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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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였다. 누군가 두팔을 벌리며 륜전기재의 앞을 막아나섰다. 부참모장이였다.

김하규는 제동장치를 밟고 운전칸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왜 그러오?》

《방금 정치부장동지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자기가 도착하기전까지 절대로 발동을…》

《그건 안되오. 비키시오!》

리주명이 차창옆으로 다가왔다.

《대장동지, 그렇게 거짓말을 하는 법이 어디…》

《거짓말이구뭐구 어서 비키오.》

김하규는 엄하게 소릴 치며 그의 말허리를 뚝 잘라버렸다.

《그럼 저라도 옆좌석에 앉아가게 해주십시오.》

《동문 장군님께서 남달리 아끼시는 나라의 재사요. 절대로 안되오.》

리주명은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대장동진 장군님께서 신임하시는 포병지휘관이 아닙니까.》

《내가 왜 대덕산에 갔다온줄 아오? 바로 오늘과 같은 날을 위해서였소.》

그는 우묵한 두눈을 부릅뜨며 리주명을 노려보았다.

《비키시오.》

김하규의 노한 호령에 리주명이 주춤하는 순간 김하규는 차를 전진시켰다.

그렇다. 나는 일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하는 사람이 될것이다. 어느 누구를 불문하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자기가 해야 한다. 거대한 륜전기재는 산봉우리들을 좌우에 끼고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여러대의 승용차들이 황황히 따라섰다.

어느덧 륜전기재는 《ㄱ》고개밑에 이르렀다. 아찔하게 솟은 산허리중턱을 굽이굽이 감으며 올라간 도로가 바라보였다. 잘못 운전하여 내리굴면 모든것이 끝장이다. 김하규의 온몸은 땀으로 푹 젖었다. 입을 앙다물며 정신을 바싹 가다듬었다. 눈앞에서 동작하는 각종 계기들, 지형과 함께 나타나는 차의 내장상태를 감수하며 긴장도를 순간도 늦추지 않았다. 한굽이, 또 한굽이… 그의 눈앞에는 오직 도로밖에 다른것이 보이지 않았다. 드디여 고개마루까지 무사히 올라선 김하규는 숨을 후- 내쉬며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

련이어서 마지막측면경사지에 대한 시험운전으로 넘어갔다. 차가 가쁜숨을 몰아쉰다. 그 역시 가쁘게 숨을 몰아쉬였다. 눈시울에 흘러드는 땀을 팔소매로 연송 훔쳐냈다. 입술을 깨물었다.

이 《류성-2》호는 그 어디든 다 가야 한다. 그래야 적들의 공격을 신속하게 막아내고 반공격을 할수 있다.

드디여 마지막측면경사지이다. 가슴팍으로 땀이 줄줄 흐른다. 마침내 중력중심을 잃지 않는 상태에서 계획했던 거리를 무사히 통과하자 가속답판을 힘껏 밟았다. 그의 량볼로 두줄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륜전기재는 기세좋게 전진했다.

성공이다. 성공! 그는 저 멀리 평양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장군님! 《류성-2》호가 모든 면에서 완결되였습니다.

만약 장군님께서 심어주신 애국의지, 바로 그 힘이 없었더라면 제가 어떻게 환생될수 있었고 《류성-2》호와 같은 최첨단 포무기를 현대전의 요구에 맞게 완성할수 있었겠습니까.

조국을 사랑하는 의지가 얼마나 굳센가, 인간의 크기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는것을 너무나도 늦게 깨닫다보니 보답의 길도 이렇게 늦어졌는가봅니다.)

그는 제동변을 밟은 다음 운전대를 틀어잡은채 두눈을 스르르 감았다.

김성민이 달려와 운전실의 문을 열었을 때 김하규는 운전대를 틀어잡고 그우에 머리를 떨군채 의식을 잃고있었다.


그날 밤 김정일동지께서는 현진국에게서 전화로 다음과 같은 보고를 받으시였다.

《김하규동무는 오래전에 불치의 병에 걸렸습니다. 이것을 알게 된 그는 지어 집사람과 군의일군들에게까지 숨겨가며 싸움준비를 위해 자기 몸을 깡그리 바쳐왔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너무도 가슴이 아프시여서 송수화기를 귀가에 대신채 한동안 그대로 앉아계시였다.

《류성-2》호의 기술적개조상태를 보아주기 위해 포실탄사격훈련장에 찾아가신 날 병색이 도는 그의 얼굴을 첫눈에 알아보시고 뭔가 예감이 달라 눈이 왜 그렇게 쑥 들어갔는가고 물어보았을 때 감기를 앓는다고 대답하던 그… 그 시기부터 어딘가 석연치 못했던 김하규, 그런데 오늘에 와서 그의 인간됨과 미덕이 실지 그대로 드러났다. 웬만한 사람같으면 이미 병마에 포로되여 주저앉았을것이다. 그러나 그는 일시나마 병때문에 나약해졌던 자기의 의지를 가다듬기 위해 용약 대덕산으로 내려갔고 최고사령관이 준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고야말았다.

물론 사람은 자기를 드러내놓고 솔직히 살아야 한다. 그러나 생활과정에는 막부득이 동지들을 속여야 하는 때도 있을수 있다. 어떤 목적으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숨기는가? 인간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서 나타난다.

(김하규동무! 동문 정말 너무하오. 내가 동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해왔는지 모른단 말이요?)

남들처럼 인상은 밝지 못해도 또 말은 번지르하게 할줄 몰랐어도 피타는 노력으로 실력을 키워가지고 항상 혁명의 리익부터 먼저 생각하며 당을 받들어온 사람… 그이의 눈가에 맑은것이 가득 고여올랐다.

(어떻게 해서든지 김하규동무를 살려야 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수건을 꺼내여 눈가로 가져가신채 송수화기에 대고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그는 쉽게 갈 사람이 아니요. 그는 의지가 매우 강하오. 이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그런 병치료에서 성과가 있는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게 해야겠소. 긴급히!》

이틀후 김하규는 어느한 나라의 병원에 실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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