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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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낯이 익습니다.》
려단지휘부마당에서 김하규와 손을 맞잡은 야조브는 그의 얼굴을 세세히 뜯어보며 머리를 기웃했다. 현진국이 때마침 야조브의 의문어린 시선속에 묻혀있는 속마음을 짚어보고 빙긋이 웃었다.
《내 이미전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언제인가 다시 만나보게 될것이라고…》
야조브는 리해가 잘되지 않는다는듯 현진국을 마주보았다.
《그날 김하규장령에 대하여 나에게 소개할 때에는
《옳습니다. 나는
《실로 감동됩니다.》
《사상을 틀어쥐면 강국이 되지만 사상을 놓치면 망국이 된다는것이 우리
야조브의 낯색이 돌연 추연해지며 《아-》하는 신음소리에 가까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군대가 비정치화, 비사상화되다나니 제구실은커녕 당도 국가도 지켜내지 못한 이전 쏘련군대의 사태가 가슴을 쳤던것이다.
《갑자기 왜 그럽니까?》
김하규가 바삐 물었다.
《당신의 대답이 내 심장을 이리도 아프게 타격할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하긴 응당한 타격을 받은셈입니다.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어 정말 감사합니다. 》
어느덧 일행은 훈련장에 도착했다.
야조브는 여느때와 다른 감정으로 포병들의 훈련모습을 지켜보았다.
(
얼굴이 뜨끈뜨끈해났다.
대덕산군단에서의 마지막참관일정으로 야조브는 골깊고 숲이 푸르며 시내물흐르는 소리 또한 유정한 곳에 들어앉은 종합훈련장을 돌아보았다.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눈에 보이는 모든 훈련설비들과 후방시설들이 병사들에 대한 사랑으로 독특하게 일관되여서 그는 감탄사를 그치지 못했다.
《이 종합훈련장을 언제 건설했습니까?》
장대식이 흔연히 대답했다.
《얼마전에 건설했습니다.》
《나는 이 세상 많은 나라 군대의 훈련장들을 보았고 한때 꾸바에 갔을 때는 훈련장을 꾸리는 일을 도와주기도 했지만 여기서처럼 병사들에 대한 사랑이 차넘치는 이런 종합적인 최첨단훈련장은 보다 처음입니다. 이 종합훈련장을 누가 설계했습니까? 설계가의 이름을 알고싶습니다.》
장대식은 긍지롭게 말했다.
《그러니 그 설계가는
《이런 현대적인 종합훈련장에서 일당백으로 자라난 맹수들을 미제가 이긴다는것은 오산중의 오산입니다. 미제침략자들이 조선의 령토, 령공, 령해를 단 0. 001mm라도 침범한다면 용서치 않을것입니다. 동방조선은 일당백의 요새입니다.》
야조브는 이러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였다.
《식사시간도 퍼그나 지났는데 어서 갑시다.》
장대식이 손목시계를 보며 종합훈련장에서 떠날줄 모르는 야조브에게 말을 건넸다.
《박창걸련대장은 어디서 만나게 됩니까?》
《점심식사를 함께 하게 될것입니다.》
야조브는 승용차로 다가가며 매우 아쉬운듯이 중얼거렸다.
《그의 안해까지 있으면 대단한 뉴스감이 되겠는데…》
《어쩌겠습니까. 입원중인 녀성을 데려올수도 없고…
그제서야 야조브의 기분은 어느 정도 호전되였다.
장대식은 산천경개가 수려한 시내가옆에 점심식사장소를 마련하였다. 김광훈과 김연금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있었다. 그러나 박창걸련대장이 보이지 않자 야조브는 어찌된 일인가고 누구에게라없이 물었다.
대기하고있던 강창운이 대답했다.
《30분후에 도착합니다.》
젊음은 좋았다. 김광훈과 연금이가 온것으로 하여 좌중의 분위기는 자연히 즐거워졌다. 시간이 좀 경과하자 김광훈이 일어섰다.
《사회주의조선을 친선방문한
야조브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연방 머리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이윽하여 젊음이 넘치는 김광훈이 청초한 꽃마냥 활짝 피여난 연금이와 나란히 일어섰다. 눈빛이 따뜻한 젊은 대대장의 인상도 보기 좋았지만 수태를 머금고있는 연금이의 모습 역시 예쁘기 그지없었다.
총과 함께 걸은 복무의 길에 사랑도 행복도 있어
후회없이 가리 끝까지 가리 성스런 이 길을
가슴속에 깊이 새겨주었네 나의 군복이
…
곁에 앉아있던 현진국이 둘사이에 생긴 사랑의 실금을
《당신들은 정말 행복합니다.
야조브는 설분이 북받쳐올라 어깨를 떨었다.
《진정하십시오.》
광훈과 연금이는 량옆에서 야조브의 손을 잡고 따뜻이 위로해주었다.
이때였다. 혼자 올줄 알았던 박창걸이 얼굴이 동그스름하고 눈은 좀 작으나 살뜰하게 생긴 녀성과 함께 나타났다. 장대식은 희색이 만면해서 야조브에게 그들을 소개했다.
《박창걸련대장입니다. 저 녀인이 바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녀성이 어떻게… 혹시 나때문에 일부러 데려오지 않았습니까?》
키가 크고 얼굴이 기름한 박창걸이 안해와 함께 인사를 하고나서 격한 어조로 말했다.
《동지들!
김순희가 뒤말을 이었다.
《저의 남편이 해놓은 일이라면
김순희도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박창걸과 김순희가 자기들의 심정을 담은 노래를 부른다.
…
미래도 희망도 다 맡아주는
민족의 운명인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고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
수려한 산천, 흘러내리는 시내물, 산새소리, 가벼운 바람소리…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저 푸른 창공으로 행복한 부부가 부르는 노래소리가 은은히 메아리쳐갔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그저 잘 먹고 잘 입고 잘사는것뿐인가.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저 맑은 물처럼, 저 부부의 배경으로 비낀 푸른 산천처럼 맑고푸른 마음을 안고
야조브는 사진기를 들고 일어나 박창걸부부의 행복한 모습을 렌즈속에 잡아넣고 연방 샤타를 눌렀다.
평양으로 돌아올 때 야조브는 통역에게 광훈이와 연금이 그리고 박창걸부부가 부르던 노래를 배워달라고 요구했다.
이제 써나가야 할 글의 방향이 점점 더 선명해지기 시작하자 야조브의 심장은 젊었던 그 시절처럼 흥분으로 높뛰기 시작했다. 력사앞에, 지금 이 세상에 살아있는 동시대인들과 이제 태여날 후대들앞에 지닌 자기의 사명을 다할수 있다는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는 체면도 다 잊은듯 했다. 자기 글의 과학성, 진리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도 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