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손전화홈페지열람기
날자별열람

(제 21 회)

제 2 장

8

(1)


알데히드생성반응기 구조개선과 관련한 설계도면이 나오자 제관직장에서 그 제작을 맡아하였고 합성직장에서는 정류탑보수와 같은 작업들이 계속 진행되고있었다. 말이 보수이지 새롭게 만들고 때붙여야 하는 작업이였다.

생성반응기제작이 마감고비에 들어서면서 개건지휘부에서는 합성직장에 보수력량을 증강하였다. 2카바이드직장 김준선의 수리작업반도 합성직장보수에 동원되였다. 현재 1카바이드직장의 전기로들만 돌아가는 형편에서 2카바이드직장 성원들은 전부 개건공사에 참가하고있었다.

합성직장의 수리작업반성원들이 김준선수리작업반원들과 함께 일하였다. 김명수는 현장에 나왔다가 딸 김송희를 보았다. 요새는 일이 바빠 집에 들어가지 못하다보니 딸을 만나 말해보기도 쉽지 않았다.

송희는 자기네 수리작업반원들의 일을 거들어주고있었다. 송희는 용접작업을 하던 작업반장이 뭐라고 말하자 옆에 놓여있던 물통에서 물을 한고뿌 떠서 권하였다. 준선이 꿀꺽꿀꺽 다 마셔버리고 고뿌를 딸에게 주며 벌씬 웃는다. 딸은 물 한고뿌씩 떠서는 반원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봉사해준다. 살짝살짝 웃으며 무슨 말을 하여 여러 사람을 웃기기도 한다. 김명수는 딸애가 자기네 작업반원들의 사랑을 받고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흐뭇해졌다. 생긴것도 그만하면 괜찮아보인다. 웬간한 총각은 반할수 있겠는데… 문제는 딸 송희가 시집갈념을 하지 않는것이다. 부모들이 걱정을 하며 이런 총각, 저런 총각을 선보이려 하면 다 싫다고 나가자빠진다. 《내 걱정은 말라니까요. 아직은 시집갈 생각이 없어요.》 하면서 딱 자른다.

그러나 부모된 심정은 그렇지 않다. 저 철없는것이 뭘 안다고 시집갈 생각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가 말이다.

가늘게 한숨을 쉬면서 돌아서는데 저끝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박춘섭과 주승혁의 모습이 눈에 띄였다. 승혁이가 현장을 돌아보는 춘섭을 동행하고있는것이였다.

(저 사람들이 동창생이고 무척 가까운 사이라고 했지.)

누군가 명수에게 승혁과 춘섭이 이러저러하게 친밀한 사이라고 귀띔한적이 있었다. 그 사람은 《주승혁의 뒤에는 박춘섭처장이 있습니다.》 하고 무엇인가 암시를 하느라고 눈을 끔쩍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사실 명수는 박춘섭을 심히 못마땅하게 여기고있었다. 그것은 박춘섭이 몇년전에 비날론계통생산공정들의 설비들을 뜯어가려고 왔던 설비해체그루빠 책임자였음을 알고있었기때문이였다.

(참, 뻔뻔스럽기도 하지. 이제는 개건을 도와주려고 왔다는거지.)

명수는 춘섭이가 미운 까닭에 그와 붙어돌아가는듯싶은 승혁이까지 은근히 불만스러웠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온 승혁과 춘섭을 맞이하였다.

(책임비서동지가 주승혁의 일을 잘 도와주라고 강조했는데…) 하고 명수는 생각하고있었다.

《처장동지, 바쁘신데 또 나오셨군요.》 명수는 모르는척 할수가 없어 건성 춘섭에게 인사를 하였다.

《합성직장이 돌파구인데 무엇보다 여기 일이 잘돼야 할게 아니요.》 춘섭은 우선우선하게 웃어보였다.

《승혁동무 말을 들으니 직장장동무는 아예 직장에서 숙식을 한다더구만.》

《뭐 요새는 다 그렇게 사는걸요. 승혁동지도 그렇지 않습니까.》 명수는 승혁에게 넌지시 말을 던졌다.

《난 이젠 늙었소. 직장장동무같은 정열가들을 따라가기 힘들지.》 승혁은 히죽이 웃으며 롱조로 넘기였다.

로동자들은 그들 세명이 무슨 말을 하든 상관이 없다는듯 보수작업에 열중하고있었다. 여기저기서 망치로 쇠붙이를 두드리고 용접의 불꽃이 일어나고있었다. 김준선이 도면을 들고 주승혁에게로 오다가 박춘섭에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너 수고하는구나.》 춘섭이가 준선에게 친근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들은 이전부터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

이윽고 준선은 승혁에게 도면을 펼쳐들고 《여길 좀 봐주십시오.》 하고 물었고 승혁은 한참 열을 내며 설명을 하였다.

이때 춘섭이가 명수에게 조용히 물었다.

《직장장동문 어떻게 생각하오? 생성반응기개조 말이요? 일없을가?》 춘섭의 퉁투무레한 얼굴에는 불안의 빛이 어려있었다.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두고봐야 하겠지만 승혁동지가 된다니까 믿어야겠지요.》

《사고가 없어야겠는데…》

《글쎄 말입니다.》

명수는 춘섭의 속을 알수 없어 두리뭉실하게 말하였다. 사실은 명수자신도 승혁이가 생성반응기를 개조한데 대해 맞갖지 않게 여기고있었다. 새롭게 해본다고 하다가 잘되지 않으면 운영자들인 우리가 얼마나 애를 먹어야 할것인가. 그런데 춘섭이도 어쩐지 승혁의 개조안을 아짜아짜하게 여기는것 같았다.

《직장장동무가 승혁동무를 잘 도와주어야 하오. 내 동창생이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그가 맡고있는 책임이 중요해서 부탁하는 말이요.》 춘섭의 말에는 진정 애틋한 감정이 어려있었다.

《잘 알고있습니다. 합심해서 잘해보겠습니다.》

《그래야 하오.》

문득 춘섭이가 김송희를 가리키면서 화제를 돌리였다.

《저 동무 말이요? 아, 저 회색작업복을 입은 처녀동무 있지 않소?》

《2카바이드직장 수리작업반 김송희 말입니까?》 명수는 바싹 긴장해지며 의아한 눈길로 춘섭을 보았다.

《이름이 김송희던가? 참 기특한 처녀더군.》하고 춘섭은 말하였다.

《내 어제 저 동무네 수리작업반에 들려보았소. 실은 김준선반장을 만나러 갔었지.》

《준선반장과는 어떻게 아는 관계입니까?》

《내 고모부되는 사람이 강선제강소에서 기능공로력으로 비날론공장으로 왔을 때 저 준선이네 아버지도 함께 왔지. 그래서 우린 이웃에서 함께 살았소. 준선이는 젖먹이때부터 내가 알고있지. 그래서 준선이는 날 형처럼 따랐거던. 준선이의 아버지가 참 고정한분이였는데 날 많이 사랑해주었소. 난 그를 삼촌이라고 불렀댔소.

그런데 말이요, 그때 작업반에 가니 저 처녀가 빨래를 하느라 정신이 없더군. 알고보니 작업반성원들의 작업복을 빨아주고있더구만. 처녀가 제 오빠벌되는 사람들의 누이노릇을 하더란 말이지. 비날론처녀들이 괜찮아. 어떤 총각이 데려가겠는지 복을 잡을거요. 인물곱지, 일잘하지, 마음씨도 곱지.》

《그만한 처녀가 어디 한둘이라구요.》

명수는 춘섭이 뜻밖에도 딸을 칭찬하는것이 싫지 않았으나 춘섭이와 더 말을 주고받고싶은 생각이 없어 투박하게 말하였다.

《하, 이거 직장장동무가 왜 이렇게 칭찬에 린색한가? 직장장동무가 그렇게 박한 사람인줄 내 몰랐는걸.》

춘섭은 명수의 데식데식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별로 타내는 기색이 없이 헌헌하였다. 그는 한번 웃고나서 말하였다.

《동무에겐 말할 재미가 없소. 자, 가기요.》

명수는 어쩐지 춘섭에게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어 사실을 털어놓았다.

《실은 저 처녀가 제 딸입니다.》

《그렇소?!》 춘섭의 두눈이 커졌다. 춘섭은 명수를 보고 다시 송희를 보았다.

《그러고보니 딸이 어머니를 닮은 모양이군. 직장장동무를 봐서야 어디 저렇게 고운 처녀를 만들었다고 하겠소, 하하하.》

《내가 어드래서요. 그만하면 미남이지요.》 명수의 얼굴은 여전히 찌뿌둥하였다.

춘섭은 크게 웃고나서 덧붙이였다.

《내 좋은 총각을 소개해줄가? 어떻소?》

《처장동지에게 그런 페까지 끼치겠습니까.》

《그러니 총각이 있다는거요?》

《그거야 내가 알겠습니까. 그저 딸이 제사람을 찾아내겠지요.》

명수는 춘섭에게 좋은 총각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하고싶기도 했지만 춘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데로부터 굴뚝같이 솟구치는 욕심을 억제했다. 춘섭은 명수의 심정을 가늠해보듯 힐끗 타진하는 눈길을 던지고나서 돌아섰다.


이전페지   다음페지

←되돌이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