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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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산중대의 병실이며 교양실, 방어진지, 야외감시소, 중대군인들의 훈련모습까지 보고난 야조브는 오랜 군사가다운 감각으로 대덕산이야말로 방어와 공격, 사상의 위력에서 세계 그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수 없는 요새중의 요새라는것을 알았다. 아, 이래서 대덕산, 대덕산했구나. 정말 사상의 위력으로 빛나는 천년요새다. 이 요새의 정신력을 자양으로 하여 자라난 군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가?
야조브는 박창걸부부를 만나보고싶다는 말을 다시 꺼냈다.
《미안하지만 박창걸련대장은 만나볼수 있어도 그의 안해는 입원중이기때문에… 만나지 못할것 같습니다.》
장대식이 딱한 사정을 이야기했다.
《정말 아쉽습니다.》
《그들 말고도 오늘의 유격대의 오형제군관의 셋째인 김광훈대대장과 그의 애인인 김연금중대정치지도원을 만나보는것이 어떻습니까?》
《오늘의 유격대의 오형제군관이란 무슨 뜻입니까?》
야조브가 탄 군용차는 대덕산정점에서 내려오다가 구호바위앞에 멈추어서지 않을수 없었다. 구호바위앞에 수많은 군인들이 서있어 길이 막혔던것이다. 군인들속에는 해군과 비행사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사복을 입은 사람들도 있었다.
장대식이 끝간데를 모르게 흘러드는 사람들의 물결을 가리켰다.
야조브는 사복입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눈길을 멈추었다.
《여기야 위수구역인데 어떻게 군복을 입지 않은 사람들이 옵니까?》
현진국이 이들의 대화에 끼여들었다.
(정말 고슴도치와 같은 나라로구나!)
전민이 무장하고 전국이 요새화된 조선의 종심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게 된 야조브는 사람들의 물결에서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야조브와 함께 현진국, 장대식이 새로 이동전개될 포병련대 1대대훈련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김광훈이 땅을 쩡쩡 울리며 기운차게 다가와 현진국에게 보고를 했다.
장대식이 야조브에게 김광훈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했다.
《김광훈대대장입니다. 아까 말한 아들 다섯형제가 최전연초소에서 지휘관, 정치일군을 하는 자랑스런 오늘의 유격대의 오형제총대가정의 셋째입니다.》
야조브는 《김광훈대대장!》하고 이름을 새기며 주름진 얼굴에 반가운 웃음을 피웠다.
《다섯형제의 희망이 같을수 없었겠는데 어떻게 다 군관이 되였습니까?》
《하나밖에 없는 조국이 귀중했기때문입니다.》
《조선에서는 리수복영웅이 보여준 정신이 그대로 발현되고있으니 참 부럽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처음으로 적화구를 가슴으로 막은 마뜨로쏘브가 있다는것을 당신들도 잘 알것입니다. 쓰딸린이 생존했을 때만 해도 청년들은 그를 정신적인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허나 고르바쵸브대에 와서 적지 않은 청년들이 그를 보고 우둔한 사람이라고 비웃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널리 알려진 장편소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였는가〉의 주인공 빠웰 꼬르챠긴은 정신병자라고 모독하였습니다.》
야조브의 어글어글한 눈에는 비분강개한 빛이 번쩍이였다. 절통한 감정을 다잡으며 김광훈이에게 물었다.
《장가를 갔습니까?》
《아직 안 갔습니다.》
《그럼 애인은?》
장대식이 반죽좋게 웃으며 이들의 대화속에 뛰여들었다.
야조브는 늘 그러하듯 머리를 기웃했다.
《군사복무를 더한다? 그 처녀가 왜 그런 요구를 했습니까?》
《다음순서로 그 처녀가 있는 녀성기관총중대에 가게 되여있으니 본인을 만났을 때 직접 물어보면 잘 알수 있습니다.》
야조브는 호기심이 짙어진 눈으로 젊음이 넘치는 광훈의 얼굴에 시선을 박았다.
《훌륭한 자식의 뒤에는 꼭 훌륭한 부모가 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의 직무가 뭡니까?》
《인민군장령입니다.》
《장령? 어느 부대에 있습니까?》
야조브는 끈질기다 할 정도로 파고들었다.
《현재 우리 부대가까이에 내려와있습니다.》
야조브는 현진국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입니다. 다행입니다. 이 대대장의 아버지를 이번 기회에 꼭 만나보았으면 합니다.》
현진국은 동감의 표시로 머리를 끄덕여보였다. 그리고는 장대식이 야조브를 데리고 김광훈과 함께 대대장감시소로 갈 때 김하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편 대대장감시소에 들어선 장대식은 광훈이에게 긴급정황을 주었다.
《대대장동무! 상급참모부의 통보에 의하면 방위목표 1로부터 동으로 500m, 남으로 300m앞에 미제침략군 ×사단 한개 대대가 직승기착륙장에서 직승기에 탑승하고있소. 현재 대대참모부와는 지휘통신이 두절되였고 중대와만 통신이 보장되고있소. 어떻게 하겠소?》
지휘관의 손과 발이라고 볼수 있는 참모부와의 지휘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대대장이 전투임무를 어떻게 수립할지. …
야조브는 젊은 대대장을 초점속에 잡아넣고 예리하게 주시했다.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시간이다. 대대장의 눈빛을 살폈다. 당황하는 빛이란 전혀 없고 침착하다. 눈깜박할 사이에 정황을 처리하는 젊은 대대장… 장대식은 련이어 포에 가서 새 정황을 주었다.
야멸찬 구령, 번개같은 움직임… 수십kg이나 되는 포탄을 련이어 장탄하는 포수들… 《탄약수 1명 전사!》이라는 새로운 정황을 또 준다. 그러니 2명이 나르던 포탄상자를 병사 혼자서 날라야 했다. 다음순간 야조브는 속으로 어지간히 놀랐다. 보통키에 애리애리한 병사가 자기 몸무게보다 훨씬 무거워보이는 포탄상자를 혼자서 등에 지고 이악스럽게 걸었던것이다. 갑자기 넘어질듯이 비칠한다. 샘솟듯 흐르는 땀, 용케도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장탄수에게 넘겨준다.
훈련이 끝났다. 야조브는 박수를 치며 아직도 땀을 흘리는 애젊은 병사앞으로 다가가 이름을 물었다. 송위용이라고 대답하는 병사의 담찬 모습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만약 미제가 전쟁을 일으킨다면 조선이 어떻게 될것 같습니까?》
《이깁니다.》
그 힘이 어디에 있는가고 묻자 병사의 눈빛이 더더욱 반짝인다.
《우리
야조브는 두눈을 크게 떴다. 강한 충격을 느끼며 심호흡을 한껏 했다. 지금껏 가슴속 한구석에 남아있던 의문이 봄볕을 받은 눈처럼 가뭇없이 녹아내렸다. 조선인민군 병사들은 자기
《병사동무는 어떻게 되여 자기의
야조브의 말에 송위용의 볼은 처녀처럼 빨갛게 익었다.
《우리 대대는 훈련장에 친히 찾아오신
야조브는 더더욱 놀라운 눈으로 병사를 지켜보았다. 꾸밈도 보탬도 없이 자기의 느낌을 그대로 말하는데다 어딘가 종심이 깊어보이는 병사여서 련이어 희망은 무엇인가고 물었다.
야조브는 병사를 품에 안았다.
《이 병사와 기념이 되게 사진을 한장 찍어주시오.》
통역이 사진기의 초점을 맞추었다.
포진지를 떠난 일행은 곧 녀성기관총중대에 도착했다.
중대장에 이어 《중대정치지도원… 김연금!》하고 소개했을 때 야조브는 《김연금!》하며 어여쁘게 생긴 처녀를 잠시 마주보았다. 유별나게 반짝이는 두눈, 날씬한 몸매의 처녀는 정말 아름다왔다. 저리도 매력적인 처녀가 왜 힘겨운 군사복무를 더 하겠다고 했을가? 이것이야말로 야조브로서는 도저히 리해할수 없는 의문점이였다. 녀성은 남성과도 다르다. 자기가 국방상을 할 때 국방성과 총참모부청사안에도 적지 않은 녀성군관들이 있었다. 그들은 제대명령을 받기가 바쁘게 병영을 떠나갔다. 군사복무를 왜 힘들다고 하는가? 온몸에 긴장감을 늘 조성하는 군복, 차렷, 쉬엿, 모엿의 구령속에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결코 헐한것은 아니기때문이다. 처녀들의 경우는 더하다. 자유로운 생활을 갈구하는것은
《왜 군사복무를 남보다 더 오래 할 생각을 하게 되였습니까?》
김연금은 유난스레 정기도는 두눈을 살풋이 올리떴다.
《저는 병사들과
야조브의 주글주글한 얼굴엔 짙은 감동의 빛이 떠돌았다.
얼굴뿐 아니라 마음도 아름다운 처녀였다. 아름다운
《처녀동무! 한가지만 더 묻고싶습니다. 애인과 언제쯤 결혼할 생각입니까?》
연금은 꽈리처럼 얼굴을 익히며 대답을 못했다.
장대식이 연금이를 대신했다.
《이 처녀는 중대를 일당백으로 준비시켜
야조브는 장대식의 말을 듣자 과연 김광훈대대장과 저 처녀와 같은 청년들로 이루어진 강군을 미제가 다른 시기도 아닌 꽃피는 5월까지 꺾고 조선을 붕괴시키겠다고 시도하니 될번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