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3 회)

40


김정일동지께서 대덕산을 시찰하신 때로부터 근 한달가까운 나날이 흘렀다.

그동안 대덕산군단에서는 모든것이 어렵고 부족한 속에서도 새 종합훈련장건설을 위한 불꽃튕기는 전투로 분과 초를 보냈다.

건군절을 일주일 앞둔 시각, 장대식은 류경두, 김천길을 비롯한 지휘성원들을 모여놓고 이렇게 호소했다.

《건군절을 뜻깊은 성과로 맞이하기 위해 전투에서 전투로 넘어갑시다.

그 돌격목표는 첫째로, 제명산통과시간을 전반적으로 20분 앞당기는것입니다.

둘째로, 종합훈련장건설에서 모든 구조물들의 기초콩크리트치기를 완전히 끝내는것입니다.》

이렇게 되여 주로 낮시간을 위주로 벌리던 전투가 24시간동안 멈춤이 없이 교대제로 계속되였다.

그러자니 운수수단이 딸려 막대하게 요구되는 골재를 미처 보장해낼수가 없었다. 이렇게 되자 숱한 병사들이 배낭전, 마대전을 벌릴수밖에 없었다. 병사들은 지쳤다. 훈련장, 전투장에 밤낮 붙어돌아가다싶이한 장대식 역시 지칠대로 지쳤다.

그러던 어느날 대덕산군단의 실태를 세세히 료해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곧 조명록을 집무실로 부르시였다.

《힘겨운 전투를 벌리는 대덕산부대를 도와주기 위해 오라고 했소. 건군절이 다가오는데 이 기회에 그들을 어떻게 고무해주었으면 좋겠습니까?》

《장군님, 무엇보다도 운수수단이 딸려서 제일 애로를 느낀다고 합니다.》

《나는 리성병사가 제명산을 넘을 때 배낭속에 모래를 지고갔다는 그 보고를 받은 날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나라의 자금사정은 의연히 긴장하지만 그들에게 보내줄 자동차를 준비해놓게 했습니다.

그다음 또 무엇을 도와주었으면 좋겠습니까?》

《장군님! 공훈합창단을 보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역시 총정치국장다운 판단을 했구만. 옳소. 실은 그 준비사업때문에 불렀습니다.》

《장군님! 그럼 공훈합창단기동준비를 시키겠습니다.》

《방사포의 일제사격과도 같이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곡목들로 준비시켜야겠소.

그다음 또 무엇을 더해주었으면 좋겠습니까?》

《…》

《내 생각에는 공연이 끝난 다음 그곳 군인들과 한자리에 오붓이 모여앉아 점심식사라도 한끼 같이하자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장군님!》

《마음같아서는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안겨주고싶지만 어려운 때이니 마음뿐이요.》

그이께서는 더 말씀을 잇지 못하시며 안색을 흐리시였다. 병사들을 찾아갈 생각을 하실 때마다 늘 어렵게 사는 인민들이 가슴에 걸리군 하는것이다. 병사들과 인민들은 항상 그이의 마음속에 함께 있었다.

조명록이 돌아가자 그이께서는 더더욱 마음이 괴로와나시여 한동안 그대로 앉아계시였다. 미제가 노려온 조선의 5월이 이제는 턱밑에 이르렀다. 더더욱 어려워진 나라의 식량사정… 이제는 집집의 김장독마저도 바닥이 났을 때이다. 산나물도 채 돋지 않았다. 그러니 얼마나들 힘들겠는가. 그러나 지금 당장은 총대의 힘부터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 길이 곧 나라의 쌀독을 채우고 멎어선 공장, 기업소들을 다시 돌리며 집집에 밝은 전등이 켜지게 하는 길, 조국을 살리는 길이다.

불현듯 푸른 파도 넘실거리는 동해기슭이 그이의 눈앞에 서서히 안겨왔다. 그 바다가를 천천히 거니시는 수령님의 근심어린 안색, 그것이 언제였던가. 정전직후의 어느 여름날이다. 파괴된 도시와 마을, 공장과 농토들, 미제에 의해 온통 상처투성이가 돼버린 조국… 그날 나는 전쟁의 후과로 매우 힘들게 사는 인민들을 걱정하시며 바다가를 거니시는 수령님앞으로 몰려오는 모래바람을 막아드리려고 무던히도 애썼지… 이러한 나를 내려다보시던 수령님께서는 이 어깨우에 내려앉은 모래를 털어주시며 말씀하셨다.

《나는 한평생 군인으로 살아왔다. 찬바람, 더운바람 다 가리고서야 어떻게 혁명을 하겠느냐. 나는 이때까지 엄동설한에 몸을 녹일 사이가 없었고 삼복뙤약볕에 그늘을 찾을새도 없었다. 앞으로도 나는 그렇게 살아야 할것 같다.

혁명을 하자니 한평생 군인으로 살수밖에 없구나.》

그날 나는 수령님앞에서 맹세다졌다. 나도 앞으로 일생 군인으로 살겠다고.

그렇다. 찬바람, 더운 바람 다 가리고 언제 혁명을 하겠는가. 찬바람이 불어도 인민군대부터 먼저 찾아가야 한다. 눈보라가 쳐도 우선 가야 한다.

조선의 힘인 총대, 병사들속으로…


4월 25일 아침 군단지휘부 군인회관앞에 도착한 병사 리성은 가슴이 들먹거렸다. 장군님께서단지휘부에 찾아오시였다는 뜻밖의 소식을 전해들었던것이다.

(내가 장군님을 한자리에 모시고 진행하는 공훈합창단공연의 첫 관람자가 되다니… 그것도 병사인 내가…)

회관앞의 나무들에 움터나는 푸른 잎, 앞산과 옆산에서 방긋방긋 웃는듯싶은 진달래꽃에도 기쁨이 넘쳐흐르는것 같았다.

혹시 자기가 알만한 사람이 없는가 해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마침 낯선 군인들속에서 송위용이를 띄여보았다.

《송위용동무!》

반갑게 부르며 달려갔다.

두 병사는 얼싸안았다.

《장군님께서 오셨대!》

《그래, 공훈합창단공연을 우리 병사들과 함께 보신대.》

《그러니 우린 경쟁에서 비긴셈이구나.》

송위용은 뜨아해졌다.

《비겼다는건?》

《〈일당백〉구호관철에서 남달리 앞장선 병사들의 대렬에 우리 둘이 꼭같이 들어서서 장군님을 모시고 진행하는 첫 공연을 함께 보게 되였으니까.》

《하하… 그런셈이구만. 우리의 다음번 경쟁목표는 뭘로 정할가?》

리성은 량볼에 보조개를 팠다.

《누가 먼저 훈련영웅이 되는가?》

《좋아!》

…드디여 두 병사가 기다리는 영광의 시각은 왔다.

《만세!-》

《만세!-》

그이께서 군인회관에 들어서시자 병사들은 폭풍같은 환호를 올렸다. 온 객석이 격정의 바다가 되여 끓어번졌다. 그것은 그대로 그리움의 폭발이였다.장군님의 건강하신 모습은 병사들의 힘이고 용기이고 기쁨이였다.

드디여 멸적의 방사포와도 같이 위력한 공훈합창단이 힘찬 《포문》을 열었다. 그 울림은 노래이기 전에 붉은기의 퍼덕임이였고 장군님과 병사들사이에 맺어진 혈연의 분출이였다.

리성은 형언할수 없는 격정에 잠겨 음악을 감상했다. 이루 헤아릴수 없이 겹쳐드는 곤난과 시련속에서 저도모르게 가드라들려던 마음속 구김살이 노래와 함께 순식간에 펴지고 장군님의 뜻을 받드는 길에 몸과 마음 깡그리 바칠 각오가 용솟음쳤다.

(장군님! 힘이 막 솟습니다.)

리성은 이렇게 뇌이며 공훈합창단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를 속으로 따라불렀다. 장군님께서는 노래만을 안고오시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자 군단지휘부식당으로 지휘성원들과 병사들을 불러주셨던것이다. 식당안은 마치 고향의 어머니를 모신 한가정인양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차고넘쳤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러 식탁에 둘러앉아있는 지휘성원들과 병사들을 자애롭게 둘러보시며 정깊은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오늘은 군대명절입니다. 나는 동무들을 축하해주자고 왔습니다. 차린것은 별로 없지만 사양하지 말고 많이 드시오.》

장군님께서 차려주신 식탁과 마주한 리성은 목이 꽉 메여올랐다. 내가 장군님을 한자리에 모시고 식사를 하게 되다니… 그로서는 상상도 할수 없었던 영광이 한걸음 더 가까와졌다.

《리성이도 왔다지. 어디에 앉아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애로운 눈길로 병사들이 앉아있는쪽을 바라보시였다.

《장군님! 여기에 있습니다.》

리성은 패기있게 일어섰다.

《음, 장하오. 정말 장해. 송위용병사도 왔구만.》

장군님께서는 태양처럼 환하게 웃으시였다.

《장군님!》

두 병사의 목은 꽉 메여올랐다.

그이를 만나뵈옵고보니 고향의 아버지처럼 느껴졌다.

《나는 리성병사의 소행이 불길이 되여 대덕산군단병사들이 배낭전까지 벌렸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감동되였소. 그래서 〈자주〉호자동차를 수십대 가지고왔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어 지휘성원들을 둘러보시였다.

《아까 혁명사적교양실을 돌아볼 때도 말했지만 나는 이 부대에 오면 〈일당백〉구호가 제일 마음에 듭니다. 동무들은 어제도 그러했지만 오늘도 래일도 영원히 위대한 수령님께서 제시하신 〈일당백〉의 구호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에서 전군의 앞장에 서야 합니다.

〈일당백〉의 구호를 철저히 관철하는 바로 여기에 미제침략군놈들을 이 땅에서 쳐부시고 조국을 통일하며 수령님께서 개척하신 주체의 혁명위업을 무력으로 튼튼히 보위해가는 근본열쇠가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온 하루를 병사들과 함께 계시다가 해가 떨어질무렵에야 군단지휘부를 떠나가시였다.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