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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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용은 고개를 떨구고 앉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령관동지! 저는 이따금씩 이런걸 생각해보는 때가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빛나는 시선으로 그이를 우러르면서 계속하였다.

《별 류다른것은 아닙니다만 우리 혁명이 어떻게 승리할수 있을가 이렇게 생각해보는것입니다.》

그거 참 재미있소. 어서 말해보시오.》

《우리는 승리할것입니다. 사령관동지께서 방금 말씀하셨지만 우리는 덩굴이 나지면 뚫고나가고 낭떠러지가 나지면 기여서라도 갈것입니다. 지름길이 없다면 천리를 에돌아서라도 꼭 갈것입니다. 힘이 더 들고 고생스러울뿐이지 꼭 가겠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왜놈들을 내모는것은 그닥 어렵지 않을것 같습니다.》

《어째서?》

그이께서는 차기용의 어깨에 얹었던 손을 힘있게 끌어당기면서 다그치시였다.

《우리 로동자들은 간죠날마다 제가 번것이 얼만데 얼마나 임금을 타게 되는가 따져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 한번 그런 식으로 따져봤던것입니다.》

《아주 흥미있소!》

《왜놈들이 많은것 같지만 실은 얼마 안됩니다. 제가 본바에는 한개면에 몇놈씩 와서 주재소나 파출소에 둥지를 틀고있습니다. 공장에는 꼭대기 몇놈씩 앉아있습니다. 거리에 나가면 좀 많아보이는데 그것도 따져보면 그닥 많은것은 아닙니다. 총을 메고다니는 군대가 얼핏 보기엔 어마어마한것 같지만 그것도 공장로동자보다는 수가 적습니다. 그러니까 조선사람이 모두 제 앞치레를 하면 될것 같습니다. 공장로동자들이 일어나 몇놈 안되는 왜놈을 없애치우면 됩니다. 면이 일어나 면에 있는 왜놈을 두들겨엎고 군이 일어나 군에 있는 놈을 때려엎으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왜놈 하나를 놓고 열이나 백이 달라붙는셈으로 됩니다. 이렇게 달라붙어 일제놈들을 친다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옳소! 하하하, 바로 그렇습니다.》

호탕한 그이의 웃음이 동트기 시작한 숲속을 울려놓는다.

《그렇소, 동무의 말이 옳습니다. 우리에겐 복잡한 산술이 필요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그렇게 전체 인민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는것이 문제요. 그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습니까?》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얼핏 떠오르는건 우리 유격대원들이 군마다, 면마다, 공장마다 들어가면 될것 같습니다. 그래서 군중을 불러일으키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옳습니다. 그렇게 하자는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간고한 이런 숲속을 걷고있지 않습니까. 이미 말했지만 우리는 지금 그러한 인민들속으로 들어가고있는것입니다. 인민들이 각성만 하면 일제가 아니라 그 누구도 통치해내지 못합니다. 우리가 힘을 얼마나 쓸수 있는가. 그것은 곧 우리 인민이 얼마만치 각성했는가 그 말과 같은것입니다. 그래 동무는 어느 한 공장을 맡아서 그곳 로동자를 일궈세울수 있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 약간 심중해진 차기용의 무릎을 흔들어놓으시였다. 차기용의 얼굴은 차차 긴장해서 번들거리기 시작하였다.

《사령관동지, 해낼수 있습니다. 로동자들에게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알려주면 될수 있습니다. 압박이 없고 착취가 없는 세상이 사회주의이고 로동자, 농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제도가 사회주의라고 한마디만 튕겨주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약속해주면 따라올것입니다.》

《할수 있습니다. 나는 동무한테 약속을 하고 동무는 또 광부동무들에게 약속하고 그러면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자!》

그이께서는 몸을 돌리며 손을 내미시였다. 차기용은 손을 내밀다가 얼른 움츠러뜨리고 무엇이 묻지 않았나 잠시 보고나서 그이의 손을 마주잡았다.그이의 웃음소리가 크게 또 울리였다.

차기용은 수집은 처녀들처럼 얼굴이 확 붉어졌다.

날이 밝았다. 나무그루사이로 동쪽하늘이 훤히 내다보이였다.

차차 하늘이 붉어진다.

《자! 그럼 보초교대를 해야지!》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뒤미처 차기용이도 일어났다. 풀숲에 맺힌 이슬방울이 보이였다. 사령관동지와 대원이 가지런히 걷고있는 우중충한 숲속으로 해빛이 흘러들었다. 그이의 가슴과 어깨에 해살이 와닿았다.

차기용의 군모채양과 총끝에도 해빛이 찬란하였다.

얼마쯤 걸어가시다가 그이께서는 차기용을 다시 돌아보시였다. 가슴이 넓은 차기용이 발을 모두고나서 경례를 붙이였다.

《돌아가겠습니다.》

《가보시오.》

차기용이 터벅터벅 걸어갈 때 그이께서는 그의 뒤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시였다. 발에 채여 이슬방울이 튕겨나는것이 보이시였다.

차기용이가 보이지 않게 되였을 때 그이께서는 허리에 손을 짚고 역시 이슬방울이 맺힌 풀숲을 천천히 걸어 언덕을 내리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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