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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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나의 잠시간은 4시부터 6시까지다.)

대덕산에 이어 안변청년발전소건설장에까지 나갔다 돌아온 김하규는 《류성-2》호의 기술적개조에 망라된 혁신조성원들에게 전투를 선포했다. 그리고는 그자신이 직접 콤퓨터에 마주앉아 연구사들의 설계도면도 검토하고 기술자들과 부분품생산을 위한 토론도 하였으며 걸린 자재문제를 풀어주기 위해 여기저기 뛰여다니기도 하였다.

모든 사색을 하나로 집중시키는 완강한 의지, 세계의 높이를 돌파하려는 진지한 탐구, 마침내 《류성-2》호의 총조립이 끝났다.

맨 마지막으로 남은 륜전기재의 시험운전…

김하규는 새로 만든 륜전기재앞에서 서성거리며 누구보다도 생각을 많이 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시험에는 항상 위험이 그림자처럼 뒤따르기때문이였다. 첫 시험비행이 하늘길이여서 자칫하면 생명이 끝장나는 결과를 가져오듯이 이 륜전기재의 시험운전 역시 올리막과 내리막, 측면경사지를 주행하며 기동의 편리성과 소음, 발동기능력을 시험해보아야 하는만큼 그 과정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직은 누구도 장담할수 없었다.

김하규는 전문운전사들도 감탄할 정도의 높은 운전기술을 소유하고있었다. 그는 설계만이 아니라 기계에도 매우 밝았다. 때문에 그는 이 시험운전에서 자기를 대신할수 있는 운전사를 생각하지 않았다. 더더구나 이 륜전기재야 우리 나라의 자연지리적조건에 맞게 설계하고 만들어낸것만큼 그 운전공정에서 주의할 점을 아직은 누구도 모르지 않는가.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시운전해보며 주의할 점과 약한 고리도 찾아내야 한다.

아직은 이 결심을 그 누구도 몰랐다.

시험운전의 주행구간을 어디다 정할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전문가들속에서 제기된 의견을 종합한 리주명이 김하규앞에 나타났다.

《대장동지, 첫 주행구간을 모두 평지길로 하자는 의견입니다.》

김하규는 우묵한 두눈을 부릅떴다.

《평지길? 동무생각도 그렇소?》

《네.》

《아니요.》

김하규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문득 대덕산에 나갔을 때 넘어본 제명산이 뇌리를 스쳤다. 장대식동문 그 지방에서 제일 높고 험한 제명산을 훈련장으로 정했다. 우리도 첫 시험운전주행길을 가장 높고 험한 령길로 정해야 한다.

마침이다. 가까이에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고 험한 령의 하나로 알려진 《ㄱ》고개가 있지 않는가.

《나는 〈ㄱ〉고개길을 주행구간으로 정했으면 하오.》

리주명은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대장동지, 첫 시험운전치고는 너무 높고 험하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소. 그러나 대덕산부대의 병사들은 지금 이 시각도 그 일대에서 제일 높고 험악한 제명산을 그것도 각이한 전투정황속에 넘는 훈련을 중단하지 않고있소. 우리도 그런 높이에서 싸움준비를 끝내야 하지 않겠소?》

《…》

《〈ㄱ〉고개를 넘어봐야 싸움준비에서 걸린 약점을 제때에 찾아낼수도 있고 안전성도 담보할수 있소.》

《좋습니다. 그럼 누구에게 첫 시험운전대를 맡기면 좋겠습니까?》

김하규는 빙긋이 웃었다.

《그건 내 정치부장동무와 심중히 토론해보겠소.》

낌새빠른 리주명은 김하규의 속내를 순간에 알아챘다.

《대장동지는 안됩니다. 위험합니다.》

《위험하다면 더우기 다른 사람에게 맡길수 없소. 돌격선에야 응당 지휘관이 앞장에 서는게 옳지 않소?》

《중대장이나 대대장이라면 모르겠는데… 대장동지가…》

김하규는 버럭 성을 냈다.

《무슨 말을 하자는거요. 최고사령관동지의 군사강국사상을 관철하는 길에서는 나도 병사요. 내 정치부장동무와 협의하겠으니 그 문젠 더이상 동무가 간섭하지 마시오.》

리주명을 보낸 그는 가까이에 있는 초소로 찾아가 송수화기를 들었다. 마침 김성민이 전화를 받았다.

《정치부장동무! 나의 운전기술이 몇급쯤 돼보이오?》

《허허… 아닌밤중에 홍두깨라더니 갑자기 운전기술문제는 왜 꺼냅니까?》

김성민은 여유있게 물었다.

《글쎄 그 대답부터 하시오.》

《짐작이 갑니다. 그러나 절대로 안됩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겠습니까.》

김하규는 입을 쩝쩝 다셨다.

《정치부장동무가 그렇게 쬐쬐하게 나올줄은 정말 몰랐소. 섭섭하구만!》

《별의별 험구를 다 해도 안됩니다.》

《정치부장동무, 오늘 왜 이러우? 나만이 판단할수 있는 일이 있어서 그러오.》

《그럼 밑에 사람들은 다 청맹과니라는겁니까?》

《정말 이러겠소?》

《허참! 정 그렇다면 함께 탑시다. 내가 조수가 되겠습니다.》

《에에- 안되겠구만.》

김하규는 송수화기를 덜컥 놓고말았다.

이튿날 김하규는 몹시 불편한 몸이였지만 오히려 여느때보다 더 인상좋게 웃으며 륜전기재의 운전칸에 올라앉았다.

《대장동지, 정치부장동지와 어떻게 토론됐습니까?》

헐떡거리며 달려온 리주명이 벗어진 이마에서 번들거리는 땀도 채 씻지 못한채 성급히 물었다.

《내가 타기로 합의를 봤소.》

《그럴리가 없겠는데… 제가 알아보고 올 때까지 잠간만 기다려주십시오.》

《동무가 감히…》

김하규는 더 가타부타하지 않고 솜씨있게 제동변을 푼 다음 스위치를 넣었다. 부르릉! 륜전기재에 발동이 걸렸다. 거대한 륜전기재는 여느 차보다 거의 곱이나 많은 바퀴를 동시에 굴리며 목적지인 《ㄱ》고개를 향해 천천히 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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