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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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하에서 각 지구에 공작원들을 떠나보내신 후에도
한편 남만일대로 나갈 대원들을 각 지방에서 부르기도 하시였다. 전혀 유격대생활을 모르는 동무들을 몇달 함께 데리고다니며 훈련을 주실 계획이였다. 그와 함께 반일군중단체들인 반제동맹, 부녀회, 농민협회, 또는 청년 및 소년단체들의 상급조직을 구단위로 내올 대책도 세우시였다. 이렇듯 사업 한면만을 생각한다면 잠시도 자리를 뜨실수 없었지만 벌써 두달전부터 중환에 계신다는 어머님의 병세를 알게 된 차광수는 소사하에 들리실것을 하루 한번씩 말씀드렸다. 차광수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머님의 병세를 알아보았고 좋다는 약을 애써 구해보내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그 모든것이
그렇기때문에 부대를 어디에 집결시킬것인가를 토의하게 되였을 때 차광수가 기왕이면 토기점골이 가까운 이 소사하로 하자는것을 그렇게도 고집한 까닭이 거기에 있었던것이다.
번번이 생각해보겠다고만 하시는
《뭐요? 차동무가 가겠단 말입니까?》
《제가 대신이라도…》
막다른 제의는
《정 그렇다면 내가 잠간 다녀오겠습니다. 차동무! 동무들에게 그렇게 걱정을 끼쳐 미안합니다.》
그런 후에 간단한 차비를 하고
《어머님께 저의 안부를 꼭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찾아뵙지 못한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려주십시오. 아마 제가 어데서 앓고있다는 소식을 들으셨다면 어머님께서는 천리길도 멀다 않으시고 단숨에 달려오시여 머리를 짚어주시고 약을 떠넣어주셨을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무심합니다.》
눈물이 글썽해진 차광수의 눈길과
얼마후 헤여진 차광수는
지난 초봄이였다.
지방공작을 하다가 독감에 걸려서 눕게 되였을 때 차광수는 어머님께서 계시는 소사하집으로 찾아갔었다. 열이 심했던 그는 인사도 변변히 올리지 못하고 방바닥에 쓰러져 사흘동안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그가 의식을 회복하여 눈을 떴을 때는 한밤중이였는데 어머님께서는 그의 머리맡에 앉아계시였다.
《어머님!》
그는 수건을 들고계시는 어머님의 손을 더듬어잡아 가슴에다 대고 꾹 내리눌렀다. 육친의 정이 뜨겁게 흐르는 그 손길에서 그는 자기를 낳아 키워주신 어머니와 함께 있다는 무한한 행복을 느끼며 눈을 지그시 내리감고 높뛰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듣고있었다.
그때 그는 남양집 아래목에 있는줄 알았지
한참만에야 눈을 떠보니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는 그를 보고 어머님께서는 이불밑에 손을 넣어 그의 주먹을 꼭 싸쥐며 나직이 말씀하시는것이였다.
《정신이 좀 드나?》
《어머님!》
차광수는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어쩔줄을 몰라하였다.
《정신을 차렸으니 이제는 됐네. 내가 자네 친어머니만이야 못할테지. 그렇지만 여기를 제 집으로 알고…》
어머님께서는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눈물이 글썽한 얼굴을 문켠으로 돌리시는것이였다. 차광수는 이때 다른 손을 뻗쳐 어머님의 껄껄한 손등을 쓸어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어머님, 미안합니다.》
《어머니라면서 그런 소릴 하나?》
어머님께서는 부드러운 눈길로 그의 수척해진 얼굴을 걱정스럽게 내려다보면서 정성을 다하지 못한탓이라고 못내 아쉬워하는 빛을 보이시였다. 어머님의
열흘만에 차광수는 몸을 추세워가지고 푸르허에 계시는
회상에서 깨여난 차광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