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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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다.

야조브는 정신이 맑은 이 시간을 리용하여 대덕산지구를 돌아본데 이어 다박솔중대에까지 갔다온 느낌을 정리해나갔다. 한참 글을 쓰고나서 다시 읽어보는데 숙소마당가에서 승용차의 경적소리가 짧게 들렸다. 이미 구면지기가 된 현진국대장이 통역과 함께 방에 들어섰다.

《원수동지! 밤새 안녕했습니까?》

《네, 또 만나게 되여 매우 반갑습니다.》

《가십시다. 장군님을 만나뵈옵고싶어하는 원수동지의 소망을 그이께서 또다시 헤아려주시였습니다.》

(그러니 김정일동지께서 나를 위해 또다시?)

가슴이 뭉클해났다.

야조브가 현진국이와 함께 은행나무, 산수유나무, 노가지나무, 정향나무가 우거진 어느한 곳에 이르렀을 때였다. 길떠날차비를 하신 김정일동지께서 정력에 넘쳐 장령들과 이야기를 나누고계셨다. 야조브는 경건한 마음으로 그이의 앞으로 다가가 정중히 인사를 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밝은 미소를 지으시며 야조브의 손을 잡아주시였다. 야조브는 너무 황송하여 그이께 이렇게 말씀드리였다.

《제가 너무 미욱을 부리는것 같습니다. 몹시 바쁘실텐데…》

《무슨 그런 말을 합니까. 어느 한 군수공장을 찾아가는 길에 야조브동지가 나를 또 꼭 만나고싶다고 한다기에 이렇게 찾았습니다.》

야전차는 길 좌우에 산발을 끼고 천천히 달렸다. 야조브의 생각은 깊어졌다.

야조브는 야전차의 뒤좌석에 자기와 함께 앉아가시는 김정일동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고싶지 않았다.

대덕산에 갔다온 야조브는 이전 쏘련의 자랑이였던 브레스트요새를 자주 생각했다. 어느한 군사학교의 공병학부장 끼로브쉐브가 설계한 브레스트요새는 공격에도 방어에도 매우 유리한 말그대로 요새였다. 제2차 세계대전시기 쏘련을 불의에 침공한 파쑈도이췰란드군의 모스크바를 점령하기 위한 공격을 제지시키는데서 브레스트요새와 여기에 의거하여 싸운 붉은군대방위자들의 위훈은 실로 컸다. 때문에 브레스트요새는 력사와 더불어 위훈의 상징으로 빛나고있다.

대덕산은 어떤가? 인민군대의 정신적인 힘을 나날이 증대시키고 그 위력을 발휘시키고있다. 요새적인 견지에서 보면 전호와 감시소외에는 더 보이지 않는, 브레스트요새에 비하면 극히 간단하다고도 볼수 있다. 하지만 조선을 그 어떤 원쑤도 덤벼들수 없는 하나의 요새로 만드는데서 정신적으로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있는가.

《년로한 몸으로 머나먼 최전연 대덕산까지 갔다오느라 정말 힘들었겠습니다.》

김정일동지의 사려깊은 말씀에 야조브는 황황히 손을 내저었다.

《제가 쓸 글을 위해 걷는 길이야 무얼 힘들겠습니까. 그처럼 바쁘신 당신께 이렇게 또 부담을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유쾌하게 웃으시였다.

《이미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우린 야조브동지가 조선에 온 목적을 다 실현하도록 해주고싶다고… 그러니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됩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당신께서는 늘 이렇게 힘든 길을 이어가고계시니…》

야조브는 자기의 느낌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진심을 그대로 토로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하시였다.

《조성된 난국을 타개하는 열쇠를 혁명의 주력군으로 내세운 인민군대를 일당백으로 강화해나가는 길에서 찾았는데 무엇을 주저하겠습니까. 비가 와도 가고 눈보라가 휘몰아쳐도 가야 할 길입니다. 나는 국가사업에서 제기된 문제가 많을수록 군대에 나가군 합니다. 병사들을 만나보고 총대의 열기를 감수하면 신심이 생기기때문입니다.》

《그 과정이 곧 혁명의 주력군으로 내세운 인민군대의 힘을 백배로 키워 자기의 본분을 다하도록 하기 위한 길이라는것을 대덕산에 나갔다가 여러 군인들을 만나보는 과정에 느꼈습니다.》

《어떤 군인들을 만나보았습니까?》

《당신의 부하인 김하규장령을 만나보았습니다. 언제인가 당신께서는 쓰딸린과 삼두마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적이 있습니다. 세계전쟁사에는 전쟁의 전환적국면을 열기 위해 유능한 지휘관들을 필요한 전선에 배치하거나 또 옮긴 실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령의 사상으로부터 모든것이 시작되여야 한다는 지지점을 심어주기 위해 최고사령부 작전지휘성원까지 대덕산전구로 내려보내여 새출발하게 하는것과 같은 정치가는 아직 모릅니다. 수령의 사상이 나라의 지지점으로 되여야 조국도 있고 나도 있다는 그 진리가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가하면 박창걸련대장과 그의 안해 김순희녀성은 수령과 령도자가 안겨준 사랑을 받아안는데만 그치지 않고 그 보답의 위치를 〈일당백〉구호가 태여난 대덕산에서 찾았습니다.

총과 함께 사랑을 맺은 김연금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버지가 못다한 시대의 임무를 대를 이어 자각한 그의 모습 또한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구호바위를 소중히 관리해가는 리성병사, 백놈의 적이 덤벼들면 자폭을 위해 남겨두었던 수류탄과 함께 터져서라도 이겨야 한다는 송위용병사, 미국놈들을 제 목숨 살릴 걱정부터 먼저 하는 정신적거지로, 겁쟁이로 보는 감나무중대의 처녀병사, 새로 태여난 병사중심의 종합훈련장과 훈련방안, 대덕산의 물소리, 감나무중대의 약크림, 인민군적으로 작아진 병실창문들을 보면서 정말 생각이 깊었습니다. 제가 이제 쓸 글을 위해서 당신께 꼭 묻고싶은것이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여보이시였다.

야조브는 계속했다.

《엥겔스는 군대에서 무기가 개선되면 그에 따라 전투서렬도 달라지고 전술도 바뀌여진다고 했습니다. 쓰딸린은 무장투쟁의 형식과 방법은 언제나 동일한것이 아니며 그것도 무장장비의 생산방식과 변화에 따라 바뀌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선행가들이 물질경제적관계를 중심에 놓고 전쟁의 운명을 연구했다는것을 의미하지 않습니까?

당신은 왜 무기보다도 사상을 더 중시하십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창밖의 높고 험한 산들과 바위들이 삐쭉삐쭉 솟은 산허리를 이윽토록 내다보시다가 시선을 돌리시였다.

《물론 무기가 개선되거나 생산방식이 변하면 그에 따라 군대의 무장장비와 전법도 달라지는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자체가 전쟁의 운명을 좌우지하지는 못합니다. 왜 그렇게 볼수 있는가? 무기는 사람의 힘을 증대시켜줄뿐이지 사람을 대신할수 없기때문입니다. 핵무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우리 수령님께서 사람이 전쟁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군사사상을 내놓으신것입니다.

나는 사상론자로서 군인중심, 군인정신위주의 무력관을 주장합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기본이 뭔가? 사상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파렴치하고 간악한 미제는 〈무기만능론〉을 주장하면서도 사상의 역할을 결코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제국주의자들의 사상문화적침투와 심리모략전이 그것을 증명해주지 않습니까. 우리 수령님께서 제시하신 〈일당백〉구호속에는 무기보다도 군인대중의 사상적준비가 전쟁승리의 기본요인이라는 요구가 담겨져있습니다.

1949년 원자탄시험에서 성공을 선포한 이전 쏘련은 8 000기나 되는 전략적핵무기를 비롯하여 미국을 훨씬 릉가하는 비행기, 땅크, 대륙간탄도미싸일, 군함들을 보유하고있었습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쏘련의 군사력이 미국보다 10~15년이상 더 앞섰다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러나 쏘련은 그 위력했던 무기들을 언제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채 무너앉고말았습니다. 군사력이 약해서 미국과의 대결에서 패했습니까?

전쟁은 무기가 아니라 사람이 합니다. 나는 병사들을 무장력의 주체로 봅니다.》

《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세계의 한다하는 정계인사들과 군사가들을 수많이 만나보았지만 당신처럼 밤잠을 모르고 또 당신처럼 병사들속으로 매일처럼 깊이 들어가시여 생사운명을 같이하는 최고사령관은 처음 보았습니다. 한두달도 아니요, 한평생을 거의 매일이다싶이 조선의 험한 길과 령이 닳도록 병사들을 찾아다니기가 힘들지 않습니까? 그 힘이 어디에서 나오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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