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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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실은 매우 조용했다.
삣 쪼르릉! 삣 쪼르릉! 창밖에서 새들의 지저귐소리가 정답게 들려왔다. 세계적으로 명성높은 이 병원에서 종합진단을 받고난 김하규는 헤여나오기 힘든 고민에 빠져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창밖을 내다보는 그의 눈가에는 진한 괴로움이 어려있었다.
자기 생명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그 사실때문이 아니였다. 아니, 그때문이였다. 이제는
그는 결심했다. 하루라도 빨리
《오래 살고싶은 생각이 없습니까?》
박사는 어떻게든 그를 눌러앉힐 잡도리로 나왔다. 김하규는 안경알속에서 번뜩이는 박사의 심리를 순간에 꿰뚫어보았다.
《물론 오래 살고싶습니다. 나도 사람이 아닙니까? 그러나 나는 하루라도 빨리 조국으로 가서 일을 해야 합니다.》
박사는 알수 없다는듯이 그를 한참 쳐다보았다.
《치료를 거부하고 돌아가야 할 리유가 무엇입니까?》
《그야 생명이지요. 때문에
김하규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생명보다 더 귀중한것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조국입니다. 지금 우리 조국은 미제의 경제봉쇄와 제재로 하여 매우 힘들게 살고있습니다. 내가 오래 살수 없다는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라의 귀중한 자금을 그렇게 망탕 써서야 되겠습니까? 그건 죄악입니다. 한푼의 돈이라도 나라를 위한데 돌리고싶은것이 내 심정입니다.》
박사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놀랍습니다. 한 생명을 위해 그처럼 많은 자금을 돌려주셨다는
…조국에 돌아온 그는 출근하자바람으로 김성민을 찾아갔다.
《난 내 생명의 나머지를 침대우에서 보낼수 없다고 생각하오. 최후의 돌격전을 각오한 나의 결심을 지지해주시오.》
김성민은 한참 망설이다가 이런 대답을 주었다.
《그럼 건강에 맞게 일하십시오. 그러되 매일 치료는 어김없이 받아야 합니다.》
《고맙소, 고맙소.》
퇴근하여 집에 들어온 김하규는 최전연에 있는 아들 다섯형제와 며느리들이 한방 가득히 모여앉아있는것을 보았다.
두눈을 엄하게 부릅떴다.
《정신들이 있느냐? 지휘관들이 자기 위치를 비우고 무엇때문에 우르르 모여들었느냐? 명절날도 아닌데…》
침착한 맏이가 여느때와 다른 감정으로 말했다.
《아버지, 그런것이 아니예요.
김하규의 우묵한 눈언저리가 가볍게 떨렸다. 방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는 저녁식사가 끝나자 아들, 며느리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모두의 눈길이 김하규의 얼굴로 집중되였다.
표정은 여느때없이 심각했다.
《얘들아, 이제 와서 뭘 숨기겠니. 난 얼마 살지 못한다.》
김하규의 너부죽한 얼굴에는 비장한 각오가 짙게 떠돌았다.
《그래서 말이다. 이미전부터 생각은 하면서도 결심을 못했던 문제를 너희들이 다 모인 기회에 토론해보자는거다. 그것은 우리 가정의 마음을 담아
《좋습니다. 아버지, 어서
모두가 적극 지지해나섰다. …
며칠후였다.
한번… 또 한번…
받아안은 사랑, 넘쳐나는 신임에 다 보답하기에는 남은 생이 너무 짧아 모대기고있었습니다.
바로 이런 시각에 아들, 며느리들이 다 집에 온것을 본 저는 이 기회에 일편단심
《이걸 읽어보시오.》
《난 김하규동무의 편지를 보면서 그가 당에 대하여 그 누구보다도 많이 생각했다는것을 느꼈습니다. 김하규동무는 그 누구보다도 량심이 깨끗한
젖은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하신
《동무의 편지를 받고 생각이 깊었댔소.》
김하규는 고개를 숙였다.
《아오. 내가 왜 동무의 그 심정을 모르겠소.
김하규는
《못된 병에는 왜 걸려가지고 내 속을 이리도 태우오?》
진정 안타까우시여 더 다른 말씀을 못하시였다.
어떻게든 그를 살리고싶으시여 불치의 병에 걸린 그를 외국병원에까지 보냈는데 치료를 거부하고 돌아오다니. …
누구에게나 생에 대한 애착은 다 있다. 자기가 살수 없는 병에 걸렸다는것을 알면서도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것이 곧
《동문 정말 너무하오. 받으라는 치료는 받지 않고 돌아오긴 왜 돌아오는가 말이요.》
《그만하오. 내 속을 더이상 태우지 말고 치료를 계속 받소. 내 이미 병원에 과업을 주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