 바람 이 네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결과에 생긴다고 보는 4대부조설이다.

하기에 불승들은 땅, 물, 불, 바람에 의해서 각각 101개의 병이 생기고 그 네 요소가 조화롭지 안는 경우에는 404개의 병이 들기때문에 이를 막아내자면 먼저 부처에게 빌고 주문을 외운 다음 약을 써야 효험을 본다고 설교하고있었다.

생사화복설 역시 4대부조설처럼 궤변이 아닐수 없다. 불공을 열심히 하는자는 괴이한 재변을 능히 물리칠수가 있기에 죽음도 생으로, 화도 복으로 만들수 있다는것이 생사화복설이다.

설경성이 짐짓 엄한 눈길을 던지며 대꾸했다.

불당에 와서 귀빈대접을 받는것 같은데 그런걸 론해서야 쓰겠소? 부처에게 만금을 아끼지 말고 시주도 하면서 빌고 빌면 장수를 할수 있다는데…

옛적에 우리 강토에 신라라는 나라가 있었소. 신라에서 어느 한 임금에게 등창이 났을 때 혜통대사라는 스님이 주문 하나로 그 병을 고쳤다는거요. 그리고 임금에게 말하기를 등창이 난 까닭은 그전에 신충이라는 사람의 송사를 잘못해주어 그가 원망했기때문이라는것이였소. 다시는 등창이 도지지 않고 장수를 하자면 신충이 원한을 풀수 있도록 절을 지어놓고 그의 명복을 빌라는거요.

그래서 임금이 신충봉성사라는 절을 짓고 불공을 드렸는데 장수하기는커녕 인차 죽고말았다오. 그대들은 부처에게 빌어 백년장수를 누린 사람 보았소? 또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을 보았소? 그러니 이런건 더 론의하지 맙세.

사람은 오운과 오재가 있는 곳에서 태여나는 까닭에 인, 례, 신, , 경이라는 다섯가지 오경을 타고나는것이며 용모와 말을 하며 보고 듣고 생각하는 등 이 다섯가지 오사도 가지게 되는것이요.

그래서 사람은 하늘과 땅의 변화속에서 풍, 한, 서, 습과 음식물, 습성의 변화로 병이 들게 되는거요.》

또 다른 질문이 계속되였다.

《다리를 펴지 못하는 병자를 고친적 있소이까?》

이들도 제자라고 여기는 설경성은 힘들게 터득한 비방도 아낌없이 입에 올렸다.

《고쳐보았소. 사람이 다리를 펴지 못하는것은 한두가지 까닭때문이 아니요. 침혈들을 잘 잡으면 얼마든지 고칠수 있소.

정갱이가 허벅다리에 맞붙어 오금을 쓰지 못하는 병자인 경우 먼저 양릉천과 중완, 양지혈들에 뜸을 놓아서 피가 통하게 해야 하오.

그다음 기문, 대횡, 거료, 환도혈들은 물론 위중과 위양혈들에도 침을 놓아야 하오.

그러면 병자는 다리를 좀 펼수 있게 될거요. 그때 신유, 경문, 지실, 고황혈들에 침을 놓으면 오금을 놀리게 되오.

넉넉히 한달동안 이 비방을 쓰면 병자가 대지를 활보하게 될거요. 사실 이 비방은 이미전에 우리 고려의 명의 리상로가 물려준거요.》

련덕신의 제자들은 설경성의 말을 글로 적느라 부지런히 붓을 달리였다.

이에 심술이 난 련덕신이 설경성을 쏘아보며 투덜거렸다.

《말로야 누구인들 하늘의 별을 따오지 못하겠소. 이 절에 중병자가 있다는데 그를 고치면 내 진실로 그대를 명의로 받들겠소.》

차라리 잘되였다고 생각한 설경성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서 병자를 보여주소.》

기세가 등등해진 련덕신이 불당뒤의 집으로 설경성을 안내했다.

어느 한 방에 들어서니 어깨와 목이 퉁퉁 부어서 어디까지가 목이고 어깨인지 알아보기 힘든 병자가 있었다.

련덕신이 천하명의라는 소문에 어느 고관대작의 집에서 그를 찾아온 병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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